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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에 해는 지는데 갈 길은 멀구나’

가계부채 등 한국경제 현실은 침울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l승인2017.07.31l수정2017.08.0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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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webmaster@futurekorea.co.kr

경제에는 임기가 없다. 따라서 인수인계도 없다. 현재의 경제 상황을 그대로 물려받은 것으로 의제하면 된다.  한국 경제는 구조적인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다음은 한국 경제의 위기 상황을 은유한 것이다.

‘서산에 해는 지는데 아낙네의 갈 길은 멀다. 머리에는 천근만근 보따리가 올려져 있고 등에는 어린 자식이 업혀져 있다. 그런 아낙네의 손을 잡고 걷는 녀석은 힘들다고 칭얼댄다.’

그 동안의 먹거리는 점차 소진되고 있는데 새로운 먹거리는 오리무중이다.(‘서산에 해는 지는데 아낙네의 갈 길은 멀다’). 가계부채는 경기회복을 짓누르고(‘천근만근 보따리’) 임계점에 도달한 청년실업(‘등에 업힌 어린 자식’)은 세대 갈등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저성장의 구조화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자체 생존능력을 상실한 채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에 의존하는 좀비기업은(‘아낙네 손을 잡고 걷는 녀석’) 경제 활력을 잠식하고 있다. 결코 웃어 넘길 수 없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는 자신이 처한 경제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표1>은 참여정부 이래 3개 정부의 경제성장률과 세계평균 성장률을 비교한 것이다. 참여정부의 대외 경제 환경은 최상이었다. 별다른 국제적 경제위기가 없었고, 중국 경제가 고도성장을 함에 따라 한국은 거대한 수출시장을 지근거리에 둔 셈이었다. 그럼에도 참여정부의 경제 성적은 초라했다. 5년 성장률평균치(4.48%)가 세계경제성장률 평균치(4.78%)를 밑돌았다.

 

이명박 정부의 성장률 평균치는 3.20%로 참여정부 평균치 4.48%에 비해 낮아졌지만 나름 선방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엄습했다. 그럼에도 세계평균성장률(2.88%)을 웃도는 경제 성과를 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사정은 다시 악화됐다. 4년 성장률 평균치가 3%를 밑도는 2.95%로 낮아졌으며, 이는 세계평균성장률 3.18%보다 낮은 수치다.

 가계부채 뇌관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잠재적 시한폭탄이다. <표3>은 분기별로 처분가능소득대비 부채비율, 가계부채증가율,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을 정리한 것이다. 부채비율은 2013년 1/4분기에 130%를 넘어선 이후 가파르게 증가해 2016년 3/4분기에는 150%를 넘었다. 처분가능소득 증가율보다 가계부채 증가율이 훨씬 빨랐기 때문이다.

 

차주(借主) 특성별 가계부채를 살펴보면 가계부채의 구조가 매우 취약함을 알 수 있다. <표4>는 가계대출 위험군인 ‘저신용, 저소득, 다중채무자’의 가계대출 중 비(非)은행대출비중을 표시한 것이다. 비은행대출의 비중은 전체적으로 42%를 차지하고 있다. 저신용자와 다중채무자의 과반수 이상이 비은행금융기관으로 내몰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는 경우, 이들 취약계층의 이자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판단된다. 부채의 절대수준과 구조 모두 매우 취약함을 알 수 있다. 부채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채를 짊어질 수 있는 체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가처분소득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성장 페달을 밟아야 한다.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의 선택: 소득주도 성장

문재인 정부의 정책 과제는 ‘고갈된 성장 동력을 재충전하고 지연된 구조조정의 시동을 걸고 가계부채 연착륙을 시도하는 것’으로 압축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인식하는 경제 현실의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선택한 난국 타개책은 ‘소득주도 성장’이다.

소득주도 성장은 부지불식간에 문재인 정부의 보도(寶刀)가 돼버렸다. 소득주도 경제성장 선택으로 ‘규제완화와 구조개편’은 물 건너 갔다. 이제 소득주도 성장은 크나큰 기회비용을 안게 되었다. 역설적으로 소득주도 성장의 논리적 기반이 튼실하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모래성을 쌓은 것이 된다.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소득주도 성장의 이론적 타당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마차로 말을 끌게 하는’ 소득주도 성장

‘소득주도 성장’은 ‘임금주도 성장’의 변형으로 가계가처분소득을 높여 가계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줘야 소비가 늘고 경제가 회복된다는 논리다. 소득주도 성장을 격발시키는 방아쇠는 가계소득 증가로 집약된다. 재정을 통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zero) 정책 모두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중소기업이 임금인상 여력을 가질 수 있도록 대기업이 납품단가를 적정 수준으로 올려줘야 하고 최저임금의 인상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더해진다.

