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 100일, 보수의 혼돈 100일
문재인 정권 100일, 보수의 혼돈 100일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7.08.22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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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비판이 소통되지 않는 문재인 정권의
묻지마 지지율은 결국 자유한국당에 원인이 있다.

 

지난 8월 17일로 문재인 정권은 100일을 맞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진정한 국민주권시대의 시작’이라는 말로 자신의 집권 100일을 자평했고 이에 대한 화답은 정치적 입장에 따라 극과 극으로 갈렸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 제윤경 대변인은 ‘진정한 소통의 시대’라는 평가와 함께 ‘촛불의 열망’을 거론했다. ‘나라다운 나라’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아젠다가 실현되고 있다는 주장도 빠트리지 않았다. 하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평가는 냉혹했다.

“문재인 정부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내로남불, 오만과 독선, 포퓰리즘과 아마추어리즘이다”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의 말이다. “불과 100일의 시간 동안 정신없이 많은 것을 쏟아냈지만 그때마다 사회 혼란과 국민 갈등은 심화됐을 뿐”이라는 말로 문재인 정권의 100일을 평가절하했다.

그러면 우리 사회 각 분야 전문가들의 평가는 어떨까. 문재인 정권 100일을 평가했던 정책 시민감시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의 세미나에서 나온 주요 평가는 다음과 같다.

△ “문재인 정부는 확신편향에 빠져 있다. 유연한 정책을 통해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도그마에서 빠져나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조동근 명지대 교수

△ “최저임금 1만원 운동은 고학력 청년 백수의 양산, 취업이나 창업을 통한 계층 이동성의 약화, 저임금 문제에 대한 국가의 무책임 등이 합작한 기형이다.” - 김대호 사회디자인센터소장

△ “헌법에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명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교육부는 교원의 정치활동을 허용하는 쪽(전교조 합법화)으로 관련 법안과 정책을 제시하고 있어서 교육 현장의 혼란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 “핵문제를 미북 사이 문제로 보는 북한과 지금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 수준에 비추어 볼 때, 북한에 끌려갈 가능성이 높다. 북한으로부터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한국이 ‘민족공조’냐 ‘한미공조’냐의 양자택일을 강요받을 수도 있다.” - 남광규 고려대 SSK연구단

▲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문재인 정부 100일 평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

합리적 평가, 그러나 공허한 비판

경제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의 핵심인 ‘소득주도성장론’의 허구성을 지적한다. 소득주도성장론의 이론적 바탕은 ‘낙수효과’가 없다는 전제에 바탕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이 인식하는 낙수효과는 ‘부자가 많이 벌면 가난한 자도 소득이 증대된다’라는 식의 잘못된 이해에 기초하고 있다.

낙수효과란 ‘부자의 소득과 지출 증대가 가난한 이의 후생을 증가시킨다’고 해석하는 것이 정답이다. 대표적인 현상이 과거 부유층만이 사용했던 휴대폰이 소득이 적은 자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보편화된 케이스다. 이는 기업들이 부유층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대량생산과 기술혁신 경쟁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부자들이 사치품에 지출하면 할수록, 그 사치품은 서민들에게 필수품이 되어가는 이치다. 18세기 욕조가 그랬고 20세기 자동차가 그랬으며 21세기 스마트폰이 그랬다. 수요와 공급이 확대되면 서민들에게는 일자리가 늘고 구매력이 증가한다.

그것은 반드시 소득만의 증가가 아니라, 제품 가격의 하락으로 실질적 구매력이 증가하는 후생의 증대를 가져온다. 200년 전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이러한 현상을 ‘저렴과 풍부’라는 말로 표현했다. 시장경제가 주는 축복이다.

그렇다면 왜 한국에서 낙수효과가 없어졌다는 말이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낙수효과를 발생시키는 시장이 더 이상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로 설명된다.

보수든 진보든, 우파든 좌파든 자유시장경제의 원리를 신뢰하지 않고 관치경제와 규제로 일관해 온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건국대 김원식 교수(경제학)는 정치권이 ‘법치 vs 시장’이라는 잘못된 이분법에 빠져 왔으며 문재인 정권은 이를 더 심화시키고자 하기에 반드시 ‘시장의 보복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노조를 이끌며 노동운동을 했던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센터 소장의 비판이 객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먼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이었던 2017년 2월 6일 서울 노량진 고시학원을 찾아서 수험생들을 앞에 두고 공약을 재확인하고 이튿날 10일 JTBC 썰전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공무원 초임이 연봉이 2000만 원 정도”되니 “10조면 연봉 2000만 원짜리 공무원 일자리를 50만 개 만들 수 있다”고 했던 발언을 상기시킨다.

