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천재들의 대참사...스타트업의 잘못된 모험
[신간] 천재들의 대참사...스타트업의 잘못된 모험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7.10.30 07: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신적 스타트업 신화에 날리는 유쾌하고 예리한 지적

[뉴스위크]에서 IT 전문기자로 일하며 승승장구 하던 남자.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도 즐겨 읽었던 인기 블로그 [스티브 잡스의 비밀 일기]의 운영자 ‘가짜 스티브 잡스’로 이름을 날리며 잘 나가던 사나이. 어느 날 그는 상사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당신 연봉이면 젊은 직원들 5명은 고용할 수 있어요.” 

이런! 해고라니! 50세의 나이에 아내와 어린 두 자녀를 둔 그로선 한 마디로 졸지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그러나 한 가지 생각이 그의 머리를 스쳤다. 오랜 세월 실리콘밸리에 대해 취재하며 기술업계의 ‘돈 잔치’를 확인하지 않았던가. 그래, 나도 거기에 합류해 한몫 챙겨보자! 야심찬 꿈을 가지고 들어간 스타트업 ‘허브스팟'. 그러나 그는 첫 출근한 날부터 멘붕에 빠지는데……. 

이 책 《천재들의 대참사》는 저자 댄 라이언스가 그의 요절복통 허브스팟 체험기와 스타트업 세계에 대한 정곡을 찌르는 분석을 담은 책이다. 그것도 풍자와 유머를 통해 아주 재미있게 풀어낸다. 저자는 단순한 세대 차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저널리스트로 살아온 그의 냉철하고도 풍자적인 시선과 글로 스타트업 내부의 모순과 이면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그는 스타트업을 설립하는 사람들, 투자자들이 도모하는 사실상의 음모가 판을 치고 형편없는 아이디어를 엄청난 투자금액으로 포장하는 세계, 대학을 갓 졸업한 직원들에게 겉보기만 호화로운 특전을 부여하느라 돈을 날리는 회사들이 인기를 끌고 모두가 IPO를 성사시킬 때까지만 버티다가 돈을 챙겨 튀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세계, 바로 이런 것이 ‘스타트업 버블’이라 말한다. 사악한 엔젤투자자과 유행만을 좇는 벤처캐피털리스트들, 기업가와 “날라리 기업가들”, 블로거와 “브로그래머들”, 출세주의자와 소시오패스들이 등장하는 이 책은 실로 (두 번째) 기술업계 버블 속을 살아가는 이 시대 모든 이들의 생생한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자유분방한 ‘스타트업’ 기업 문화에 대한 또다른 시점의 이야기를 나누고 ‘기술’, ‘매출’ 등 기업문화보다 더 우선되어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스타트업 기업이 허울뿐인 거품이 되지 않고 보다 건실한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에 대해 새로운 고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저자의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스타트업 체험기는 실리콘밸리를 위시로 한 스타트업의 거품과 위선에 대한 자각을 통해 한국에 자리잡고 있는 스타트업 기업과 그 문화에도 바른 변화를 위한 한걸음을 이끌어낼 것이다. 

괴짜 젊은이들이 자유분방하게 만들어내는 사내 문화, 업무 시간에도 무제한 제공되는 맥주와 캔디, 축구 게임 테이블. 그런데 이 이면에 있는 진실은 무엇일까? 매출은 하락하는데 어떻게 업무 공간은 갈수록 번지르르해질까? 성평등을 외치며 하루를 내어 그림을 그리는 캠페인은 하지만, 어떻게 출산 여성에겐 가차 없이 단박에 해고 통보를 할 수 있을까? 매출이 하락하고, 이익은 마이너스인데 어떻게 기업 가치는 끊임없이 상승해 투자자들과 창업자는 억대의 돈을 손에 쥘 수 있을까? 

기술 분야의 잔뼈 굵은 언론인이자, 풍자와 재치가 넘치는 작가 댄 라이언스는 자신이 겪은 소설 같은 스타트업 기업 속 거품과 허상을 소설보다 더 소설처럼 그려냈다. 그 가운데 그는 날카롭고 예리하게 지적한다.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은, 기술의 혁신이나 진보보다 즐겁게 세상을 바꿀 변화에 대해 떠드는 한 무리의 젊은 괴짜들의 모습일 뿐이라고. 왜냐하면 그것이 소위 ‘되는 장사’이자 ‘먹히는 장사’니까. 신화적 스토리, 자유분방한 젊음의 이미지면 수백 명의 젊은 직원들을 최저임금을 주며 활용해 기업의 덩치를 단기간에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스타트업의 투자자와 창업자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조작된 게임판에서 독식하며 기업 문화를 일그러뜨리고 있다고 말한다. 인종과 성별에 따른 고용 차별이 빈번하게 자행되며, 경영자들이 직원을 혹사하고 해고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직원들에 대한 처우는 형편없는 반면 회사에 대한 충성심은 과도하게 요구한다. 공짜 사탕과 맥주를 무제한 공급하며 그들이 얼마나 회사에 의미 있고 중요한가만을 끊임없이 주입시키면 그만인 것이다. 

모두가 스타트업의 화려한 결과에 찬사만을 보낼 때, 이 책은 저자 특유의 재치와 풍자로 실제 스타트업의 어두운 단면을 예리하게 담아내었다. 기술 자체로 혁신을 이루고 매출을 높이는 형태가 아닌, 뚜렷한 기술이 없고, 매출 또한 하락세이지만 ‘스타트업 기업’, ‘실리콘밸리’ 의 신화적 스토리로 기업가치를 뻥튀기해 억대의 돈을 버는 몇몇 기업들의 이야기와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저자 또한 좋든 싫든 잠시나마 버블 속에서 함께 미쳐 날뛰었음을 고백하며, 자기반성과 함께 스스로 고통스럽고 겸허한 자아 발견의 여정을 밝힌다. 저널리스트에서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마케팅 담당자로 변신하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새롭게 깨달았음을 겸허히 고백한다. 《천재들의 대참사》는 실리콘밸리 등 기술 업계가 잠시 미쳐 날뛰던 시절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스타트업의 이면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