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보수 시대는 끝났다. 자기 반성부터”
“웰빙 보수 시대는 끝났다. 자기 반성부터”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7.09.27 11: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종혁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인터뷰

문명전환기 도래한 시점 보수우파는 시대적 안목 키워야

이종혁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대표적 친홍(親洪-친홍준표) 인사로 분류된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7월 당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이 전 의원을 지명했다. 당 혁신위원회 활동이 한창인 이때, 그의 생각은 좋던 싫던 홍 대표 체제의 보수정당 혁신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잣대가 될 수도 있다. 18대 국회의원,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이 최고위원에게 보수정치의 길을 물었다.

 

- 자유한국당과 보수세력이 대통령 탄핵 이후 대선 패배 등의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보수의 재기가 가능할까 싶은 정돈데, 한국당과 보수의 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보수우파 정당이 건국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고 봅니다.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거의 궤멸 상태라고 말할 정도로 우파정당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정치사에서 이 정도로 보수정당이 위기에 빠진 적이 있었던가 싶어요.

대단한 위기입니다. 이렇듯 우파정당의 위기를 초래한 근본 원인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봤습니다. 박근혜 정부 4년의 국정실패에만 기인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보다 근원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 그게 뭔지요?

보수우파 정당은 건국과 함께 먹고 사는 문제 즉,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산업화에 성공해 대한민국이 무역 1조 클럽,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되는 경제적 성과를 이룬 정치세력입니다. 그리고 민주화에도 기여한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우파 정당이 궤멸 상태에 이른 것은 이유가 있어요.

87년 체제 이후 평화적 정권교체로 정부 선택권을 국민에게 돌려준 후, 즉 민주화 체제 이후에 우파정당에는 별다른 철학이 없었습니다. 우파정당 운영과 관리의 실패라고 볼 수 있어요.

지금은 산업혁명을 뒤로 하고 새로운 문명전환기가 도래하고 있는 시점입니다. 그런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선진국가로 진입하는 데 있어 보수우파 정당이 어떻게 성찰하고 실천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이 부족했죠. 그리고 집권 시기에 권력을 누리고 향유하는 데만 너무 빠져 있었습니다.

보수우파 정당의 안전지대라고 할 수 있는 영남권을 중심으로, 공천을 어떻게 행사하느냐, 공천을 어떻게 받아내느냐 이런 문제에만 매몰돼 정치의 본질인 국가와 국민의 이익이라는 근원적인 정치 목표를 잃어버렸어요.

정치권력의 연속성만 찾았고, 권력 주변에서 호가호위 파벌을 만들었으며 공천을 계속 받아 선수를 높이는 게 정치인양 생각해왔습니다. 또 보수우파 정당은 부패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합니다.

한때 차떼기 정당이라는 오명도 있었지만 그 이후에 다시는 부패하지 않겠다고 국민에 약속했어요. 하지만 보수우파 정당이 국민으로부터 청렴하고 깨끗한 세력이라고 인정받기에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국민에게는 끊임없이 부패에 연루돼 있는 세력으로 인상지어져 왔습니다. 이런 것들이 보수우파 정당이 궤멸에 이르게 된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순실 게이트가 드러낸 보수우파의 민낯

- 말씀하신 맥락에서 현재의 북핵 사태와 안보 위기에 있어서도 보수우파 정당이 제대로 대처해왔는지 의문입니다.

맞습니다. 중요한 것은 현실에 안주해 웰빙정치를 해왔다는 점입니다. 이념을 달리하는 잔혹한 북한 세력과 대치하고 있는데도 우파정당으로서 제 할 일을 못했어요. 안보와 관련해 북한과 친북, 종북좌파 세력에 대해 반대 의견을 피력해왔지만 모자랐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북한은 핵보유국이 되었고,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파기 위기에 봉착했죠. 대한민국 5천만 국민이 핵인질로 잡혀 있는 이런 현실로 진행되고 있음에도 보수우파 정당은 단지 퍼주기 비난과 북한과 친북종북세력에 이로운 정치 행태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성 발언만 해왔습니다.

또 그런 정책들을 유지하는 데 급급했어요. 보수우파는 근원적으로 이를 막을 방책들을 고민해왔던가요. 더욱이 이명박 5년, 박근혜 4년 정권을 운영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와 안보 등에서 근본적으로 체질을 개선하거나 제2의 도약 기반을 닦는 국가 운영에는 실패하고 말았어요.

다른 정당들에 동조하면서 그저 시간을 낭비해왔습니다. 자랑스러운 우파의 가치를 기반으로 대한민국 제2의 대도약과 통일대한민국의 기반을 닦아야 했는데 말입니다.

