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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죽이기’가 경제목표인가?

문재인 정부, 시장경쟁 구도 더 확대해야 김완진 서울대 교수(경제학)l승인2017.08.01l수정2017.08.0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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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진 서울대 교수(경제학)  webmaster@futurekorea.co.kr

본 원고는 지난 6월 15일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주최한 ‘일자리 추경, 어떻게 봐야 하나’토론회에서 발표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편집자 주>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헤이 아담스 호텔에서 열린 우리참여경제인과의 차담회에서 경제인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

지난 5월 10일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출범 초기에는 향후 5년 동안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80%대라는 조사 결과가 이어졌다. 지금은 70%대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노력과 폭넓게 인재를 등용하는 탕평 인사가 지난 정부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호평을 받고 있는 것 같다. 또한 대통령의 소탈함과 인간미 그리고 탈권위주의적인 태도가 시대적 흐름이라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러나 초기의 신선한 인사가 청문회를 거치면서 점차 구태를 보이고 있고 이념 성향이 같은 인사들이 등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갖게 한다. 뿐만 아니라 사드 배치와 같은 대북정책과 외교정책에서 벌써 이 정부의 한계를 노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경제분야 정책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문제, 소득 양극화 해소, 재벌 개혁,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등에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으나 문제는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다는 점이다. 사실 이 문제들은 정도와 방향의 차이는 있으나 모두 과거 10년간 보수 정부도 해결을 위해 노력을 경주해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문제들이다.

이 정부도 의욕과 달리 성과를 내지 못하게 되면, 초조감에 빠진 나머지 이념적 편향으로 기울게 되고 다시 기득권 세력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과거 노무현 정부의 경험을 충분히 고려해 또다시 같은 실수와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경제 분야 실수와 오류 줄이려면

먼저, 이 문제들을 이념적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상식과 사실을 바탕으로 객관적인 이론에 입각해 풀어나가야 한다. 보수나 진보 다 같이 일자리 창출,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 소득 양극화 해소, 신(新)성장동력 발굴 등은 누구나 공감하는 문제다. 재벌 개혁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지난 정부에서도 추진을 시도한 것이다.

보수와 진보의 차이는 목표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방법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떤 방법이 더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 판단의 문제다. 이념을 앞세우게 되면 정책의 차이점만 부각되고 비난과 대립이 격화할 뿐이다. 일자리 문제를 놓고 벌써 문 정부가 재벌 책임론을 들고 나오는 게 걱정스럽다.

예컨대, 일자리 부족과 청년실업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임을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그 원인에 대해 보수와 진보가 서로 다른 진단을 내리고 있다. 진보 측은 대기업의 투자 부진 때문에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공정 거래로 인해 임금 격차가 커지며 그것이 문제를 어렵게 한다고 주장한다.

재벌의 이기심이 근본 원인이라는 판단이다. 보수 측의 생각은 다르다.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강성 노조 때문에 과도한 임금 격차가 발생했고 그 때문에 대기업엔 입사 경쟁이 벌어지는 반면 중소기업은 구인난을 겪는다고 판단한다.

또한, 과도한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어서 투자 기회가 제한되고, 일자리가 외국으로 나가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일자리 문제는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아니라, 수급 불균형의 성격이 강하다. 청년 인구의 80%가 대졸자로, 모두 고임금 직종으로만 몰려드는 데 문제가 있다.

일자리는 단순히 경제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원인이 복합적으로 관련돼 있는 사회적 문제다. 기득권 세력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는 좁은 이념의 틀을 벗어나서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폭넓게 받아들여 해결하려는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모든 문제가 기업 특히 재벌의 기득권에 있다고 보는 편협한 이념을 고집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부는 대기업뿐 아니라 노조 또한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 놓도록 양보와 타협을 이끌어내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재벌 개혁은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둘째로, 우리가 당면한 경제 현안들은 대부분 시장경제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시장경제가 충분히 확립되지 못한 데서 기인한 것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시장경제는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 규칙을 엄격히 준수하는 데서 출발한다. 대기업이 경제적인 힘을 남용해 불법과 탈법을 일삼는다면 아직 시장경제가 확립되지 못한 것이다.

