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정책은 시대착오적 환경운동”
“탈원전 정책은 시대착오적 환경운동”
  • 김민정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7.08.14 11:55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만성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인터뷰

영상 조희문 미래한국 편집장 / 사진 백요셉 미래한국 기자

문재인 정부 김현철 청와대 경제수석이 산업부 장·차관을 향해 “문재인 대통령의 탈(脫)원전 정책을 제대로 서포트하지 못한다”는 질타성 발언을 한 사실이 8월 2일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이 4차 산업혁명과 원자력발전 현황 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얘기를 듣고 정책 방향을 토론하기 위해 개최된 비공개 워크숍에서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공무원은 “산업부가 40년 동안 원전이 가장 값싸고 안전한 에너지원이라고 홍보했는데 이 태도를 하루아침에 뒤집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며 곤혹스런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우리 원자력 기술은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진 원자력 전문가들 사이에서 비전문가의 “탈원전” 외침이 허공을 가른 꼴이다. 정부의 탈원전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래한국은 이 분야 최고의 석학 가운데 한명으로 꼽히는 임만성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를 직접 찾아가 만났다.

임 교수는 카이스트에 설립된 핵비확산교육연구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고, 원자력 공학 뿐 아니라 관련된 환경, 안보, 사회정책, 국제문제 등 다각도로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인터뷰는 8월 1일 오후 대전 카이스트 임 교수 연구실에서 이뤄졌다.

- 원자력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7년 후 환경보건학으로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으신 것으로 압니다. 원자력 분야에 대한 문제 의식이 그쪽으로까지 확대된 것인가요?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원자력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근무하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원자력에너지를 우리나라가 잘 활용하려면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또 원자력 관련 사고 가능성과 우리가 그런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충분한 대비는 되어있는지 등등 그런 질문들이 떠오르더군요. 동시에 그에 대한 답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원자력 말고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또 무엇이 올바른 길인지, 원자력 사고에 대한 대처 등 다방면으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미국으로 간 겁니다.

원자력 정책 최고 전문가

- 원자력공학 전문가 가운데 환경 문제를 함께 연구한 거의 유일한 전문가로 알고 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원자력은 친환경 에너지인가요?

원자력 에너지는 일반적으로 친환경에너지라고 합니다. 물론 친환경적이라는 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말이죠. 요즘 말 많은 지구온난화나 온실가스 배출 등의 측면에서 보면 친환경적 에너지가 분명합니다.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 천연가스에 비하면 원자력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 양이 적으니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죠.

동시에 원자력 폐기물 처리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완전히 친환경적이라고 말하기에는 또 부담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이 부분은 과학적인 영역이라기보다는 사회적인 부분과 관련이 있어서 좀 더 복잡하죠. 우리나라 국민들은 원자력발전소 사고 가능성에 대해 굉장히 우려가 깊습니다. 최근에는 원전에 대한 반대 움직임도 많고 정치권 등에서도 그 문제로 움직임이 있고요.

- 원자력은 친환경 에너지임에도 일반 국민 사이에서는 오해가 많은 것 같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후쿠시마 사고나 체르노빌 사고를 통해 원전을 피상적으로 이해하는데 우리가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가 라는 점에서 따져볼 때 복잡한 면이 있습니다. 원전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놓고 기술적으로만 판단하는 것과 수많은 사회 정책 및 심리적인 면에서 판단하는 것과는 상당한 온도차가 있습니다.

과학자들이 생각할 때 ‘이 정도의 방사능 피폭은 있을 수 있고,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해도 사회심리학적으로는 허용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이죠. 두 문제 사이를 기술적으로 완전히 구분할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사고가 발생하면 미치는 영향도, 비용도 크게 발생하므로, 그런 면에서는 친환경적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안으로 취할 수 있는 석탄, 석유, 가스, 수력, 풍력, 태양열 등과 같은 에너지와 비교했을 때 얼마나 차이가 나는가를 보면 이야기가 또 달라지거든요. 그런 면에서 원전이 완전한 친환경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나은 것이죠.

신재생에너지로는 국가의 에너지 정책 수립 불가능

- 지금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탈원전의 핵심은 신재생 에너지로 원자력 에너지를 대체하자는 겁니다. 신재생 에너지와 원자력 에너지는 별개인가요?

