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대북제재 통과, 깊어지는 안보 고민
유엔 대북제재 통과, 깊어지는 안보 고민
  • 정재흥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 연구위원
  • 승인 2017.09.2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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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

최근 북한의 6차 핵실험 실시와 이에 따른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2375호 통과 이후 한반도 정세는 다시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먼저 국제사회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감행한 6차 핵실험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첫째, 지난 4차 핵실험 이후 급격히 증진된 수소폭탄 개발 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기술적 필요성으로 보인다.

이번 북한 6차 핵실험 폭발 위력은 TNT 폭약 기준 160kt 이상으로 사실상 수소폭탄 능력을 확보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둘째, 북한은 대규모 인명살상을 하지 않으면서 수km에서 수백km까지 광범위한 지역의 적 지휘통제체계, 방공망, 전산망 등의 기기를 무력화 할 수 있는 EMP(Electro Magnetic Pulse, 핵전자기파) 공격 능력의 과시다.

향후 북한이 핵폭탄을 1.5kg으로 소형화하여 20kt급 EMP 핵폭탄을 터트리면 엄청난 전자기 쇼크가 수도권, 강원도, 충청도, 경북 북부지역을 강타하여 대부분의 전압시설, 군 장비 및 전력망, 전자부품이 파괴되어 심각한 피해가 예상된다. 결국 북한의 6차 핵실험 성공과 수소탄 능력 확보 이후 ICBM 발사까지 성공한다면 한반도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가능성을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이러한 심각한 안보적 위기 상황 속에서 9월 1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신규 대북제재 결의안 2375호가 9일 만에 채택되었다. 바로 이전 대북제재 결의안 2371호가 북한의 첫 ICBM 화성-14형 발사 이후 33일 만에 채택된 것에 비하면 이번 대북제재 결의안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사실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미국은 대북원유 금수(禁輸)조치와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 강제검색, 김정은과 김여정을 포함한 북한 권력의 핵심부 5명 블랙리스트 포함, 북한산 섬유제품 수출금지, 북한 해외 노동자 송출금지 등 초강력 대북제재 초안을 제시했으나 중국과 러시아의 강력한 거부와 반발로 북한산 섬유제품 수출금지 정도에서 타협과 합의를 봤다.

▲ 지난 9월 11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신규 대북제재 결의안 2375호가 만장일치로 채택되었다. / c-span.org 영상캡처

이번 대북제재 결의안2375호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 유류공급제한(정유제품 내년부터 연간 200만 배럴 제한, 대북원유 현재 수준 유지, LNG와 콘덴세이트 대북 수출 전면금지), ▲ 추가제재대상 개인 1명과 단체 3개 추가(개인: 박영식 인민무력상, 단체: 중앙군사위원회, 조직지도부, 선전선동부) ▲ 해상검색차단(금지품목 의심선박 해상에서 검색 가능), ▲ 북한 해외노동자 제한(해외에서 북한 노동자 신규허가 금지), ▲ 북한 섬유제품 수출금지(모든 직물 및 의류 완제품/부분 수출 금지), ▲ 북한과의 합작사업 설립, 유지, 운영 전면금지(기존 합작 사업체는 120일 내로 폐쇄) 등이다.

특히 북한의 생명줄이라 일컫는 유류 제재는 정유제품 공급량을 연간 최대 200만 배럴로 제한하고 원유 공급량도 전년 수준으로 동결하는 데 그쳤다. 사실 미국은 대북 원유공급 금수와 같은 초강력 대북제재 초안을 제시했으나 중국과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과 거부권(veto) 행사 가능성으로 인해 상당 부분 양보 혹은 후퇴하는 차원에서 대북제재안이 통과되었다.

물론 이번 대북제재 결의안에 처음으로 원유와 석유, LNG 등이 포함되었으나 중국과 러시아의 이행 의지 여부와 기존 중국의 대북 원유 무상 공급 하에 400만 배럴만큼 계상해 추가 원유 공급 및 밀무역 방관 등을 할 경우 제재 효과는 급격이 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북한 정권의 생명줄인 원유를 완전히 차단하지 못하는 이상 대북제재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한계점 등을 제시하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는 중이다.

