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진의 리더십 명상편지 - 기본을 가르치는 교육
이용진의 리더십 명상편지 - 기본을 가르치는 교육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7.10.30 0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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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을 날, 경주 불국사 앞뜰은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었다. 그 많은 사람들 중 눈에 띄는 것은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행렬이었다. 전직이 초등학교 교장이란 직업 의식이 이렇게 작용하는 가 싶었다.  불국사 앞에는 수학 여행 단으로 보이는  일본 어린이 두 학급과 우리나라 어린이 네 학급 정도가 나란히 모여 있었다.

가만히 두 나라 어린이들이 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일본 어린이들은 질서 정연한 반면,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김밥, 과자 등을 서로에게 던지고 피하는 장난으로 온통 아수라장이었다. 어머니가 정성 껏 싸준 김밥을 돌멩이처럼 던지고 장난하는 것도 그렇지만 던져져서 흩어진 김밥을 어떻게 하란 말인가? 걱정이 되었다.
 

▲ 한국경영인력연구원 원장 이용진


그때 일본 어린이 한 명이 일어나서 자기 일본 선생님에게 “선생님, 저 아이들은 왜 저렇게 야단을 하는 거에요?하고 물었다. 그 일본 선생은 곁에 있는 한국 사람들이 일본 말을 알아듣는 다고 생각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일부러 들으라고 한 말인지 모르지만  “응, 조선은 옛날 우리의 하인과 같은 나라였는데 지금 조금 잘 살게 되었다고 저 모양이구나. 하는 짓을 보니 다시 우리 하인이  되고 말 것 같구나”라고 했다.

일본 선생님의 얼굴은 진지했다. 그 순간 등 줄기를 타고 흐르는 식은 땀 기운을 느꼈다. 우리가 다시 일본의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는 말을 아이들 앞에서 저렇게 당당하게 하다니….어쩜 지금도 저들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우리나라를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서글픔과 걱정이 뒤섞인 채 어린이들을 계속 지켜보았다. 역시 걱정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우리나라 선생님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아이들을 데리고 그 자리를 떠났다. 아이들이 떠난 자리는 김밥과 과자들로 온통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아이들을 나무라지도 않더니 어쩜 저렇게 더럽혀진 모습을 보고도 그냥 떠날 수 있단 말인가? 하는 원망이 앞섰다.

그렇지만 ‘당장 청소하고 떠나라’고 그 선생님을 꾸짖을 용기는 나지 않았다. 나는 김밥 덩이를 줍는 일본 아이들에게 “저 아이들은 함부로 버리고도 그냥 갔는데 왜 너희들이 이렇게 치우느냐?”라고 물었다. 그 아이는 “모두가 이웃이 아닙니까? 우리가 버린 것이 아니라도 더러운 것을 줍는 것이 뭐가 이상합니까?”라고 돠 물었다. 나는 귀밑까지 빨개졌다. ‘우리가 이대로 교육하다가는 정말 큰일 나겠구나’하고 혼자 말을 하며 쓰디쓴 얼굴이 되었다. “하인과 같았던 나라, 다시 하인이 될 것 같구나” 라는 일본 교사의 말이 귓전을 맴돌면서 왱왱하며 불자동차 소리를 내고 있었다.

위의 글은 교직을 정년 하신 어른이 경험한 이야기를 글로 쓴 것을 옮겼다. 정말 창피하기도 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정신이 타락한 사람들이 되었는지? 이성도, 교양도, 시민정신도 없는 사람이 되었으며 어린 아이들 훈육을 이렇게 밖에 못하는 가 싶어 씁쓸하다. 물론 과장 된 이야기일 수 있다. 그렇다고 전적으로 부정할 수만은 없는 광경이다. 왜냐고? 우리가 잘 아는 모습이고 경험한 모습들이니까. 정말 국민 의식 교육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경에 온 것이 아닌가 싶다.

또 어떤 사람들은 왜 하필 일본 아이들이냐고 말할 지 모르나 실제 이런 모습을 종종 목격한다. 영국 여행 시에 대영 박물관 미술품 앞에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일본 고등학교 학생들의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들은 수확 여행으로 영국까지 온 학생들이었다. 가이드 선생도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교복을 단정히 착용한 학생들 앞에서 설명을 하고 있었고 설명을 듣는 학생들을  맨 앞 줄은 바닥에 앉고 둘째 줄은 기마 자세로 다리를 구부려서 서고 맨 뒷줄은 그냥 서서 선생님의 설명을 한참 동안 듣고 있었다. 한 두 명의 학생만 두리 번 거릴 뿐 나머지 학생 전원은 차분하고 진지하게 경청하고 있었다. 무질서하게 돌아다니고 설명은 아랑곳 하지 않는 우리 일행들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어서 아직도 그 장면을 잊을 수 없다.

물론 오늘 날 일본은 젊은 이들이 너무 무기력하고 사육 된 천편일률적인 모습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잇다. 그러나 그것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건강한 시민의식으로 무장한 그들은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압박하지는 않을까. 우리들 스스로 문제를 알고 대비하는 자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교육은 기본부터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그 어떤 교육보다 인성, 품성 교육이 먼저다. 어떤 사람이 되기 보다는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게 살아 있는 교육이다. 또 교육 혁명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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