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결국 베트남에서도 이겼다...최규장재미 칼럼니스트
미국은 결국 베트남에서도 이겼다...최규장재미 칼럼니스트
  • 미래한국
  • 승인 2002.0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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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규장*재미 칼럼니스트
時 論미국은 결국 베트남에도 이겼다테러는 국경이 없다. 이라크전이 끝났는데도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터졌다 하면 수십 명씩 목숨을 잃고 수백명이 다치기도 한다.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전 승리를 선언한 뒤 쓰러진 미군 병사가 전쟁 때 죽은 숫자를 넘어섰으니 평화의 앞날이 어둡다. 베트남의 망령이 떠오르지만 40년 전 베트남 전쟁이 생각난다. 세계 최강국 군대가 맨발의 베트콩에게 끝내 견뎌내지 못한 악몽 말이다. 수렁 속에 빠진 미국이 우리에게 전투부대를 보내달라는 것도 그때와 마찬가지다. 안 보내면 주한미군을 뽑아 갈 수밖에없는 미국사정도 그때를 닮았다. 그러나 이라크는 베트남이 아니다. 정글 없는 이라크에서는 게릴라전이 될 수 없다. 그런데 미군은 매일같이 쓰러지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탈레반이 되살아나고 있지 않은가. 베트남에서의 망령이 떠오르는 이유가 거기 있다. 테트(구정) 같은 공산군의 대공세 때는 구 사이공 미 대사관이 적의 수중에 떨어지기도 했다. 어디에도 전선은 없지만 어디든지 적이 숨어 미군을 노렸다. 후세인이 무너진 이라크는 호치민(胡志明)없는 베트남이라지만, 세계 제2의 석유자원을 배경으로 미국에 저항한다면 베트콩보다 버거운 상대가 될지도 모른다.베트남전 때도 미국이 압도적인 전력으로 적의 목을 죄면 승리는 코 앞이라 했다. 하늘에서는 융단 폭격세례를 퍼붓고 지상에는 첨단장비를 가진 50만 대군을 풀어놓았다. 하지만 도끼로 모기를 치는 격이었다. 전쟁의 끝이 보이기는커녕 미군의 희생이 5만 명을 넘어서자 이길 수 없는 전쟁은 협상테이블에 올려졌다. 베트남 군을 훈련시켜 치안을 맡기고 민주정권을 들여앉힌다는 월남전의 월남화 계획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미국이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이라크전의 이라크화도 마찬가지다. 미영 점령군이 언제까지 버텨줄 수는 없다.공산화 확산저지와 냉전승리미국이 베트남에 빨려든 것은 베트남이 공산화하면 아시아가 빨갛게 되리라는 도미노 이론에 사로잡힌 탓으로 보는 이가 많다. 그러나 베트남이 적화됐으나 아시아는 멀쩡하잖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피 흘려 싸웠기 때문에 도미노를 막은 것이지 저절로 공산화의 확산을 막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베트남에서 졌는지 모르나 더 큰 전쟁인 냉전에서 이긴 것 아닌가. 자유세계는 동남아의 한 귀퉁이에서 패퇴해버린 것이 아니라 베를린장벽을 무너뜨려 더 큰 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베트남에서도 결국은 이기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이라크에서 미국은 지금 더 큰 전쟁을 벌이고 있다. 반세기 동안 냉전을 벌인 후 10여 년이 지나 이제는 테러와의 전쟁에 칼을 뽑은 것이다. 미국은 이라크전을 통해 시리아와 이란,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그리고 북한의 김정일 등 미국의 적과 우방 모두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중동사태도 테러와의 전쟁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풀겠다는 의지다. 미국의 역(逆) 도미노전략인 것이다. 870억 달러에 이르는 추가 전비를 의회에 요청한 부시행정부의 전쟁투자와 UN과 손잡으려는 새로운 몸짓도 그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테러와의 전쟁은 일방주의로 몰리고 있는 미국이 얼마만큼 다자협력을 이끌어내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이라크전의 이라크화는 단순히 이라크의 재건이 아니다. 후세인체제를 쓸어내고 민주주의를 심어 사회구조를 모두 바꾸어 국제사회에 편입하는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인 것이다. 대한민국이 미국을 도와 이라크에 전투부대를 파병한다면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큰 전쟁에 참여하는 것이 된다. 베트남전에서 미국에 가장 소중한 혈맹이었던 대한민국의 이번 파병결정은 그리 순탄할 것 같지 않다. 총알은 피하고 평화를 심어야 한다. 건설자요 의료진이며, 보안관이자 외교관의 역할을 동시에 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로써 우방과 함께 이라크에서 창조적인 역할을 맡아내는 새로운 전쟁의 참전국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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