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脫원전 논란, 기업들 “한국 떠날 수밖에”
최저임금 1만원·脫원전 논란, 기업들 “한국 떠날 수밖에”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7.08.10 18: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집권 3개월 차로 접어든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및 탈원전 정책으로 기업들의 해외 탈출이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여파가 큰 중소기업들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또한 탈원전으로 인한 산업용 전기요금마저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이 기업들의 한국 탈출을 더 부추기는 형국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과 증세, 탈원전까지 겹치면 생산성을 맞출 수 없는 기업이 한국을 떠나는 건 보편적인 현상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1919년 창립된 국내 1호 상장기업 경방이 주력 공장 시설의 베트남 이전을 확정지었다. 면직물 생산 전문업체인 경방의 업종이 국내에선 쇠퇴기에 있는 섬유산업인데다, 최저임금 인상과 정부의 산업용 전기료 인상 추진까지 맞물리면서다. 경방은 국내 공장의 추가 해외 이전과 사업 철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8월 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 중앙회에서 열린 '최저임금 관련 지역 소상공인 대표단 기자회견'에서 각 지역 소상공인 대표들이 "대폭 인상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으로 전국 소상공인들이 생존권에 위협을 느끼며 불안에 떨고 있다"며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 도입 등 실효적인 대안 논의"등을 주장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

섬유기업 경방, 베트남으로 공장 이전

김준 경방 회장은 7월 24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늘 이사회를 열어 광주광역시의 면사공장 절반을 베트남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며 “섬유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내년도 최저임금 16.4% 인상이 결정되면서 더 이상 버텨낼 여력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섬유업체들이 국내 설비를 축소하거나 해외로 이전하는 추세이긴 했지만, 2~3년은 더 두고 보려고 했었다”며 “그런데 이번에 최저임금이 10%도 아니고 16%까지 올라가는 것을 보고 곧바로 이전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특히 “게다가 (원전 축소 등으로) 산업용 전기료도 곧 오를 것 같은데 그러면 버틸 재간이 없다”고 했다. 경방 측에 따르면, 공장 이전에 드는 비용은 약 200억 원으로, 베트남의 인건비는 한국의 10분의 1 수준이고 연간 임금 상승률도 7% 안팎이어서 충분히 이전비를 뽑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이번 결정을 할 때 가장 마음이 아픈 것은 광주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150명의 직원들”이라며 “20~30년을 함께 일한 사람들이라 기존 4조 3교대를 6조 3교대로 바꿔 ‘일자리 나누기’를 할 수 있는지 다양한 방안을 놓고 고민 중”이라고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창립 멤버인 전방도 공장 3곳과 수백 명에 달하는 인력을 해고하는 방안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규옥 전방 회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나머지 인력들도 모두 해고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1935년 가네보방적으로 시작한 전방은 지금까지 각종 섬유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체이다. 전방은 1970년 경총이 창립될 당시 김용주 전 회장이 초대회장을 지냈고 현재도 경총 회장단의 일원이다. 하지만 최근 최저 임금 인상률이 16.4%로 결정되자 조 회장은 경총에 항의하고, 구조조정 의사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

전방(全紡)은 대량 인력 감축 계획

전방은 2013년에는 광주광역시 평동과 전남 익산공장에 10만추의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는 등 국내 일자리 지키기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선염 공장인 경기도 시흥공장과 국내 유일 데님 생산 공장으로 알려진 전남 영암공장도 그간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성 향상에 전력을 다해 왔다. 국내 면방기업들의 탈한국 러시 속에서도 꾸준히 설비를 늘려오던 전방으로서도 한계에 부딪힌 셈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전방은 내년 최저임금을 적용할 경우 정규직 590여 명에 대한 추가 인건비 부담이 25억 원에 달한다. 작년 전방 인건비가 161억 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 사이 인건비로만 15.5%의 비용이 추가되는 셈. 하위 생산직 임금이 오를 경우 연쇄적으로 다른 직급의 인건비 상승 효과까지 더해질 수 있어 추가되는 비용은 이를 훨씬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최저임금 인상과 탈원전의 충격파

최저임금 인상과 탈원전 정책 등에 다른 업계보다 더 큰 영향을 받는 방직업계의 한국 탈출 조짐은 이뿐만이 아니다. 7월 24일 대한방직협회에 따르면 방직협회는 최근 12개 회원사 가운데 8개 면방업체를 상대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이 경영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방직협회는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오르면 전체 근로자 중 최저임금 적용을 받는 비율이 기존 55%에서 74%로 확대될 것으로 분석했고, 이에 따라 8개사의 1인당 평균 인건비가 3500만 원에서 4000만 원으로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영난에 이어 인건비의 대폭적인 인상은 업체들의 구조조정이나 해외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에도 관련 업계는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정부의 방침에 입을 다물고 있다.

대한방직협회 관계자는 8월 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근 기업들의 해외 이전 관련 보도에 대해 묻자 “와전된 내용으로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전화를 끊었다.
기업 엑소더스(한국 탈출)는 한국 경제가 당면한 현재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10년간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 현지에서 만들어낸 일자리는 109만2000개에 달한 반면 정작 국내로 유치된 일자리는 19만9000개에서 27만1000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는 최근 언론 기고 등을 통해 “최저임금은 도입된 이래 노동 생산성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인상돼 왔다”며 “다른 나라의 최저임금은 그 나라 중위권 소득의 40~50%에 결정되는 반면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중위권 소득에 필적하게 올려놓았고 소득 수준을 감안하면 이미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함에도 정치논리만으로 두 자릿수 인상을 결정했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약속한 금액까지 추가 인상이 가능하다는 기대를 심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경제에 영향을 심대하게 끼치는 정책에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압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