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민족국가(nation-state)’ 의미는?
트럼프의 ‘민족국가(nation-state)’ 의미는?
  • 이상민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7.10.07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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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UN 연설 [분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월 19일 유엔에서 한 첫번째 연설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주권(Sovereignty)이다. 42분 간 연설하며 21번 주권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은 2번의 세계대전 후에 설립되었고 그 비전은 다양한 나라가 자신의 주권을 보호하고 안보를 지키며 번영을 증진시킨다는 것이었다. 3가지 평화의 기둥이 있다. 주권, 안보, 번영이다”라고 말하기 시작하면서 주권이라는 단어를 거듭 사용했다.

그는 “민족 국가(nation-state)는 인간 조건을 향상하는 최고의 수단으로 남아 있다. 우리의 성공은 자신의 주권을 받아들이고 자신과 세계를 위해 안보, 번영, 평화를 증진하는 강력하고 독립적인 국가들의 연합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강력하고 주권적인 나라들은 다양한 국가가 서로 다른 가치와 문화, 꿈을 갖고 공존하게 할 뿐 아니라 상호존중의 기초 위에서 나란히 일할 수 있도록 한다. 강력하고 주권적인 나라들은 그 국민들이 자신의 미래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도록 한다.

강력하고 주권적인 나라들은 개개인들이 하나님이 의도한 삶의 충만함에 따라 번성하도록 할 수 있다”며 민족 국가에 대한 찬사를 이어갔다.

개개 민족국가들이 자신들의 주권을 갖고 자신들의 국익을 추구할 때 더 나은 세계를 만들 수 있다는 이른바 트럼프 대통령의 ‘주권 독트린(Sovereignty doctrine)’은 취임 후 ‘미국 우선’(America First)를 주창하며 국내정책을 펼친 그의 시각이 세계무대로 확장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 지난 9월 19일 UN에서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트럼프의 주권 독트린은 글로벌 정치 불신 표시

트럼프의 주권 독트린은 세계 국가들이 통합해 세계 문제를 같이 해결하자는 이른바 세계 정부(Global Government) 혹은 세계 통치(Global Governance)를 거부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세계정부, 세계통치를 지지하는 국제주의자들(internationalist)이 신봉하는 다자적 국제협약이나 국제기구에 대한 강한 불신을 이번 연설에서도 드러냈다.

그는 “너무 오랫동안 미국인들은 거대한 다자무역조약, 무책임한 국제재판소와 강력한 세계 관료주의가 성공을 가져오는 최선이라고 들어왔다. 하지만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수천 개의 공장이 문을 닫았다. 다른 사람들은 이 시스템을 갖고 장난을 하고 있고 규칙들을 어겼다. 그 가운데 한때 미국 번영의 기둥이었던 우리의 중산층이 잊혀졌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다자적 국제협약에서 미국이 탈퇴하도록 하며 세계 통치에 대한 그의 불신을 행동으로 보여 왔다.

그는 취임 직후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 협정(TPP)에서 탈퇴했고 지난 6월에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도 탈퇴했다. 유럽국가들과의 다자 안보협의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세계무역기구(WTO), 유엔의 효용성을 비판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입장은 세계 통치를 강조해온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1년 전 9월 마지막 유엔 연설에서 세계는 협력과 통합이라는 모델을 선택하느냐 아니면 분열되어 궁극적으로 갈등하고 옛날식의 민족, 부족, 인종, 종교에 따라 갈리는 것으로 후퇴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당시 연설에서 가난, 편협성, 극단주의 등이 세계 통합을 방해한다며 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때 통합(integration)이라는 단어를 9번 사용했다.

그는 ‘국제적인’(international)이라는 표현은 14번 사용했는데 다 긍정적인 의미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통합’이라는 단어는 한번도 쓰지 않았고 ‘국제적인’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했다. 그는 오히려 주권을 찬양하며 각 나라가 고유의 문화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혀 오바마 전 대통령이 우려한 두번째 길로 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애국심과 민족국가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롯, 다른 전임 미국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언급해 왔던 기후변화, 핵무기 확산, 인권, 중동평화 등 이른바 국제 이슈에 대해서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세계 무대에서 국제협약이나 국제기구가 아닌 민족국가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유엔 연설의 절정은 애국심을 묻는 부분이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으로 민족국가는 애국자들의 집이다. 애국심 때문에 폴란드인들은 폴란드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고 프랑스인들은 자유 프랑스를 위해 싸웠고 영국인들이 강력한 영국을 위해 싸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신과 자녀들을 위해 더 나은 삶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한가지 질문이 있다.

