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와 한국당, 윤석민 교수 반지성주의를 반박한다
개그콘서트와 한국당, 윤석민 교수 반지성주의를 반박한다
  •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 승인 2017.11.19 11:2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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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위협하는 반지성주의의 실체와 본질을 봐야

▲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인류 역사에서 ‘반(反)지성주의’ 광풍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국 전국시대 말 대륙을 통일해 제국을 세운 진왕조의 시황제가 사상서적을 불태우고 자신을 비판하던 유학자들을 생매장했던 분서갱유는 일종의 반지성주의였다. 2천년 뒤 그 땅에서 문화혁명이란 이름으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부활했으니 중국 대륙에서 꿈틀거리는 반지성주의 본능도 어지간히 강하다 할 것이다. 20세기 캄보디아 폴 포트의 킬링필드는 대표 케이스다. 급진 공산주의 크메르 루즈 정권은 노동자 농민의 유토피아를 건설한다며 지식인들과 부유층 등 국민 200만 명을 학살했다. 안경을 썼다거나 손이 부드럽다는 것, 영어를 알아들었다는 게 먹물의 증거라며 살해했다. 포퓰리즘 레토릭으로 가득한 독일 나치의 예는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사상을 말살하고 인텔리계층을 숙청해 1인 독제체제, 주체사상을 완성 유지해가는 북한 역시 반지성주의의 산물이다.

지성 지식인을 적대시하고 조롱하는 게 반지성주의다. 반지성주의가 판을 치는 사회는 필연적으로 포퓰리즘과 전체주의적 분위기를 부른다. 생뚱맞게 반지성주의 역사를 읊은 이유는 문화일보에 실린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의 글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한국당의 ‘反지성주의’를 경계한다>란 윤 교수 글에 필자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장에다 시국에 대한 정확한 논평, 나무랄 데 없는 글이었다. 그럼에도 실명을 꺼내들 수밖에 없는 이유는 대한민국 반지성주의 현상을 바라보는 그의 협소한 시각 때문이다. 윤 교수는 사드 배치 혼선, 인사 참사, 방송장악 등 현 정권의 여러 실정에도 고공지지율을 얻는 이유가 한국당의 반지성에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당 하면 교양 없고 완고한 편견을 가진 영락없는 ‘레드넥(red neck)’ 이미지로 비판자에 거칠게 대들며 감도 아닌 소송을 남발하는 행태가 떠오른다는 것이다.

반지성 부추기는 지식인의 시각

윤 교수는 한국당 의원들이 얼마 전 KBS·EBS 국정감사장에서 KBS의 ‘개그콘서트’를 성토한 것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이명박·박근혜·전두환 대통령 사진을 놓고 가장 싫은 이를 고르는 설정의 개그였는데, 한국당 의원들이 그 정도 수위의 비판적 풍자도 못 참아 방송사 관계자들을 겁박하는 반지성의 면모를 보였다는 것이다. 합리적이고 정연한 논리로 주요 국정 현안의 시시비비는 못 가리면서 왜 그런 못난 태도를 보였냐는 뜻일 게다. 윤 교수의 비판 취지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답답한 심정도 십분 공감한다. 산적한 수많은 현안을 두고 기껏 자당을 소재로 삼는 개그프로에나 발끈하는 것 같은 한국당 의원들의 모습이 한심하게 느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는 윤 교수와 같은 소위 지식인들의 이런 나이브한 시각이야말로 이 나라의 반지성을 부추기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촛불혁명 정권을 자처하는 현 정권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어떤가.

수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은 무시당하고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며 관람했다는 영화 한편으로 국가의 원전정책이 멈춰서는 현실이다. 문꿀오소리와 같은 파워 댓글부대들이 몰려가 여론을 조작해도 신성한 국민의 뜻으로 둔갑되기 일쑤고 언론이 부추기는 그런 여론몰이는 검찰과 법원의 수사와 재판으로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억울함을 못 이겨 자살자가 속출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 들어 감옥에 가거나 검찰 수사를 받는 많은 전 정권 사람들 중 차가운 이성과 지성의 결과라고 납득할 만한 사건이 얼마나 되나. 윤 교수가 말하는 반지성주의가 판을 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을 모두가 무섭게 목도하고 있다. 윤 교수는 개그콘서트 풍자에 한국당이 반발한 것을 반지성의 예로 들었지만 필자는 오히려 묻고 싶다. 개콘은 왜 정치풍자의 대상을 왜 늘 우익세력으로 하는가. 나치 정권은 “국민을 다스리는 데는 빵과 서커스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풍자 개그는 국민을 달래는 달콤한 서커스다.

반지성주의 극복하기 위한 지식인들의 각성

국민이 가장 많이 시청하는 공영방송 개그프로그램에서 오랜 세월동안 우익정치와 우익이 낳은 인물들을 지속적으로 조롱하고 비하하는 것은 당연히 문제가 된다. 개그에 담긴 메시지와 이미지는 알게 모르게 가랑비에 옷이 젖듯 국민의 정서와 지성에 녹아든다. 소위 개콘이 우익정권 9년 동안 좌익정권의 핵심 정치인과 정책을 정면으로 풍자한 사례가 있나. 필자 기억으로는 없다. 그쯤 되면 개그나 풍자가 아니라 선전선동이고 세뇌다. 국민의 정신과 국가적 반지성주의를 부추기는 마약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다. 찰리 채플린의 ‘위대한 독재자’가 정말로 위대한 것은 그것이 시대가 낳은 최악의 독재자를 풍자했기 때문이다. 개콘이 최악의 반지성주의를 풍자하는 용기를 보여준 적이 있나. 한국당 의원들이 KBS국정감사에서 공영방송 개그프로그램의 편파성을 비판한 것은 레드넥의 행태가 아니라 오히려 국가기간방송의 반지성주의 행태를 지적한 것이다.

한국당에 독기처럼 퍼져있는 것은 반지성주의가 아니라 무기력이다. 반지성주의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그것을 깨부술 지혜가 없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반지성이 횡행하는 전체주의로 끌고 가는 악당들에 맞설 용기는 사라지고 비겁함이 공기처럼 감싸고 있다는 것이다. 반지성주의가 자리잡은 시대에는 지식인들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역설적으로 대중과 괴리된 채 머릿 속 합리성과 정연한 논리만 찾아서는 시대를 극복할 수 없다. 현실을 파악하고 행동이 따라야 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으로 임명된 윤 교수가 개인 사정이 있더라도 임기 중간에 그만두지 않는 것이 이 나라의 반지성을 극복하는데 더 도움이 됐을 것이다. KBS와 MBC SBS 등 방송 프로그램과 언론의 반지성주의를 고발하고 바꾸는데 끝까지 매달리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윤 교수 말대로 정부와 여당의 독주를 바로잡는 한국당의 역할이 절실하다. 그러나 반지성주의의 실체를 똑바로 보지 못하고 구태의연한 엘리트주의에 젖어 있는 이 나라 지성들의 각성도 반드시 필요하다.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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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2017-12-18 12:39:15
문각기동대는 문재인 캠프에
'고용된 댓글부대'를 지칭하는 말이고,
달빛기사단은 문재인 지지자들의
'자발적 댓글부대'를 지칭하는 남자이고
문꿀오소리는 여자 댓글부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