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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로보-사피엔스의 서막인가?

박상은 샘병원 대표원장l승인2017.09.12l수정2017.09.1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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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은 샘병원 대표원장  webmaster@futurekorea.co.kr

21세기 들어와서 과학의 발전은 4차 산업혁명이라 일컬을 정도의 급속도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인공지능, 유전자가위기술, 3D프린팅, 나노기술 등 과거에는 100년이 걸리던 기술이 이제는 수 년 안에 완성되는 지점에 접어들었다.

유전자가위기술은 선천성유전병을 지닌 환자의 경우 문제의 해당되는 유전자를 가위기술로 잘라내면 유전병을 예방할 수 있는 첨단과학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2-3위의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 기술이다. 하지만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한다면 더 예쁘고 똑똑한 유전자로 바꾸려는 인간의 욕심과 맞물려 획일화된 사회로 치달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은 최근 다양한 분양에서 빠르게 발전하는데 딥러닝기술, 클라우딩기술, 빅데이터기술에 힘입어 상상을 초월한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그 대표적 예가 알파고이다.

한국의 이세돌 9단을 4대1로 대파한 이후 1년만에 중국의 커제 9단과의 대결에서 알파고는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격찬을 받을 정도로 눈부신 발전을 가져왔다. 이는 그동안 바둑 경기를 반복적으로 학습해온 방법과 달리 자기 스스로 다양한 상황을 가정해 자발적 학습을 터득해 인간이 다다를 수 없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중국에서 선을 보인 인공지능 스님인 알파승 썬얼은 부처와 다른 스님을 제치고 불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스님이 되었으며 다양한 불자들의 고민을 척척 풀어주는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독일에서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다양한 축복의 설교를 척척 쏟아내며 손과 얼굴에서 축복의 빛을 발하는 로봇 목사가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근로자나 기술자뿐 아니라 성직자들의 영역도 이제 인공지능에게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

▲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자율성을 지닌 도덕적 존재라면 로봇은 인간의 형상을 닮은 내재적 자율성을 지닌 준 도덕적 존재일 것이다.

진료에 투입된 인공지능 의학로봇 왓슨

인천길병원에서 처음 선보인 인공지능 의학로봇인 왓슨은 암환자들이 자신의 증상과 검사 결과를 입력하면 가장 적합한 치료 방법을 내주고 있는데, 원로 교수들의 처방과 다른 경우에 암환자들은 의사들의 처방보다 왓슨의 처방을 더 신뢰하고 따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의학계는 조만간 영상의학과 해부병리과 부터 서서히 인공지능이 의사들을 대신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으며 벌써부터 인기 부서가 달라지고 있다.

이제 대학 교육도 인공지능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창의적 연구를 할 수 있는 대학만이 살아남고 나머지 지식전달식 교육은 무크대학이나 스마트폰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것이다. 의사도 ‘왓슨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의사’와 ‘왓슨의 명령에 따라 일을 수행하는 의사’로 나눠진다는 것이다. 상상할 수 없던 일이 일어나게 되는 셈이다.

더 혼란스러운 부분은 감성로봇의 등장이다. 일본의 노인요양원에서는 간병서비스를 로봇이 담당하고 있으며 MIT가 개발한 감성로봇 키스멧은 일곱 가지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이다.

어비스 크리에이션사가 올해 말 시판하기로 한 인공지능 섹스로봇 하모니는 가격이 1만5000달러(1700만 원)의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이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는 실정이다. 향후 결혼 풍속도에도 적잖은 변화를 가져오리라 예견된다.

더 무서운 것은 군사킬러로봇일 것이다. 이미 IS 전투에 킬러로봇이 투입되어 적을 살상하고 있는 바 인간 생명을 해하는 로봇이 이미 실용화되어 있는 셈이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조디 윌리엄스가 킬러로봇에 대한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미국 펜타곤과 트럼프 정부, 이스라엘, 러시아 등 여러 국가에서 오히려 이를 더 확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로봇의 오류는 누가 책임지나?

과연 로봇에게 인간을 죽일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인가? 만일 킬러로봇이 오작동되어 적군 대신 아군을 대량 살상한다면 그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 어느 날 드론이 집 안뜰까지 들어와 가족을 향해 사격한다면 어떻게 될까? 문틈으로 작은 로봇이 들어와 인간을 살해하려 한다면 과연 이 사회는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는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것이라면 계속 시행되어야 한다는 과학지상주의에 함몰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할 수 있지만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지 않은가? 우리는 인간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금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인간 생명은 단회적이며 그 어떤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없는 우주보다 귀한 절대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러기에 생명에 대한 접근은 절대주의에 입각해 신중하게 다뤄야 할 것이다.

로봇 윤리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40년 아시모프가 자신의 소설에서 아래와 같은 ‘세 가지 법칙’을 제시하면서부터이다.

법칙1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되며 위험에 처한 인간을 방관해서도 안 된다.