사실 신재생 에너지라는 말보다 재생 에너지가 더 정확한 말입니다. 신재생 에너지란 말이 쓰이게 된 것은 풍력이나 태양열 에너지 말고 쓰레기를 소각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게 많다보니 신(新)이 붙어 둘을 합쳐 신재생 에너지라고 부르는 겁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그냥 재생 에너지라고 부르죠. 재생 에너지란 환경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를 말합니다. 가령 바람, 태양볕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죠. 굉장히 이상적이고 또 가능하다면 우리가 앞으로 가야 될 길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신으로부터 받은 그런 에너지를 이용해 앞으로 인류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을까, 저는 이런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결론은 완벽한 해결책은 없다는 겁니다. 흐린 날은 태양열을 이용할 수 없고 바람이 안 불면 에너지를 생산하지 못하는 것이죠.

간헐적으로 생산하는 에너지로는 24시간 365일 인류가 필요로 하는 전기 등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엄청난 제약이 있습니다. 국가가 에너지 수요량과 공급량을 예측하고 전력계획을 세우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신재생에너지 20%에 보완 가스발전 에너지 80% 필요

- 국가가 전력계획을 세우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경제에도 엄청난 타격이 예상되겠군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태풍이 부나 24시간 항상 전기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석탄이고 원자력인 것이죠.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해 쓰려면 ‘생산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래서 생산한 에너지를 저장했다 쓸 수 있는 저장장치가 등장하게 되는 것인데요, 굉장히 비싸서 국가적으로 감당하기가 어렵습니다. 유럽의 경우는 국가 정책적으로 신재생 에너지 사용률을 높여왔습니다. 덴마크나 독일과 같은 나라가 신재생 에너지를 많이 투입했어요.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신재생 에너지 사용률이 올라가서 간헐적 공급이 커지다보니 전력망이 같이 변동합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다른 발전소에서 석탄, 가스가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가 신재생 발전으로 바뀌면 다른 에너지 생산을 낮춰야 한다는 거예요.

신재생 에너지 공급이 불안정하게 출렁거리면 다른 출렁거리지 않는 기저발전소도 같이 출렁거리게 됩니다. 갑자기 예고 없이 햇볕이 사라지거나 바람이 안 불어 발전이 죽게 되면 또 다른 발전 채널들이 대신 픽업을 해 에너지 공급을 계속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전력망 안전성에 큰 부담이 되는 것이죠.

- 특히 전기 공급이 중요한 제조업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 같습니다.

전력망 안전성은 주파수로 나타나는데요, 주파수가 안정적이지 않고 갑자기 떨어지거나 높아지면 전기를 쓰는 상품들의 퀄리티가 낮아집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 부품 같은 것을 생산한다면 정밀도가 떨어지는 것이죠.

특히 요즘처럼 4차 산업혁명과 같은 전기 중심 사회로 가고 있는 상황이라면 전기 에너지의 품질이 굉장히 좋아져야 하는데, 전기 주파수가 왔다 갔다 하면서 전기 품질이 나빠지면 관련된 모든 생산업계가 영향을 받아 생산품이 손상되거나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결국 신재생 에너지 사용이 높아지면 생산품 품질이 나빠지는 것이죠. 유럽에서는 신재생 에너지를 한 20% 정도 사용합니다. 미국도 신재생 에너지 사용률 비율을 이 정도를 한계치로 봅니다.

그 이상 올라가면 전력망 안전성에 문제가 생기고 잘못하면 전력망이 셧다운 될 수 있는 위험이 있어 가급적 20% 정도까지 가지 않는다는 제한을 두고 있어요. 그래서 신재생 에너지를 국가의 주요 에너지 공급원으로 갖는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 정부에서는 신재생 에너지가 대안인 것처럼 말하고 원전을 밀어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말씀하신 문제점에 대한 정부의 검토는 없었던 것인가요?

정부가 그렇게 이야기하는 데는 배경이 있습니다. 신재생 에너지는 (전력망 안정성이) 불안정하므로 에너지공급 백업이 필요합니다. 보통 신재생 하나를 집어넣으면 백업이 4개가 들어가야 하지요. 신재생을 20%로 채우면 백업은 80%가 돼야 하는 것이죠. 보통 외국이나 우리나라도 신재생 에너지를 돌리면 가스발전소를 백업으로 넣습니다.

