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방문진 이사를 쫓아내려는가?
왜 방문진 이사를 쫓아내려는가?
  • 이인철 변호사·방송문화진흥회 이사·미래한국 편집&
  • 승인 2017.10.05 00:23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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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와 KBS 경영진에 대한 퇴진 요구가 각 방송사 노동조합의 주도로 전방위적인 위협과 강요가 이어지고 있다. 노조는 방송사 사장이나 이사들에 대해 불법적 퇴진 압박을 공개적으로 강행하고 있다.

노조가 부당하게 파업 중인 문화방송 운영의 책임을 맡고 있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인철 이사가 문화방송(MBC) 파업 등 최근의 사태와 관련하여 <MBC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심경과 소회를 밝혔다. 관련 내용을 요약. 두 번째 전재한다. <편집자>

▲ 지난 9월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KBS·MBC 공동파업과 언론노조 총력 투쟁 승리를 위한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이른바 공영방송 정상화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


MBC이야기,

문재인 정권은 왜 방문진 이사를  쫓아내려고 하는가?

더불어민주당의 공영방송장악 로드맵 실행에 따라 한 분의 방문진 이사가 사퇴를 했고 현재 KBS 이사진에 대한 민노총 산하 노조의 퇴진 강요행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사진의 사퇴를 강요함은 방송사의 사장 선임권한을 갖고 있는 이사를 필요한 수만큼 자기 사람으로 바꿔 원하는 사람으로 바꾸기 위함이다.

MBC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로서의 지난 2년간을 돌이켜보면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는 지속적으로 당시의 사장 퇴진을 요구했다. MBC 사장과 경영진에 대한 비리 의혹 제기와 일부 매체의 근거 없는 왜곡 보도를 들으며 지낸 2년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이명박 정권 이후 계속된 사장 퇴진 요구의 지속인데, MBC를 노조의 소유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MBC의 직전 사장에 대한 퇴임 요구는 집요했다. 사장이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사찰에 가까울 정도의 추적이 이어지고 온갖 뒷이야기가 만들어져서 떠돌아다녔으며, 방문진 이사회에서는 현재의 여당 추천 이사들에 의해서 이런 소문을 뒷받침하는 증거 찾기를 위한 각종 안건들이 만들어져 올라오고, 사장이나 임원을 불러내 증거를 요구하고 증거가 없으면 자백을 강요하며 그래도 안 되면 막무가내로 사퇴를 요구하고, 감사에게 감사를 요구해 증거를 캐내려는 일이 이어졌다. 사장이 바뀌어도 같은 일은 계속되었다. 현재의 파업의 목적은 사장 물러나라는 것밖에는 없다.

왜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가? 이명박 정권 이후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의 일관된 사장 퇴진 요구는 자기가 지지하지 않는 정권에 의해서 선임된 사장이어서 안 된다는 것으로 들린다. 이는 정권 교체를 인정하지 못한다는 것이고,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것이며, 민주주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고 나와 다른 것은 부정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철저한 부정이다.

MBC의 주주이면서 관리감독기관인 방문진의 9명 이사는 방문진법에 의해서 방통위에서 선임되는데 여권 추천 6인, 야권 추천 3인으로 구성된다. 이사진이 구성된 이후에 도래하는 사장 선임 시에는 다수의 이사의 선호에 따른 사장이 선출될 것이다. 이는 1988년 방문진법이 제정된 이래 30년간 계속되어온 방문진법에 따른 사장 선임의 당연한 흐름이었다.

노무현 정권시 임명된 노조위원장 출신 최문순 사장이 퇴임하고 이후의 이명박 정권에서 임명한 사장 때부터 민노총 산하 노조에 의한 사장 퇴임 요구가 시작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결국은 노조가 지지하지 않는 정권에 의해서 임명된 이사진에 의해서 선임된 사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으로 밖에는 볼 수 없다.

작년 상반기 말에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 방문진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 MBC 사장의 선임 방식이다. 방문진 이사 구성을 여야 6:3의 비율에서 7:6으로 바꾸고 MBC 사장 선출에 있어서 사장추천위원회를 거쳐서 방문진 이사의 3분의 2의 다수로 선임하도록 하는 안이다. 탄핵정국의 혼란기였던 올해 2월에 국회에서 이 법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입법에 이르지 못하고 논의가 중단되었다.

MBC 종전 사장의 임기가 만료되고 법안이 통과되지 아니하여서 방문진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서 새 사장 선임 절차를 밟았다. 그래서 올해 2월 말에 MBC 신임 사장이 선출되어 경영진이 교체되었다. 민노총 산하 노조에 의한 신임 사장에 대한 퇴임 요구는 바로 그날부터 시작되었다.

