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6개월 성적표, 보수의 과제는?
文 정부 6개월 성적표, 보수의 과제는?
  • 정군기 홍익대 초빙교수
  • 승인 2017.11.21 22: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났다. 문재인 정부의 시작은 북한 핵 위기 등 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순조로워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출범 직전 80%대를 기록한 뒤 최근 지속적으로 70%대를 유지하고 있다. 역대 어느 대통령에 비해서도 고공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런 지지율은 여러 가지 요인으로 분석할 수 있겠지만 경제상황 호조라는 다분히 운이 작용한 면도 있고 소탈한 이미지가 국민들에게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를 정책의 결과로 평가하기에는 시기가 이르기 때문이다. 외교와 복지에서 좋은 평가를 대북관계와 인사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

▲ 행정안전부로부터 짙은 안개 주의가 공지된 6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연합

적폐 청산-코드 인사-정책 실패

문정부가 출범한 뒤 10년 가까이 2000선을 맴돌던 종합주가지수는 2500선으로 껑충 뛰었다. 경제성장률은 3%로 상향조정되고 수출도 좋다. 무엇보다도 경제가 중요한데 비교적 안정된 경제 상황이 문정부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문 대통령의 외면적인 소탈한 이미지와 국민과의 소통 이벤트가 적절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좋게 이야기하면 소통이지만 감성팔이적 홍보와 이벤트 정치가 국민들에게 진실과는 별개로 통한 것이다.

취임 직후 첫 방문지인 인천공항공사에서의 무책임한 비정규직 발언을 기억한다. 앞으로 어떻게 뒷수습을 할 것인지 상식적인 국민이라면 누구나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곳곳에서 벌이는 셀카의 향연은 이미지 정치의 극치를 보여준다. 반대로 우리 국민이 권위주의적이고 소통하지 못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질렸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 6개월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박근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보복정치를 전방위적으로 펼치고 있다. 국정원과 검찰을 도구화해서 전 정권에 대해 망신주기와 보복을 병행하고 있다. 방송 장악도 함께 진행하며 공영방송 사장을 해임하는 과정을 진행 중이다.

문재인 정부는 철저하게 코드인사를 했다. 능력과 별개로 ‘캠코더인사’로 불리는 자파인사들을 새 정부 요직에 심었다. 대선 당시 통합의 정치를 하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전혀 없던 일이 됐다.

캠프 출신의 코드인사 와중에 무려 7명의 장, 차관급 인사가 낙마했다. 논란 끝에 임명된 총리 이하 장차관들의 비리와 탈법, 불법, 편법 행위들은 진보는 보수보다 깨끗할 것이라는 일반의 상식을 뒤집는 것이었다. 인사 실패에 대한 대통령의 직접 사과는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외교 등 정책에서 이렇다 할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예상한 것이다. 어설픈 균형외교 등으로 ‘코리아패싱’이라는 단어를 초래했다. 과감하게 추진한 정책에서도 완전히 실패했다.

대선 공약을 지킨다며 실시한 탈원전 정책은 국민과 전문가들의 생각을 완전히 오판한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와 코드를 같이하는 일부 시민사회의 생각은 정부로 하여금 결과를 거꾸로 해석하도록 오기를 부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향후 지지율은 지금보다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용과 복지 분야의 무리한 정책 추진의 후유증이 점차 나타나게 때문이다. 보수진영의 점진적인 정비도 문재인 정부의 허점을 더 드러나게 할 것이다. 그러나 고공지지율이 쉽게 꺾이지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공간에서의 압도적 우위, 방송 장악 등으로 문정부의 실력과는 별도로 긍정적이고 호감 있는 이미지 정치는 계속 국민들에게 호소력이 있을 것이다. 헌법 개정과 국민의당 일부의원 흡수 등 정치적 이니셔티브도 계속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보수진영과의 정치 투쟁은 선도적으로 앞서 나간다는 계산이다.

보수진영의 숙제-가치 확산

문재인 정부의 쾌속질주에 보수와 보수정치권은 박근혜 트라우마로 브레이크를 걸 상황이 아니었다. 보수진영은 분열과 침묵의 집단으로 변했으며 기성 보수정치권은 반성과 성찰도 없이 이합집산을 진행 중이다.

보수정치권에서는 정당 강령의 보수가치를 놓고 논쟁을 벌였으며 막말 논란으로 국민들의 외면을 받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문재인 정부의 큰 실정인 원전 문제에 대한 공격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보수정치권은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한국당은 몸집은 불렸지만 쇄신과 혁신의 기준에서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 혼란스러운 변화의 과정에서 문정부 실정에 대한 정책적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언론은 절망적일 정도로 보수정치권에 비판적이다. 최근 전 정권의 국방부 장관 등 고위공직자들이 구속되거나 검찰에 소환되는 상황도 보수정치권의 이미지를 국민들에게는 더 나쁘게 보일 것이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보수진영은 원칙을 지켜야 한다. 보수의 정체성(Identity)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원칙과 절제, 배려, 전통과 질서 등 보수적 가치에 대한 논의의 장이 많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품격과 경륜의 힘을 기성 보수정치권에 요구해야 할 것이다. 실천적 방법으로 보수 가치를 확산하는 NGO를 육성해야 한다. 그 정신적 사령탑으로 미국의 러셀커크재단 같은 곳이 우리 사회에도 있으면 좋겠다. 젊은 세대를 위한 투자에 돈과 시간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도덕적 기준에서 강남좌파를 압도하는 보수진영 구축이 우리의 할 일이다.

▲ 고려대 사회학 박사 /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부회장 / 전 SBS 정치부장, MBC 기자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