사실 신재생 에너지 20%로 가겠다는 건 80%를 가스로 넣겠다는 거예요. 천연가스를 백업으로 넣으면 불안정성 문제는 해결되죠. 그런 점은 괜찮은데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현 정부의 방침은 천연가스를 쓴다는 것인데요, 이건 문제가 없느냐 하면 그렇지 않거든요. 정부가 트럼프 정부에 셰일가스를 대량으로 사겠다고 했잖아요?

미국을 달래기 위해 대량 수입하겠다고 한 것인데, 이것도 이슈 거리지만 문제는 미국이 과연 우리가 원하는 만큼의 양을 장기적으로 공급해줄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사실 우리가 70년대에 오일쇼크로 굉장히 어려움을 겪었듯, 이 문제에서 불확실성이 높죠.

- 하긴 대미관계나 세계 에너지 전쟁 등 변수가 많을 것 같습니다.

천연가스는 지금 가격이 낮고, 또 앞으로도 몇 년 동안 또는 현 정부가 끝날 때까지는 문제가 없을 수 있어요. 하지만 언제라도 상황이 바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에너지 안보 상황이 나빠지거나 전 세계적으로 폭동과 같은 어떤 문제가 생겨 가격이 올라가면 우리나라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산업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 줄 아세요? 우리나라가 제일 잘하는 전자제품, 휴대폰, 반도체를 만들어 다 팔고 또 자동차, 선박도 몽땅 다 팔아 수출로 벌어들이는 돈이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금액보다 훨씬 적습니다.

우리가 에너지 수입을 10%만 줄여도 무역수지는 20% 이상 좋아집니다. 그 정도로 에너지 문제가 중요한데요, 천연가스를 그렇게 많이 수입한다면 역설적으로 그만큼 더 열악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죠. 또 하나, 천연가스는 온실가스 지구온난화 대비에 대해 그다지 좋은 해결책이 안 됩니다.

천연가스는 석탄보다는 낮지만 석탄이 생산하는 절반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요. 천연가스는 석탄보다 낫지만 지구온난화, 온실가스 배출 문제의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이죠. 문제는 또 있습니다. 천연가스는 초미세먼지가 꽤 나와요. 미세먼지 해결 문제에 있어서도 장기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이런 이유들로 해서 천연가스에 우리가 풀 배팅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 부담이 있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천연가스는 사고가 날 수 있습니다. 큰 저장장치가 필요하다보니 큰 탱크가 왔다 갔다 해야 하기 때문이죠.

이념 위에 올라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탈핵 일방 독주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왜 이런 판단과 조언을 듣지 않고 탈원전을 고집하는 것일까요?

먼저, 탈원전이나 탈핵은 신념이나 이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70년대 환경운동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요. 환경운동이 시작된 1970년대에 환경론자들은 인구를 줄이는 것을 중요한 해법으로 봤습니다.

환경 문제의 뿌리를 캐보니 인구가 너무 많고 빨리 증가하는 것이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된 것이죠. 그때 그 사람들이 인구증가와 과소비의 원인을 따지다가 생각한 게 원자력이었습니다.

원자력은 비용이 싸고 굉장히 많은 에너지 생산하죠. 이를 바탕으로 산업화를 이루게 되고요. 우리나라도 사실 원자력 때문에 급성장을 했고 과소비 시대로 가게 된 것이죠. 그것과 관련해 탈핵 논쟁이 시작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하지만 과거 미국에서 탈원전 주장하던 환경론자들 일부는 친원전으로 상당히 돌아섰지 않습니까?

탈원전은 70년대 80년대 환경운동가들에게는 일종의 패션이었죠. 그린피스 등의 단체가 세계적으로 2000년대 초반까지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러나 일부환경 운동가들 예를 들어 그린피스의 창시자들, 반원전자들이 돌아섰습니다.

최근 한국에 들어왔던 마이클 쉘렌버거 등 전 세계 주요 환경운동가들 가운데 일부가 친원전으로 돌아선 것이죠. 사실 우리나라 환경 운동하는 분들은 그런 면에서 구식이죠. 서구보다 10년 내지 20년 이상 뒤떨어져 있어요. 우리나라의 지금 환경운동, 반핵 탈핵은 80년대 유럽, 미국의 움직임이 그대로 온 것이에요.

정부가 사회주의적 정책 가운데 분배 등에 역점을 두는 것은 옳겠지만 모든 면을 세밀히 따지지 않고 과거 서구의 이념들이 한꺼번에 패키지로 들어와서 적용되는 것은 무리입니다.

