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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들의 애환 담은 현대조형미술

‘꿈의 서정시 (Lyric of Dream)’ 전시회 백요셉 미래한국 기자l승인2017.10.04l수정2017.10.04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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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요셉 미래한국 기자  yosep2050@naver.com

떠나온 고향과 두고 온 가족에 대한 탈북민들의 애절한 그리움을 서정시와 조형미술작품의 조합으로 표현한 현대미술전시회 ‘꿈의 서정시’가 지난 9월 19일부터 5일간 서울 노원구 화랑로에 위치한 서울여대 조형예술관 바롬갤러리에서 열렸다. 국내 탈북민들의 내면을 담아낸 현대조형미술작품 전시회는 이번이 최초이다.

▲ 현대조형미술전시회 '꿈의 서정시'

전시회에는 한 탈북청년이 연필로 북한의 고향마을을 그리고 있는 영상을 담은 영상미술작품과 10원, 50원짜리 동전들을 이어 붙여 만든 여러 가지 조형미술작품, 탈북민이 북에 두고 온 아빠를 위해 직접 차린 미완성 밥상을 형상한 연출 작품과 ‘아빠’라는 그리움의 단어를 앞 못 보는 자들의 언어인 점자(點字)로 표현하고 그것을 다시 하늘의 별자리 조형물로 형상화한 미술작품 등 다양한 현대미술작품들이 전시됐다.

소성경 현대미술작가(28)가 주최한 이번 전시회는 냉혹한 탈북과정 속에서의 오랜 방황, 떠돎과 유리 속에서 끊임없이 어떤 꿈같은 희망을 찾아나서는 탈북민들의 이색적인 모습에서 작가 자신과 더불어 인간의 공통된 속성을 보게 될 것이라는 서정적인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그리움을 그리다’                                  

▲ 작품 '그리움을 그리다'

‘그는 그리움을 그린다. 아니, 그는 그리운 기억을 그린다. 그의 드로잉과 설명은 구글어스에서 보이는 현실적인 지도와는 사뭇 다르다. 분절되고 희미해진 기억만큼이나 드로잉은 생략되고 그의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향수의 존재만이 종이 위에 남겨진다’

소성경 작가의 매 조형작품에는 항상 이러한 서정시 구절들이 따라붙는다. 이 작품의 포인트는 구글어스에 선명하게 찍힌 현실속의 고향땅이 아니라 그 고향을 떠난 유랑자의 기억에 남아 있는 애절한 그리움의 흔적이라고 작가는 설명한다.

“구글어스는 현실이지만 그가 그리고 있는 고향은 그의 기억에만 있는 그리움뿐이겠죠. 그만큼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이 희미해지고 분절되고 그래서 자신의 내면에 있는 기억 속에서 많은 부분들이 떨어져 나가는 거죠.” 작품을 설명하는 소 작가는 마치 그 탈북청년의 내면으로 들어가 있는 느낌이었다.

 ‘아빠, 생신날 식사는 하셨어요?’                    

▲ 작품 '아빠, 생신날 식사는 하셨어요?'

‘그는 북한에 계신 아빠에게 편지를 쓰고, 아빠에게 올려드리는 밥을 고이 지었다. 그러나 그가 손수 지은 밥상은 끝내 완성되지 못하고 식어버렸다. 그는 이 자리에 존재하지 않는 아빠의 부재에 더 이상 상차림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그는 끝내 쌀밥을 그릇에 담지 못했다’ 장범철이라는 탈북민이 자신의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이야기이다. 북에 두고 온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남다른 그는 북한에서 11년 동안 군복무를 마친 남성성이 강한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요리를 아기자기하게 잘 하는 편이었다.

북에 두고 온 아버지에게 드리는 밥상을 한번 직접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작가의 제안에 그는 흔쾌히 승낙했지만 촬영하기로 한날, 그는 자신의 내면에 억눌렸던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리움이란 것이 이분들에게는 항상 내면화 되어 있어서 그 누구에게 쉽게 표출하지 못하는 것들일 텐데 ‘요리’라는 행위와 실제로 음식상들이 펼쳐지는 과정에서 그것에 현실로 드러났을 때 이분이 그동안 억눌려 있던 내면의 감정들이 극대화가 되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밥상은 끝내 완성이 되지 못했어요.” ‘

아빠가 실제로 드실 수 없는데 내가 이걸 해서 뭐하냐’고 허무해 하면서 그가 갑자기 소주를 벌컥벌컥 들이키기 시작했을 때 작가는 이 미완성이 바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하늘에 새긴 편지 ’                             

▲ 작품 '하늘에 새긴 편지'를 설명하고 있는 소성경 작가

‘하늘에는 국경이 없다. 경계와 이념과 차별이 없는 무한한 품, 볼 수 없는 그 이름들을 하늘에 새긴다. 보이지 않는 존재 ‘아빠’, 그리움이란 볼 수 없음을 아는 자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가 아닐까’ 점으로 된 단 두 글자의 서정시 ‘아빠’는 <하늘에 새긴 편지>라는 별자리의 조형적 언어가 된다.

“점자(點字)는 보이지 않는 자들, 볼 수 없는 자들의 언어잖아요. ‘그리움’이라는 것은 사실 볼 수 없는 것에 대한 아픔과, 볼 수 없다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이지 정말로 아는 자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가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보이지 않는, 볼 수 없는 존재인 아빠를, 볼 수 없는 자들의 언어로 그 보이지 않는 ‘아빠’의 존재를 점자로 해석하고 번역해 보았어요.”

“혹시 ‘이쩌, 알쩌, 싼쩌’라고 아세요? 중국에서 탈북여성들의 가격을 부르는 화폐의 최저단위이라고 하네요. 충격이었어요. 화폐단위 중에서 가장 작고 하찮게 여겨지는 게 동전이잖아요. 수많은 사람들 사이를 떠도는 동전은 방랑과 버려짐의 상징인 거죠.”

화폐의 최저단위로 불리는 탈북여성들의 불행한 처지와 그들의 방랑을 묘사한 동전 조형물은 허망하고 쓸쓸한 공간 속에 불안하게 떠 있다. 하지만 그들의 걸음은 꿈과 그리움을 향해 서로 이어져 있었고 방랑자의 걸음은 꿈꾸는 자의 여정이 된다.

 '꿈꾸는 자의 여정'                            

▲ 작품 '꿈구는 자의 여정'

조형작품 ‘꿈꾸는 자의 여정’을 통해 작가는 방황하는 자의 꿈과 희망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 작품 속에 그는 자기 자신의 모습과 함께 방황 속에서도 끊임없이 꿈을 꾸며 살아가는 인간의 공통적인 내면을 녹여내고 있다.

그는 동전 하나 하나를 납땜으로 붙여서 연결하고 공간적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고 또 직접 그린 유화작품을 다시 카메라로 영상화 한 다음 시선이나 흐름을 부드럽게 해서 별빛, 오로라 느낌을 묘사했다.

작가는 이번 전시회 기간 동안 찾아오는 관람객들에게 이런 부분을 강조했다고 한다. “내가 동기를 받고 내가 영감을 받고 이런 작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모티브는 분명 그들(탈북민들)의 이야기가 맞지만, 사실 북한 사람들에게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라 결국 방황하고 떠도는 것은 모든 인간들의 이야기이고 그 속에서 꿈을 향해 나가는 것도 모든 인간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동전들이 모여서 구불구불하게 꿈을 향해 나가는 이 작품들의 이야기도 사실 자신의 자화상이며 결국 모든 꿈을 꾸는 자들의 여정을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라고 작가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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