민노총 산하 노조는 사장 선임 때부터 누가 사장이 되더라도 끌어내리겠다고까지 공언하였으니 결국 종전 정권에서 임명된 방문진 이사들이 사장을 선임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방문진에서의 지난 2년간이 MBC 전 사장의 비위를 캐내기 위한 공격을 보면서 지낸 시기였다면 올해 들어서 그들의 목표는 MBC 사장에 대한 임면권이 있는 방문진 이사들의 비위를 캐는 것으로 바뀌었다. 민노총 산하 노조의 방문진 이사 개인들에 대한 모해와 무고행위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의 방송장악 로드맵의 계획대로 방문진 이사 한분이 압력에 못 이겨서 그만 두게 되었다. 민노총 산하 노조는 이제 5:4가 되었으니 한사람의 이사만 더 쫓아내면 방문진 이사회를 통해서 MBC 현 사장을 쫓아낼 수 있게 되었다고 득의양양이다.

지금은 고영주 이사장 한 분에게 온갖 공격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의 서부지방노동청의 MBC 사장 소환조사는 이를 빌미삼아서 고영주 이사장에게 관리감독의 책임을 물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역시 방송장악 로드맵대로 진행되는 형국이다.

임기가 보장된 방문진 이사를 MBC 사장을 쫓아내기 위한 목적으로 모해하고 비방하며 무고하면서 몰아낸다는 것이 문명사회에서 있을 법한 일인가? 전 정권에서 임명된 이사들이어서 안 된다는 것이니 선거제도를 부정하고 민주주의를 짓밟는 일이 아니고 무엇인가?

정권의 시기와 방문진 이사의 임기나 방송사 사장의 임기가 일치하지 않고 겹치는 것이 견제를 통해서 권력의 독주를 막고 한편으로 정언유착을 막아서 방송의 독립성을 지키는 길이며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다.

이제 사장을 쫓아내려는 목적의 파업은 중단되어야 한다. 문재인 정권과 여당은 공영방송 장악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그들의 주장처럼 방송의 공정성 확립을 위한 방송개혁 시도였다면 중단되었던 국회에서의 방송법 개정안 논의로 돌아가서 방송 전반에 대한 개혁을 논의해야 한다.

혼자만이 공정의 수호자일 수는 없으며 공정성의 담보는 견제를 통해서 이뤄진다. 공정성 논의는 이해관계자들간에 이뤄져서는 안 된다. 공정성 논의는 정파적으로 다뤄져서는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일 때 제안한 법안을 여당이 되었다고 발뺌하는 것은 곤란하다. 방문진 이사의 여야 비율이나 사장 선임 방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적인 방송 내용의 결정과 관련해 편성권에 대한 논의일 것이다. 큰 틀에서 방송에 대한 논의를 국회에서 해야 한다.

MBC 사장 퇴진 요구와 이를 위한 방문진 이사 퇴진 강요를 거절하는 것은 법과 절차대로 하자는 것이며 상식에 따르자는 정당한 주장이다. 법과 절차가 배제되고 상식에 반하는 지배를 독재라고 부른다. 그래서 MBC를 지키는 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다.


MBC이야기,

압력에 못이겨 물러난 유의선 전 방문진 이사를 위한 변명 

양승태 대법원장의 퇴임사 말미에 모진 풍상을 견디며 숙연한 연륜의 향기를 담은 고목(古木)같은 법관이 되는 것이 영광과 행복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어찌 법관뿐이랴, 사회 각 분야에서 연륜을 쌓아온 고목 같은 사람이 바로 대한민국을 유지하는 기둥일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풍토는 고목이 되기도 전에 베어버리는 일이 잦아서 고목을 찾기 어렵다. 아예 고목을 원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권력이나 이익을 얻기 위해서 남을 시기하고 비방하며 수단과 방법을 다해서 쓰러뜨리려는 폭압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나무가 쓰러지는 것을 봤다. 2년에 걸친 집요한 모욕과 조롱, 압력에 시달려 한 나무가 쓰러지는 것을 봤다.