제2의 광우병 공포가 된 원전

- 탈원전 문제에는 북한 핵무기 개발 등 안보 이슈도 녹아 있습니다. 우리가 원전을 아직 무기화하지 않고 있지만 잠재력이 있는 만큼 (탈원전으로) 우리의 가능성을 아예 봉쇄할 경우, 결국 북한 핵무장에 도움만 주는 꼴 아닌가요?

공교롭게도 지금 탈원전을 주장하는 사람들과 친북적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공통분모가 많습니다. 핵안보 분야도 연구하는 입장에서 연관성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은 탈핵운동이 강한데요, 우리나라 환경론자들의 대부가 또 일본 사람들입니다. 한국계 일본인들이죠. 일본은 우리나라가 원하는 재처리 농축 기술 등을 다 갖고 있습니다.

핵무기만 없을 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모든 기술을 다 갖추고 있는 것이죠. 그 점에 대해 일본 환경운동가들이 강력히 견제하고 비판하는 흐름이 있습니다. 일본이 핵무기 보유 국가로 갈 수 있는 그런 기술은 포기하고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데, 그 목소리의 일부가 또 우리나라에 들어와 환경운동과 연계돼 있습니다.

- 그 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급속한 탈원전 정책에 무리수가 너무 많아 보입니다.

탈원전 정책은 북구 항로 개척에 의지가 있는 문 대통령의 입장에서 자가당착일 뿐 아니라, 그런 정책이 나오게 된 발상도 엉터리입니다. 원전의 위험을 다뤘다는 영화 ‘판도라’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원전사고가 나면 다 죽겠구나’ 느꼈다고 하죠. 문 대통령도 이 영화를 보고 원전을 허용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는데, 사실 이 영화는 허구입니다.

이 영화를 만들 때 사실성을 높인다고 영화 관계자들이 원자력계를 찾아와 자문을 구한 일이 있어요. 자문을 해준 분이 제가 아는 분이고 여성분인데요, 두 번인가 자문을 해주면서 “그건 말도 안 되고요, 이건 틀렸고요” 이런 지적을 했더니 두 번째 자문을 받고선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자기들 마음대로 만든 거죠. 전문가가 볼 땐 말도 안 되는 것을 갖고 영화가 만들어졌으니 순전히 영화일 뿐인데, 그걸 본 대중은 실제로 받아들인 겁니다.

- 문재인 대통령의 판도라 영화 소감이 논란이 되긴 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지진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강도의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해요. 지형과 여건상 그 정도의 에너지가 합쳐져 원전 사고로 나타날 가능성은 제로라고 보거든요. 우리나라에서 일어날 수 있는 6~7 강도의 지진은 원자력 발전소가 충분히 감당하고도 남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근거 없는 우려라는 것이죠. 혹시 있을지 모르는 지진과 원전 사고 때문에 무서워서 못살겠다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사회심리적 공포인데 과학적 사실과는 상관이 없는 거거든요.

예전 광우병 케이스처럼요. 대중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우리나라 사람은 다 죽는 것처럼 공포를 느꼈잖아요. 원전도 그런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거죠.

- 정부가 대중의 불안감을 해소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불안 심리를 조장하는 면도 있어 보입니다. 예를 들어,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가동을 연장하는 건 세월호 사고와 같다”라는 말이 정부에서 나왔습니다. 먼저 팩트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설계수명을 연장한다는 말이 맞는 건가요? 실제로는 계약을 연장하는 의미일 텐데요, ‘설계수명 연장’이라는 건 굉장히 감성적인 단어인 것 같습니다.

설계수명을 연장한다는 표현은 맞지 않습니다. 설계수명이란 말을 영어로 라이프타임(lifetime)으로 번역을 했는데, 원래 라이프타임이란 말 자체가 잘못된 겁니다. 설계수명이 아니라 인허가 된 사용기간을 말하는 것이죠. 원자력 발전소는 낡은 부품을 교체하고 판단의 기준이 되는 핵심 재료들을 평가해서 수명을 판단하는 겁니다.

미국의 경우는 80년까지 간다고 보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고리원전이 40년 됐다고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을 계속 쓰는 것은 세월호와 같다고 표현한다면, 미국의 거의 모든 원자력 발전소들이 세월호와 같다 라는 말과 똑같은 겁니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인 거죠. 미국 원자력 관련 전문가들이 이 이야기를 들으면 웃을 겁니다.

