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朴, 보수의 과제와 전략
포스트 朴, 보수의 과제와 전략
  • 복거일 소설가
  • 승인 2017.09.2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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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복거일 소설가

보수의 전략은 명료하다. 현 정권의 부작용을 시장경제 원리로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보수는 어렵다. 보수 정당에서 나온 현직 대통령이 탄핵을 받아 임기 중에 정권을 내놓았으니, 보수의 처지가 어렵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어려움에서 벗어나려면, 보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려운 처지에 놓이면, 개인이나 사회나 먼저 자신이 수행해야 할 과제를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이어 그 과제를 이룰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일은 자신의 정체성을 뚜렷이 해야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먼저 물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보수는 무엇인가?’

(c) 미래한국 

보수의 뜻

보수(保守)는 보존(保存)과 수호(守護)를 뜻한다. 보수라는 말은, 그러나, 대상이 무엇인지 가리키지 않는다. 그래서 그 말이 쓰이는 상황에 따라 잇고 감싸는 대상이 결정된다.

사회적 차원에서 보수의 대상은 특정 사회의 이념과 체제다. 우리와 같은 자유주의 사회에서 보수는 자유민주주의 이념과 시장경제 체제를 잇고 감싸는 태도와 그런 태도를 지닌 사람들을 가리킨다.

공산주의 사회에선 공산주의 이념과 명령경제를 잇고 감싸는 태도와 사람들이 보수다. 즉 보수는 한 사회에 현존하는 질서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그들이 지닌 태도의 복합체를 뜻한다.

이념을 논의할 때, 우리는 모든 이념을 어떤 기준에 따라 하나의 스펙트럼에 배열하고 양쪽이 대체로 대칭적이라 여긴다. 학문적 논의에선 이런 관행이 정당화된다. 그러나 특정 사회의 맥락에서 이념을 다루게 되면, 이런 대칭은 무너진다.

어떤 사회든 특정 이념을 자신의 구성 원리로 삼기 때문이다. 그렇게 구성 원리가 된 이념은 정설(orthodoxy)의 지위를 차지하고 다른 이념들은 모두 이설(heterodoxy)이 된다. 그리고 모든 사회 기구는 정설과 이설 사이의 비대칭을 공식화하고 강화한다.

우리 헌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향한다. 그래서 ‘보수’ 또는 ‘우파’라 불리는 자유주의는 우리 사회에서 정통성을 지닌 이념이다. ‘진보’ 또는 ‘좌파’라 불리는 사회주의, 공산주의, 민족사회주의, 사회민주주의와 같은 이념들은 대안적 이념들이다.

사회가 안정되려면, 정설이 확고해야 한다. 정설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으면, 어쩌다 이설을 지지하는 세력이 집권해도, 그런 득세는 일시적이다.

물론 어떤 이념이 사회 구성원들의 지지를 얻어 정설이 되고 그런 지위를 유지하려면, 그것이 실제로 구성원들에게 다른 주장들보다 큰 혜택을 줘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사회의 정설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지금까지 인류가 생각해낸 가장 좋은 이념과 체제다. 험난한 국제 환경 속에서 큰 변화를 겪은 대한민국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발전해온 것은 옳은 정설 덕분이다.

이렇게 보면, 보수의 과제가 대한민국의 이념인 자유민주주의와 체제인 시장경제를 지키는 일임이 뚜렷이 드러난다. 그리고 그런 과제를 수행하는 전략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본질적으로 가장 우수한 이념과 체제임을 국민들에게 일깨워주는 것이다.

현 정권의 성격

현 정권은 대한민국의 정설에 회의적이거나 적어도 부분적으로 고치려는 대안세력이다. 그들은 마르크스주의의 틀로 세상을 살핀다. 자연히, 사회 문제들에 대한 접근과 처방은 사회주의적이거나 민중주의적이다.

매사에서 시민들의 자유로운 결정보다는 정부의 결정을 앞세운다. 추구하는 정책마다 시장의 몫을 줄이고 정부의 몫을 늘리려는 것들이다.