실제로 문재인 후보는 TV 토론회에서 이 공약의 재원을 설명하지 못했다. 김대호 소장에 의하면 문재인 정권은 이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사회적일자리센터를 만들고 ‘민간에 이미 존재하는 63만 6000개 공공·사회 서비스 일자리를 공공부문으로 전환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러한 노동정책은 공무원 세상을 만드는 사회주의 정책에 다름이 아니었다. 김대호 소장은 특히 최저임금 1만원에 대한 문재인 정권의 로드맵에 대해 ‘이미 현재 지불되는 최저임금은 식비와 유휴수당 등, 불산입 비용들을 고려하면 1만원이 넘는 사실을 지적했다.

무엇보다 우리 시간당 최저임금은 일본, 미국보다 높으며 가장 심각한 문제는 미국, 일본 같은 나라에서 산업별, 지역별로 차등화 하는 최저임금제를 무시하고 획일적 제도를 법제화하는 상태여서 이를 고려하지 않는 시간당 1만원 로드맵은 수많은 자영업자들의 파산을 불러오게 된다는 것이다.

▲ 바른정당 김세연 정책위의장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100일 평가 토론회 '문 정부 불안한 외교, 안보대응 어떻게 할 것인가?'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연합

국민들의 묻지마 문재인 지지율은 왜?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부문은 이미 문재인 대통령이 주창한 베를린선언이 북한의 거부와 도발로 무색해진 가운데 민족공조와 한미공조 사이에서 불안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집약된다.

사드 배치 문제에 관해서는 거부와 보류, 수용, 보류라는 모순된 행보를 보임으로써 중국과 미국 양쪽으로부터 신뢰를 잃었다는 남광규 고려대 SSK연구단 교수의 평가가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을 대변한다.

이러한 평가들은 정치성을 띤 것이 아니라 각자의 연구와 분석을 통해 객관적 입장에서 표명된 주장들이다. “불과 100일의 시간 동안 정신없이 많은 것을 쏟아냈지만 그때마다 사회 혼란과 국민 갈등은 심화됐을 뿐”이라고 문재인 정권 100일을 평가했던 자유한국당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어떻게 문재인 정권 100일을 평가했을까.

각 언론사가 여론조사기관을 통해 조사한 문재인 정권에 대한 국민 지지율은 평균 80%를 상회했다. YTN의 조사에 의하면 전 연령층에서 이 지지율은 높았는데, 가장 지지율이 낮았던 60대 이상에서 조차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은 70%를 기록했다.

“국민 10명 중 8명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을 지지하고 있다”고 한 민주당 대변인의 자부심에 한국당의 반격은 사실에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초라함마저 느끼게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을 주장하는 보수 시민들은 ‘여론조사는 엉터리다.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대세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선거 운동 중에 그렇게 말했고, 한국당은 당의 SNS 홍보방송을 통해 한국당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의 전문위원의 해설을 소개하기도 했다. 선거 여론조사에 왜곡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2017년 5월 9일 19대 대통령 선거 마지막 여론조사들은 선거 결과와 일치했다. 여기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사정이 이렇게 된 것은 보통 표본설계에 한계와 왜곡이 많은 지역 국회의원이나 지자체 선거와는 달리, 표본설계가 현실에 근접하는 대통령선거 여론조사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했거나 고의적으로 호도한 결과였다.

역대 대통령 선거 여론조사는 대개 득표율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랬다면 이미 여론조사는 정치권에서 문제가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대한민국 국민의 80%는 현 문재인 정권을 지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야당과 건전한 보수진영의 문재인 정권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틀린 것일까. 이 점이 딜레마다. 예를 들어 문재인 정부는 교육 문제에서 ‘전교조 재 합법화’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전교조에 반대하는 국민 여론은 보통 70% 이상이었으며 사드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의 50% 이상이 찬성, 그리고 말 많은 원전 중단에 대해서도 국민의 약 50% 이상이 반대를 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중요한 쟁점들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권은 취임 100일차에 80%가 넘는 국민 지지율을 받을 수 있는 것일까. 더구나 보수 성향이 뚜렷한 60대 이상에서 70%에 가까운 지지율마저 말이다.

40%라던 샤이보수는 앵그리보수였나?

여기에 중요한 의문이 존재한다. 즉 정말로 국민들이 문재인 정권에 대해 극도로 호감을 갖기에 그렇게 높은 지지율을 보내느냐는 것이다.

