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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왜 후퇴하고 있는가? 대중은 왜 포퓰리즘에 열광하는가?

[신간] <거대한 후퇴 : 불신과 공포, 분노와 적개심에 사로잡힌 시대의 길찾기> 김신정 미래한국 기자l승인2017.08.01l수정2017.08.0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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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정 미래한국 기자  webmaster@futurekorea.co.kr

권위주의 포퓰리즘의 득세와 그에 따른 자유민주주의의 위기 징후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유럽을 비롯한 여러 지역의 극단적인 우경화 움직임에서부터 배타적 민족주의·국가주의와 외국인·소수자 혐오주의의 극성스러운 부활, 세계시민주의와 관련된 자유주의 가치와 이상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에 이르기까지.

갑자기 몇 년 전만 해도 거의 상상할 수 없었던, 많은 이들 눈에 크게 후퇴하고 있는 듯 보이는 세상이 찾아온 것이다. 이 극적인 ‘퇴행’ 전환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는 과연 여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 지그문트 바우만-슬라보예 지젝-아르준 아파두라이 외 著, 박지영-박효은-신승미-장윤경 譯, 2017년, 살림

▲ 지그문트 바우만-슬라보예 지젝-아르준 아파두라이 외 著, 박지영-박효은-신승미-장윤경 譯, 2017년, 살림

불신과 두려움, 분노와 적개심에 휩싸인 대중이 선택한 길 - 권위주의 포퓰리즘

<거대한 후퇴>는 그러한 ‘거대한 후퇴’의 뒤에 도사린 힘의 본질을 이해·분석하고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지식인과 석학 15인이 공동으로 참여한 기획의 성과물이다.

슬라보예 지젝, 지그문트 바우만, 아르준 아파두라이, 폴 메이슨, 판카지 미슈라, 볼프강 슈트렉, 에바 일루즈 등 다양한 국적의 저자들은 독창적이면서 열린 관점으로 다채롭게 문제에 접근한다.

이들은 현재까지 역사가 걸어온 과정과 예상 가능한 미래의 행보를 논하고, 이 퇴행 움직임에 대응할 길을 숙고하면서, 더 폭넓은 역사적 맥락 속에서 현재 우리가 처한 난국을 타개할 방법을 모색한다.

지난해 6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실시되어 탈퇴 찬성으로 결정 났다. 11월 미국 대선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그사이 프랑스 니스에서는 끔찍한 테러가 일어났고, 터키에서는 군부 쿠데타가 불발되었다. 브렉시트로 대표되는 국가주의의 부활과 트럼프로 대변되는 포퓰리즘의 거센 물결이 세계에 미친 충격은 컸다.

러시아의 푸틴,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폴란드의 안드레이 두다는 권위주의 선동 정치가로서 정권을 장악한 국가·민족주의 포퓰리스트의 전형이다.

여기에 극우 정당인 프랑스의 ‘국민전선’,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 오스트리아의 ‘오스트리아 자유당’과 극우 단체인 미국의 티파티, 독일의 페기다(서양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애국 유럽인), 영국의 영국수호동맹, 프랑스의 정체성연합, 이탈리아의 카사파운드도 있다. “이런 국가들의 총인구는 세계 인구의 거의 3분의 1에 달한다”고 한 저자는 지적한다.

마치 전 세계 시민 대중 대다수가 불신에 휩싸인 채, 두려움에 떨면서, 분노와 적개심을 한꺼번에 폭발시키고 있는 듯하다. 이들은 때로는 투표로, 때로는 직접적인 저항운동으로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려거나 관철해내고 있다.

그리고 포퓰리스트들은 이들의 지지를 받으며 또는 이들의 지지를 결집해 먹고살면서 권력을 거머쥐는 주인공이 된다. 포퓰리즘은 이탈·탈퇴·배제·경계·장벽·분리·구별·차이·경멸·혐오·증오의 서사로 도배되어 있으며, 민족주의·국가주의·정체성·순수성·우월성·정통성·근본주의를 모토로 삼는다.

특히 포퓰리스트들은 권위주의(가부장주의)로 가득 차 있으며 민주주의를 싫어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들은 모두 “아무 거리낌 없이 소수자와 반체제 인사를 탄압하고, 언론 자유를 억압하고, 반대자를 제거하기 위해 법을 이용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에서 자유민주주의 거부까지

오늘날 그토록 많은 시민이 도대체 왜 이러한 인종차별주의자, 독재자, 폭군, 제국주의자 포퓰리스트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열고, 의지하고, 그들의 헛된 승리의 약속을 맹신하면서 자신의 인생과 사회와 국가를 이끌어달라고 내맡기는 것일까?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희생하는 대가를 기꺼이 치르면서까지 말이다.

이들은 도대체 누구이고, 무슨 생각을 품고 있으며,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가?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바로 이 책 <거대한 후퇴>의 핵심 중 하나다. 이를 통해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 있으며, 어디로 가는지,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저자들은 다양한 이론적·실질적 논거와 예시를 동원한다. 칼 폴라니를 필두로 움베르토 에코, 토크빌, 노베르트 엘리아스,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 등 대가들의 예리한 통찰력은 이미 이 시대를 예견한다.

그중 칼 폴라니의 견해는 중요한 준거로 인용된다. 폴라니는 대표작 <거대한 전환>에서 사회가 자유시장경제로 전환한 뒤에는 사회보호(social protection)를 요구하는 대항운동(countermovement)이 등장한다고 내다봤는데, 20세기 후반 이후 신자유주의 세계질서 아래에서 일어난 변화는 그것과 대단히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폴라니는 노동, 토지, 화폐의 무분별한 상품화가 결국 사회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거대한 후퇴>는 포스트 마르크스시즘의 영향을 받은 신좌파(New Left)의 세계관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책의 제목 ‘거대한 후퇴’는 자본주의로부터 사회적 방어(Social Defence)를 주장했던 기독교 사회주의자 칼 폴라니의 세기적 저서 ‘거대한 전환’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자본주의를 ‘악마의 맷돌’이라고 지칭한 칼 폴라니의 인간적 사회주의를 대안으로 생각하는 것은 ‘거대한 오류’라 할 수 있지만 이러한 신좌파의 계급적 정치 사회론은 개인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자유주의와 서로 공방과 모색을 이어왔다.

문제는 한국에서는 서구에서처럼 자유주의와 진보주의자들 간에 지적 토론과 공방이 전무한 상태였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보수주의자들과 자유주의자들은 <거대한 후퇴>를 통해 진보의 정신적 내면과 가치를 비판적으로 탐색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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