시진핑의 약속 ‘북핵 해결 100일’ 韓美 모두가 속았다
시진핑의 약속 ‘북핵 해결 100일’ 韓美 모두가 속았다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7.07.25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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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孫子)는 병법의 근본은 ‘적을 속이는 것’(兵者 詭道也)이라고 썼다. 적으로부터 아군이 멀리 있어도 가까이 있는 것처럼 하고, 가까이 있어도 멀리 있는 듯 속이며, 병력의 수가 많아도 적게 보이게 하고, 적어도 많게 보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손자의 이러한 ‘궤도(詭道)’론은 중국의 근본적인 대외전략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시진핑 주석이 ‘북핵 해결 100일간의 약속’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멋지게 속여 넘겼기 때문이다.

▲ 김정은의 운명은? (c) 미래한국

▲ 김정은의 운명은? (c) 미래한국

美中 정상회담서 북한 문제 ‘100일 유예’ 요청

시진핑 주석은 지난 4월 초 미국을 찾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났을 때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문제에 대한 대응을 100일 동안 유예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핵미사일은 미국에 중차대한 문제’라며 연일 중국을 압박했고, 시 주석에게 북한 핵미사일 개발 계획을 막기 위해선 중국의 제재가 필수적이라며 강력한 대응을 요청했다.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도 꺼내들었다.

사태는 심상치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에 응해 두 대의 항공모함을 동아시아 쪽으로 이동시켰다. 한반도에는 미군의 전략자산이 집결했고 북한 공격론이 연일 전 세계 언론들을 달궜다.

그때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에게 낮은 자세로 대했다. 유력한 미국의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연구소는 ‘시진핑은 미국의 모든 요구를 들어 줄 자세가 되어 있었다’라고 사전 분위기를 전망했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의 요구에 응했다. 북한의 오랜 우방인 중국은 지금껏 대북제재 강화에 미온적이었으나 회담 후 북한의 석탄 수입을 중단하는 등 제재 강화 움직임을 보여 왔다.

트럼프 대통령도 같은 달 말 “중국이 대북 문제에 대해 우리를 잘 도와주고 있다”고 호평했었다. 고립 위기에 놓인 북한이 중국 대신 러시아와 신 밀월을 맺으려는 듯한 움직임도 포착됐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속한 북핵 해결 100일간의 유예 기간에 그가 북한을 설득한 것은 없었다. 북한은 여전히 미사일을 날렸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주석은 사드 문제와 관련해 ‘북한은 중국의 오랜 혈맹이며 그 관계는 본질적으로 변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해 우리를 놀라게 했다.

중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과의 혈맹관계라는 용어를 터부시해 왔기 때문이다. 당시 시진핑 주석이 했다는 말의 정확한 표현은 “중국과 북한은 ‘소위 선혈로 응고된 관계’였음에도”였다고 청와대는 발표했다. ‘선혈로 응고된(鮮血凝成的)’이라는 표현은 혈맹을 에둘러 표현할 때 중국이 쓰는 표현이다.

이를 놓고 청와대는 시 주석이 북중관계를 ‘혈맹’으로 말한 것이 아니라고 변명을 거듭했고, 중국 공산당은 우리 정부가 아닌 민주당과 접촉해 해명을 하는 기이한 행태를 보였다.

당시 회담 현장에 참석한 인사들의 전언에 의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중국이 북핵 해결에 더 많은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하자 시진핑의 얼굴이 굳어지면서 ‘북은 혈맹’이라는 즉흥발언이 나왔으며, 이 부분은 중국 측 설명과 일치했다.

대개 양 국가 간의 정상회담 대화 내용은 사전에 대화 내용이 상대방에게 통보된다는 점에서 시진핑 주석의 ‘북중 혈맹’이 돌발 발언이라면 오히려 시 주석의 속내를 그대로 보여 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전문가는 “시 주석이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극히 불쾌감을 느껴 순간적으로 절제를 잃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천하의 황제나 다름없는 시진핑의 입장에서 소국에 불과한 한국의 지도자가 미국과 한 목소리로 중국에게 예민한 사항을 요구하니 짜증이 났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러한 해석은 ‘한국의 중국 핀란드화’우려를 제기했던 복거일 문화포럼 대표의 관점과도 일치한다. 보수적 관점에서 날카롭게 현실을 진단해 내는 것으로 정평 있는 복거일 대표는 “시진핑에게 한국은 귀찮은 존재”라고 말한다.

