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되는 ‘코리아 패싱’
현실화되는 ‘코리아 패싱’
  • 이범찬 전 영국 공사
  • 승인 2017.08.2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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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훈련 중단, 미군 철수 논의까지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동북아 안보지형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북한의 ICBM 발사 성공은 미국의 이익을 치명적으로 침해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가용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국가이익을 중요도 순으로 보면 사활적 이익(vital interest), 중대한 이익(critical interest) 그리고 심각한 이익(serious interest) 등으로 대별할 수 있다. 만일 외국이 사활적 이익을 침해하게 되면 군사적 수단을 포함한 모든 가용할 수 있는 수단을 동원해 원상회복하도록 되어 있다.

지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최고의 미국 국익을 침해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대응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거기다 김정은과 트럼프가 치킨게임식으로 맞대응 하고 있어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왼쪽)이 14일 서울 용산 한미연합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 연합

높아지는 北의 핵위협

먼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실태를 한 번 살펴보자. 북한은 영변원자로의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40~52kg을 보유하고 있으며, 원심분리기를 돌려 농축우라늄 800~1200kg 등 핵무기 40-50개 정도를 생산할 수 있는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국방정보국(DIA)은 이미 북한이 60기의 핵무기를 생산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한 5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 소형화 및 경량화에 성공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리고 70~80여 차례의 미사일 발사 시험을 통해 스커드·노동·무수단 등 중단거리 미사일을 실전배치하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에 성공했다. 또한 1~2년 내로 ICBM 개발을 완료하고 실전 배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렇게 김정은이 핵·미사일 개발에 올인하고 있는 것은 이를 통해 ①실질적인 핵보유국이 됨으로써 체제 안전을 보장받고,②미북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주한미군 철수를 유인해 한미동맹을 파탄내고,③종국에는 한반도 적화통일을 달성하는 것이 최종 목적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미국의 조야는 군사조치를 포함한 대북 강경대응을 요구하고 있고 그런 의지가 지속해서 표출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제재 패키지법안이 의회로 넘어온 지 6일 만에 신속히 서명하고(8.2),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북한이 더 미국을 위협하면 지금까지 전세계가 본적이 없는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할 것”(8.8)이라고 한 데 이어, 괌 포위 사격 위협과 관련해서는“북한이 현명하지 않게 행동한다면 군사적 해법이 준비돼 있으며, 장전이 완료되었다(locked and loaded)”고 하면서 대북군사력 사용을 강하게 시사했다(8.11).

또한 펜스 부통령은 “북한 핵 억제를 위한 미국의 올바른 전략에 북한과 직접 대화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면서“군사적 행동을 포함한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있다”고도 언급했다(8.2). 맥마스터 국가안보보좌관도“군사조치도 대북옵션에 들어 있으며, 김정은이 밤에 편히 잠을 자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참수작전도 불사할 것임을 시사했다(8.5).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은 “북한 핵·미사일 문제는 말로 할 시간이 지났으며, 한반도 정세가 핵전쟁으로 이어지기 전에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또한 트럼프의 절친인 존 볼튼 前 유엔 대사는 “중국이 북한 정권 교체에 동의하지 않으면 북한 공격이 불가피하다”면서 선제타격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한편 북한의 2차 ICBM 발사 성공 후 주한미군 철수를 매개로 한 북핵 문제 해결의 새로운 접근법도 제시되고 있어 주목된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김정은과 핵무기가 사라진 북한 지역은  미·중 충돌 방지를 위한 완충 지역으로 활용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김정은 정권 붕괴 이후 주한미군 철수’를 중국에 약속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제이 레프코위츠 전 북한인권특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은 더 이상 남한 주도의 통일을 추구하지 않아야 한다, 즉 하나의 한국 정책을 포기해야 미 본토가 북한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 CIA 국장과 국방장관을 지낸 로버트 게이츠는 “미·중 간 큰 틀의 거래가 필요하다”면서 “미국이 중국에 북한 정권 교체 포기, 평화협정 체결, 한국 내 군사 구조 일부 변경(주한 미군 축소나 기능변경) 등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평화협정 체결을 미끼로 중국을 움직여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미국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가능성 높아지는 김정은 참수작전

우선적으로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이 포함된 강력한 대북제재법 발동을 통해 중국으로 하여금 대북원유공급 차단 및 무역봉쇄 등 강력한 제재를 하게 함으로써 북한이 핵을 포기하거나 동결토록 강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이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인데다 중국도 북한을 미국과 안보 완충지대로 생각하고 있어 새로운 제재법의 실효성에도 한계가 있다. 새 제재법에 의해서도 북한의 핵동결이나 폐기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미국은 2차로 ①김정은 참수작전 ②대북 선제타격 ③김정은 정권 교체 등 물리적인 추가 타격을 통해 북한을 비핵화시키려고 할 것이다.