한편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2375호 채택 이후 북한 외무성은 보도 형식을 통해 “우리 공화국의 정정당당한 자위권을 박탈하고 전면적인 경제봉쇄로 우리 국가와 인민을 완전히 질식시킬 것을 노린 극악무도한 도발 행위의 산물”이라면서 대북제재 결의안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북한은 대북제재 결의안에 맞서 최후 수단 및 강력한 행동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에 맞춰 ICBM 발사 및 추가 핵실험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향후 대북제재 결의안의 성공 여부는 중국과 러시아의 충실한 이행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9월 13일자 중국 정부 언론 매체인 신화사(新華社)는 논평을 통해 “안보리 대북제재는 정치적 해결의 최종 실현을 위한 것이며 대북제재의 목적은 북한을 사지로 몰아넣는 것이 아니라 당사국들을 대화의 테이블로 이끌고 대화와 협상으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중국의 입장을 밝혔다.

이는 줄곧 대북제재와 압박으로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기존 중국 입장을 다시금 강조하며 향후 대북 원유 금수 조치와 김정은 위원장의 자산동결(블랙리스트 포함)과 같은 과도한 대북제재 요구에 동참할 수 없다는 의사를 우회적으로 보여줬다.

아울러 환구시보(環球時報) 역시 “이번 대북제재는 역사상 가장 강력했지만 북한이 국제사회로 복귀하고 국가 안보 및 경제사회 번영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며 북한 경제에 충격을 줘 북한 정권을 질식시키려 하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며 대북제재가 목적이 아닌 대화와 협상을 위한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 지난 4월 12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문제로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 KBS 뉴스영상 캡처

향후 중국은 대북제재 결의안 통과에 맞춰 한국, 미국, 일본 등 주변국들에게 기존 중국이 제시한 북핵문제 해결 방안으로 제시한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연합훈련 중단) 및 쌍궤병행(雙軌竝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이행을 적극 촉구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즉 중국은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한 만큼 한미, 한미일 3국도 한반도 긴장 완화와 북핵문제 해결 차원에서 쌍중단과 쌍괘병행에 적극 호응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9월 3일 중국 샤먼에서 열린 브릭스(BRICs)회의에서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
통령은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 쌍중단과 쌍궤병행이 가장 실현 가능성 높은 방안이라 공식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8월 12일 시진핑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미중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평화 안정을 유지하는 데 공동의 이익이 있다고 강조하면서 쌍중단과 쌍궤병행 참여를 촉구했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은 북핵문제의 근본 원인이 북미간 적대적 대결관계에서 발단된 것으로 보고 있어 한국과 미국이 적대적인 대북 인식 전환,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않는 이상 북핵문제 해결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한반도 신냉전 출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물론 북한의 연이은 6차 핵실험과 ICBM(화성-14형), IRBM(화성-12형) 미사일 도발로 인해 중국 내에서도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과거에 비해 많이 악화되었으나 동시에 미중 패권경쟁 가속화, 사드 배치 문제, 미국 주도의 한미일 3국 동맹 강화 등으로 인해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것 역시 우리가 직면한 냉정한 현실이다.

더욱이 이미 G2로 자리매김한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북핵문제는 동·남중국해, 대만 문제 등과 같은 미중 패권 경쟁으로 인식하고 있어 북핵문제 해결 방안을 놓고 한미일 대중러(북)의 입장 차이와 갈등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국은 지난 20여 년간 대북제재와 압박이 북핵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더 악화되었다는 상당한 불만과 축적된 상황 인식을 갖고 있어 북한과의 진지한 대화와 협상 시도 없이 지속적인 대북제재와 압박을 추진해 나간다면 북핵문제 해결을 놓고 상당한 갈등 및 마찰이 예상된다.

이러한 구조적인 대립 상황 속에서 대북제재 반발로 인한 북한의 추가 7차 핵실험 및 ICBM 발사를 강행하고 다시금 초강경 대북제재 결의안을 추진한다면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제재 결의안 이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현재 한국이 직면한 역내 미중 패권경쟁 구조 속의 북핵문제 위험성을 자기 희망적인 사고(wishful thinking)에서 벗어나 매우 현실적이고 냉정하게 인식하는 노력과 고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라는 대원칙 하에 자기 주도적인 대북, 대미, 대중 전략 마련이 절실히 요망된다.

▲ 중국 사회과학원 정치학 박사 / 한국 동북아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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