이는 “불과 100일의 시간 동안 정신없이 많은 것을 쏟아냈지만 그때마다 사회 혼란과 국민 갈등은 심화됐을 뿐”이라고 문재인 정권을 평가했던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의 인식이 현실에 부합하다고 생각되는 이들에게는 더 중요한 질문이 된다.

그러한 의문을 해결하려면 가설이 필요하다. ‘국민들은 문재인 정권이 좋아서가 아니라, 탄핵된 박근혜 정권에 대한 보수 정치권의 반성과 청산이 없기 때문’이라는 명제가 바로 이 가설이다.

이 가설을 검증해 보는 데는 지난 5.9대선에서 홍준표 한국당 후보가 득표했던 24%의 지지율의 역치, 즉 76%라는 수치가 83%라는 문재인 정권의 지지율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이 83%라는 수치는 지난 탄핵정국에서 박근혜 정권 탄핵에 찬성한 국민 지지율과도 근접 일치한다. 다시 말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찬성한 국민들은 지난 대선에서 대부분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했으며, 그들은 다시 문재인 정권의 모순 가득한 100일간의 국정운영에도 변치 않는 지지율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국당이 대선 기간에 주장한 샤이보수(탄핵에 반대하지만 의견을 감추는 보수) 40%가 미스터리로 남는다. 이들은 정말 샤이했던 것일까, 아니면 박근혜 정권에 실망해 지지를 철회해 버린 앵그리 보수는 아니었냐는 의문이다. 소위 ‘집 나가버린 토끼’들은 아니었냐는 의문이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한국당 지지율이 9.9%라는 것은 이 집나간 토끼들, 샤이보수가 여전히 한국당으로 집결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 된다. 만일 이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자이고 박 전 대통령의 불행에 공감하는 이들이라면 왜 지난 대선에서 당당하게 한국당을 탈당해 ‘박근혜 대통령님을 구하겠다’고 했던 대표 친박 조원진 의원에게 현재 그 지지도가 몰리지 않느냐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유산 청산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의문은 문재인 정권이 100일 동안의 포퓰리즘과 모순된, 심지어 국민 저항이 있었던 교육,의료, 안보, 원전 문제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한국당을 대안으로 생각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것이 된다. 이에 대해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교육학)의 지적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역대 정부 중에서 100일 동안의 지지율은 김영삼 정부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78.1%로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여론 지지율이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있어, 향후 교육정책 추진에 있어서도 여론 지지율에 지나치게 의존해서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바른사회시민회의 세미나 발제중 양정호 교수는 깊이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현 문재인 정부의 높은 지지율이 박근혜 정부에 대한 반감에 의한 반사효과일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는 과거 김영삼 정부의 초기 지지율이 83%에 달했던 이유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데, 당시 김영삼 정부는 ‘역사바로세우기’를 통해 이전 정권을 ‘군부독재’로 규정했다. 마치 문재인 정권이 현 보수정치세력을 ‘적폐세력’이라고 규정한 것과 같다.

이런 현상을 정치학에서는 ‘레짐 체인지’라고 부른다.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니라, 체제변혁에 가까운 정권교체가 일어났다는 것이고 이러한 국면의 전환들이 지속되면 시대적 전환을 맞게 된다.

물론 김영삼 정부는 임기말 IMF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지지율이 6%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국민들이 선택한 정치세력은 역사적으로, 또 헌법적으로 단죄된 5공화국 세력이 아니었다. 국민들은 새로운 시대를 유지하려 했고, 그 결과 더 이상 5공과 6공 인물 중에서는 대안적 정치세력이 등장하지 못했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은 자유한국당이 헌정 사상 초유로 국민 주권에 의해 헌재의 만장일치로 자신의 정권이 탄핵심판되고 이후 대선에서 역사상 최다 실표(失票)로 탄핵을 국민으로부터 추인당했다는 점에서 엄중하고도 심각한 문제로 남는다. 과연 박근혜 정권의 유산을 한국당은 청산할 것인가, 아니면 박근혜 정권의 유산을 벽장 속에 밀어 넣고 국민 앞에 표를 달라고 지자체 선거와 총선에 임할 것인가.

이 선택의 기로에서 많은 보수 시민들은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게 되어 보수는 현재 분열된 상태로 있다. 혹자들은 말한다. ‘지금 박근혜 청산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시간이 알아서 해결한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알아서 해결할 즈음에는 샤이 보수라던 40%는 고사하고 한국당의 존재마저 함께 청산되어 사라져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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