하지만 소득주도 성장은 치명적인 논리적 결함을 갖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에서 말하는 소득은 ‘노동 소득’ 즉 임금이다. 하지만 임금은 성장의 ‘수단’이 아닌 성장의 ‘결과’인 것이다. 성장해야 임금을 올려줄 수 있다. 소득주도 성장은 인과관계를 도치시키고 있다. 마차로 말을 끌게 하는 것이다. 한편 임금은 하방 경직적이다. ‘금리’는 경기 조절을 위해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지만 임금은 그렇지 못하다. 임금을 경기 조절 수단으로 삼는 것은 불가능하다.

소득주도 성장의 지속 가능성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소득주도 성장은 요약하면 ‘분배를 통해’ 성장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성장을 이끌 분배할 그 무엇(소득)은 누가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 제기된다. 소득주도 성장의 논리 전개는, ‘문제(성장)를 푸는 것이 아니고 해(분배)를 먼저 제시하고 거기에 맞춰 문제를 내는 격’이다. 논리 전개가 역진적이다.

지속 가능성 여부는 쉽게 판별할 수 있다. ‘분배를 통해 창출된 소득이, 다음 기(期)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분배 요구량보다 작으면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는 ‘분배를 통해 생산한 것으로, 성장에 필요한 분배 요구량을 충족시킬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능력에 따라 생산한 것으로 필요에 따른 분배량을 채우지 못하는 것’과 같은 구조이다. 분배에 방점을 찍으면 점차 가난해진다.

소득주도 성장은 논리적으로도 정합적이지 않다. 분배, 즉 소비를 출발점으로 경제를 돌게 할 수는 있지만 소비가 늘어난다고 ‘경제의 생산력’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생산력은 자본축적량, 노동생산성, 기술수준에 의해 결정된다. 내수 진작이 경기활성화에 도움이 되더라도 공급측면에서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없다. 소득주도 성장은 경제성장과 경기순환을 혼동하고 있다. 소득은 성장의 결과일 뿐 원천일 수 없다.

11조 2000억 원의 일자리 추경 편성

 <표5>는 추경 총괄표이다. 이번 추경은 총 11.2조 원을 투입해 11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중앙정부가 직접 지출하는 재원은 7.7조 원이다. 내역을 보면 예상되는 초과세수 8.8조 원의 중앙정부 몫(60%)에 세계잉여금 1.1조 원, 기금여유자금 1.3조 원을 더한 것이다. 지방정부 지출은 초과세수 8.8조 원의 40%인 3.5조 원이다.

 

이번 추경은 짜임새와 설득력에서 문제가 있다. 경제수석과 일자리수석이 공석인 상태에서 짜인 추경이기 때문에 기존에 있던 사업들을 증액하는 방식으로 예산이 배정된 배정이 흔적이 역력하다.

중앙정부 지출(7.7조 원)은 일자리 창출(4.2조 원), 일자리 여건 개선 (1.2조 원), 일자리 기반 서민생활안정 (2.3조 원)으로 나뉜다. 내역을 보면 일자리 창출에 들어가는 4조 2000억 원 중 창업투자에 들어가는 재원이 2조 2000억 원이므로 실제로 일자리 창출에 들어가는 재원은 2조 원에 지나지 않는다. 공공일자리 7.1만 개 중 ‘공무원 채용은 1.2만 명’이며 나머지는 사회서비스, 노인 일자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11만 개 일자리에는 민간연계 일자리 1.5만 개, 간접 고용창출 효과 2.4만 명은 ‘창출기대’를 반영한 것이다. ‘민간연계 일자리’는 중소기업이 2명을 고용하면 정부가 추가로 한명의 인건비를 최대 3년간 5000명까지 지불한다는 것에 기초해 산출한 것이다. 이를 연 인원으로 계산해, 즉 1.5만 명(=0.5만 명*3년)이 계상(計上)된 것이다. ‘창출기대’는 말 그대로 창출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추경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공무원 1.2만 명 늘리기’인 셈이다. 자세한 세부내역은 <표6>과 같다. 나머지 일자리 창출은 실제적으로는 ‘복지성 지출’에 가깝다. 복지성 지출은 일자리정책이 아닌 복지정책을 통해 집행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현재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연 운영예산은 약 4.5조 원으로, 기초생활수급자 160만 명을 포괄하고 있다. 따라서 추경예산 11조 2000억 원은 매우 큰 자금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추경예산의 일부’를 최소생활보장제도에서 보듬지 못하는 차상위 계층에 대한 복지 확대에 쓰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다. 실제로는 일자리 창출과 관련도 없으면서 ‘일자리 정책의 옷’을 입히는 것은 정책자원의 낭비가 아닐 수 없다. 국민혈세의 낭비다.

추경에는 공무원 충원에 따른 미래소요비용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예를 들면 자동차 구입비용은 반영되어 있지만 자동차 유지비가 빠진 것이다. 공무원 1만2000 명 중, 중앙공무원 4500명에 대한 예산만 내년부터 연간 최소한 1200억 원 소요된다. (1200억/4500명=1200만*만/0.45만=2700만 원 연봉). 여기에 보수 인상분과 정년까지 급여 그리고 연금을 감안하면 엄청난 예산이 소요된다.