그는 지난 4월에 있었던 한 포럼에서 “사드 문제는 단호하게 대응을 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복거일 대표의 말을 인용해보자.

“중국 공산주의자들이 시빗거리를 만드는 데 한 번 던져 본 것이죠. 그런데 의외로 먹혔던 겁니다. 사드 문제는 처음에 왕이 외교부장이 말했는데 이제 시진핑 주석까지 나섰어요. 절대적 권력자인 시진핑 주석이 시비를 걸고 나섰다는 것은 달라진 것입니다. 중국이 체면 문제도 있기 때문에 벌을 주려고 하겠죠.”

복거일 대표의 해석은 사드 문제가 중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이 수용할 듯한 태도를 보였기에 철회할 수 없는 체면의 문제가 되어버렸다는 것. 처음 왕이 외교부장이 문제를 삼았을 때 우리 정부가 확고한 태도를 갖지 못했던 것이 화근이라는 해석이다.

그러한 한미동맹의 빈틈을 중국이 파고들었고 시진핑 주석까지 이 문제를 거론하게 되면서 중국 공산당 내에서 한창 벌어지는 권력 투쟁의 장을 놓고 시진핑 주석 역시,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한미동맹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일 오전(현지시간) 베를린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 연합

한미동맹을 바라보는 중국의 입장, ‘괘씸하다’

2010년 7월 1일 중국의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한국과 일본이 경제적으로는 중국의 쾌속발전을 이용하여 이익을 취하면서도 군사적으로는 미국에 의존해 중국을 억제하려 한다’고 비판하면서 이를 ‘전략분열증’이라고 거칠게 표현하는 논평을 게재했다. 환구시보의 이 논평은 중국이 한국과 일본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본질적인 입장을 가감 없이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당시 일본의 간 나오토(菅直人) 신임총리가 “주일 미군은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하자, 니와 우이치로(丹羽宇一郞) 신임 주중 일본대사는 “일본의 (경제적) 재기 여부는 중국에 달렸다”고 서로 상반된 주장을 펼쳤던 것. 중국은 이러한 상대국의 분열을 파고드는 전략을 택했다. 소위 ‘약한 고리’를 집중적으로 공격한다는 전술이다.

환구시보는 한국 또한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 예로 한국 정부는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해에서 실시할 계획인 해상군사훈련에 미 항모 조지워싱턴호를 참가하도록 요청하는 한편, 중국에 대한 계속된 투자를 통해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등 모순된 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중국은 일본과 한국의 이러한 행동을 ‘환검술’(중국 전통공연에서 얼굴을 바꾸는 기술)이라고 혹평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행동이 동북아시아 지역의 일체화 과정에 부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의존하면서 군사적으로는 미군을 빌려 중국을 견제하려는 행위는 동북아의 일체화 과정을 어렵게 만들고 또한 이 과정에서 가장 어려움에 처하는 것은 오히려 중·미 양국의 중간에 놓인 일본과 한국 자신들”이라는 주장이나 “중국과 미국이 충돌하면 한·일 양국은 지리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국가가 미국을 끌어들여 중국을 견제하려고 하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양국이 중·미간의 대결을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는 역사적으로 매우 위험이 크고 앞으로도 실패할 가능성이 많은 전략”이라고 경고한 것은 근본적으로 중국이 한국과 일본을 미국과의 동맹에서 해체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이러한 의도는 환구시보의 다음과 같은 주장에서 잘 드러난다.

“한·중·일 3국은 정치·경제적으로 서로 평등함을 유지할 만한 요소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미군의 힘을 이용하여 중국과의 균형을 추구함으로써 자신들 스스로를 중국보다 한 단계 아래의 위치에 자리매김 하면서 중·미 갈등의 희생양으로 만드는 행위”라는 것.

