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80년대 운동권 이념 추구”
“文정부 80년대 운동권 이념 추구”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7.10.25 11: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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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정권의 실패는 정치적 실패, 개혁의 첫발은 내년 지방선거” 김용태 바른정당 의원 인터뷰

사진 : 백요셉 미래한국 기자

“바른정당은 실패했습니다. 더 이상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자유한국당과의 보수대통합에 찬성하는 통합파로 분류되는 김용태 의원(서울 양천을ㆍ3선)은 바른정당의 실패를 담담히 인정했다. 김 의원은 유승민 의원식 ‘개혁보수’를 “실체 없는 관념”에 불과하다며 ‘개혁보수’가 아닌 ‘보수개혁’에 방점을 찍었다. 보수궤멸 현실에 대한 진단도 무능이 아닌 “정치의 실패”로 진단했다. 작은 차이를 넘지 못해 대의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그. 보수통합의 당위성을 역설한 김 의원은 논어 위령공편의 ‘도부동 불상위모(道不同 不相爲謀)’라는 구절을 들었다. ‘길이 같지 않은 사람과는 서로 도모하지 않는다’는 뜻인데, “그러나 지금 우리는 문재인 정부의 좌파 포퓰리즘 독재를 막아야 한다는 분명한 길을 찾았다. 도동상모할 때”라고 했다.

김용태 의원이 지난 8월 펴낸 정치비평서 <문재인 포퓰리즘>

- 지난 8월에 낸 책 <문재인 포퓰리즘>에서 최저임금, 소득주도성장이란 이름의 분배정책, 탈원전 등 현 정부의 시장경제원리를 파괴하는 경제정책과 이념지향적 정치행태 등을 신랄하게 지적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런 정책의 추진 원인과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80년대 운동권 세력이 정권을 잡은 지금 자신들의 가치와 이념을 현실에서 구현하려는 것입니다. 나는 이것을 80년대 운동권들의 집단신념이라고 부르는데, 핵심은 ‘시장은 사악하다, 고로 시장을 대신해 국가가 주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사람들이 생각하는 선한 국가란 그들의 민주주의관, 경제관, 안보관, 역사관에 다 투영이 돼 나타나고 있어요. 이것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그러다보면 문재인 정권이 도대체 역사적으로도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되고, 세계적 추세와도 맞지 않는 이 길을 왜 가려 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을 보면 마치 자신들이 정의의 심판자가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정부가 정의를 독점하는 순간 바로 독재가 되는 것입니다. 정의는 그 어떤 경우에도 독점될 수 없습니다. 내 책에도 “신탁(神託)이란 신이 불가사의한 꿈이나 신빙(神憑) 등을 통해 그 의지를 인간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신탁을 확정하고 해석하는 주체는 극소수의 선택받은 자이다”라고 썼어요. 이건 옛날 제사장이 했던 역할입니다. 그리고 소위 황제, 천자라는 것은 하늘로부터 명을 받아 다스린다는 것입니다. 문재인 정권은 스스로 촛불정부라 부릅니다. 문재인 정부의 신탁은 촛불의 명령이고, 촛불의 명령을 확정하는 주체는 오로지 자기들에게만 있다는 것입니다. 즉, 문재인 정권 국정운영은 촛불의 명령으로 하기 때문에 국정기조를 의심한다거나 훼손하는 것은 바로 국민의 명령에 반하는 것이죠. 스스로 정의를 독점하고 신의 뜻, 신탁은 자신들에게만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정의를 독점하겠다는 순간 독재로 흐른다는 것은 분명한 역사적 사실이라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 노무현 정부와 비교해 볼 때 문재인 정부의 변화나 과거 정부보다 진화됐다고 보는 부분이 있는지요.

