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가 지금 대통령이라면…
박정희가 지금 대통령이라면…
  •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승인 2017.10.07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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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대통령 탄생 100돌

올해는 박정희 탄생 100주년이다. 질곡의 한국 현대사를 정면으로 돌파했던 박정희 대통령이 지금 우리의 대통령이라면 산적한 외교·안보의 난제들을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 제1차 학술심포지엄(2016.6.14)에서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대체역사’의 기고문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박정희 대통령이 당면했던 18년 동안의 국제 안보 상황과 현재 대한민국이 당면하고 있는 국제 안보 상황이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좌절을 느낀다. 결국 통일을 이룩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안보 상황이 대폭 개선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현재 대한민국은 당면한 국제 안보 상황을 제대로 극복해 가고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결코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지금 현재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면 그는 과연 이 같은 상황을 어떻게 돌파하고 있을까?

역사를 연구하는 목표 중 하나는 선현의 지혜를 빌려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역사학자들을 최근 과거에 일어났던 것과 다른 일을 상상한 역사 연구에도 흥미를 기울인다.

이곳에서는 현재 박정희 대통령이 있다면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대체역사(Alternative History)를 상상해 보기로 하자. 물론 그 상상은 박정희 대통령이 당면했던 실제의 역사에 기반을 둔 것이어야만 할 것이다.

▲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 사진전과 휘호 전시회가 22∼24일 경북 구미시 예갤러리에서 열린다. 박 전 대통령 생활 사진 396점과 휘호 100점을 선보인다. 사진은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 집무실에서 붓글씨를 쓰는 모습. / 연합

우선 오늘 우리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국제 안보 환경을 분석의 편의를 위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문제로 정리해 보자. (1) 북한의 핵개발 문제 (2) 한미동맹에 잠재하는 문제 (3) 중국의 부상과 이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 (4) 일본과의 문제.

북한의 핵폭탄에 대한 한국의 대처는 그동안 무대책이었다고 말해도 될 정도로 악화일로에 있는 문제다.

2015년 여름 간행된 한국 국방백서는 금명간 북한이 핵무기를 실전 배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때 스스로 핵무장을 결심하고 이를 은밀히 추진한 적이 있는 박정희 대통령은 핵폭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핵전략의 기본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심지어는 정치가들조차도 북한이 핵을 만들어도 결국은 망할 것이며 북한 핵은 우리 것이 될 것이라는 황당한 생각을 하고 있다.

핵전략의 기본은 ‘전쟁을 하지 않은 채 승리하는 것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실전 배치한 후 압도적으로 유리한 전략 상황을 이용해서 대한민국을 유린할 것이다. 핵무장을 갖춘 북한과 싸울 수 없는 한국은 북한의 각종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은 겁 많은 한국은 핵무장을 갖춘 북한의 요구를 다 들어 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북핵-자위적 핵무장 또는 파괴 공격 결심했을 것

모겐소 교수는 다투는 두 나라 중 한나라는 핵무장을 하고 다른 나라는 핵무장을 하지 않았을 경우 핵무장하지 않은 나라의 전략적 옵션은 두 가지로 줄어들게 되는데 그 하나는 마치 일본이 미국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대들다 죽는 것, 다른 하나는 미리 항복하는 것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박정희라면 이 같은 상황의 도래를 어떤 경우라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보다 훨씬 약했던 대한민국의 군사력을 북한을 압도하는 것으로 바꿔 놓았던 박정희가 전략 균형을 완벽하게 파괴할 북한의 핵무장을 허락할 리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박정희는 어떤 방식을 취할까? 적어도 다음 두 가지 중 하나일 것이다. 하나는 북한의 핵에 대응해 한국도 핵무장하는 것이다. 우선 북한을 향해, 그리고 중국과 미국을 향해 당신네들이 북한의 핵을 제거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도 핵무장을 갖추는 수밖에 없다고 선언할 것이다.

그리고 국제사회가 대한민국의 핵무장을 허용할 수 없다면 한국은 북한의 핵이 실전 배치되기 이전, 이를 공격해서 파괴해 버릴 수밖에 없다고 선언할 것이다. 북한이 핵무장을 완성한 후 대한민국은 사실상 ‘전쟁’ 이라는 국가정책 최후의 수단을 사용할 수 없는 나라가 될 것임을 박정희라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박정희 대통령의 정책은 국제사회의 북한 핵무기 제거 노력을 촉구하고, 미국으로 하여금 한국에 대한 전쟁 억제를 위한 대책을 강구하게 하는 자극제가 될 것이다. 한반도의 전쟁을 막아야 할 중국 역시 북한의 핵을 제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북한이 한국을 위협할 때 박정희는 군사공격이라는 옵션을 강력히 주장했고, 미국은 이를 막기 위해 쩔쩔 매기도 했다. 8.18 도끼 만행 사건시 박정희는 김일성을 “미친개” 에 비유하고 “몽둥이가 약이다” 고 말했다. 오늘 우리나라 대통령 혹은 지도자들 중에 이 같은 말을 과감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박정희가 실제로 통치했던 대한민국보다 지금 대한민국은 현대식 군사력에서 북한을 훨씬 압도하고 있다. 오늘 수준의 대한민국을 통수(統帥) 한다면 박정희는 북한 핵문제를 능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한미동맹에 잠재하는 문제

박정희는 본질적으로 민족주의자로서 미국에 대해 당당했던 대통령이지만 동시에 미국이 대한민국의 국가안보에 얼마나 중요한지,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던 인물이었다.

