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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외로웠겠지만 가는 길은 외롭지 않게 보내드렸어요’

백요셉 미래한국 기자l승인2017.10.18l수정2017.10.20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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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요셉 미래한국 기자  yosep2050@naver.com

지난 달 말 자신의 집에서 홀로 고독사(孤獨死) 한 39세 탈북녀 김 씨에 대한 장례식이 시신발견 한주일이 지난 금일(18일) 경남 창원시 동읍에 위치한 동창원 병원 장례식장에서 무사히 치러졌다.

특이 이번 장례식은 경남지역 탈북민 단체와 창원서부경찰서 보안계, 그리고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 주민센터에서 함께 공동으로 장례 준비를 책임지고 진행했으며 사연을 접한 많은 탈북민들이 조금씩 장례비용을 모아 보탠 것으로 알려져 긴 추석연휴와 이번 탈북민 고독사 소식으로 울적해진 국내 탈북사회에 훈훈함과 따뜻함을 가져다주었다.

▲ 경남 창원시 동읍에 위치한 동창원 병원에 차려진 탈북녀 김 씨의 빈소

2004년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서 살다가 2009년 무연고로 한국에 입국했으나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우울증을 앓아왔던 탈북녀 김 씨는 지난 10월 10일 열흘 넘게 연락이 안 된다는 동요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자택에서 쓸쓸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지난 11일 창원서부경찰서는 탈북민 김 씨가 창원시 의창구 동읍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것을 지난 10일 오후 3시 34분경에 발견했다고 밝혔다.

경찰 측의 발표에 따르면 김 씨는 한국입국 후 그동안 벌어놓은 돈을 경제능력이 없는 한국 현지남편에게 모두 뺏기는 등 가정불화가 지속되었으며 결국 지난 6월 이혼한 뒤 북한이탈주민 지역적응센터(하나센터)에서 두 차례나 우울증 상담을 받았다고 한다.

경찰은 김 씨의 사망 추정일을 지난달 25일로 보고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했으며 부검결과 과도한 음주·흡연으로 인한 뇌출혈이 사망원인으로 밝혀졌다. 사망 전까지 김 씨는 탈북 후 중국에서 현지 남성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을 그리워했으며 중국에 있는 딸의 한국 입국을 준비해 왔었다는 게 지역 탈북민들의 설명이다.

이번 장례준비를 자진해서 책임지고 나선 자유와 인권을 위한 탈북자연대 김태희 대표는 무연고인 김 씨를 장례 없이 화장할 수 없다고 여겨, 관할 경찰의 협조를 얻어 김 씨의 유일한 혈육인 중국에 있는 그의 18살 딸을 급하게 한국으로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 창원서부경찰은 김 씨의 장례비용을 지방 자치단체들과 여러차례 실무 회의를 거쳐서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경남지역 탈북민 단체 김태희 대표(왼쪽에서 세번째)와 경찰관계자들이 김 씨의 장례비용 마련을 위해 실무회의를 하고 있다.

장례식을 무사히 치른 김태희 대표는 ‘그나마 잘 차려보려고 했는데 빈소가 너무 초라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하면서 그래도 김씨가 ‘살아있을 때는 외롭고 쓸쓸했겠지만 가는 길 만큼은 외롭지 않게 보낸 것 같아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김 씨의 장례비용과 준비를 위해 그동안 고생해주신 창원서부경찰서와 보안계 관계자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번 일로 탈북민들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싶고 우리도 같이 도와드릴 수 있어서 보람이 있었습니다” 사망한 김 씨가 살던 지역 관할서인 창원서부경찰서 황재성 보안계 계장은 ‘시신발견 이후부터 중국에 있는 김 씨의 딸을 데려오고 장례를 치르기까지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가장 큰 문제인 장례비용을 지방 자치단체들과 여러차례 실무 회의를 거쳐서 힘들게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황재성 계장은 ‘탈북민들이 사선을 넘어 힘들게 남한에 왔는데 몸이 안 좋은 분들이 많다’면서 ‘그런 분들일수록 정신건강이나 신체건강 등 자기관리를 잘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북한에도 가족이 있고 중국에도 가족이 있어서 닥치는 대로 아무 일이나 막 해서 돈을 벌어 가족들에게 보내주려고 하는 그것이 우선순위다 보니 탈북민들이 자기관리를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사망한 이분도 경찰서에서 그동안 긴급 생활비 지원도 해주고 우울증 약을 지원하거나 우울증 상담도 몇 번 받도록 했지만 이분이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황재성 계장은 ‘탈북민들에 대한 사회적인 프로그램이 많아져야 하고 또한 하나센터에서 교육이 끝나면 끝나는 게 아니라 사후관리를 계속해서 해야 한다’면서 ‘특히 탈북민들은 남한에 와서 결혼 선택을 신중하게 잘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황 계장의 말에 따르면 현재 경남 창원 서부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민들은 약 130여명 정도이며 이들을 담당하고 있는 경찰관 인력은 고작 4명이라고 한다. 지난해 2016년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입국 탈북자 31,000여명을 담당하고 있는 경찰관 전체 수는 800여명이며 이는 경찰관 한명 당 평균 약 38명에 해당한 숫자다. 탈북민들의 한국사회 현지 정착적응 가장 가까이에서 지원하고 있는 경찰관 인력을 확충하는 등 탈북민 정책에 대한 새로운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 창원 새빛교회의 목회자와 성도들의 발인 예배로 진행된 탈북녀 김 씨의 장례식

창원 새빛교회의 목회자와 성도들의 발인 예배로 진행된 김 씨의 장례식은 김 씨가 살던 동네의 지인들과 김 씨가 중국에서 함께 지냈던 친구들, 경남지역 탈북민들과 창원서부경찰서 보안과 관계자들이 방문해 조의를 표했으며 고인의 빈소에는 창원시장 명의로 된 추모 화환과 창원시 의창구 동읍 주민센터 직원일동 명의의 화환이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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