지금 돌아보니 노무현 정부는 문재인 정부보다 훨씬 좋았던 정부입니다. 노 전 대통령은 문 대통령보다 나름대로 합리성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지도자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노 전 대통령에 이런 평가를 내리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사실이 그렇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본인의 가치와 이념을 실현하려 노력하다가 그것이 현실과 시대적 추세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최소한 수정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제주 해군기지, 한미 FTA, 이라크 파병과 같은 것들입니다. 이런 덕목은 아무리 진보정권이라도 가져야 할 최소한의 자세라고 생각하는데, 문 정부는 그야말로 안하무인입니다. 그 결과가 우리 헌법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부인하는 것이에요. <문재인 포퓰리즘> 책을 쓰면서 가장 고민했던 대목은, '왜 문재인 정권은 이렇게 가는 걸까' 였어요. 이 사람들이 정말 영구 집권을 꿈꾼다면 다른 것은 몰라도 최소한 경제 부문에서는 역사적 경험과 시대적 추세를 살펴서 경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려 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정치는 보수가 워낙 지리멸렬한 상태이기 때문에, 문화권력까지 완전히 잡고 있는 상황에서 보수를 몰아쳐 완전히 궁지에 내모는 그런 방식으로 할 수 있겠지만 경제는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판이었습니다. 더 안하무인이에요. 왜 이럴까, 알고 봤더니 문재인 정권의 소위 구성 인자들, 권력 핵심에 포진한 그 사람들이 80년대 운동권 사람들이고, 그 사람들이 정권을 좌지우지하면서 자기들의 집단 신념을 현실화하는 것 때문에 경제부문에서조차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위배하고 시대적 추세와 역사적 경험조차 망각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권 핵심들 헌법 가치보다 집단신념을 더 추종

- 그런 맥락에서 보니 논란이 컸던 추미애 대표의 토지국유화 주장이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추미애 대표가 80년대 운동권은 아니지만, 그 생각에 깊이 경도되어 있다고 볼 수밖에 없어요. 결국 이 사람들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대한민국 헌법 가치보다 본인들이 갖고 있는 집단 신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자유민주주의는 대의제, 행정조직, 전문가 집단, 언론기능 크게 이 네 가지가 융화하면서 구현하는 것인데 이를 깡그리 무시하고 있어요. 가장 대표적인 게 원전정책입니다. 국민에 직접 의사를 물어보겠다는 건데, 직접 민주주의라는 게 그리스 고대 원형 민주주의도 아니고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어요. 직접민주주의란 이름으로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 아닙니까. 또 하나, 시장경제는 실패도 있을 수 있고, 일부 부작용도 있을 수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대체할 그 무엇은 없다는 게 역사적 경험입니다. 인간이 직접 경제에 개입해 주도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시장경제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개선하는 게 우리 일이지 시장경제 자체를 무시하는 것은 망하자는 것입니다.

- 현 정부가 추진하는 개헌 방향과 목표에 대해서도 걱정과 우려가 많습니다. 어떻게 분석하고 전망하시는지요.

나는 개헌론자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개헌의 가장 기본적인 방향은 권력분산이에요. 권력분산과 권력공유입니다. 지난 보수정권을 포함해 역대 정권은, 대한민국이 이렇게 나라가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제왕적 대통령으로 인해 계속 불행을 겪어 왔어요. 때문에 국민이 국회를 불신하고 지방자치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한다는 불신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중앙집권적이고 제왕적 대통령제 이 부분에 대해선 반드시 손을 봐야 합니다. 그것이 나름대로 혼란을 부추길 수 있고, 비효율성을 초래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방향으로 반드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런 생각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는 것도 사실이에요. 지금 문재인 정부는 예전 제왕적 대통령들보다 더 강력한 제왕적 대통령으로 가고 있는 중입니다. 언필칭 직접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면서 국회 대의제 민주주의를 비판하고 있지만 직접민주주의라는 게 바로 포퓰리즘 아닙니까. 이 포퓰리즘은 반드시 독재로 흐르게 돼 있어요. 정권 핵심들이 현재와 같은 국정기조와 정책들을 계속 추진하고 유지한다면 제왕적 대통령제를 넘어서 무시무시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 자명합니다. 혹시 만에 하나라도 이 정권 사람들이 말하는 개헌이, 직접민주주의 강화라는 미명하에 대한민국의 기본적인 헌법적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훼손하는 것이라면 반드시 저지할 것입니다.

- 보수대통합 논의에 대해 이야기해 보죠. 김무성 의원이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바른정당 전당대회(11월 13일) 후보 등록 전까지 통합문제를 결론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자강론을 고집하는 유승민 의원을 설득하지 못하면 분당하겠다고 했어요. 그렇게 되면 자유한국당 의원 숫자만 조금 늘어나는 의미일 뿐, 보수분열 상태는 여전한 것 아닙니까.

나를 포함 상당수의 바른정당 의원들과 원외 위원장들은 예전 새누리당의 이념과 정책에 반대해 탈당한 게 아니었습니다. 새누리당의 반 정당 민주주의적 행태 때문이었어요. 그것의 절정이 살생부로 대표되는 이한구 공천위원장의 공천파동이었습니다. 이건 일반 국민뿐만 아니라 보수세력 안에서도 어마어마한 분노를 일으켰어요. 그 후 보수가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기지 않았습니까. 여러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분명히 할 것은 반 정당 민주주의적 행태 정점에 박근혜 대통령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것을 호가호위했던 친박 핵심세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에요. 이에 반대해 탈당을 했고, 바른정당에 참여했는데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안타깝지만 보수 재건 위해 결단해야

- 무엇이 바뀌었다는 것입니까.