주한미군의 대북 전쟁 억지력을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기에 주한미군의 감축에 대해 대놓고 미국을 비판했고, 주한미군이 월남전쟁에 투입될 가능성이 보이자 이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한국군을 월남전쟁에 파병하기도 했다.

물론 월남파병은 한국군의 전투력을 대폭 상승 시키는 효과와 경제발전의 종자돈을 마련하는 효과도 있었지만 가장 큰 기여는 주한미군의 감축을 막고 한반도에서의 전쟁 억지력을 유지시킨 데 있었다.

카터 대통령의 비전략적이고 무조건적인 주한미군 전면 철수 정책과는 전혀 다른 것이지만 2016년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대선전에서 공화당 후보가 확실시 되는 트럼프는 한국(일본 독일, 사우디도 포함한다)에게 주한미군의 주둔비용을 더 내라고 요구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언급을 여러 차례 했다.

카터의 주한미군 전면 철수 정책을 꺾어 버리고 카터에게 거의 망신 수준의 욕을 보인 박정희가 지금 있다면 트럼프의 주한미군 철수 정책은 문젯거리도 되지 못할 것이다. 박정희는 먼저 한국이 처한 안보 및 경제 상황을 설득할 것이며, 미국이 한국에 미군을 주둔시켜서 얻게 되는 이익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차근차근 설명해서 트럼프를 설득시킬 것이다.

트럼프가 설득당하지 않는다면 박정희 대통령은 카터에게도 그렇게 말했듯이 “갈테면 가라” 라고 말 할 것이다. 트럼프는 한국이 핵무장해도 말리지 않겠다고 했으니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한국은 위에서 논했던 북한 핵문제까지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중국의 부상-적과 동지를 분명히 했을 박정희

오늘 많은 한국인들이 중국과는 경제, 미국과는 안보를 잘 하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박정희가 본다면 정말 한가한 이야기라고 꾸중할 것이다. 이웃에 강대국이 출현하고 있고, 그 강대국은 한국의 영토 그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나라인데 이 같은 상황을 ‘위협’이라고 보고 대처하기는커녕 돈이나 벌겠다고 생각하는 현재의 한국이 한심해 보일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닉슨 대통령이 중국과 수교할 때 미국이 중국공산주의자들의 본질을 잘 모른다고 우려했다. 중국은 겉모양은 달라졌을지 몰라도 아직도 공산당이 지배하는 나라이며 언제든지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를 흔들어 놓을 수 있는 나라다. 박정희라면 중국이 대한민국에 제기하는 위협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과의 관계를 더 돈독히 하려고 시도했을 것이다.

박정희의 혁명공약에 나와 있는 ‘미국을 위시한 우방국과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는 우리나라가 우방과 동맹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를 잘 말해준다. 지금 한국 사람들은 중국과 미국이 다투는 상황 속에 한국이 ‘끼어 있다’고 인식한다. 그럼으로써 미국과 중국 모두로부터 신뢰 할 수 없는 나라가 되고 있다.

우리가 미·중 사이에 끼어 있다고 말할 때 동맹국인 미국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그리고 중국은 미국과의 동맹을 애써 유지하려 하면서도 중국과 잘 지내겠다는 한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한국은 미국과 엄연한 동맹국이다. 미국이 누구와 다툴 경우 우리는 미국을 편들어줘야 할 법적인 의무가 있다.

우리가 진정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고뇌를 해야 한다면 미국과의 동맹을 우선 종지 시켜야 한다. 미국과 동맹은 유지하면서 미중 관계에서 끼어 있어 괴롭다거나 균형자 노릇을 하겠다는 발상은 박정희 수준의 국제정치 인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도무지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중국을 잠재적인 위협으로 인식하지 않는 경우 한국과 미국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된다. 중국에 대해 애매모호한 한국의 태도에 불만인 미국은 이미 한국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강인선 기자는 “미국에선 아시아에서 대(對)중국 연합 세력을 규합할 때 한국은 포기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한다. 어차피 한국은 중국과 더 친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아예 한국은 빼놓고 호주·일본·필리핀·베트남·미얀마·인도 등과 뭉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는 것이다”고 쓰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이 재임하고 있다면 상상을 할 수 없는 일이다. 박정희는 누가 우리 편이고 누가 우리 편이 아닌지, 그리고 미국을 우리 편으로 확실히 엮어 두기 위해 우리가 어떤 일을 해야 할지를 잘 알고 있던 사람이었다.