실제로, 원전의 ‘설계수명’ 또는 ‘수명연장’이란 표현은 잘못됐다는 지적이 과거에도 있었다. 2013년 2월 바다사랑실천운동시민연합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본문 어디에도 ‘원전 수명(壽命)’이란 말이 없으며, 단지 ‘면허갱신’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을 뿐”이라며 “NRC 본문을 살펴보면 ‘원전은 수명이 없을 뿐만 아니라 원전의 계속운전은 인가(免許) 당시부터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원자력에너지법과 NRC 규정은 상업적인 원전의 인가(免許)는 초기 40년 동안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원전 인가를 갱신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꼬집었었다. 원전 인가에 대한 최초 40년도 원자력 기술에 대해 제한을 두는 게 아니라 경제적 상황 등을 근거로 제한한 것이고, 원전 일부 구조와 부품 문제에서 예상되는 40년 서비스 기간을 고려해 제작됐기 때문에, 새로 교환하면 재가동, 즉 계속운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당시 바다사랑연합은 “우리나라만 design life를 ‘설계수명’으로 잘못 번역해서 지난 30여년을 사용해왔기 때문에 시민단체들이 설계수명이 끝났으면 원전의 계속운전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한 “원전은 기계이지 생물체가 아니기 때문에 수명(壽命)이란 말을 사용할 수 없음에도 이를 잘못 번역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원전의 계속운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 원초적인 배경”이라며 “잘못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는 눈감고 있다 4년여 뒤인 현재 원전폐쇄를 놓고 황당한 갑론을박을 벌이는 촌극을 빚고 있는 셈이다. 임만성 교수는 설계수명과 관련해 이런 모순점들을 지적했다.

원전 ‘설계수명’ ‘수명연장’은 엉터리 표현, 오역이 키운 불안감

- 말씀을 들어도 여러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원전을 갖고 있는 것이 유리하고 이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세계 흐름에 맞습니까?

세계적으로 원자력 발전소는 아시아에 몰려 있습니다. 일본, 한국, 중국 등인데 그 가운데서도 중국은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원자력 발전소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나라가 됩니다. 거의 140개를 지을 예정이지요. 세계에서 원자력 발전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를 이웃으로 두고 있고, 만에 하나 원전사고가 난다면 우리나라가 직접 영향을 받습니다.

우리는 원전 위험 때문에 탈핵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앞뒤가 맞지 않죠. 우리는 원자력발전 기술을 더 발전시켜 최첨단 기술을 중국에 수출하거나 중국의 안전위협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데 활용해야 합니다. 지금 여기서 정지한다면 더 이상 기술의 진보는 없을 것이고, 동북아 원자력 협력체계에서 우리가 가진 리더십을 발휘할 수도 없게 되고요.

혹시 통일이라도 된다면, 에너지 빈곤국인 북한의 재건을 준비해야 할 텐데 그런 면에서도 역행하는 것이죠. 그동안 쌓은 노하우나 기술을 버리게 되면 비핵화에 있어서도 거꾸로 가는 게 됩니다. 탈원전 정책은 여러 면에서 맞지 않고 이득이 되지 않습니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산 2017-08-14 14:24:18
아인슈타인과 호킹의 이론을 뒤집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면서 그 이론에 반론하면 5천만 원의 상금을 주겠다는 책(제목; 과학의 재발견)이 나왔는데 과학자들이 반론하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중력과 전자기력을 하나로 융합한 통일장이론으로 우주의 기원과 생명의 본질을 밝히고 자연과 사회의 모든 현상을 명쾌하게 설명하면서 서양과학으로 동양철학(이기일원론과 연기론)을 증명하고 동양철학으로 서양과학을 완성했다. 이 책은 형식적으로는 과학을 논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인문교양서다. 이 책을 보면 독자의 관점, 지식, 철학, 가치관이 모두 바뀐다.

이산 2017-08-14 14:26:02
철학은 본질을 탐구하고 과학은 현상을 연구한다. 그래서 그들이 다른 길로 가고 있지만 계속 전진하면 결국 만나야 한다. 왜냐하면 본질을 발견하면 현상을 이해하고 반대로 현상을 이해하면 본질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의 원리를 모르면 올바른 가치도 알 수 없으므로 과학이 결여된 철학은 진정한 철학이 아니며 반대로 철학이 결여된 과학은 위험한 학문이다. 미사일, 핵발전소, 핵무기, 화학무기, 생명과학 등은 올바른 철학으로 통제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