크게 세 가지가 바뀌었어요. 하나는 바른정당이 내세우는 가치와 이념이 새로운 보수로서 적실성을 갖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바른정당이 내세우는 것은 보수개혁이 아니라 개혁보수입니다. 이 말에 굉장히 중요한 차이가 있어요. 나는 보수개혁에 동의하는 것이지 개혁보수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럼 보수개혁은 무엇입니까. 당연히 기본적인 보수의 가치를 지키는 가운데, 국민에게 지지받지 못한 행태들 예를 들어 반 정당 민주적 행태라든지 젊은이들과 소통하지 못한 행태들 등등 이걸 뜯어고치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개혁보수라는 것은 그냥 말뿐인, 실체 없는 관념입니다. 그것이 명시적으로 드러난 게 지난 대선 유승민 대통령 후보의 공약이었습니다. 핵심을 찾아보면 안보는 아니지만 경제정책에서 탈핵,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그리고 임금감소 없는 근로시간 단축 등을 주장했습니다. 더 동의하지 못한 것은 사회적경제와 같은 정책이었어요. 이게 과연 보수 가치에 맞습니까. 맞기는 커녕 문재인 후보의 공약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게 개혁보수라면 절대 동의 못합니다. 내게는 이런 상황 변화가 하나 있고, 또 하나의 상황은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 독재입니다. 지금 나라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고 있는데 우리 보수는 도대체 뭘 하고 있냐는 말에 할 말이 없습니다. 그야말로 지리멸렬한 상태로 질질 끌려가고 있어요. 보수분열 때문에 우리가 나라의 균형을 잡고 정권을 견제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진형조차 짜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또 하나의 상황 변화입니다. 마지막으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 당적 정리 문제입니다. 현재 자유한국당이 박 전 대통령 출당조치와 친박 핵심에 대해 나름대로 조치하겠다는 가시적인 약속을 했습니다. 이 세 가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생각하고, 범보수 세력이 연합한 뒤 보수개혁을 같이 해나가면서 문재인 포퓰리즘을 막는 대의를 위해 뭉쳐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제 생각입니다. 이에 대해 바른정당 내에서 논의가 있어왔는데 유승민 의원 등 소위 자강파 의원들이 논의 자체를 거부한 상태를 넘어서 아예 새로운 지도부를 뽑자고 나섰습니다. 이건 자강이라는 이름을 내세웠지만 보수대통합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과 똑같습니다. 바른정당이 전당대회 국면으로 진입하면 보수대통합은 영원히 물 건너가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시간이 없습니다. 당대 당 통합이 바람직하지만 상황이 도저히 안 된다면 부분통합이라도 해야 하고, 시기도 무작정 늦출 수 없습니다.

 

- 박근혜 전 대통령 당적 정리 문제에 대해 김 의원님 개인적인 소감이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안타깝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여러 기회를 놓쳤습니다. 최순실 사태는 어떤 것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는 나라를 위해 질서 있는 퇴진을 국민에게 약속하고 물러났어야 했는데 그 기회를 놓쳤어요. 두 번째, 탄핵 과정에 들어갔을 때 본인 스스로가 깨끗하게 인정하고 ‘이 모든 책임을 내가 지겠다’라고 했었어야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 재판 과정에서도 ‘이 모든 것은 내가 안고 가겠다, 보수는 나를 안고 재건하라’고 메시지를 줬어야 맞습니다. 그런데 지금 다 놓쳤어요. 물론 박 전 대통령 혼자 책임은 아닙니다. 하지만 보수의 최고 지도자였으니까 그렇게 했어야 했다는 것입니다. 본인 입장에선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나는 좌파 포퓰리즘 독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보수가 제대로 진용을 재건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박 전 대통령 현재 스탠스와 존재 때문이라고 봅니다. 제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보수가 많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통령을 계속 끌어안고 가서는 보수는 결코 재건될 수 없습니다. 이것은 고통스런 현실입니다. 우리 바른정당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자인하고 지금은 서로 실패한 과거를 딛고 새로운 보수를 재건해 좌파 포퓰리즘을 막는 길에 하나의 대오로 서야 합니다. 그런 길이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야 합니다.