미 정보당국은 정찰위성 등 정보자산으로 김정은의 외부활동 등 동선을 상당 부분 파악할 수 있어 참수작전은 언제든지 가능하기 때문에 폐해를 최소화 하면서 작전을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2차 작전 가운데 최우선적으로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금년 들어 참수작전에 투입될 수 있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F-35B 10대를 주일미군 기지에 배치했다.

정권 교체는 북한의 내부 통제 시스템이 강력한데다 미국의 북한내 대북 네트워크를 감안할 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김정은 정권 붕괴 후 주한미군 철수’라는 당근을 중국에 제공하고  중국과 합의하에 공동으로 김정은 정권교체를 추진할 수도 있어 주목된다.

또한 미군이 최첨단·초정밀 공격이 가능한 군사적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선제공격을 전광석화처럼 진행할 수 있어 선제타격의 성공 가능성은 높으나 북한의 보복성 반격으로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부담과 한국 정부의 반대로 실제 실천으로 옮기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금년 말 이후 북한이 실제 핵무장을 하게 되면 김정은이 정권 붕괴의 위기를 맞게 될 경우 핵미사일로 미국을 직접 공격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어 미국의 선택지도 북한이 원하는 미북 평화협정 체결 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될 것이다.

게이츠 전 국방장관이“10-20기의 북핵을 보장하고 한반도 군사력을 변경(주한미군 축소·철수)하는 미북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이미 미국 조야에서는 북한 핵을 인정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출하고 있다.

평화협정은 한국이 배제된 가운데 북한의 핵무장을 인정한 상태에서 북핵을 동결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현상을 변경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한미연합사와 유엔군사령부가 해체되게 되고, 주한미군의 축소 내지 철수로 이어지게 되며 미국은 한반도를 포기하게 될 것이다.

주한미군이 철수한 후에는 김정은은 백령도 점령 등 상시 도발을 하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한 잦은 국지적 충돌로 한반도는 분쟁 지역이 됨으로써 외국 자본의 철수 등으로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남한 내부의 국론이 분열되어 종국에는 김정은의 뜻대로 적화통일되고 말 것이다.

이런 최악의 사태를 막고 자유대한민국을 온전히 보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실질적 핵무장국이 된 지금의 북한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의 북한이 아니기 때문에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간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과거식 접근법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빨리 인식하고 접근법을 달리해야 한다.

북한은 미국과 협상을 통해 핵보유국과 체제 안전을 보장받고, 미북 간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한반도 적화통일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남북간 직접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에 응해오지 않을 것이므로 환상을 버리고 현실성 있는 접근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 미국의 대북제재와 공조해야

미국은 새 대북제재법으로도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 2단계로 김정은 참수작전이나 선제타격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풍부한 정보 및 최첨단 전략자산으로 김정은 참수작전을 성공으로 이끌 가능성이 높다. 작전 성공 후 상황을 감안해 합동작전 제의 시 진지하게 검토해 봐야 할 것이다.

미국이 불가피하게 대북 선제타격 전략을 추진해야 하겠다고 판단하게 되면 외교적 문제 및 정보유출  등을 감안해 우리한테 사전 통보 없이 전격적으로 전광석화 처럼 진행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런 일이 일어날 경우에 대비해 전략적 대응 방안을 수립하고 미국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통일된 한반도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전제로 중국과 협의 하에 김정은 정권 교체 전략이 추진될 수도 있어 사전 탐지를 위한 정보 수집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이 1~2년 내 핵무장을 완료하게 되면 미국은 북핵 동결과 미군철수 조건을 수용하고 미북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핵에는 핵으로’대응해야 하는 점을 감안해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나 자체 핵개발 문제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한테 미군 철수를 전제로 한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한국도 자체 핵개발을 할 수 밖에 없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또 그렇게 되면 일본→대만→이란으로 핵 개발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가 와해되어 기존의 국제 핵질서에 대혼란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지속 각인 시켜나갈 필요가 있다.

▲ 서울대 경제락과 졸업 / 전 국정원 차장보(해외 및 북한업무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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