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 밸리로 옮겨간 삼성전자 연구소
미국 실리콘 밸리로 옮겨간 삼성전자 연구소
  • 고성혁 역사안보포럼 대표
  • 승인 2017.08.10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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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크리스마스 이브. 수원 영통에 위치한 삼성전자 디지털시티의 불빛은 마치 크리스마스트리의 장신구처럼 빛나고 있었다. 순간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할 시간에도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연구원을 생각하니 말이다. 그래도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고급 두뇌들이 밤을 밝혀 일한다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도 들었다.

▲ 2015년 크리스마스 이브 때 영통 삼성전자 연구소의 불빛

그러나 2017년 6월의 어느 날 밤, 영통 삼성전자 디지털시티의의 불빛은 힘을 잃은 듯 꺼져 있었다. 삼성 디지털시티는 어떤 곳인가? 삼성전자의 두뇌집합소이다.

▲ 2017년 6월 불꺼진 삼성전자 디지털시티

삼성전자 홈페이지 뉴스룸에 올라온 디지털시티에 대한 설명은 <삼성전자의 ‘심장’이라고도 일컬어지는 이곳에는 문화도, 생김새도, 개성도 모두 다른 56개국 3만5000명의 글로벌 인재들이 근무하고 있는데요. 이들은 창의적 근무 환경에서 세상을 놀라게 할 크고 작은 혁신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라고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그토록 환하던 삼성 디지털시티의 불빛이 최근 꺼져 가고 있다는 것은 필자에겐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2년 전과는 너무도 대비되는 모습에 가는 길을 멈추고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페이스북에 올렸다. 불 꺼진 삼성이라는 제목으로 말이다. 그러자 삼성에서 근무한다는 페친 한분이 댓글을 달았다.

2015년과 2017년이 다른 삼성 디지털시티의 야경

‘야근, 주말 근무를 줄이고 못하게 했습니다. 야근총량제 시행 - 부서별 야근할 수 있는 시간을 정해주고 그 이상 야근을 못하게 함. 한 명이 불필요한 야근해버리면 다른 사람이 필요해도 야근 못하게 되어 야근 자제함. 주말 근무 - 사전에 근무 사유를 결재를 받고 근무 후 근무 보고서를 씀. 꼭 필요한 주말 근무 아니면 결재 안 해줌. 이러한 노력들이 최근들이 정착한 것입니다.’

말 그대로라면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일부 매스컴에서 말하는 소위 ‘저녁 있는 삶’을 살고 싶은 것은 사실 직장인들의 꿈이다. 백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의문이 생겼다. 과연 ‘연구’라는 것이 시간이 딱 정해진 틀에서만 진행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연구에서 시뮬레이션 결과 값을 도출하는 과정인데 퇴근시간 되었다고 컴퓨터 ‘팍’ 끄고 퇴근할 수 있을까? 현실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 엔지니어의 애환(哀歡)이다.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삼성전자의 심장에 불이 꺼져가는 것은 무슨 다른 뜻이 있을 것이다 라는 의문을 가졌다. 그때부터 나만의 추적 S.T.A.R.T.

미국 실리콘 밸리로 옮겨간 삼성전자의 연구센터

삼성전자는 미국 실리콘 밸리에 삼성전자 연구소를 2013년에 착공해 2016년에 완공했다, 구글 본사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완전 개방형 연구소다.

▲ 미국 실리콘 밸리 삼성전자연구소

이곳에는 삼성전략혁신센터(SSIC), 글로벌혁신센터(GIC), 삼성전자미국연구소(SRA)가 자리 잡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IoT(사물인터넷) 반도체’ 시장 선점을 위해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그 연구 중심은 영통의 디지털 시대가 아니라 미국 실리콘 밸리 삼성전자 연구소다. 한마디로 삼성의 미래 먹거리 연구의 중심이 미국으로 옮겨갔다는 이야기다. 수원 영통의 삼성전자 디지털시티의 불빛이 예전 같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 실리콘 밸리 연구소는 지난해 6월에 IoT 반도체 플랫폼 ‘아틱’을 출시했고, 올 4월에는 IoT 전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아이’ 첫 제품 개발을 완료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반기에 미국 워싱턴에서 ‘IoT 정책 포럼’을 열고 4년 간 약 12억 달러(약 1조3500억 원)를 투자해 IoT 세상을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은 이미 2015년 말에 연구소 조직을 통폐합했다. 삼성전자는 29개에 달하는 국내 연구소 조직을 통폐합하고 본사 경영지원 조직을 대폭 축소했다. 가장 큰 변화는 연구소와 본사 경영지원 조직이다. 삼성전자는 종합기술원을 비롯해 완제품 선행 개발을 맡은 정보미디어(DMC)연구소, 미래 반도체를 연구하는 반도체연구소, 무선연구소, 소프트웨어연구소 등 중복되는 29개 연구 부서를 재편했다.