국제관계에선 이념적으로 가까운 전체주의 국가들에 호의적이고, 동맹국으로 우리의 안전을 보장하는 미국과 실질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우방인 일본에 대해선 반감을 드러낸다.

이처럼 이설을 추구하는 세력의 집권은 보수 세력을 무척 어려운 처지로 몰아넣었다. 선거를 통해 집권했으므로, 현 정권은 정통성을 확보했다. 문재인 후보의 공약들은 국민들의 위임사항들(mandates)이 되었고, 문 대통령이 누리는 높은 지지도는 공약들의 권위를 더 강화했다.

따라서 보수 세력은 그런 공약들이 실행되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 지 5개월이 채 되지 않으니, 당연한 비판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공약들이 실행되어 효과들이 나온 뒤, 부정적 효과가 눈에 뜨일 정도로 크면, 그때 비로소 문제의 근원을 진단하고 처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만족사회주의 지향하는 정권

문 대통령이 좋은 정책을 펴면, 보수 시민들도 당연히 적극적으로 지지해야 한다. 그것은 모든 시민들의 도덕적 책무이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도 긴요하다.

이설을 따르는 지도자가 정설에 맞는 정책을 펴면, 그의 지지자들이 거세게 반대하므로, 정설을 따르는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그의 정책을 지지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었을 때, 바로 그런 상황이 나왔다. 문 대통령이 ‘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한 것도 그렇다. 이번 결정은 문 대통령으로선 정치적으로 무척 어려운 결단이었고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보수 시민들도 흔쾌히 인정해야 한다.

현 정권은 노무현 정권과 동질적이다. 주요 정책들과 핵심부의 인적 구성에서 노무현 정권의 실질적 복원이다. 자연히, 현 정권의 성격과 행태를 살피려면, 먼저 노무현 정권의 성격과 행태를 살피는 것이 좋을 것이다.

노무현 정권은 본질적으로 민족사회주의(national socialism)를 지향했다. 국제관계에선 민족주의에 바탕을 뒀고 국내 통치에선 사회주의적 정책들을 폈다.

민족주의가 워낙 강렬하므로, 모든 전체주의 이념과 체제는 궁극적으로 민족사회주의로 귀결된다. 보편적 이상을 앞세웠던 공산주의 러시아도 결국 러시아의 이익을 추구하는 또 하나의 민족국가가 되었다.

민족사회주의 세력은 1) 역사 해석과 대외 관계에서 공격적 민족주의를 신봉하고, 2) 경제의 조직에서 단체주의(corporatism)를 따르고, 3) 사유재산에 대해 부정적이어서 재산권을 점점 크게 허물고, 4) 법의 지배를 부정하고 폭력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며, 5) 다른 세력과의 공존을 거부하고, 6) 기성 사회에 대해 반감과 경멸을 드러내고, 7) 지도자의 역할이 중심적이어서 합리적 정책은 부차적 중요성을 지니며, 8) 지성주의에 반대하면서 정치를 감각화한다.

그들은 집권 과정에선 1) ‘악마화된 적(demonized enemy)’을 설정해서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2) 대중집회, 선동선전, 그리고 무대 연출(stagecraft)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며, 3) 청년 조직들과 감각적 호소를 통해 청년층에 대한 영향력을 독점하며, 4) 정부 조직에 평행적인 평행 조직들(parallel organizations)을 영구적으로 가동하는 전략을 쓴다.

노무현 정권은 민족사회주의 세력의 특질들을 짙게든 옅게든 모두 지녔었다. 1)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한 관계만 잘 다루면, 다른 것들은 깽판 쳐도 된다”는 자신의 발언을 실제로 따랐고, 2) 시장 대신 노동조합과의 교섭을 중시했고, 3) 징벌적 과세를 통해 재산권을 깊이 침해했고, 4) “그 놈의 헌법”이라는 발언으로 헌법에 대한 경멸을 드러냈고, 실제로 법을 어겨서 탄핵 소추를 당했고, 5) “보수와는 대화가 안 된다”면서 반대 세력과의 공존을 거부했고, 6) 오래 작동해온 제도들과 기구들의 권위를 허무는 데 힘을 쏟았고, 7) 자신을 대통령 후보로 뽑아 당선되도록 도운 정당을 깨뜨리고 자신이 주도하는 정당을 새로 만들어서 권력을 독점했으며, 8) 지식인들에 대한 경멸을 드러내고 기회가 나올 때마다 정치를 감각화해서 대의정치를 허물려 애썼다.