2015년 한국의 대통령은 중국의 전승절에 참여, 중국의 군사퍼레이드를 관람했지만, 같은 날 미국과 일본은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대규모 상륙작전 연습을 벌였던 상황이다. 박정희 대통령이었다면 결코 이 같은 혼돈 상황은 야기되지 않았을 것이다.

중국은 최근 사드 배치 문제를 가지고 시비를 걸고 있다. 방어 무기 체계를 놓고 시비를 거는데 한국에서는 ‘국방주권’ 이라는 원칙을 말하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이라면 중국에게 ‘북한의 핵무기가 폐기된다면 우리도 사드 미사일 배치 계획을 곧바로 폐기할 것’ 그리고 ‘중국의 미사일은 단 한 발도 대한민국을 향하고 있지 않는가’ 라고 응수할 것이다.

김순덕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우리는 더 이상 중국이 우리 편이라는 중국 몽(中國 夢)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논설을 썼지만 박정희 대통령의 시대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한일관계-안보협력으로 일본 끌어안았을 것

한일관계는 박정희 정권 이후 대부분 대한민국 지도자들이 뜨거운 감자로 취급하는 문제다. 한국 정부들은 그동안 일본과의 각을 세우는 것을 국내 정치적인 인기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일본이 독도를 자국령이라고 주장할 때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 주겠다는 한국 대통령도 있었다.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라졌지만,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겠다는 대통령의 대한민국은 독도까지 가서 일본 군사력과 싸울 수 있는 군사력이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한국 공군이 가지고 있었던 F-16은 독도 상공에서 일본의 F-15J의 상대가 될 수 없었고 한국해군이 보유하고 있었던 군함들은 일본이 6척 보유하고 있던 이지스(AEGIS) 함 근처에도 접근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힘을 늘리기 보다는 말을 크게 하는 대통령도 있었고, 아예 말조차 크게 하지 못하는 대통령들도 많았다.

박정희 대통령은 말도 강력하게 했지만 강력하게 말하기 위해 기본이 되는 강력한 힘을 건설하는 데 게을리 하지 않았다. 물론 박정희는 외교의 역할도 무시하지 않았다. 건국 이래 고수해 왔던 할슈타인 원칙을 과감히 폐기하고, 적성국가들과도 외교 관계를 넓혀 나갔다.

박정희의 국가안보 관련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는 정권의 명운이 위험할 수도 있는 거국적 반대를 극복하고 일본과의 수교를 단행했다는 점이다. 일본과 적대관계를 지속하면서 한반도 안보와 통일을 성공적으로 성취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은 것 같지 않다. 일본은 한반도 통일을 이룩해 줄 힘은 없을지 몰라도 통일을 반대해서 망치게 할 능력은 충분히 가지고 있다.

만약 일본이 북한에게 어느 정도 원조해 준다면 일본은 한반도의 분단을 지속 시킬 수 있는 나라다. 일본과의 수교가 중요한 줄 알지만 국민 감정 등 안보 외 다른 요인 때문에 지연되던 일본과의 수교 문제 해결은 한국의 안보 상황을 한국에 유리하게 한 단계 격상 시킨 것이나 마찬가지다.

많은 한국 사람은 일본과 중국 중 어느 나라가 한국 안보에 대한 잠재적 위협인지조차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두 나라는 지정학적으로 모두 잠재적 위협일 수 있지만 한국의 능력과 한국이 처한 국제 구조상 두 나라 모두를 잠재적 적대국으로 인식할 수는 없다.

일본을 잠재적인 안보 위협국으로 삼을 경우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관계를 파탄 낼 각오를 해야 된다. 일본은 미국과 거의 완벽한 동맹관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갈등을 지속할 경우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한국을 포기할 것이다.
이처럼 난감한 현재의 상황에서 박정희라면 주저 없이 일본과 안보 협력관계를 대폭 강화하는 것을 선택할 것이다.

미국의 유명한 국제정치학자 브레진스키 교수는 2012년 간행한 <전술적 시각: 미국과 글로벌 파워의 위기>(Strategic Vision: America and the Crisis of Global Power) 라는 책에서 만약 미국의 세계적 개입이 약해질 경우 가장 곤혹스런 상황에 처하게 될 나라 중 하나가 대한민국이라 지적하고 그 경우 한국은 3가지 전략 대안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나는 중국의 비위를 맞추며 사는 것이고, 둘째는 일본과 안보 협력을 함으로써 중국에 맞서는 것이며 세 번째는 한국 스스로 핵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책이 간행된 후 약 6개월 지난 후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한국 기자의 질문에 대해 브레진스키 교수는 ‘일본과의 안보 협력이 가장 바람직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 텍사스주립대 정치학 박사 / 이화여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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