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의 미술시장 키아프 아트서울(KIAF Art Seoul)
최대의 미술시장 키아프 아트서울(KIAF Art Seoul)
  • 서진수 강남대 경제학과 교수
  • 승인 2017.10.2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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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2주 앞둔 9월 20일부터 24일까지 5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는 올해로 16번째를 맞는 최대 규모의 미술시장인 키아프 아트서울(KIAF 2017 Art Seoul, 한국국제아트페어)이 성황을 이뤘다.

관람객 5만 4000명이 다녀가고, 총 270억 원어치의 미술품이 거래되며 갤러리 대표와 직원 모두가 화랑 전시 때와는 달리 하루 종일 서서 고객을 대하고 잠시도 쉴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국내 화랑 115곳, 해외 화랑 52곳 등 모두 167개 화랑이 전시한 3500여 점의 작품이 주인을 기다렸던 키아프 아트서울은 첫날인 20일에 VIP 고객에게만 우선 개방되었고, 나머지 4일은 일반 고객들의 방문으로 이어졌다. 판매된 작품은 50%가 회화이고, 나머지 50%는 조각, 사진, 판화, 비디오, 드로잉 등이었다.

 

판매된 작품 중 저렴한 것은 몇 십만 원짜리부터 고가 작품은 10억 원에 달하기도 했다. 많이 팔린 갤러리는 기간 동안 작품을 모두 교체한 곳도 있고, 처음 참가한 화랑은 시장 파악과 고객들의 연락처 확보로 바빴다.

판매 실적이 좋은 화랑은 역시 달랐다. 출품작 전체의 산뜻한 변화, 작가의 걸작품 전시, 멋진 레이아웃으로 세련미 넘치는 부스, 친절성과 깔끔한 자료 준비 등이 돋보였다. 보는 눈은 똑같았다. 몇몇 갤러리는 해외 유수의 아트페어 디렉터로부터 참가 권유를 받았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스위스의 아트바젤(Art Basel, 291개 갤러리)과 영국의 프리즈(Frieze, 160개 갤러리)가 잘 되는 이유는 부스 하나하나가 작은 미술관이고, 전 세계의 컬렉터들이 좋은 작품을 놓치지 않으려고 구입 경쟁을 벌이기 때문이다.

가나아트센터, 국제갤러리, 갤러리현대, PKM갤러리, 리안갤러리, 학고재, 313 아트프로젝트 등의 국내 갤러리 외에도 독일의 다비스 클렘화랑(Davis Klemm Gallery), 홍콩의 푸에르타 로자(Puerta Roja), 싱가포르의 STPI, 일본의 스탠딩 파인(Standing Pine)과 갤러리 아트 콤포지션(Gallery Art Composition) 등에서 거래가 활발히 이뤄졌다.

 

수요 예측과 정보로 무장한 초유의 경쟁

갤러리바톤, 우손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이화익갤러리, 조현화랑, 박여숙화랑, 박영덕화랑, 예화랑, 표화랑, 지갤러리, 영국의 아더 크리테리아(Other Criteria)와 플라워스 갤러리(Flowers Gallery), 독일의 디 갈레리에(Die Galerie)와 보데 갈레리(Bode Galerie), 미국의 SM 파인아트갤러리(Fine Art Gallery), 대만의 J.P 아트센터 등 많은 부스에도 컬렉터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새로 꾸민 하이라이트(Highlight)와 솔로 프로젝트(Solo Project) 섹션의 작은 부스들도 참신성을 앞세워 판매와 작가 소개에 열심이었다.

아트페어가 화랑 전시와 다른 점은 한 눈에 모든 것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수많은 작가의 작품과 갤러리들의 수준이 곧바로 비교된다. 특히 한 작가의 작품이 여러 갤러리에 출품되었을 때는 수준차로 인해 가격이 비교되고 판매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금년 키아프 아트서울에는 해외의 큰손 컬렉터들이 초청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큰 갤러리들이 신경을 써서인지 예년에 비해 수준 있는 고가작품이 훨씬 더 많이 출품되었다.

 

그동안 시장 침체와 호재 약세로 국내 고객의 눈높이와 예산에 맞춰 작품을 선정하던 갤러리도 해외 큰손 컬렉터와 미술관 관계자를 의식하여 판매에 대한 기대와 작가 소개를 위해 부스를 업그레이드시켜 아트페어 전체가 산뜻해졌다.

몇몇 갤러리는 이우환의 희귀 작품과 대작을 들고 나왔으며, 리안갤러리, 박영덕화랑, 갤러리신라, 조현화랑, 학고재, 아트워크 파리 서울 갤러리(Art Works Paris Seoul Gallery), SM 파인아트갤러리(Fine Art Gallery) 등은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독특한 작품들을 선보였는데 출품작의 총 가액이 50억 원에 달했고 판매 실적도 좋았다.