집권 과정에서도 노무현 대통령은 민족사회주의 세력이 즐겨 고르는 전략을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1) ‘가진 자들’과 ‘외세’를 성공적으로 악마화했고, 2) 대중집회들에서 무대 연출을 통해 효과적으로 선동선전을 수행했고, 3) 청년층의 절대적 지지를 얻어냈으며, 4) 잘 조직된 시민단체들을 활용했다.

현 정권의 성격은 노무현 정권의 성격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자연히, 집권 과정에서 고른 전략도 같았다.

현 정권의 탄생에 결정적 공헌을 한 ‘촛불 집회’는 1) 박근혜 대통령을 ‘악마화’하는 데 성공했고, 2) 현란한 무대 연출과 잘 계획되고 엄격히 통제된 시위를 통해서 시민들에게 호소했고, 3) 청년층의 열렬한 호응을 얻는 데 성공했고, 4) 잘 조직된 노동조합들을 핵심으로 한 시민단체들의 적극적 참여로 세력을 키웠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집권 세력은 다음 선거에서 국민들의 평가를 받는다. 평가가 좋으면, 다시 집권하고, 평가가 나쁘면, 새로운 세력이 집권한다. 따라서 보수의 운명은 현 정권의 업적에 달렸다. 야당의 처지에서 적극적으로 업적을 쌓을 기회는 드물다. 하긴 한 판의 바둑에서도 상대가 실수해야 이긴다는 얘기가 나온다.

▲ 지난 9월 13일 오전 국회 본청 귀빈식당에서 열린 '새로운 보수를 위한 4050클럽 세미나 '영국의 보수당이 장기집권 했던 이유는?' 행사에서 박지향·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가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 / 연합

 현실과의 첫 부딪침

집권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은 정권의 앞날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그래도 현 정권의 성격과 행태와 전략이 어느 정도 드러난 터라, 현 정권의 성취에 대해 조심스럽게 예측해 볼 수는 있다.

지난 몇 달 동안 현 정권이 보인 행태를 보면서 머리에 자주 떠오른 것은 몰트케 원수의 얘기였다: “어떤 작전 계획도 적과의 첫 부딪침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작전 계획을 세울 때 만나는 가장 큰 어려움은 적군의 사정과 의도를 알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아군의 작전에 적군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누구도 모른다. 그래서 작전 계획을 잘 짜도, 그것대로 펼쳐지는 전투는 없다.

독일을 강대국으로 만든 위대한 지휘관의 명언을 정치 지도자들에게 맞게 바꾸면, “어떤 집권 계획도 현실과의 첫 부딪침에서 살아나지 못한다”가 될 것이다. 집권한 정치 지도자의 ‘적군’은 현실이다.

현실은 너무 방대해서 누구도 속속들이 알 수는 없다. 그리고 그 현실은, 국내로만 좁혀도, 몇 천만 명의 사람들로 이뤄졌다. 그들의 생각과 이해가 저마다 다르니, 어떤 정책에 대한 그들의 반응을 예측하는 데는 엄격한 한계가 있다.

이 점은 문 대통령이 자신 있게 지시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서 괴롭게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그것이 아주 쉽게 정치적 자산을 늘리는 일이라 여긴 듯하다.

그러나 그 일은 문 대통령의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전개되었다. 모든 비정규직은 큰 기대를 품었는데, 곳곳에서 정규직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일이 꼬였다. 꼬인 것이 풀리기도 어렵다.

최저임금을 크게 올리겠다는 공약은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 최저임금제는 경제학 이론이나 시장경제의 원리에 근본적으로 어긋나서, 철학적으로나 실제적으로나 큰 문제들을 안았다.