국가가 처한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못 내리고 그저 흘러와서 수십 년 동안 목표의식을 상실한 채 안주하고 권력을 즐기고 부패하고 웰빙하는 데만 골몰했습니다. 그런 것들이 쌓이면서 최순실 게이트라는 암초를 만나 보수정권과 보수세력이 동시에 궤멸적인 상황에 빠지게 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 보수우파가 웰빙적 상황에서 스스로 소명의식을 잊어가고 있었다는 말씀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상황을 확실히 정리해야 하는 것으로 귀결될 것 같습니다. 당장 내년 지자체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혁신의 여러 방안이 나오고 있는데, 어떤 방향이어야 할까요.

보수우파 정당이 궤멸 상태다, 그렇다면 국민과 역사 속에 다시 설 수 있는 정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건 분명합니다. 그것을 하는 작업이 혁신이고, 체제 정비이고 내부 정비입니다. 이것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해내느냐, 이것이 관건입니다. 염치없지만 이 작업을 잘 해낸다면 국민이 우파정당에 다시 한 번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어요.

그렇다면 혁신과 내부 정비, 체제 정비를 어떻게 하느냐, 중차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기성 정당에 워낙 책임이 막중하고 또 스스로 혁신할 자격과 동력이 있느냐의 문제가 있어요. 이런 자괴감 때문에 홍준표 대표체제가 들어선 이후 당 대표는 기성 정치인들은 모두 빠지고 외부 인사들로 하여금 자유한국당을 진단하도록 하고 혁신의 처방을 받자고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상징적으로 당 대표인 홍 대표 스스로도 혁신의 대상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지 않나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혁신의 방향과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고 채워 넣느냐는 전적으로 혁신위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저로서는 혁신의 내용이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말씀드리기는 조심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 그래도 개인적인 생각이 있을 텐데요.

물론입니다. 먼저 밝힐 것은 보수의 몰락이 박근혜 정부 4년에 기인했고, 보수 정권이 탄핵 당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보수우파 정당은 과거 3당 합당 이래로 20~30년 동안 무엇을 잘못했는지 반추하고 그것에 대해 역사 앞에 자기고백을 먼저 해야 합니다.

우파정당이 몰락한 많은 원인에 대해 중요한 사안별로 자기 고백을 하고 반성부터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철저한 반성 없이는 아무리 입으로 새롭게 다시 태어나겠다고 해본들 진정성이 있다고 보지 않아요.

그걸 기반으로 우파정당이 해야 할 일은 첫째 대한민국 개국 이래 초유의 안보 위기 속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대해 분명한 방향과 전략이 나와야 합니다.

둘째 경제적 측면에서 우리 아버지 세대, 정치적으로는 박정희 세대를 이을 경제 강국, 경제선진화에 대한 확고한 정책과 비전을 갖고 로드맵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소위 ‘한강의 기적’ 세대가 일궈 놓은 성장의 열매만을 가지고 우리는 한 30년 누리고 왔어요.

우리 선대가 만들어 놓은 성장 산업과 솥단지 산업, 다시 말하면 그때 만든 자동차, 조선, 반도체, 휴대폰, 석유화학공업으로 먹고 살고 있는데, 이것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중국과 인도 후발자들이 초월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고 불리는 새로운 문명의 전환기가 왔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국부를 일궈내 국민이 살아갈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치의 중심에 국가와 국민의 이익이 우선해야 합니다.

그러나 작금 여의도 정치가 이것을 가장 먼저 염두에 두고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집단인지 회의적이에요. 제가 보건대 국가와 국민을 우선하는 사람들은 10~2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정치에 대한 도를 잘못 이해하고 있습니다.

스펙만 좋을 뿐 정치를 하는 기본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해가 잘못돼 있는 정치인들이 많아요. 앞으로 이런 정치인들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교체하고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탈바꿈시키느냐 이런 문제들이 혁신의 주된 방향이 되어야 합니다.

목표의식이 체화된 국가지도자의 출현 기대

- 말씀을 듣고 보니 국가지도자의 시대적 안목과 확고한 철학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지도자가 주변의 참모, 혹은 짧은 시간에 젖어들었던 인식만을 가지고 만든 국정 로드맵으로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없다고 봅니다. 국정을 맡은 시기에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히 인식하고 거기에 맞게 목표를 설정하되, 지도자는 그것이 골수에 녹아들어 체화돼 있어야 합니다.