2~3년 전에 일었던 박서보, 정상화, 윤형근, 하종현, 정창섭 등의 단색화 붐 이후 시장에서 관심이 높아진 작가군인 권영우, 김기린, 김태호, 서승원, 오세열, 최명영, 최병소 등과 2016-7년간 화랑 전시가 계속된 김구림, 이건용 등 퍼모먼스 작가의 작품도 복수의 갤러리에서 출품되었다.

아트페어에 참가하는 갤러리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모험이다. 참가할 아트페어는 매년 계속 늘어나고, 부스비가 저렴하면서 판매는 나쁘지 않은 아트페어는 적고, 출품한 작품 중 얼마 이상이 팔려야 손해 보지 않는 손익분기점은 정해져 있고, 컬렉터들이 지갑을 열지, 아니면 보수적으로 행동할지 등 여러 상황을 잘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험 있는 갤러리들은 이미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명성과 성장을 이어갈 저력이 있고, 도전정신을 발휘하고 있다.

세계 아트페어 시장은 스위스 바젤에 본사를 둔 48년 전통의 아트 바젤(Art Basel)이 유럽 밖인 아메리카 대륙에 진출하기 위해 미국 마이애미에 아트 바젤 마이아미(Art Basel Miami)를 설립하였고, 아시아 진출을 위한 아트바젤 홍콩(Art Basel Hong Kong)을 설립하면서 강력한 아트페어 선도 기업이 되었다. 축적된 운영 노하우와 자본력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아트 바젤의 3개 대륙 매출총액이 수 조 원대에 달하고 있다.

세계 아트페어의 강자들

스위스 바젤의 아트페어는 키아프 아트서울의 약 2배 가까운 290여 개의 갤러리가 참여하고, 참여 작가도 4000명에 달하며, 엄격한 심사로 각국을 대표할 만한 갤러리만 참여시키고 있다.

대륙별로 개인 컬렉터와 기관 대표를 포함한 300여 명의 VIP를 총동원하며, 후원사로는 스위스의 거대 은행인 UBS를 선택하여 최상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일반 관람객수도 9만 5000명에 달하고, 30여 개에 달하는 좌담회를 열어 전 세계 미술시장의 정보를 수합하여 제공하고 있으며, 2017년부터는 세계 미술시장 보고서를 발간하여 학습능력과 정보력을 갖춘 아트페어의 모델을 세웠다.

아트바젤 외에도 영국과 미국 뉴욕 아트페어를 운영하고 있는 프리즈(Frieze), 프랑스의 피악(FIAC), 스페인의 아르코(ARCO), 대만의 아트 타이페이(Art Taipei), 주인이 바뀌어 빠르게 변모하고 있는 일본의 아트페어 도쿄(Art Fair Tokyo), 싱가포르의 아트 스테이지 싱가포르(Art Singapore)와 인도네시아의 지사인 아트 스테이지 자카르타(Art Stage Jakarta), 그리고 최근에 다크호스로 떠오른 상하이의 아트021(Art021)과 공동의 이익을 위해 시기를 옮겨 같은 기간에 열리는 웨스트번드(West Bund), 홍콩의 아트 센트럴(Art Central) 등이 키아프 아트서울이 경쟁하거나 넘어야 할 경쟁 상대들이다.

그리고 아시아 아트페어 시장을 선점하고 분할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홍콩과 상하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와 문화지구 건설, 아트페어 기간의 미술주간 지정 등은 주변국의 정부와 미술 관계자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갤러리, 아트페어, 경매회사 등 국내 미술시장의 모든 주체는 연간 총 4000억 원 남짓한 좁은 시장을 두고 경쟁을 치르고 있다. 갤러리의 매출액도 소수의 톱 갤러리를 제외하면 매우 낮고, 해외 유수의 아트페어에 참석하는 갤러리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쏠림 현상과 최고를 향한 화랑협회의 선택

미술시장은 기본적으로 작가별, 작품별로 독립적이고 협업보다 개별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독자성이 매우 강한 곳이다. 갤러리들이 유일하게 협업하는 곳이 아트페어이나 규모, 판매액, 보유 작가군, 대상 컬렉터 등은 모두 다르다.

또한 키아프 아트서울은 독립된 회사가 운영하는 해외의 아트페어와는 달리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키아프 아트서울이 앞으로 아시아 미술거래의 진정한 플랫폼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한국화랑협회의 회원과 비회원, 참가 화랑들의 이익, 전통 갤러리와 신생 갤러리, 국내외 작가 작품 거래 화랑과 국내 작품만 판매하는 화랑, 주요 작가군과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갤러리와 그렇지 못한 갤러리, 해외 시장파와 국내 시장파 등 많은 과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며, 투자와 엄격한 심사를 통해 참가 갤러리의 수준 제고로 경쟁하는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 “그 아트페어의 수준은 참가한 최하위 갤러리의 수준과 같다!”는 말을 계속 되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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