낮은 임금을 강제로 올리는 조치가 사회적 이익이 되는 과정을 밝힌 이론은 없다. 그래서 최저임금의 인상이 좋은 효과를 냈다는 조사들은 으레 논란을 부르고, 측정의 잘못이 드러나곤 한다.

최저임금제의 가장 큰 문제는 그것이 일자리를 줄이므로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사람들이 희생된다는 점이다. 가장 가난한 노동자들의 희생을 딛고서 보다 유복한 노동자들이 혜택을 얻는 방안은 심각한 도덕적 문제를 안았다.

최저임금제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임금 인상의 폭이 그리 크지 않아야, 전체 효과가 긍정적이라고 인정한다.

10퍼센트를 훌쩍 넘는 상승률은 분명히 해롭다. 당장 ‘자영업’이라 불리는 영세기업들이 채산이 맞지 않아서, 종업원들을 줄이거나 아예 문을 닫을 것이다. 가난한 젊은이들을 돕겠다는 정책이 그들의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다.

이처럼 ‘의도하지 않은 결과들’이 나오는 것은 현 정권이 시장경제에 바탕을 둔 우리 사회의 구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 사회의 구조는 본질적으로 개인들이 지닌 권리들의 체계다. 명시적으로 재산권이 부여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사물에 대해서도, 개인들의 권리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모든 사회적 개선에 큰 저항이 따르는 것이다. 이번에 대학입시제도를 바꾸겠다고 나섰다가 중학생 학부모들의 맹렬한 비난을 받고 물러선 일은 교훈적이다. 대학입시제도를 조금만 고쳐도 고치기 전의 교과과정으로 공부한 학생들은 손해를 본다.

그들은 이전의 교과과정으로 공부했으므로, 그것에 따라 입시를 치를 권리가 있는 것이다. 시장경제인 우리 사회에선 이런 권리들이 아주 촘촘히 들어서서, 누구의 권리를 건드리지 않고 정부가 정책을 추진할 수는 없다. 문재인 후보가 내걸었던 공약들의 상당수가 이런 종류다.

이런 사정은 국제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에서 ‘운전석’에 앉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국제관계에서 ‘운전석’은 강대국들이 다투는 자리다. 약소국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는 없다. 한반도 문제에선 미국과 중국이 주도권을 쥐려고 치열하게 다툰다.

이런 상황에서 ‘운전석’은 그만두고 좌석이라도 얻으려면, 서로 맞선 두 강대국의 한쪽과 연합해야 한다. 일본은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되지 않게 크고 그래서 외교력도 크지만,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려 그리도 애썼다.

권리들이 촘촘히 엮인 국제관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문 대통령의 미숙한 외교 덕분에, 우리나라는 미국의 불신과 반감을 샀고 중국의 경멸과 보복을 샀고 북한의 모욕과 무시를 샀다. 좌석도 다 찼으니, 다음 차로 오라는 얘기다.

예비 계획의 부재

통치 계획이 ‘현실과의 첫 부딪침’에서 살아남지 못했으니, 현 정권으로선 당연히 ‘예비 계획(plan B)’을 따라야 한다. 그러나 현 정권은 예비 계획을 마련하지 못했고 앞으로 마련할 것 같지도 않다.

먼저, 문 대통령이 자신의 공약들에 대해서 잘 모르는 듯하다. 공약으로 내걸 만큼 중요한 일이라면, 복잡하고 풀기 어렵고 여러 집단의 이해가 엉켰을 터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지지자들의 얘기만을 듣고서 강력히 추진할 일들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원자력 발전을 궁극적으로 없애겠다는 공약에서 이 점이 보기 민망하게 드러났다. 문 대통령의 ‘탈원전’ 공약은 순전히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에서 나왔다. 그러나 그런 위험은 과장되었고, 근거로 삼은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에 관해선 사고 원인도 피해 규모도 잘못 안 까닭에 일본 정부의 항의를 받았다.