MBC의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로서 지난 25개월간을 돌이켜보면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MBC 경영진의 퇴진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격을 해온 시기였다. 퇴진이라는 목적을 세워놓고 이를 성취하기 위해서 시빗거리를 찾고자 온갖 수단을 다했다. 목적을 위해서 인간이 잔인해질 수 있다는 것을 봤다. 한마디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사냥’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전 정권에서 임명된 현재의 야권 이사들을 물러나게 하려는 공격이 방문진 임기 초부터 있어왔다. 학교에 재직하던 유의선 이사의 경우는 방문진 회의시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대해서 친언론노조 매체가 시비를 걸어오는 방식의 공격이 있었다. 회의에서 제시한 의견 한마디를 놓고 회의 다음날이면 친언론노조 매체들은 그 의견을 다루면서 공격해왔다.

이런 시빗거리에 대해서 항변하면 다시 그에 대한 반박이 이어지곤 했다. 그렇게 친언론노조 매체를 통해서 유의선 이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공격의 대상으로 제시되었다. 사냥감이 된 것이다. 그와 같은 분야의 학자 그룹, 제자 그룹을 통한 지속적인 사퇴 압력이 이어져 갔다.

교육자이고 학교라는 조직에 있기에 대항을 쉽게 하지 못하리라는 계산에서 의도된 공격이다. 참으로 치사한 일이고, 부끄러워야 할 일이다. 그러한 압력 행사는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의 부역자 명단 발표로 절정에 이르렀다. 유 이사를 전 정권의 부역자라면서 공개적으로 모욕을 주고 사퇴를 요구했다.

여러 경로를 걸쳐서 직간접적으로 유 이사에 대한 사퇴 요구 압력이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최종적인 것은 언론 관련 학회 교수들의 성명서인 듯하다. 자기가 평생 몸담아온 분야의 구성원들로부터 공개적으로 손가락질 당하는 것은 견디기 어려운 압력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한 사람에 대한 인간 사냥은 압력에 못이긴 사퇴로 종결되었다. 유의선 이사의 사퇴는 2년간에 걸친 인간 사냥의 결과다. 그러나 사냥꾼들은 이제 한사람만 더 몰아내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서 공개적으로 사냥을 계속할 뜻을 공표하고 있다.

한 사람에 대한 사냥이 2년에 걸쳐서 조직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보아왔다. 문명사회에서 배울 만큼 배우고 누릴 만큼 누린 사람들에 의해서 사람을 매도하고 모욕하고 조롱하면서 압력을 행사하는 이런 방식의 인간 사냥을 보면서 참혹한 심정이다.

그런 조직적 만행을 저지른 사냥꾼들이 무슨 민주를 이야기하며 무슨 공정을 이야기하는가? 이 사냥은 사장 퇴진을 목적으로 정족수에 계산되는 한 사람의 수를 줄이려는 목적에서 자행되었다.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숫자로만 생각하기에 목적을 위해서 한 사람에 대한 사냥은 아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끔찍한 발상이다. 그분을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해서 미안한 마음뿐이다.

한 인간을 자신의 이익과 목적의 성취를 위해서 무자비하게 인격을 침탈하는 행위는 인륜에 반하는 패륜적 작태다. 개인을 존중하지 않는 한국의 집단주의적 문화의 표현이다.

한편으로는 87년 헌법체제하에서 정치세력은 적과 우군을 구분해 상대를 철저히 진영에 묶어놓는데, 적대적 공존관계의 틀 안에서 전면적인 투쟁으로 자기 진영을 지키는 과정에서 개인은 진영의 부속품으로 여기는 잘못된 풍토의 결과이다.

적에 해당하는 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처단해도 무방하고 개인의 차이와 생각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다. 한 사회의 지도층에 속하는 사람들 역시도 진영을 이유로 삼아서 이렇게 한 인간에 대한 사냥에 거리낌없이 참여하며 나서는 참혹한 현실이다.

지난 25개월간의 인간 사냥을 보면서, 사람의 인격을 무너뜨리는 방법을 봤다. 개개의 언행 하나하나를 대중에 공표하고 공격하면서, 사실에 대한 논쟁이 아니라 품성과 인격을 조롱하고 모욕한다.

모멸감에 빠지게 하고 고립되게 만들며 좌절하게 만든다. 인격 살인의 기술자들이 벌이는 인간 사냥은 끔찍하다. 진영이라는 것은 만들어진 가상의 것임에도 상대를 특정한 진영에 고정시키고 가둬 놓음으로써 다른 진영의 부역자라는 표현을 사용해서 상대를 인간이 아닌 척결할 대상물로 규정하고 공격 목표로 하며 사냥감으로 삼는다.