2015년 말, 삼성 영통 디지털시티 조직 통폐합

그 과정에서 DMC연구소에서 인원 중 1000여명을 각 사업부로 현장 배치하는 등 국내 연구소 조직 인력을 재배치했다. 당시 삼성관계자는 “과거에는 5~10년씩 중장기 미래를 연구하는 조직이 많았지만 지금은 당장 개발 가능한 제품에 주력하는 분위기”라며 “모자란 부분이 있으면 과감한 해외 M&A(인수합병) 등을 통해 보완하겠다는 전략”이라고 언론에 설명했다.

대신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M&A하는 방식으로 R&D 역량을 강화하는 전략을 취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자동차 전장부품 생산업체인 독일의 하만을 9조 원에 사들인 것이다. 모바일 IT 시장 외에 자율형 자동차와 전기자동차 시장의 급속한 확장은 반도체의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것으로 삼성은 보는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 실리콘 밸리 삼성 연구소에서 사물인터넷(IoT) 반도체를 집중 연구 개발한다는 것은 동일선상의 연장으로 해석된다. 사물인터넷은 현재 전기자동차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휴대폰과 연동은 물론이고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PC나 스마트폰보다 더 많아진 세상이다.

미국 삼성연구소 책임자는 인도 출신 천재과학자

사실 IMF 직전 이건희 회장이 생뚱맞게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었는지 이제야 이해가 된다. 역시 이건희 회장의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1일, 최근 미국 삼성연구소 SPA(삼성 리서치 아메리카) 책임자 ‘프리나브 미스트리’ 상무를 최근 VP(vice president)에서 SVP(senior vice project·전무급)로 승진시켰다.

그는 삼성이 주력하고 있는 VR(가상현실) 부문 최고 책임자다. 인도 출신 천재과학자 미스트리는 미국 MIT를 졸업하고 30대 초반 삼성전자에 영입되었다. 지난 2014년에는 최연소 상무로 승진했다.

그는 2009년 MIT테크놀로지리뷰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젊은 과학자 35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삼성의 미래를 책임지는 먹거리 신기술 개발에는 미스트리 전무를 포함한 인도계 출신 3인방이 있다. 이들 모두 미국 실리콘 밸리 삼성전자 연구소에서 연구 개발하고 있다. 이쯤 되면 왜 영통의 삼성전자 디지털시티의 불빛이 희미해져 가는지 짐작이 간다.

이건희 회장은 세계 최고 두뇌를 영입하기 위해 전용기까지 투입하는 열성을 보인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한국의 제반 환경과 아이들 교육 문제 등은 우수한 해외 엔지니어 영입에 큰 장애물이다.

결국 미국 실리콘 밸리에 삼성전자 연구소를 설립함으로써 여러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이유로만 삼성 디지털시티의 불빛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은 아니다.

세계에서 삼성전자의 위상은 슈퍼 기업

삼성은 태평로 소재 삼성생명 건물을 (주)부영에 매각하고 임직원들은 서초동 사옥으로 옮겼다. 서초동의 삼성전자 직원은 영통 디지털시티로 이전함으로써 인력 재배치를 실시했다. 그 결과 연구부서의 조정도 있었다.

삼성전자 반도체는 올해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없어서 못 팔 정도라는 즐거운 비명이다. 올해 2분기에 삼성전자는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슈퍼 호황’에 힘입어 매출·영업이익·순이익에서 모두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하면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반도체 사업 부문은 사상 처음으로 8조 원이 넘는 분기 영업이익을 내며 실적을 견인했다.

기업에게 국경은 없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기기에 주로 들어가는 차세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압도적인 기술로 글로벌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수직형 반도체인 낸드(NAND) 시장에서 삼성의 위치는 독보적이다. 수직형 3D 낸드 플래시 메모리는 스마트폰의 메모리 용량을 결정한다.

3D(3차원) 낸드 메모리는 2D(평면) 낸드 메모리보다 공간은 적게 차지하면서 저장 용량은 최대한 올릴 수 있다. 애플조차도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아이폰8의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만큼 삼성전자 반도체의 위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삼성이 약 9조 원을 들여 인수한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업체 ‘하만’의 실적(매출 2조1500억 원, 영업이익 100억 원)도 눈여겨 볼 만하다. 모바일 시장뿐만 아니라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의 시장도 급속하게 확장하고 있다. 이 역시 반도체의 대량 소비를 의미한다.

글로벌한 한국의 대기업에게 이제 한국은 너무 좁다. 최근 삼성전자는 트럼프의 정책에 발맞추는 듯 내년 초 가동을 목표로 미국 현지에 연산 200만대 규모의 생활가전 공장을 짓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보도되었다.

▲ 미국 뉴저지 잉글우스 클리프에 세워질 LG전자 미국 신사옥 조감도

LG전자 역시 지난 2월 7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 주 잉글우드클리프에서 LG전자 미국 신사옥 기공식을 열었다. LG전자는 본격적으로 신사옥 조성을 추진하며 미국 시장에서 제2의 도약을 이끌어 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도 국내 생산보다 해외현지 생산이 몇 갑절 더 많다. 이제 한국만의 기업이 아니라 세계의 기업이 되었다. 정부가 옥죄면 죌수록 기업은 소리 없이 떠나간다. 기업인에게 국적은 있지만 기업에게는 국경은 없기 때문이다.

▲ 글로벌 디펜스 타임즈 기자 / 군사전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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