이어 ‘탈원전’ 공약의 수립에 참여한 전문가들 가운데 원자력 발전 전문가는 없었다는 것이 드러나서,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결국 ‘공론화위원회’라는 기구를 통해서 결정하겠다고 물러났고 그런 결정 과정이 안은 비합리성 때문에 중대한 일이 비전문가 집단에 의해 결정되게 되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자신의 공약들에 대해서 잘 모르니, 비현실적 공약들을 미리 걸러내고 대안들을 마련하기 어렵다. 당선과 동시에 취임해서, 인수위원회에서 검토할 기회가 없었다는 사정도 상황을 어렵게 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의 공약들이 유기적으로 짜인 것들이 아니라는 사실이 있다. 그 공약들은 거의 다 시장경제에 바탕을 둔 정책들에 반대하는 것들이어서, 일관성도 유기적 연관도 없고 서로 부딪친다. 보수 정당의 공약들은 시장경제에 바탕을 두었으므로, 최소한의 일관성과 유기적 연관성을 지니게 된다.

이 점은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일자리 늘리기’에서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드러난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 노동조합의 권한 강화, 비정규직의 일괄적 정규직 전환과 같은 조치들은 모두 일자리를 줄인다.

원자력 발전소의 폐쇄와 건설 중단은 중요하고 경쟁력이 있는 산업을 아예 없애서, 이미 있는 일자리들을 모조리 없앨 것이다. 공무원들을 더 뽑는 것도 당장이야 일자리가 늘어나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에 나쁜 영향을 미쳐서 일자리를 줄일 것이다.

셋째, 문제적 공약들도 버리기가 쉽지 않다. 보수 정당의 공약들과는 달리, 대안 정당의 공약들은 어느 것이라도 그것만을 배타적으로 미는 세력이 있다. 그리고 그 세력들은 문 대통령을 가장 열렬히 지지한 사람들이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좌파 시민운동가들이 불법 검문소를 설치하고 군인들과 경찰관들을 ‘검문’하는 일이 벌어져도, 문 대통령이 모른 체하는 데서, 지지 세력을 제어하기 어려운 현 정권의 곤혹스러움을 엿볼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공약은 나름의 생명력을 지니고 살아남아 서로 부딪치면서 현 정권의 효율을 낮출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일자리로 상징되는 현 정권의 성취가 높으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경제 정책의 효과를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데는 2년이면 족하다. 비슷한 정책들을 편 노무현 정권이 경험한 것처럼, 현 정권에 대한 평가가 아주 낮아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

따라서 보수의 전략은 간단명료하다. 현 정권의 정책이 효과는 적고 부작용만 많이 나올 때, 그런 사정을 시장경제의 원리로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것으로 족하다.

보수의 전략

 쉬운 일은 아니다. 현 정권의 정책들이 본질적으로 민중주의적이므로, 그것으로부터 이득을 얻는 시민들이 많다. 선거 때 득표에 미칠 영향만을 고려한다면, 그런 정책들이 나올 때, 동조하거나 침묵하려는 충동이 일 수 있다. 그

런 유혹을 물리치고 시장경제의 우수성을 시민들이 깨닫도록 너른 맥락에서 설명하는 일은 보기보다 힘들다. 이런 전략은 국내 정치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외교와 국방에서도 사정이 같으니, 자유주의 국가들과 연합해서 공산주의 국가들과 대항해온 우리의 정책이 옳다는 것을 끊임없이 시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특히 민족사회주의자들의 영향을 깊이 받게 마련인 젊은이들에게 끈기를 가지고 알려야 한다. 특히 북한에 대한 유화정책이 안은 문제들을 자세히 알리는 일은 긴요하다.

그렇게 하는 데는 물론 독립적이고 공정한 언론이 있어야 한다. 불행하게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지금 우리 사회에 없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다.

현 정권이 언론을 더 강하게 통제하려는 계획을 세웠음이 이번에 드러난 여당의 문서에서 밝혀졌다. 자유한국당이 그 사건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대중집회를 통해 널리 알리고 항의한 일은 적절했다.

보수의 전략은 궁극적으로 보수 정당을 통해 실현되므로, 이번 일은 여러 모로 중요한 뜻을 지녔다. 70년 동안 자유로운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운영했고 경제 발전을 이룬 사회는 위기에서 저력이 나오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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