저들의 인간 사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음 목표로 삼은 방문진 김원배 이사에 대한 공격은 과거에 이미 무혐의로 종결되어 해명된 사건을 재고소하면서 마치 무슨 큰 문제를 새로 발견한 양 억지부리며 모해하고, 휴일에 출석하는 교회 앞에 찾아가서 모욕을 주며, 이제는 사퇴 요구하는 전단지를 만들어서 주거지 인근의 곳곳에 부착하고 뿌리는 만행을 저지른다. 지난 주 KBS 언론노조는 사퇴 요구의 대상인 KBS 이사 김경민 교수의 제자에게까지 찾아갔다고 한다.

인간 사냥 이제 그만 두라. 더 이상 나무를 뽑지 마라. 이제는 관련이 있는 사람까지 찾아가고 어린 나무마저 뽑아버리겠다고 하니 이 무슨 일인가? 양승태 대법원장의 퇴임사 마지막 표현의 우려처럼 사법부에서 고목이 나오기 어려울 것 같고, 지식인 사회에서도 그러하며, 이 사회 전반에 걸쳐서 그러한 것 같다.

더 이상 나무를 뽑지 마라. 더 이상 스스로의 기반을 무너뜨리지 마라. 대한민국이 있어야 방송이 있고 MBC도, KBS도 있지 아니한가?

MBC이야기,

MBC를 지키고 있는 여러분들이 우리를 지킵니다.

오늘도 MBC를 지키고 있는 임직원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왁자지껄하던 방의 적막 가운데 바쁘게 움직이면서, 내려간 사람들이 떠난 빈자리를 지키는 여러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임기를 마치면 떠날 몸이지만 여러분은 방송의 지속을 위해서 그리고 가정과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그곳을 지키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부담을 안고 있지만 꿋꿋이 자리를 지키는 여러분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그냥 말없이 평소에 하던 일을 혼란에도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계속 일하고 있다는 그것 때문에 경의를 표합니다. 파업이 끝나면 돌아온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겠고, 여러분은 지금껏 일하여 온 그대로 계속 맡은 책임을 다하겠지요.

여러분이 그때 MBC를 지켰다는 사실이 기억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할 일을 마땅히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바로 그것 때문에 경의를 표합니다.

여러분의 옆자리가 비어 있다고 하더라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그동안 MBC를 지켜온 것은 여러분처럼 묵묵히 그 자리에 앉아 일하던 분들이 아니었는가요? 직장을 지키는 것은 소수의 일하는 사람이 아니던가요? 조직이나 나라를 지키는 것도 업무를 감당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맡은 자리에서 책임을 완수함으로써 지켜온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은가요?

많은 사람이 무언가를 요구하며 하던 일을 버리고 광장으로 내려가 큰목소리내며 소동을 벌이지만, 그러한 소동이 과연 무슨 의미 있는 결과를 이뤘는가요?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자기 할 일을 다하는 그 몇 사람에 의해서 직장이 지켜지고, 나라가 지켜져 왔습니다. 힘을 내십시오.  여러분은 직장을 지키고, 가정을 지키고, 나라를 지키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후배에게는 온갖 위세를 떨면서도 밖으로는 정의의 화신인양 외치지 않았고,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을 무슨 피해를 입은 양 희생자 코스프레를 하지 않았으며, 공채가 무슨 과거급제라도 되는양 기수를 따지면서 경력직이라고 박대하지 않았고, 집단을 따르지 않는다고 뒤에서 수군거리고 모욕 주며 왕따 시키지 않았으며, 무슨 대단한 일을 하는양 정치를 논하며 말도 되지 않는 논리로 남을 설복하려고 꼰대노릇 하지 아니하고, 오직 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맡은 일을 해왔습니다.

많은 이가 내려간 그 자리를 지키고 서서 누구를 원망하지 않으며 묵묵히 자기 일을 다하는 여러분이 MBC를 지키는 사람이고, 가정을 지키고, 나라를 지키는 사람입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방송 장악 로드맵 문건을 통해서 밝혀졌듯이 여러분이 받았던 온갖 구박과 모욕 및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패는 무슨 대단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고 공정방송을 위한 것도 아니며 그냥 자리다툼이요, 바뀐 정권에서 눈치보기하는 것이 아니던가요?

방송이 중단되고 직장마저 무너져도 상관없다는 식의 온갖 패악질이 난무하는 시련기에도 여러분은 오히려 방송의 독립성을 지키고, 공중파방송의 송출을 유지하며 직장을 지키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습니다.