환구시보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한석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은 한국과 일본이 경제적으로 자국으로부터 막대한 이익을 취하면서도 안보·외교상으로는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강화하면서 중국을 봉쇄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 상당히 분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대외경제정책연구원 KIEP 주최 중국전문가포럼 CSF에서) 당시 중국의 한미동맹에 대한 노골적인 공갈이 등장했을 때, 우리 정부는 겁을 집어 먹고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렸다는 지적이 있다.

공갈이란 먹히면 그 정도가 강해지는 법이고 그렇게 강해지다 보면 액션을 취하게 된다. 한번 액션이 취해지면 명분 없이 철회되기 어려운 것이 외교이고, 따라서 초반에 ‘말(言) 대 말(言)’을 통해 행동이 등장하지 않도록 ‘중국의 팽창주의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불신’이라는 대응 논리가 한·일간의 협력을 통해 등장했어야 하는 아쉬움이 남게 된다. 다시 말해 한미동맹과 한일관계의 틈을 중국에게 보여주지 말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한일관계를 개선하기보다는 독도 방문으로 악화시켰고 박근혜 정부는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 참가해 한미동맹에 미묘한 갈등의 여지를 만들었다. 미국은 한국의 개성공단 사업이 북한에 핵개발 자금으로 이용될 수 있는 달러화가 공급된다는 점에 상당한 우려를 표했으나 박근혜 정부가 초기에 보인 반응은 무시 그 자체였으며 ‘DMZ평화공원’이라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정책을 들고 나왔다.

이후 사드 문제가 불거지면서도 박근혜 정부는 분명한 입장을 취하지 않았으며 2016년에는 미국의 보이지 않는 강력한 요청에 실행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개성공단 폐쇄를 아무런 근거나 후속 준비조치 없이 급하게 실행하는 과정에서 통일부의 말 바꾸기와 허위 발언으로 야당과 언론의 뭇매를 맞았고, 이는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기에 이르기도 했다. 대북 안보에 중요한 실책을 범했던 것이다.

이렇듯 중국이 금기시해 온 ‘북중혈맹’의 입장이 시진핑 주석을 통해 다시 나오게 된 상황은 어떤 이유로든 한국의 대중외교에 그 본원적 한계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말은 중국이 한국의 친구가 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도 된다. 이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바로 독일이 배출한 탁월한 정치와 헌법철학자 칼 슈미트(Carl Schmmit)의 ‘적과 동지’론이다.

칼 슈미트에 의하면 ‘정치적인 것의 본질’은 다양성을 하나의 기획으로 통일하려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동의와 거부의 관계이고 그 정도에 따라 이질성으로부터 적대성에 이르는 적과 동지의 배치가 일어난다는 것. 슈미트는 적(敵)의 본질은 ‘타협되지 않는 타자성’에 기초한다고 봤다.

이는 빵은 둘로 나눠도 빵이지만, 아기는 둘로 나눌 수가 없다는 타협 한계의 원리에서 비롯된다. 그렇게 설정되는 적은 언제나 동지들로서는 공공의 적(Public Enemy)이며, 국가는 상호 배타적인 주권의 원리 때문에 반드시 적과 동지들의 질서로 편성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슈미트의 이론을 받아들인다면 국가에는 반드시 적이 존재하고 이에 따라 우리는 중국이 한국의 적인지, 동지인지에 대한 판단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정치가 경제를 만날 때 모호해진다. ‘이로움을 주는 적’과 ‘손해를 주는 동지’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난제로 남는다. 이 문제에 대한 분명한 정치철학이 없게 되면 그 정치공동체는 위기를 맞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일 오후(현지시간)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독일 함부르크 시내 미국총영사관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만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

국제정치는 적과 동지의 질서

이러한 문제는 ‘정치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에 달려 있다. 즉 자유와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국가끼리는 정치적 가치가 동질적이므로 경제적 손해가 오는 부분은 공공의 적을 상대로 하는 비용으로 간주되어 타협이나 인내로 해결할 수 있지만, 추구하는 정치적 가치가 다른 두 국가 간에는 아무리 경제적 교류가 늘어나도 결국 상호 국민들 간의 가치 침투에 의해 동지가 될 수 없게 된다.