단지 누가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하는 지도력으로는 역사를 바꾼 사례를 볼 수 없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오늘날 대한민국이 있게 한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였다는 건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제가 보건대 박정희 대통령은 산업화에 대한 확고한 목적의식도 훌륭했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박 대통령 영혼과 골수에 체화돼 있던 사람이었다는 점입니다.

그 양반의 국정 운영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압니다. 박 대통령은 국정의 웬만한 부분에 대해선 부총리, 장관 등 밑의 참모들에 다 맡겼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은 청와대에 당시 말단 관료들을 불러다가 수출확대진흥회의 등을 통해 산업화를 어떻게 해낼까, 부족한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했습니다.

포항제철을 만든 배경도 그것입니다. 지도자에게는 시대의 여명과 같은 것들이 있을 때 현실화해냅니다. 단지 참모들이 하는 이야기, 주워들은 이야기를 가지고 해보는 것으로는 안 됩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지 않습니까.

- 시대를 꿰뚫고 준비하는 그런 지도자를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그런 지도자들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세계가 어떤 방향에 서 있는지를 진단하고 대한민국이 선진강국으로 가기 위해 우리 국정의 목표와 방향,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하는지 영혼과 몸으로 체화돼 있는 그런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 이 최고위원께서는 격동의 민주화 시대를 경험했고, 특히 3김이라는 시대적 정치지도자들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습니다. 그때 정치인과 지금의 정치인들을 비교하면 할 말이 많을 것 같습니다.

내 답은 분명합니다. 그때에 비해 정치가 왜소해졌습니다. 그리고 그때보다 국가와 국민, 역사에 대한 정치인들의 인식이 투철하지 못합니다. 대학 시절을 소주, 최루탄, 시대에 대한 울분 이런 것들을 버무려 먹으면서 보냈어요.

제도권 정치에 들어가 군사정권을 무너뜨리고 민주화정권으로 가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던 세대들이 양김이 만든 신한민주당, 통일민주당 체제에 많이 편입됐습니다. 3김 가운데 한분은 저와 오버랩 되는 게 없어 평가하고 싶지 않고, 다른 두 분은 적어도 민주화 시대의 방향 등이 어느 정도 골수에 체화돼 있던 지도자였습니다.

다만 그 분들이 국정을 담당하던 시기에 국가의 방향과 그에 맞는 로드맵을 가지고 지도하는 리더십 부분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12대 13대 국회 보좌관 생활을 하면서 어깨너머로 본 정치이지만, 본회의장에는 여야 의원을 막론하고 나름대로 정객다운 정치인들이 그득한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제가 18대 국회에 들어가 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지금 국민의당 의원인 김성식 의원이 비슷한 이야기를 제게 질문한 적이 있어요. “형님은 어깨 너머로 정치를 보셨고, 들어가 보니 정치가 어때요?” 제가 이 질문에 한마디로 짧게 대답했죠. “형이 보기에 정치가 잘아졌다” 정치가 왜소해졌다는 뜻입니다. 그때 본 게 솔직한 제 심정이었습니다.

국민의 의식과 인식 수준이 우리나라의 정치 수준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들려 주시죠.

대한민국이 위기에서 벗어나는 길은 국민의 의식과 인식의 변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한 국가의 정치 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수준이라는 말이 있어요. 어찌되었든 제대로 된 정치세력이 태동하고 자리 잡아 가는데도 가장 중요한 요소는 국민입니다.

국민의 선택권인 투표를 통해 이 나라를 위해 후대를 위해 어떠한 정치세력에게 권한을 맡기고 자리를 부여할 것인지 국민 스스로 깊은 성찰이 필요합니다. 복지 포퓰리즘 퍼주기가 횡행하는데 세계 역사를 보더라도 그런 정책을 쓰는 국가는 단기적으로는 환호 받을지언정 10~20년 뒤에는 다 몰락하고 말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시민정치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또 인간의 두뇌에서 창의적 아이디어가 나오고 그 지식기반에서 경제적 가치가 만들어지고 국부가 쌓이는 시대라는 점에서 그런 인재를 키우는 교육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죠. 시대는 화살처럼 날아가는데 우리의 입시제도, 교육제도는 여전히 산업화 시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런 인식의 교육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미래세대가 전교조와 같은 사상적으로 오염된 교육을 받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교육이 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전환되었으면 좋겠어요. 정치세력이 이런 점에도 눈을 돌려야 합니다.

끝으로 모든 정치인은 정치의 사명이 무엇인지 철저하게 학습하고 깨닫고 영혼 속에 심은 이후에 정치를 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