우리는 여전히 애국자들인가? 우리는 이 나라의 주권을 보호하고 실패에 책임질 수 있을 만큼 우리나라를 사랑하는가? 우리는 이 나라의 이익을 지키고 이 문화를 보존하고 평화로운 세계를 보장할 만큼 이 나라를 아끼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뉴 깅그리치 전 연방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연설은 ‘세계주의(globalism) 대 민족국가’라는 주제를 던졌다”며 “그는 애국심에 기초한 주권을 강조하며 건강하고 지속적인 국제 협력을 위한 첫 단계로 국가적 정체성의 부활을 촉구한 것으로 매우 설득력 있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주권 독트린’ 외교정책은 당초 ‘미국 우선’을 표방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 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고립주의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 미국이 국제 문제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북한, 이란, 베네수엘라에 대해 장황히 언급한 것이 이런 배경에서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우리 지구의 골치 거리는 적은 수의 불량 정권들이다. 유엔이 기초한 모든 원칙을 위반하고 있는 그들은 자신의 국민들을 존중하지 않고 다른 국가들의 주권을 존경하지 않는다. 의로운 자들이 소수의 악당들을 맞서지 않으면 악이 승리할 것”이라며 북한, 이란, 베네수엘라 세 나라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는 “타락한 북한 정권보다도 다른 나라들을 멸시하고 자신의 국민들의 복지를 무시하는 나라는 없다. 수백만 명의 북한 주민들은 굶어죽었고 투옥당하고 고문당하고 억압당하고 있다. 우리는 무고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북한에 억류되어 학대당하다 미국으로 돌아온 후 며칠 뒤 죽은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북한 정권이 국제공항에서 금지된 독극물을 사용해서 독재자의 형을 암살하는 것을 봤다. 우리는 13세의 일본 소년을 일본 해안에서 납치해서 북한 간첩들의 언어 교사로 노예로 삼은 것을 알고 있다. 지금 북한은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개발해 생명 손실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이란, 베네수엘라 독재국가로 비난

그는 “미국은 큰 힘과 인내가 있다. 하지만 우리와 우리 동맹들을 보호해야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 밖에 없다. 로켓맨은 자신과 그의 정권을 위해 자살 임무를 하고 있다. 미국은 할 준비가 되어 있고 기꺼이 수행할 능력이 된다. 다만 이것이 필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란에 대해서는 “우리는 대량살상 운운하고 미국을 죽이겠다고 하고 이스라엘을 파괴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이란 정권을 봐야 한다. 그들은 민주주의라는 거짓 구실 뒤에서 부패한 독재자 마스크를 쓰고 있다.

엄청난 역사와 문화를 가진 부유한 나라가 경제적으로 가난하며 폭력, 유혈, 혼란으로 가득 찬 나라로 바뀌었다. 이란 지도자들의 오랜 희생자들은 이란 국민들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 세계가 이란 정부에게 죽음과 파괴를 추구하는 것을 종식하라고 요구할 때다. 이 정권이 부당하게 억류하고 있는 모든 미국인과 다른 나라 시민들을 풀어주라고 요구할 때다. 이란 정부는 테러리스트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 대신 국민들을 섬기고 이웃 국가들의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굶고 있고 나라는 멸망하고 있다. 민주적인 제도가 파괴되고 있다. 이 상황은 받아들일 수 없고 이를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책임 있는 이웃이자 친구로 우리 모두는 한 목표가 있다. 그들이 자유를 다시 찾고 나라를 회복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베네수엘라에서 민주주의 완전한 회복과 정치적 자유를 요구한다.  베네수엘라의 문제는 사회주의를 잘못 이행한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를 너무 잘 이행했기 때문이다. 소련에서부터 쿠바, 베네수엘라에 걸쳐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채택했던 곳은 어떤 곳이든지 아픔, 폐허, 실패만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월 자신의 선거공약과 달리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군을 철수하는 대신 오히려 파병 미군을 증원하고 철수 시점은 임의적인 시간표가 아니라 군사적인 상황에 따라 정한다고 발표한 것이나 지난 봄 시리아의 정권이 자국민들을 향해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하자 시리아 공군기지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것은 국제 문제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방증으로 해석되고 있다.

트럼프 말폭탄에 혼란스러운 北? 미 공화당 관련 인사와 잇단 접촉 시도
북한, 트럼프 행정부 방향성에 혼란 느끼는 듯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초강경 발언을 이어가는 가운데 북한 관료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공화당 관련 전문가들과 잇단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6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측이 트럼프 대통령 또는 공화당과 접점이 있는 전문가들에게 계속해서 만남을 요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최근 북한 측은 보수성향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 소속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에게는 평양 방문을, 과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 재직했던 더글러스 팔 카네기 평화연구소 부원장에게는 스위스 등 중립 지역에서 자신들과 공화당과 관련이 있는 전문가 간 회동 주선을 요청했다.

▲ 제72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위해 9월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JFK공항을 통해 입국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

북측으로부터 방북 제의를 받은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그들(북한)은 미국 학자와 전직 관료들에게 연락을 취하려 온 힘을 쏟고 있다”며 “하지만 북한 정권이 말하고자 하는 명백한 메시지가 있다면 미국 정부와 직접 접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팔 부원장도 미국의소리(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 당국자들로부터 미국 전문가들과의 만남을 주선해 달라는 요청을 두 차례 받았지만 성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팔 부원장에 따르면 처음에는 기술적인 어려움 때문에 만남이 이뤄지지 않았고, 지난 8월에 다시 요청을 받았지만, 이때는 만날 필요 자체를 느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앞서 올해 노르웨이 오슬로와 스위스에서 열린 만남에서 북한 외무성의 최선희 부국장이 과거와 다른 새로운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만나야 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과 팔 부원장이 모두 북한의 부탁을 거절함에 따라 회동은 불발됐다. 하지만 알려진 바에 의하면 현재 북한 측의 이러한 접촉 시도는 파악되는 것만 7건에 달한다.

WP는 “미국을 핵·미사일로 위협하는 이들의 요청이라 보기엔 놀라운 횟수”라며 “김정은 정권이 미국과 외교적 대화가 전무한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의 방향성에 혼란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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