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주와 신경민 누가 패배자인가
고영주와 신경민 누가 패배자인가
  •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 승인 2017.10.3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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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태로 얼룩진 방문진 ‘막장 국감’ 진짜 패배자는 민주당 의원들이다.
▲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10월 27일 자유한국당이 불참한 방송문화진흥회 국정감사에서 한 가지 의미를 찾자면 이 나라 국회의원들의 진면목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것일 터이다. 그들은 국회의원 갑질이란 것이 무엇인지 교과서적인 꼴불견을 거의 다 보여줬다. 증인이 마음에 안 든다고 정신병자로 몰아 모욕하고, 질문은 않고 혼자 고래고래 소리만 질러대며 무식을 자랑하며, 자신이 무슨 황제라도 되는지 증인의 앉은 자세까지 트집을 잡는 고압적인 태도 등 눈 뜨고는 못 봐줄 온갖 추태가 다 나왔다. 민주당 의원들은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을 상대로 한바탕 분풀이를 잘했다고 자족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증인을 상대로 벌인 안하무인의 태도, 신경질적이고 비열한 인신공격, 모욕적인 국감현장은 그 생생한 장면을 지켜보던 많은 국민들이 혀를 차게 했다. 이런 저질쇼를 보라고 우리가 꼬박꼬박 세금을 내야 하나, 국민들을 이런 회의감에 젖게 만들었다.

특히나 MBC 출신 민주당 의원들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MBC가 왜 저질 노영방송으로 타락했는지 선배들의 수준이 증명했다. 먼저 국감에서 동료 의원을 파는 추태를 보였던 김성수 의원은 어땠나. 앞서 있었던 국감에서는 우익정권 시절 승승장구하다가 국회의원까지 된 최명길 의원을 끌어들여 생뚱맞게 탄압 운운하며 선동하더니 이번엔 고 이사장을 망상병 환자로 몰았다. 김 의원은 평생 공안을 위해 일한 고 이사장을 과대망상 환자로 치부했다. 그렇다면 실제는 어떤가 한번 따져 보자. 고 이사장은 알려진 대로 종북 이적단체 통진당 해체에 큰 역할을 한 주역이다. 고 이사장이 쓴 통진당 해산 청원서는 법무부가 베껴 쓴 게 아닌가 할 정도로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일찌감치 전교조의 이적성을 논리적으로 밝힌 것도 고 이사장이다. 한총련의 이적성을 밝힌 것도 다름 아닌 고 이사장이다. 이런 결실들은 고 이사장이 이념전문가로서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만한 것이었다.

신경민 의원의 울트라 수퍼 갑질

오죽하면 한겨레신문까지 고 이사장의 활동을 집요하게 쫓았으니 그가 좌익의 골칫거리라는 걸 방증한 셈 아닌가. 평생을 소신 있게 한 길을 걸어오고 대한민국의 암적인 존재들을 양지로 드러내고 없애는데 지속적으로 공헌했으니 그가 우리나라 이념 문제를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것이다. 김 의원 말대로 과대망상이란 자신을 턱없이 크게 평가하고 그게 사실이라고 믿는 것이다. 비례로 국회에 진출한 초선이면서 국감에 나온 증인을 과대망상 환자로 조롱하고 질문조차 하지 않겠다는 겸손할 줄 모르는 것은 오만이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국감을 지켜보는 국민을 무시할 만큼 그렇게 잘난 사람인가. 게다가 MBC에서 받은 혜택을 탄압으로 보면서 남을 향해 과대망상이라고 손가락질을 해도 되는지 필자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날 막장 국감의 절정을 찍은 사람은 누가 뭐래도 단연코 신경민 의원일 것이다. 고 이사장이 휴식 시간에 자유한국당 의총에 가 MBC 사태에 관해 발언한 것을 트집을 잡더니 태도 운운하는 모양이 가관도 아니었다. “증인이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주의하세요” “연세가 어떻게 돼요, 검사하셨고 공직에 계셨고, 지금 어따 대고 항의하는 겁니까.” “뭘 잘했어요. 똑바로 하세요.” “뭐라고요? 나보고 똑바로 하라고? 가만 있어봐, 잠깐.” “어디 위원장한테 맞짱을 뜨는 거에요. 내가 위원장이에요.” “답변 태도가 뭐에요. 증인이 뭐 말이 많아” “아침부터 앉는 태도부터 불량해요. 그 옆에 앉아 계신 분들 보고요 좀 비슷하게 앉으세요.” 이게 국감에서 신 의원이 한 말들이다. 위원장 직무대리가 무슨 대단한 벼슬인가. 태도가 불량하다니, 신 의원이야말로 국민이 지켜보는 국감장에서 함부로 행동해도 되는가.

 

고영주 이사장의 인격만 빛난 방문진 국감

고 이사장이 의원 나리들의 대단하신 질문을 피하는 불성실한 태도라도 보였나. 검사하고 공직에 있었던 사람은 위원장 직무대리의 트집이 아무리 한심해도 절대로 항의해선 안 되나. 위원장 직무대리한테는 아무리 말 같잖은 소리를 해도 ‘그저 처분만 바랍니다’ 하고 죄인이 되어야 하나. 신 의원이야말로 배울 만큼 배우고 국민을 대리하는 국회의원이란 신분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 지도층이 국민을 함부로 다루고 제멋대로 손가락질 해도 되나. 고영주 이사장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필자는 신 의원 본인이야말로 자신의 태도가 문제라는 생각은 안 드는지 궁금하다. 문제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신 의원 정치인생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 아닌가. 미운 국민도 국민이다. 국민 무시가 몸에 배어 있다면 그런 정치인의 장래는 뻔하다.

필자를 포함해 우리 국민이 막장 국감을 본 것도 여러 해다. 그렇지만 미운 사람이라고 별별범죄혐의를 갖다 붙이고 생뚱한 트집을 잡아 모욕을 주는 식으로 자신의 우월감을 만끽하며 다른 사람의 인격을 말살하는 신 의원 같은 신종 갑질은 또 처음 본다. 위원장 직무대리를 본 신 의원은 오전 국감소감을 전한다면서 “노이즈가 없고 시간이 충분해서 상임위와 국회가 매우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불참을 비꼰 것일 터이다. 그렇다면 야당을 무시하고 다른 생각을 가진 국민들을 무시하고 오직 자신들만 잘나고 옳다고 믿는 여당이 누굴 비판하고 가르칠 주제가 되겠나. 민주당이 주도한 이번 과방위 국감은 역대 최악으로 꼽을 만하다. 고영주 이사장 한 사람을 마치 먹잇감처럼 노리고 달려드는 여당 의원들의 모습은 국민이 바라는 성실한 국회의원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광야에 홀로 서서 피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버틴 고 이사장의 인격만 더욱 빛났던 자리였다.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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