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核갖고도 전기없는 북한, 정전은 일상

기자칼럼 백요셉 미래한국 기자l승인2017.07.27l수정2017.07.2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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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요셉 미래한국 기자  yosep2050@naver.com

에어컨이라는 말도 몰랐다. 그 곳에서는 선풍기가 있으면 괜찮게 사는 집이다. 아니, 선풍기도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강원도의 산간 오지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는 것은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것’ 만큼이나 오매불망(寤寐不忘) 기다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집 앞 뜰에서 엉덩이를 하늘로 치켜들고 엎드려뻗친 상태로 찬물 한 바가지 등에 붓는 것이 그 곳에서는 삼복더위 날 최고의 ‘친환경 힐링(Healing)’ 이다.

정전은 일상, 전기 없는 밤은 당연

뜨거운 여름 찜통더위에 불가마속이 돼버린 열차 객실 안은 땀 흘리는 사람들로 꽉 찬 그야말로 ‘소금물 제조실’이다. 그래도 여행객들은 아무런 불만이 없다. 그냥 그 소금물 제조실에 올라탔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살과 살이 부대끼며 느껴지는 불쾌한 끈적임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 한여름 사람에게서 날 수 있는 모든 악취는 그냥 그곳만의 고유한 ‘친환경 향수’ 정도로 취급된다.

1년 365일 전깃불을 볼 수 있는 날은 설날과 김일성, 김정일 생일 뿐. 그것마저도 전구알 안의 코일선이 희미한 금실로 보일 정도다. 그 곳에서만 볼 수 있는 친환경적인 전구다. 그래도 그곳 인민은 불만이 전혀 없다. 아니 불만이 아니라 장군님 탄생일이 있어서 그나마 하루라도 전깃불을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평안북도 의주군 어느 시골의 협동농장 탈곡장에 대형모터를 단 커다란 탈곡기(脫穀機)는 이미 녹슨 파철 괴물이 돼 버린 지 오래다. 광대뼈가 앙상한 농민들은 조선시대에 발로 돌리는 수동 나무탈곡기를 열심히 돌려야 한다.

아버지는 세워진 갈매기표 자전거에 올라 페달을 열심히 밟았다. 아들은 빠르게 헛돌아가는 자전거 뒷바퀴 살창에 가을걷이한 볏단을 가져다 댄다. 벼알들은 자전거 살창에 맞아 여지없이 떨어져 나간다. 그야말로 공화국 식 ‘친환경 탈곡’이다.

신의주의 유일한 대중 교통수단인 무궤도전차(전기로 가는 버스)는 정차하는 곳이 따로 없다. 그냥 시도 때도 없이 아무데서나 멈춰 선다. ‘정전(停電)’ 때문이다. 이 역시 남한의 표현을 빌리면 ‘도시 친환경 정전’이 되겠다.

이곳에서는 도시에 전기를 공급하지 못하는 저녁에 어떤 연료로 밤을 밝히는가에 따라 그 집의 경제력이 평가된다.

가난한 집은 해 떨어지면 그냥 잠자리에 들어간다. 가장 ‘친환경적 가정’인 셈이다. 가난해도 농촌 집에서는 ‘관솔불’이라도 있다. 대신 그 집안 천장은 관솔 그을림으로 그을려 있고 검게 변색된 거미줄이 드리워 있다.

그 다음에는 석유등이 있다.
석유등을 쓰는 집은 해떨어지면 잠드는 집보다는 조금 덜 가난한 집이 되겠다. 석유등과 관솔불 사이에 중간계급이 있다. 식용유등을 사용하는 집이다. 석유등과 식용유등의 상위권에 양초가 있다. 남쪽나라 연인들이 느끼는 근사한 분위기의 그 촛불이 아니다. 생일케이크에 꽂힌 알록달록한 촛대가 아니다.

소학교에 다니는 어린 딸내미가 숙제를 마쳐야 하는 초, 어머니가 구멍 난 양말을 꿰매기 위해 밝혀야만 하는 촛불이다. 여기까지는 그곳 사회의 이른바 ‘서민층’이 되겠다. 서민층의 단계를 막 벗어난 집은 배터리로 밤을 밝힌다.

여기에서도 배터리의 크기에 따라 경제력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다. 오토바이에 장착되는 소형 배터리에서 승용차용 배터리, 화물차 배터리, 그리고 탱크 배터리 순으로 올라간다. 이 배터리 계급 위에 ‘자가 발전기’ 계급이 있다.

남한에서는 길에 서 있는 푸드 트럭이나 포장마차 뒤에서 퉁퉁 거리며 돌아가는 발전용 가솔린 엔진이다. 이런 자가발전기의 엔진소리를 그곳에서는 도당책임비서나 몇몇 부자 화교 집의 높은 담 너머에서 들을 수 있다. 가장 ‘친환경적이지 못한 계급’이 되겠다.

이런 곳이 바로 완벽한 ‘친환경 사회’ 북한이다. 그곳에는 원전이 한 곳도 없다. 석탄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화력발전소도 멎어버렸다. 바다건너 미제국주의가 준다던 중유 10만 톤도 물 건너갔고 남한이 동해안 신포에 지어준다던 경수로 발전소의 부지는 90년대 이미 갈대밭이 돼 버렸다. 압록강의 수풍발전소는 너무 낡아 터빈이 자주 고장 난다. 일제 잔재라 그만하면 아주 오래 버티긴 했다.

이곳이 바로 ‘원전 제로’를 확실하게 실현한 가장 친환경적인 ‘인민의 낙원’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참으로 대단하지 않은가. 남한의 새로운 대통령은 북한의 이러한 ‘친환경’ ‘탈원전’ 사회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 미국 항공우주국 NASA가 2014년 1월 동아시아 상공을 지나면서 촬영한 한반도 야경. 불빛이 거의 없는 북한지역은 바다로 침몰 한 것처럼 보인다. / 유튜브 영상캡처

30분 정전에 장관 사퇴하는 남한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11년 9월 15일 오후 3시경부터 서울 서부 지역과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부터 시작된 전국적인 순환 정전으로 시민들의 피해사례 신고가 속출하면서 당시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전격 사퇴했다.

정전의 원인은 전력생산이 전력소비를 감당하지 못한 데 있었다. 한여름의 삼복더위 기승이 한풀 꺾인 9월 중순에 일어난 일이다. 30분 정전을 남한 국민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았다.

지난 7월 13일 오후 3시에도 부산 기장군 일부 지역에서 약 4분간의 정전사태가 발생해 승강기에 갇혀 구조 요청신고가 잇따랐다. 또 도로에서도 신호등이 꺼져 큰 혼란이 빚어졌다고 한다. 단 4분간의 정전도 남한 국민은 몹시 불편해 한다.

올 여름 역시 마른장마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다. 매년 그래왔듯 전력과부화도 예상된다. 이 마당에 대통령은 기존의 원전 가동을 중단하고 새로 짓는 원전 두 개의 건설마저 전격 중단시켰다. 그리고 ‘탈원전’을 당당하게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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