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문화적 의미
“대~한민국”의 문화적 의미
  • 미래한국
  • 승인 2002.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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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환 金文煥 서울대 교수·미학
▲ 김문환 金文煥 서울대 교수·미학
독일과 브라질의 결승전에서 브라질이 승리함으로써 제17회 FIFA 월드컵축구대회는 끝이 났다. 그 사이 16강에만 들어도 신화창조라던 한국팀이 4강 반열에 들고, 비록 독일과 터키에 패해 4위에 머물렀다고는 하나, 실로 기적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는 찬사와 함께 이제는 일등국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비단 축구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로 넘쳐흘렀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나 할까, 서해안에서 북방한계선을 넘은 북한 경비정이 대한민국 고속정을 공격하여 4명 사망, 1명 실종, 부상 22명 등 고속정 탑승자 전원인 27명이 인명피해를 입었다. 축제로부터 일상으로의 회귀를 위한 신호치고는 너무나도 잔혹하다. 연인원 2,193만명(경찰청집계)이나 된다는 사람들이 거리에 나서 외친 “대~한민국”의 구호가 이제 무엇을 향해 외쳐져야 할지 사람마다 뒤숭숭한 중에 갈팡 질팡이다.이런 와중에서 “대한민국”이나 “오~ 필승 코리아!”를 다시 떠올리는 것은 왠지 초점을 벗어간 듯한 감마저 없지 않다. 그러나 짚을 것은 짚어야 미래가 좀더 확실해 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 그 문화적 의의를 되새겨 본다. 문화적 의의라고 했지만, 그 단초는 지극히 단순하다. 그것은 이 구호에 뒤따른 박수소리, 즉 “짝짝 짝짝 짝”이 던져주는 의문이다. 왜 외칠 때는 네 마디가 박수 칠 때는 다섯 마디인가? 그리고 박수소리 다섯 마디가 왜 엇박자 일까? 음악전문가들은 무엇이라 답할지 모르지만, 우리는 같은 현상이 굿거리 장단을 칠 때에도 나타나고 있음을 주목해본다. 거기에서도 덩기덩 궁다라락 덩기덩 궁딱 이라는 첫 번 울림이 대개는 “궁덩쿵 궁다라락”이라고 엇박자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침소봉대할 생각은 없으나 여기에서 한국사람들의 진취적인 기질을 읽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한국사람들이 일본 사람들에 비해 한가지 가업을 대대로 답습하지 않거나, 이어받더라도 변형을 가하는 것이 항례인 것은, 소리를 배우는 제자가 스승을 똑같이 흉내내면 오히려 꾸중을 듣는다는 국악학자의 말에 비추어 새겨봄직하다.비슷한 맥락에서 “오~필승, 코리아”도 읽혀진다. 많은 사람들이 “필승”이 “피스”처럼 들린다느니, “미쓰”처럼 들린다느니 하는 소리를 한다. 실제로 피스로 바꿔 부르면서 반전 평화운동을 시도한 시민단체도 없지 않다. “오~”를 감탄사로 새긴다면 여기에서 “필승”은 무엇보다 중요한데, 왜 그것이 그토록 짧게 불렸을까? 노래는 말과 뗄래야 뗄 수 없이 결합되어 있는데, 서양노래식이 주도적으로 된 이후, 우리말과 노래는 따로 놀게 되었다. 전치사와 관사가 발달한 서양에서는 약박자로 시작하는 노래가 아주 자연스럽지만, 우리말에는 어울리기 힘들다. 그런데도 서양 노래를 모범으로 삼다보니 중요한 단어가 약박자로 처리되고 만 것은 아닐까? 애국가의 첫소절 “동해물과 백두산이”가 읽을 때와는 달리 “백”은 잘 안들리고 “해물”이 더 잘 들리도록 작곡된 것도 같은 이치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독일팀과의 경기 때에는 아예 “오~코리아!”로 불리면서 코리아가 엇박자로 더욱 분명해졌다. “별 것 가지고 다 시비건다”고 할지 모르지만, 5백만명이 외친 구호와 노래 속에 자연스럽게 배어나온 이와 같은 문화적 감성을 외면하지 않는 노력이 사회 각 분야에서 이루어질 때, 우리는 특수성을 바탕으로 한 보편성의 향유를 통한 세계문화에의 기여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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