다시 말해 한국은 중국의 공산주의, 내지는 국가자본주의 이념을 수용할 수 없으며, 중국은 한국의 시장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수용할 수 없다. 만일 한국과 중국 양국이 서로 정치적으로 동질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국가라면 두 국가는 교류를 넘어 자발적 연합의 관계로까지 나아갈 수도 있게 된다. 모든 국가는 보편국가로서 제국을 꿈꾸며 시장의 통합은 주권의 통합을 요청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은 그러한 관계가 아니다. 양 국가는 서로가 가진 가치 이념을 배제하고 건국되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여전히 사회주의를 국가의 근본이념으로 추구한다. 중국의 개방정책은 문화혁명의 실패로 더 이상 국가가 국민들의 삶을 사회주의 방식으로 이끌 수 없기에 방기됨으로써 자생적으로 일어난 현상이지, 결코 중국 공산당의 계획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1980년대 등소평의 남순강화(南巡講話)에서 나온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 잘 잡는 고양이가 좋은 고양이’라는 흑묘백묘론은 ‘공산주의와 국가자본주의’ 두 시스템을 말하는 것이었지 공산주의와 이에 반대되는 시장자본주의를 말한 것이 결코 아니었다.

중국 지도자들은 중국의 개방과 개혁으로 국민들 사이에서 민주화 요구가 일자 무력으로 진압했다.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은 중국에 서구식 자유민주주의는 적합하지 않다는 ‘아시아적 가치’와 ‘베이징 컨센서스’를 주장한다.

여전히 중국은 언론을 검열하며 사상의 자유,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한한다. 만일 우리가 중국의 친구가 되고자 한다면 우리도 중국식 정치체제와 가치를 수용해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중국의 동지가 되는 대신 미국과 일본을 적으로 만들게 된다. 추구하는 정치적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의 운명을 생각하자

다만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베트남이 적화된 후, 공산주의를 하지 않아서 중국과 분쟁을 벌였던 것도 아니고, 소련이 공산주의가 아니어서 중소분쟁이 벌어진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반면 태평양 전쟁에서 패배한 일본이 미국을 따라 잡을 정도로 경제 대국이 된 후에도 미국과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자유와 민주, 그리고 시장경제가 주는 가치동맹 때문이다.

일본은 더 이상 과거의 군국주의 일본이 아니며 따라서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로 성공한 일본이 다시 군국주의로 돌아가는 일도 가능하지 않다. 이는 한때 ‘군사대국’을 내세우며 기세 좋게 나아가던 아베 정권이 결국 국민적 저항에 직면한 최근의 상황이 말해준다.

따라서 우리가 가치동맹으로 동지를 삼아야 할 국가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에 이어 차라리 일본인 것이 현명하며 그러한 가치동맹으로 중국에 대해 ‘공공의 적’이라는 적과 동지의 배치를 확인하는 것이 중국이 대한민국을 얕보지 못하게 하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에서 이러한 주장은 여전히 맹목적인 민족주의가 추동하는 반일감정, 반일의식에 갇혀 있으며 종북(從北)분자들의 반일 책동에 의해 무기력하기만 하다.

시진핑 주석은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2023년 이후에도 지속적인 중국의 영도자가 되기 위한 정적 제거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시 주석은 중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지명한 계승자가 아니기에 그 권한은 막강하며 자신이 이제 모택동과 등소평에 이어 10억 중국인들의 아버지가 될 야망을 꿈꾸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역사는 신분과 국가와 종교를 넘어 개인들의 자유를 확장하는 쪽으로 전개되어 왔다. 시진핑 주석이 꿈을 이루려면 더 많은 자유가 10억 중국인들에게 부여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시 주석뿐만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 그 누구도 중국을 계획할 수 없기 때문이며, 계획과 자유의 양립은 언제나 계획으로 기울지만 역사는 그 계획의 실패가 기록한 길고도 긴 목록을 가지고 있다.

물론 중국이 당장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실패할 일은 없다는 것이 대부분 중국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하지만 서양 속담에 ‘오믈렛을 만들려면 계란은 깨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시진핑 주석은 성공을 위해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 계란은 깨졌지만 오믈렛도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중국이 아니라, 중국에 자신의 운명을 걸었다가 겪게 될 우리 자신의 운명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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