-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바른정당이 실패했다고 단정한다면, 지나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바른정당은 개혁적 보수도, 좌파 여당 견제에도 실패한 것이 사실입니다. 근본 이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 바른정당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자인합니다.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라면 무엇입니까.

우리 스스로 정체성을 잃어버리면서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했어요. 보수로서의 기본적인 사명인 지금 진보 포퓰리즘, 좌파 독재를 막지 못하고 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 박 전 대통령 정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보수통합이고, 그것이 1차적으로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것일 수 있는데, 그렇게 할 경우 내년 지방선거는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우리는 지금 지방선거를 논할 계제가 못됩니다. 지금 당장 보수가 문재인 정부의 일방적인 독재를 아무것도 견제하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고 있지 않습니까. 이것도 안 되는데 내년 지방선거를 어떻게 말할 것이며, 하물며 모 의원은 계속해서 총선, 대선을 이야기하는 데 엄두가 안 나는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당장 우리가 좌파 포퓰리즘을 막기 위해 자기의 생각과 차이를 모두 접고 여기에 매진해야 합니다.

- 자유한국당이 박 전 대통령 당적 정리를 한다면 통합의 걸림돌이 되는 바른정당의 인적 정리는 필요 없습니까.

오늘 여론조사(12일 리얼미터 발표)에서 잘 나타난 것처럼, 자유한국당 지지자의 70%가 무조건 바른정당과 통합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현재 보수의 기본적인 생각은 과거 일은 덮자,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라고 보고 있다는 것이죠. 결국 이 문제는 탄핵에서 시작되었어요. 탄핵은 역사로 넘기고 보수 재건을 위해 나머지 차이를 접자는 게 저의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현 정부의 좌파 포퓰리즘 독재를 막을 방법은 없어지고, 시시각각 시장경제는 무너집니다. 언제까지 과거에 매달려 현재의 작은 생각과 입장의 차이만을 가지고 싸우고 있을 것입니까.

- 통합 논의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현재로서 한 발은 진전이 됐습니다. 우리가 매우 어렵게 생각했던 대목은 자유한국당에서 ‘누구는 절대 안 된다’ 했던 부분인데, 개별 입당으로 바뀌었고 추석이 지나면서 보수 민심이 조건 없이 무조건 당대당 통합하라는 여론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홍준표 대표가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보수대통합을 하라 이야기했다고 생각하고, 그것으로 한 발 진전이 됐다고 봅니다. 자유한국당이 저런 조치를 하겠다고 했으니 바른정당도 반드시 화답해야 합니다. 유승민 의원 등 자강파는 명분이 없다고 절대 안 된다고 하는데, 나는 그 사람들이 말하는 명분이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명분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자유한국당은 싫다는 것입니다. 그게 어떻게 명분이 될 수 있겠습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조인 적폐청산 차원에서 국정원 발 블랙리스트, 화이트리스트 폭로가 쏟아지면서 보수가 그야말로 궤멸되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보수의 잘못된 관행을 청산한다기보다 보수 자체를 없애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매우 민감한 문제일 수 있지만 미래한국과의 인터뷰니까 이 말을 반드시 하겠습니다. 문재인 정권의 핵심 세력인 80년대 운동권 세력의 집단 신념은 알고 있으니 저 사람들이 저렇게 하는 건 이해가 됐습니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뭐냐, 멀쩡한 변호사 출신인데, 변호사는 변호사의 세계관이 있지 않습니까. 틀이 지어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최소한의 국가 연속성, 정부의 연속성과 최소한의 헌법적 테두리조차도 무시하면서 이런 일들을 펴나가고 있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 됐습니다. 내 생각에 거기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있는 것 같아요. 가운데 노 전 대통령이 있고 한 축으로는 노 대통령에 대한 문 대통령의 부채의식, 다른 한쪽으로는 경쟁의식이 있는 것입니다. 부채의식이란 노 대통령 죽음에 대한 회한, 미안함 나아가서 그 죽음에 이르게 된 모든 것에 대한 적개심, 그래서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끝까지 파는 게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부채의식보다 큰 게 경쟁의식이라고 봅니다. ‘나는 반드시 성공하겠다’, ‘노무현을 뛰어넘겠다’ 그래서 80년대 운동권 세력의 집단 신념을 국가에서 밀어붙이는 것이라고 봅니다.

- 그럼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이 현실에서 부딪혀 실패했다고 본다는 것입니까.

그렇다고 봅니다. 그래서 노 대통령을 반드시 뛰어넘어야 한다는 생각이 그런 식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고, 그게 기가 막힌 것입니다.

