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극장(劇場) 국가
또 하나의 극장(劇場) 국가
  •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7.08.24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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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우리 모두는 문재인 극장(劇場)에 들어와 있다.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도 포용하겠다며 41%의 지지를 받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소수의 핵심 지지층을 열광시키고 그들의 박수만을 받는 정치로 달려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출범하자마자 광주 5·18묘지를 찾아 정부 차원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화려하게 제창하며 ‘한’을 풀었다. 나아가 개헌을 통해 광주 5·18을 헌법정신으로 명기하겠다는 것과 실체도 없는 헬기사격을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국민통합을 도모하며 국민 모두의 에너지를 결집시켜야 할 정부가 철저하게 ‘촛불’로 상징되는 폐쇄적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한 극적 연출을 계속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다뤄야 할 에너지안보를 국민 의견 수렴이나 합의도 없이 극적으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중단시킨 것이나 법적 근거도 없는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는 일방적 조치도 ‘반핵(反核)’을 외치는 극소수 지지층만을 흥분시키는 정치다. 원자력 발전을 외치던 그들은 단 한번도 민족을 파멸시킬 북한 핵무기에 대해선 반대 한번 해본 적이 없는 국적불명의 집단들임에도 말이다.

또한 국민 모두가 북핵과 미사일에 우려하는 상황에서도 방어무기인 사드(THAAD)에 대해선 ‘멋있게’ 환경영향평가를 거론하며 추가 반입을 중단시켰다가, 다시 ‘임시 배치’란 모호한 용어를 사용하며 국민 안위는 져버리고 사드 배치 결사반대를 외치는 세력에 외면 받지 않으려는 줄타기를 하고 있다.

정부가 약속하는 모든 것은 정부가 아닌 국민 세금으로 부담하는 것임에도 세금을 내야 할 국민들의 의사와 합의는 없이 5년 동안 정부가 해주겠다는 목록만을 화려하게 나열하고 있다.

공무원 숫자를 대대적으로 늘려 실업을 해결하겠다는 기상천외한 발상이나 인천공항공사처럼 비정규직을 전원 정규직으로 만들라는 것, 혹은 모든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시간당 7530원, 연이어 1만원으로 하겠다는 것도 중소기업과 550만 자영업자들을 한계 상황으로 내몰며 무책임하게 펼치는 화려한 극장정치일 뿐이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는 극장정치를 강화할 방안이자 수단으로 방송에 대한 노골적 장악에 나섰다. YTN 사장과 EBS 사장을 물러나게 만들더니 KBS와 MBC 경영진까지 내쫓으며 극장정치를 입체화시키고 완성시킬 작전에 들어가 있는 현실이다.

대통령 취임 100일을 넘겼지만 당분간 문재인 정부는 정신 차릴 수 없는 더 자극적인 극장정치를 보여줄 것이다. 그러나 일시적 환각과도 같은 극이 끝나고 현실로 돌아가야 할 때 우리는 극장정치에 휘둘린 막대한 비용과 비웃음, 그리고 처참함을 감내해야 한다.

▲ 나라정책연구원장 / 미래한국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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