법칙2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반드시 복종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명령들이 법칙1과 상충하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

법칙3   로봇은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자기 보호가 법칙1과 법칙2와 상충하지 않을 때만 유효하다.

하지만 군사킬러로봇의 등장은 이 법칙에 우선하는 법칙0을 수정된 윤리원칙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게 되었다.

법칙0 : 로봇은 인류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되며 위험에 처한 인류를 방관해서도 안 된다.

과거 법칙은 인간을 해쳐서는 안 되는 것이었는데 수정된 원칙은 인류에게 도움이 된다면 인간을 해칠 수도 있음을 허용하는 법칙인 셈이다. 다시 말해 인류 평화를 명분으로 삼으면 군사킬러로봇을 사용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음은 로봇 제조자와 사용자에 대한 ‘윤리 가이드’이다.

로봇 제조자는 로봇윤리헌장을 준수해야 할 제1 책임자로서 인류와 공생하기에 적합하고, 사회적 공익성과 책임감에 기반한 로봇을 제조해야 한다.

㉮ 로봇 제조자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인간에 순종하며, 인류와 공생하기에 적합한 로봇을 만든다.
㉯ 로봇 제조자는 사회적 공익성을 높이고 책임감에 기반한 로봇을 만든다.
㉰ 로봇 제조자는 제조하는 로봇에게 명확한 목적과 기능 및 역할을 부여하고, 가능한 한 환경친화성이 높은 로봇을 만든다.
㉱ 로봇 제조자는 로봇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로봇과 관련된 인증이나 법규에 따라 로봇을 제조하고 판매하여야 한다.
㉲ 로봇 제조자는 불법 제조 및 판매로 인한 사회적 법률적 문제와 로봇의 행위에 대한 최종 책임을 진다.
㉳ 로봇 제조자는 로봇 재활용 시 로봇이 취득한 정보를 악용해서는 안 된다.
로봇을 사용하는 사용자는 로봇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법규에 따라 시용하되, 로봇 남용 등을 통한 중독 등에 주의해야 한다.
㉮ 로봇 사용자는 로봇을 인간의 친구, 도우미, 동반자, 감성적 소통 대상자, 심리적 및 신체적 보조자로 소중하게 대한다.
㉯ 로봇 사용자는 로봇을 인간의 삶의 질의 제고와 복지의 향상을 위해 활용한다.
㉰ 로봇 사용자는 로봇의 노동 대체 등으로 인해 획득한 시간을 창의적 활동 등에 적극 활용한다.
㉱ 로봇 사용자는 로봇 관련 법률이나 규범에 따라 로봇을 사용한다.
㉲ 로봇 사용자는 로봇의 불법 개조나 임의 변경을 통해 로봇 제조자가 정해놓은 목적 이외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
㉳ 로봇 사용자는 로봇 남용을 통해 로봇에 중독되거나 정신적 장애가 유발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로봇의 윤리는 누가 제정하나?

이를 위해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과 테슬러 CEO 머스크, 알파고 개발자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개발이사인 레이 커즈와일 등 2000여 명의 인공지능 및 로봇 연구자들이 2017년 1월 미국 캘리포니아 아실로마에 모여 23개항으로 구성된 아실로마 AI 원칙을 발표했다. 연구 이슈 5개항, 윤리와 가치 13개항, 장기적 이슈 5개항으로 발표된 이 원칙이 향후 각 나라마다의 인공지능 윤리 가이드라인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된다.

연구의 안정성, 투명성 외에도 능력의 상한선을 생각하며, 지구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특히 자기복제가 가능한 로봇의 개발에는 신중할 것을 권고하며 인류 전체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사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과 로봇은 끊임없이 발전할 것이기에 물리적이며 디지털 수준인 약인공지능을 넘어 감성과 자율성을 지닌 인간과 같은 강인공지능의 존재로, 나아가 오히려 인간보다 뛰어난 초인공지능의 로봇으로 진화한다면 이는 인간의 파멸을 가져오는 재앙이 될 것이다.

이러한 초인공지능 로봇에 유전자기술과 나노기술이 결합하여 로보-사피엔스를 만들어 낸다면 이는 인류를 지배하는 신인류의 출현을 의미하는 것이다. 단지 섹스로봇이나 감성로봇이 아니라 실질적이 가족 구성원이 되며, 나아가 스스로 복제하며 재생산해내는 로보-사피엔스는 자율적으로 판단하며 인간에게 명령을 내리는 새로운 지배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인간 본질에 대한 의문은 여전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자율성을 지닌 도덕적 존재라면, 로봇은 인간의 형상을 닮은 내재적 자율성을 지닌 준도덕적 존재일 것이다. 어차피 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막을 수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인공지능에 대한 철학적, 사회적, 신학적 물음을 통해 적절한 윤리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인간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로봇과 공생하는 길을 터득해야 한다.

▲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장 / 고려대 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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