'보수궤멸' 능력의 실패 아닌 정치의 실패

-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쳐 보수의 진짜 실력과 민낯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보수혁신을 위해 할 일은 무엇입니까.

보수정권이 성공하기 위해선 반드시 정치에 성공해야 합니다. 정치가 무엇이겠습니까. 결국 국민 지지를 얻느냐 못 얻느냐의 게임 아니겠습니까. 문재인 정부는 정말 현란하게 정치하잖습니까. 맞든 틀리든. 반면 보수정권은 스스로 국민 지지를 걷어찼습니다. 바로 권력사유화의 문제였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이명박 정부에서 끊임없이 만사형통 논란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러면서 국민한테 지배 정당성의 존재마저 의심받는 상황이 돼버렸고 보수정권 내에서도 제대로 된 지지를 모아내지 못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더 했죠. 이러다 보니 지지는커녕 비판, 나아가 희화화되고 끝끝내 조롱의 대상으로까지 떨어졌어요. 나는 이게 보수정권의 가장 큰 실패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보수는 보수 정책과 그 방향에 대해 여전히 유효하고 유능함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보수가 유능하지만 (정치)기술적으로 실패했다는 이야기입니까.

아니, 정치의 실패입니다. 보수세력은 여전히 유능합니다. 보수세력은 대한민국을 50년 이상 이끌어오면서 세계 최빈국 분단국가를 여기까지 끌어올렸습니다. 대단한 거죠. 여전히 실력이 있고 국가의 미래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과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지금 중대한 어려움에 처해 있어요. 그래서 필요한 게 세계 다른 국가처럼 국가 개혁이 필요한 것이에요. 독일이 하르츠 개혁을 했듯, 지금 프랑스의 마크롱이 개혁하려 하듯, 영국이 완전히 새로운 개혁에 나섰듯이 우리도 지금 그런 상황이 필요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보수정권이 그걸 해나가야 했습니다. 예전 선배들이 해왔던 것을 뛰어넘는 국가 개혁의 새로운 장을 열어줬어야 했는데 그걸 못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유능한 정치가 필요했고, 또 그걸 통해 국민의 지지를 동원해 내야하는 것인데 거기서 실패한 것이에요. 결국 보수개혁의 핵심은 보수세력 내에 만연돼 있는 그 안에서의 패거리 정치, 인재를 발탁할 수 있는 공명정대한 시스템 실종의 문제 등 이런 거를 고쳐야 합니다. 우리가 보수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충원해 내는 모습을 한번 보세요. 공천도 얼마나 엉망진창으로 했는지. 지방의회에서도 여전히 사천이 판을 칩니다.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권 공천에서 우리가 자멸의 길을 가지 않았습니까. 문재인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해 동의하지 못하고 또 쇼통이라 비판은 받긴 하지만 무언가 노력하는 모습들을 한번 보세요.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이런 것 해보려 했습니까. 정말 현장에 답이 있고, 국민과 소통하려 했던 노력이 없었어요. 이런 것들이 다 정치 아닙니까. 보수정권의 실패는 정책 방향과 무능의 실패라기보다 정치의 실패였습니다. 따라서 보수개혁의 첫발은 보수세력을 충원해주는 내부의 구조를 뜯어고치는 것부터 해나가야 된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내년 지방선거가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 자유한국당 혁신위 유석춘 위원장이 좋은 말 하지 않았습니까. 신인으로 다 뜯어고치자고 했어요. 진보좌파는 계속해서 젊은이들을 공급 하는데 여기는 뭡니까. 우리는 도대체 뭘 했냐는 얘기입니다. 지금 젊은이들이 예전 보수가 가졌던 가치관들, 다시 말해 고시에 합격했느냐,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 우리는 언제까지 이러면서 뭘 하자는 것입니까. 각 분야에 보수적 가치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 사람들을 당이 발탁해서 국회의원이 되고 지방 의회 의원이 되고 구청장이 돼야 하는 것 아닙니까. 지금 보수에 누가 있습니까. 끔찍합니다. 내 나이가 지금 오십이고 서울에서 3선이나 됐는데 아직도 소장파 소리나 듣고 있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나는 이게 보수정권 최대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보수개혁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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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시 2017-10-25 22:42:58
좋은 글을 볼 수 있어 감사합니다. 그런데 혹 오자가 아니가 해서 아래 글을 보냅니다.
"보수통합의 당위성을 역설한 김 의원은 논어 위령공편의 ‘도부동 불상위모(道不同 不相僞謀)’라는 구절을 들었다."고 한 글에서 '不相僞謀'의 '僞'는 '爲'의 오자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