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혁의 솥단지] '정치는 직업이 아니라 소명'
[이종혁의 솥단지] '정치는 직업이 아니라 소명'
  • 이종혁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 승인 2017.11.07 10: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익숙한 것들과 이별해야 하는 문명의 전환기가 왔다.

세계경제포럼은 2016년 1월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을 '디지털 혁명에 기반을 두어 물리적 공간, 디지털적 공간 및 생물학적 공간의 경계가 희석되는 기술융합의 시대'로 정의했다.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에는 익숙했던 것들과 헤어지고 낯선 것들과 만나야 하는 문화지체, 아노미를 수반한다. 그러한 변화에는 운명이 따른다.

지금 우리는 아버지, 어머니 세대가 안 먹고, 안 자고, 땀 흘리며 만들어 놓은 성장의 과실, 다시 말하면 자동차, 조선, 반도체, 휴대폰, 석유화학공업으로 먹고 살고 있다. 이것이 점점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우리가 중국과 인도 등 후발국가들에 추월을 당하지 않으려면 4차 산업의 주역이 되어야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왔고 일하고 있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삶의 혁명 직전에 와 있다.

이 변화의 규모와 범위, 다양성, 복잡성 등은 이전에 인류가 경험했던 것과는 전혀 판이 할 것이고, 권력과 부를 창출하는 방식도 이전과는 전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불확실의 시대일수록 정치가 길 밝혀야

이러한 시대에 단지 누가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실행하는 지도력으로 역사를 바꾼 사례를 찾아 볼 수가 없다. 불확실성의 시대일수록 정치적 지도자의 역량은 그 나라의 운명에 결정적인 힘을 발휘한다. 그런 점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오늘날 대한민국이 있게 한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였다는 건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산업화에 대한 확고한 목적의식도 훌륭했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박 대통령 영혼과 골수에 체화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국정의 웬만한 부분에 대해선 부총리, 장관 등 밑의 참모들에 다 맡겼다. 그리고는 자신은 청와대에 당시 말단 관료들을 불러다가 수출확대진흥회의 등을 통해 산업화를 어떻게 해낼까, 부족한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했다.

포항제철을 만든 배경도 그러한 목적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도자에게는 시대의 여명과 같은 것들이 있을 때 자신의 목적을 현실화 한다. 단지 참모들이 하는 이야기, 주워들은 이야기를 가지고 해보는 것으로는 안 된다. 그런 신념을 가진 지도자들이 나와야 한다. 세계가 어떤 방향에 서 있는지를 진단하고 대한민국이 선진강국으로 가기 위해 우리 국정의 목표와 방향,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하는지 영혼과 몸으로 체화돼 있는 그런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답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때에 비해 정치가 왜소해졌다. 국가와 국민, 역사에 대한 정치인들의 인식이 과거에 비해 투철하지 못하다.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 국정 방향 못잡아

지금 운동권출신 정치인들은 대학 시절을 소주, 최루탄, 시대에 대한 울분 이런 것들을 버무려 먹으면서 보냈다. 제도권 정치에 들어가 군사정권을 무너뜨리고 민주화정권으로 가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던 그 세대들이 양김 정치가 만든 신한민주당, 통일민주당 체제에 많이 편입됐다.

3김 가운데 한분은 저와 오버랩 되는 게 없어 평가하고 싶지 않고, 다른 두 분은 적어도 민주화 시대의 방향 등이 어느 정도 골수에 체화돼 있던 지도자였다.

다만 그 분들이 국정을 담당하던 시기에 국가의 올바른 방향과 그에 맞는 로드맵을 가지지 못한 리더십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12대 13대 국회 보좌관 생활을 하면서 어깨너머로 본 정치의 세계에는 여야 의원을 막론하고 나름대로 정객다운 정치인들이 가득한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다 18대 국회에 들어가 보니 그렇지 않았다. 언젠가 지금 국민의당 의원인 김성식 의원이 “형님은 어깨 너머로 정치를 보셨고, 들어가 보니 정치가 어때요?”라고 비슷한 이야기를 질문한 적이 있다.

나는 “형이 보기에 정치가 잘아졌다”라고 짧게 대답했다. 정치가 왜소해졌다는 뜻이다. 솔직한 심정이었다.

대한민국이 위기에서 벗어나는 길은 ‘국민 의식과 인식의 변화’라고 말하고 싶다. 한 국가의 정치 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수준이라는 말이 있다. 어찌되었든 제대로 된 정치세력이 태동하고 자리 잡아 가는데도 가장 중요한 요소는 국민이다.

국민의 선택권인 투표를 통해 이 나라를 위해 후대를 위해 어떠한 정치세력에게 권한을 맡기고 자리를 부여할 것인지, 국민 스스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복지 포퓰리즘 퍼주기가 횡행하는데 세계 역사를 보더라도 그런 정책을 쓰는 국가는 단기적으로는 환호 받을지언정 10~20년 뒤에는 다 몰락하고 말았다.

이러한 점 때문에 필자는 시민정치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정치도 올바른 철학과 사유를 위해 평생학습처럼 자발성에 의해 교육되어야 한다.

또 인간의 두뇌에서 창의적 아이디어가 나오고 그 지식기반에서 경제적 가치가 만들어지고 국부가 쌓이는 시대라는 점에서 미래의 인재, 즉 휴먼 캐피탈(Human capital)을 키우는 교육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시대는 화살처럼 날아가는데 우리의 입시제도, 교육제도는 여전히 산업화 시대에 머물러 있다. 시대에 맞지 않는 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더구나 미래세대가 전교조와 같은 사상적으로 오염된 교육을 받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 안타깝다. 다가오는 산업융복합시대에 교육은 창의와 문제해결이라는 미래지향적 개념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정치세력이 이런 점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정치는 생활을 위한 직업이라기보다는 소명의 실천이며, 그러한 소명에는 사명이 당연히 따르기 마련이다. 비스마르크가 정치를 ‘가능성에 대한 예술’이라고 표현했을 때, 그 가능성이란 바로 우리 모두가 다다르고자 하는 공동의 善이었다. 이를 위해서 정치인은 예술가처럼 자신의 덕과 기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덕과 기량이란 정치의 사명이 무엇인지 철저하게 학습하고 깨닫고, 무엇보다 영혼 속에 심는 일로부터 시작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종혁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전 여의도연구소 상근 부원장
전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