추가 채용되는 공무원 1만 2000명 중 7500명(62.5%)을 차지하는 지방공무원의 경우 내년부터 추가 발생하는 급여는 재정 여력이 낮은 지방자치단체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추경 편성으로 공무원을 충원을 하는 경우, ‘사실상 매년 추경을 편성’하는 효과를 가진다. 필요한 공무원은 충원해야겠지만 신중해야 한다. 한편 오는 9월이면 내년도 예산안 심의가 시작된다. 차라리 3개월을 기다려 내년도 본예산에 본 추경재원을 포함시켜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청년실업해소를 추경편성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추경이 청년들의 눈높이와 선호도를 제대로 반영한 일자리 대책인지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일자리 대책은 겉돌 수 있다. 앞에서 지적한 대로 지난 4월 기준으로 전년도 대비 총 취업자는 40만 명 증가했음에도 청년실업률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다른 각도에서 보자. 일자리가 부족한 것은 정부의 예산 책정이 부족해서 일어난 것이 아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간한 ‘주요국 리쇼어링 동향과 정책 시사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의 해외 현지 일자리 수는 2005년 53만 개에서 2015년 163만 개로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 기업이 국내에서 창출한 일자리 수는 20만 개에서 27만 개 느는 데 그쳤다. ‘일자리 수지개념’을 고안한다면 110만 대 7만의 심각한 역조가 발생한 것이다. 비율로 치면 들어온 일자리와 나간 일자리의 격차가 2.5배에서 6배로 확대되었다.

추경편성의 기회비용: 구조개혁 포기와 국가의존의 타성화

한국의 일자리 부족이 해외로 일자리가 많이 나갔기 때문이라면, 줄어든 일자리를 재정을 통해 메꾸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아래 돌을 빼내 위로 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태엽이 풀리면 서는 ‘자동인형’을 국가 예산으로 마구 찍어 내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속도를 조절하지 못하면 그리스 꼴이 날 수도 있다.

한국인의 사고 DNA는 ‘국가개입주의’에 친화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가개입주의는 물 만난 고기와 같다. 새 정부의 첫 작품이 3개월을 참지 못한 ‘공무원 충원을 위한 추경편성’이란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공짜 점심이 없듯이 공짜 성장도 없다. 정부 의존적 일자리 창출이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 회의가 앞선다.

정부에의 의존은 ‘자기 강화적’이다. 유권자가 정부 규모에 대해 투표할 때, 투표는 “투표자 자신이 세금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부담한다”고 믿도록 고안되어 있다. 공공 선택의 치명적인 ‘내재적 함정’이다. 정부에의 의존이 타성화되는 만큼 민간의 활력은 저상된다.

경제적 자유는 ‘정치적 자유의 필요조건’이다. 고용주가 국가라면, 즉 자신의 생계를 국가에 의존한다면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자유롭게 드러낼 수 없다. 시민들이 정치적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은, 국가 이외에 그들로 하여금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준 민간 시장경제조직, 즉 ‘기업’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번 추경의 일자리 창출효과에서 ‘민간 연계 일자리 1.5만 명’은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정부가 최대 3년간 인건비를 대납한다는 것인데, 이 같은 경로를 통해 고용된 사람은 기업보다 정부의 눈치를 더 살펴야 한다. 그리고 3년 뒤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재정을 이용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은 엄밀한 의미에서 ‘셀프고용’이다.

일자리를 ‘창출’한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구매’한 것이다. 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가가치는 낮을 수밖에 없다. 누구의 것을 뺏어 누구에게 쥐어준 ‘소득의 이전’일 뿐이다.

경제 운영은 간단치 않다. 사회적 합의로 경제를 순항시킬 수 없다. 가능하다면 사회적 합의로 국민소득을 6만 달러로 올리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인기영합이 아닌 경제원칙에 충실한 사고를 해야 한다. ‘국부의 원천에 관한 성찰’이 요구된다. 이는 ‘국부론’의 정식 책명이기도 하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빈곤에서 벗어나 번영에 이르는 길은 단 하나라고 설파했다. ‘안정적인 정부, 예측 가능한 법률, 부당한 과세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그것이다. 결국 민간부문의 활력을 높일 수 있느냐의 여부이다. 최근 미국의 트럼프, 일본 아베 그리고 프랑스 마크롱 모두 민간의 활력을 살려 고용문제를 풀겠다고 한다. 우리만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 가하는 의구심이 든다.

미국 금리 인상, 중국 경제 둔화, 잠재적 원화 강세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위험 요인들을 감안할 때, 우리에게 오히려 필요한 것은 구조개혁과 규제완화이다. 우리 경제가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것이 구조개혁이라면 추경편성과 확대재정정책은 ‘구조개혁 포기’라는 기회비용을 톡톡히 치르는 것이다.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현황판을 걸었다고 한다. 정부 능력을 과신하는 것만큼 어리석고 위험한 것은 없다.

▲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이사장 / 전 한국하이에크 소사이어티 소장 /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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