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조차 없는 공영방송, 기준부터 명확히 해야
개념조차 없는 공영방송, 기준부터 명확히 해야
  • 류종현 프리덤뉴스 논설위원
  • 승인 2017.11.0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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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공영방송 독립 어떻게 할 것인가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적 독립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10월 9일 자유한국당에서 개최된 ‘공영방송 정치에서 해방’을 주제로 한 세미나의 주요 토론문 2편을 요약 소개한다. (편집자 注)

▲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지난 11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2018년도예산안관련시정연설에참석‘, 공영방송장악음모’등적힌현수막을들고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

공영방송이라는 용어는 방송 관련 어느 법전에도 없는 것이지만 현재 공영방송이라고 지칭되는 MBC, KBS는 대외적으로는 ‘언론’이라는 사회감시 기구 겸 제4부로서의 구조이고, 대내적으로는 ‘주식회사’ 혹은 ‘공사’의 형태로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구성원도 대외적으로는 언론인으로서 활동하지만, 대내적으로는 사원의 위치에서 일하고 있다. 따라서 구조적 모순에 의한 충돌이 불가피한 상태다. 예를 들어 방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혹은 공적 책임 등을 추구하다 보면 때로는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사원으로서의 역할을 앞세울 것이냐 언론인으로서 국익이나 공익을 우선시 할 것이냐의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재직 시절 <카메라 출동>프로를 진행하면서 겪었던 갈등이기도 하다. 사회적 문제를 언론에서 다룰 때 대내외적 구조가 조화를 이루기보다 충돌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당시의 상황이며 이러한 구조적 모순은 예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고 본다.

‘공영’이 아니라 ‘국영’이라면 ‘국가’라는 조직과 주체가 명확해 대내외적 충돌에 대한 구조적 논란은 없을 수 있고, 뉴스 공정성 시비만이 문제되지만 ‘공영’이란 추상적 개념으로는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며, 공영의 운영 주체는 또 누구인가 하는 문제는 영원한 해결될 수 없는 개념 논쟁의 불씨를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방송 거버넌스’와 ‘공영, 공익’의 개념 논쟁

이는 좀 더 구체적으로 파고 들어가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공익을 추구하는 공영방송’이라는 이야기에서도 그렇다. 여기서 말하는 ‘공익’의 개념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냐 하는 물음에 대해 ‘공익은 사익의 총체적 집합’이라는 차원에서 ‘사익’과 대립되는 개념이라기보다 ‘사익과 공익은 동일선상의 이야기’라는 논제를 선결하지 않고는 논쟁의 실익도 없다.

그래서 ‘공영’이나 ‘공익’ 등의 용어는 정치적으로 뉴스의 공정성, 편향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설정한 프레임에 불과할 뿐, 애초에 공영방송은 존재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서구의 언론도 비슷해서 ‘태생적으로’ 보수매체 혹은 진보매체라고 표현되는 사례를 보더라도 그렇다.

특히 논쟁과 대립각을 기본 바탕에 깔고 있는 정치 분야의 뉴스를 다루는 아젠다의 논평이나 견해에 있어서는 운영의 주체나 객체를 막론하고 그 내용이 공익을 전제로 한 편향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변화하는 기술이 선택의 기로에 서게 한다

기술의 발전은 통제 받지 않는 플랫폼미디어 권력과 통제할 수 없는 스마트미디어 시대를 열고 있다. 발전한 디지털시대에 방송은 여전히 아날로그 시대의 패러다임으로 미래의 공영방송을 논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공영방송과 관련된 논의의 대상이 주로 KBS와 MBC에 집중돼 있는데, 정치적 영향력 면에 있어서 종편채널과 포털 등이 KBS와 MBC를 능가할 정도이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우리나라의 언론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공영방송인 KBS와 MBC 뿐만이 아니라, 포털과 종편까지 포함시켜 논의돼야 한다.

디지털 혁명시대는 뉴스 가치와 관심 순위 조정과 편집의 알고리즘 결정권을 가진 플랫폼미디어 권력의 시대이고, 누구든지 국가가 통제할 수 있는 사법관할권을 벗어나 존재하는 미디어 플랫폼을 이용하면 어떠한 정보든지 광속으로 전파할 수 있는 스마트미디어시대가 도래했다. 그럼에도 ‘공영’이라는 추상적 개념으로 규제도 통제도 할 수 없는 것을 규제하고 통제하겠다고 하는 환상의 문제를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이에 비해 플랫폼 미디어는 뉴스 콘텐츠 자체를 편집하거나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알고리즘 변경을 통해 뉴스 가치를 선택, 편집하고 관심 순위를 결정하기 때문에 공익이든 공정이든, 편향이든 직접적으로 시비의 대상이 되지 않는 방법으로 공영방송의 공정성 시비를 피해갈 수 있다는 점에서 공영방송의 공정성 제고의 현실적 대체수단으로 연구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치 공익은 정치 철학과 권력 의지의 문제

공익적 도덕과 공익적 경제는 가능해도 경쟁과 대립을 전제로 한 정치에 있어 적어도 정치적 공익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인다. 즉, 정치에는 철학과 편향은 있어도 공익과 중립은 없다.

끊임없는 ‘방송의 공익’ 논쟁을 ‘정치적 공익’으로 논쟁할 사항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방송의 공정성에 가장 큰 문제는 정치적으로 편향된 특정노조가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이른바 ‘노영방송’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노조가 매체를 장악하고 있는 한 그 어떤 논의도 비현실적이다.

작금의 KBS, MBC 소속 특정노조의 초법적 투쟁은 공권력까지도 수수방관하면서 법치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 공영방송의 제도를 논한다는 것은 논점을 흐리는 말장난에 불과한 것이다. 

특정노조는 노조의 탈을 빌려 쓴 편향적 정치 선동대에 불과하다. 노조의 본질적 모습은 노조원의 권익을 증진하고 복지 향상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특정노조는 공영을 논할 주체도 아니고, 더욱이 편향적 정치 성향으로 공영방송의 공익이나 공정성 시비를 거론하면서 노조원을 선동하고 있다. 공정성의 논의는 논쟁의 주체가 중립성을 객관적으로 담보하고 확보한 경우에나 가능한 논제이다.

이상의 내용을 결론적으로 요약하면 ‘공정과 공영’을 실현하기 위한 현실적 대안은 언론을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기 위해 언론매체에서 노동조합을 분리시키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왜냐하면 공영이나 공정의 개념에는 본질적으로 정치로부터 중립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기에 개헌이 이뤄진다면, 급변하는 언론환경을 고려해 현실적 갈등을 해소시킬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도 진일보한 새로운 조항의 도입을 제안한다.

▲ 전 MBC 보도국장 /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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