재벌 개혁은 공정하고 합리적인 규칙을 마련하고 모든 기업이 그 규칙을 엄격히 준수하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예컨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는 대주주가 경영권을 악용해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불공정행위의 성격이 있으므로 현재보다 벌칙을 강화하고 엄격하게 제한하는 게 옳다.

그런데 재벌 개혁이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이 아니라 오히려 경쟁을 제한하는 정책이어서는 안 된다. 경쟁을 제한하는 각종 규제는 과감하게 철폐하거나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중소기업 고유업종을 지정해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하고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정책은 경쟁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바람직한 정책이 아니다.

중소기업이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기술과 투자 등의 다양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중소기업을 보호할 게 아니라, 필요하다면 소상공인과 저소득층을 보호하는 복지정책이 바람직하다. 공정거래법은 경쟁을 보호하는 것이지 경쟁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는 원칙을 충실히 지켜나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은 바로 우리나라 경제의 성공이라는 인식을 여야가 같이 하고 정치권 전체가 협치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야당과 보수진영도 개혁적 보수로 거듭나지 않으면 안 된다.

▲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이 6월 2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2017년 하반기 경제, 산업 전망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

경제 패러다임, 추격형에서 혁신주도형으로 전환해야

먼저 정치권은 시대적 과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고속성장을 거듭한 결과 이제 선진국의 문턱에 와 있다. 아직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지는 못하고 있지만 경제규모, 수출입규모, 첨단산업의 세계적 위치 등으로 보아 양적으로는 이미 선진국에 도달했고 앞으로 3만 달러 1인당 소득을 달성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본다.

그런데 삶의 질, 관행과 제도, 국민의 신뢰 수준은 선진국 수준에 아직 한참 미달한 것으로 보인다. 양적인 성장은 압축적으로 단기간에 가능했지만, 사회 전반의 질적인 변화는 압축성장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고통과 희생과 갈등이 수반되는 매우 어려운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이러한 질적인 변화가 없이는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중진국 함정에 빠져 일본과 같이 장기 침체에 빠져들 가능성도 다분히 존재한다.

우리나라 경제는 신속한 추격형(fast follower)에서 벗어나 혁신주도형(innovation based leader)로 탈바꿈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지금까지의 경제성장전략은 정부가 주도하고 대기업의 중심으로 수출을 지향하는 전형적인 추격형 전략으로 크게 성공을 거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 전략을 대폭 수정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진정한 혁신국가로 변화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지난 박근혜 정부의 파탄을 초래한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은 정부 주도 발전전략의 시대적 한계를 그대로 드러내고 새로운 발전전략의 필요성을 보여준 역사적 사건이었다.

더 이상 정부가 기업의 후견인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대기업에게 유리한 정책을 펴고 정치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기득권을 유지하고 손쉽게 독점이익을 얻는 정경유착 하에서는 기업의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는 공정한 규칙을 제정하고 그것을 엄격히 집행하는 역할에 한정함으로써 기업이 혁신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또한 대기업의 반칙과 불법적인 행동에 대해 엄격한 법집행이 이뤄진다면 재벌이 정부에 유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한다는 불신을 해소하고 반기업적 정서를 완화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신뢰의 바탕 위에서 기업에 대한 규제를 과감하게 풀고 혁신적인 기업 활동이 자유롭게 이뤄지는 환경을 조성하게 된다. 미국이 20세기 초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고 경쟁을 촉진하는 정책을 통해서 선진공업국으로 도약한 것은 우리에게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결국, 혁신주도형 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재벌에 대한 공정한 법집행과 함께 지금까지 정부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이것은 정치인과 관료의 권한을 대폭 내려놓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끊임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규제가 풀리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은 관료와 정치인의 과도한 권한 행사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부의 권한 축소는 대기업과 정치권이 기득권을 양보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새로운 경제 발전의 전환기에 여야의 정치권이 경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지혜를 발휘하기를 바란다.

▲ UC버클리대 경제학 박사 / 전 한국계량경제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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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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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낙근 2017-08-10 21:21:02

    재벌에 대한 공정한 법 집행 없이는 경제발전의 전환기에 정치권자에 의한 경제도약 발판을 마련 해주었으면 합니다.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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