갖가지 미사여구로 자신은 피해자요 우리는 부역자이고, 자신은 공정의 화신이고 우리는 청산되어야 할 대상이라는 거짓말이 멀리 퍼지고, 여러분이 하는 일을 사람들이 알아주지 못하기에, 해야 할 바로 그 일을 하면서도 오히려 비난을 받고, 해야 할 일을 마땅히 행하는 것으로 구박을 받으면서, 한 일에 대한 마땅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현상은 세상에서 늘 보아왔던 인간사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 자신이 맡은 책임을 다하여 한다는 것을 알기에 원망하지 말고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해야 할 그 일을 계속 그대로 해야 하겠습니다.

이렇게 해야 할 그 일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압력이 들어오면 피할 곳을 찾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그런 곳은 없겠고 그럴 수도 없겠습니다. 한반도가 세계의 골칫거리가 되었는데, 오늘의 정치적 혼란기에서 어디간들 마음 편히 거처할 곳이 있을까 싶습니다. 우리가 있어야 할 곳은 그냥 이곳이 아니던가요.

MBC의 지난 날을 돌아보면, MBC는 이 사회의 삶의 현장 가운데서 항상 문제의 한가운데에 있었습니다. 노무현 정권 하의 최문순 사장 시기의 정치와 가까웠던 시절과 광우병보도사건 그리고 2012년 선거를 앞둔 파업 시기를 거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항상 그 시대의 사회적 논란거리가 MBC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MBC가 이 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과제로서 받아들이고 앞으로 MBC가 어떻게 되어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던져지는 계기가 된다면, 지금의 상황이 전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MBC에서 대한민국의 오늘의 모습을 봅니다. 오늘의 파업 현장이 바로 대한민국의 모든 문제의 축소판입니다. 혹자가 소용돌이의 한국정치, 분파주의 사회, 정치지향의 사회라고 말한 것 처럼, MBC의 파업 현장에서 드러나는 갖가지 현상들은 바로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MBC를 떠날 수가 없으며, 떠날 그 곳 역시 마찬가지로 이곳일 것입니다. MBC는 우리입니다. MBC가 잘 서면 대한민국이 잘 설 것입니다. 숱한 터무니없는 비방과 모해, 내외부의 회유와 압력이 있지만, 그것이 우리의 삶이고 우리가 벗어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의연히 자리를 지키고 해야 할 일을 해야겠습니다.

여러분과 광풍에 휩싸여서 흔들리는 배에서 만났습니다. 몇 척의 구명정이 준비되어 있기에 폭풍이 거세지기 전에 배를 떠나라는 유혹이 옵니다. 하지만 이 배는 폭풍을 견뎌 나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남아 있는 헌신적인 선원들에 의해서 파도를 헤쳐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한편으로는 우리가 도착할 항구 역시 같은 폭풍우를 맞는 상황이기에, 이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처한 위험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인생에서 부딪치는 많은 문제 중의 하나이며, 인생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어서 하나씩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또한 삶이라는 과정 자체이기에.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인생은 전부 기억되지 않고 어쩌면 전혀 기억되지 않아서 우리의 선택을 오히려 비웃거나 비난하고 조롱할지라도, 언젠가 그때를 이야기할 시간이 올 때에, 여러분은 그냥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였고 풀어야 할 숙제이며, 그것을 해야 하기에 그렇게 했노라고 말하겠지요.

그리고 누군가는 여러분이 그때에 행한 그 행동을 기억하며 살아왔노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것으로 족합니다.

“MBC는 방영되고 있습니다. MBC를 멈춰 세우려는 온갖 공격에도 불구하고, MBC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기억해 주십시오.”

2017. 9. 13.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이인철

▲ 서울대 졸업 / 영화진흥위원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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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2017-10-06 10:57:08
그렇다면 박근혜정부가 왜 무너졌는지 아십니까? 다른 문제가 아니라 MBC가 그 당시 공영방송으로서의 제 역활을 못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인철씨가 잘못 보신 것이 있는데, 김사장조차도 MBC가 이렇게 망가진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김장겸사장이 MBC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제 역활을 하도록 도와주었냐? 그것도 아니라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돼지 2017-10-06 15:50:59
이인철씨께 묻고 싶군요. 지금 MBC가 장기파업을 한 가장 큰 원인은 노조탓이 아니라, MBC를 발전은 커녕, 오히려 망치기에 급급한 현 경영진과 MBC를 관리, 감독해야할 방문진의 무능이 자초한 겁니다. 임기운운할 때가 아니라, 김장겸사장이나 방문진이사가 총사퇴해도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는 거 아셔야 할 겁니다.

시민 2017-10-19 15:14:00
이 사람은 이명박근혜 정권 때 적폐 mbc사장들이 직원들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모른다.. 어쩌면 알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