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복수’로부터 벗어나려면
‘시간의 복수’로부터 벗어나려면
  • 이종혁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 승인 2017.11.22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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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의 불행은 언젠가 잘못 보낸 시간의 보복이다.”

워털루 전투에서 패배한 후, 아프리카 서해안으로 부터 1850km 떨어진 절해고도 세인트헬레나 섬에서 마지막 생을 마감한 나폴레옹은 그렇게 말했다. 우리는 자신이 겪는 고통과 불행의 원인을 세상과 남의 탓으로 돌리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유 없이 일어나는 현상은 없다.

나에게 지금 일어나는 일들은 다름 아닌 내가 스스로 초래한 결과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내 탓이지 남의 탓이 아닌 것이다. 무언가를 결정해야 할 때 결정하지 못하고 그 시기를 놓치거나, 최선을 다해야 할 때 방심하고 시간을 낭비한 대가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반드시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다. 그러한 시간의 보복은 유럽을 석권했던 나폴레옹조차 피해가지 못했다.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시간의 보복은 대한민국 정치의 현장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우파 보수 정당은 거의 궤멸 상태라고 말할 정도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한국정치사에서 이 정도로 보수정당이 위기에 빠진 적은 없었다. 우파정당의 위기를 초래한 근본 원인은 박근혜 정부 4년의 국정 실패에만 기인한 것은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1월 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재입당 국회의원 간담회에서 바른정당을 탈당한 김무성 의원과 대화하 고있다./ 연합

대한민국 주류였던 보수우파의 몰락, 왜?

보수우파 정당은 건국과 함께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산업화에 성공했다. 무역 1조 클럽,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되는 경제적 성과를 이룬 주도세력이다. 중산층이 두터워지면서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도 커져서 보수우파는 군사정권을 종식하고 국민에게 정부선택권을 돌려주는 87년 헌법체계를 세웠다. 그럼으로써 권위주의 시대를 청산하고 민주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그러한 보수우파 정당이 궤멸 상태에 이른 것에는 이유가 있다.

첫째, 우파정당 운영과 관리의 실패라고 볼 수 있다.
87년 체제의 결과, 평화적 정권교체로 정부 선택권을 국민에게 돌려준 후, 즉 민주화 체제 이후에 우파정당에는 별다른 철학이 없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새로운 문명전환기가 도래하고 있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보수우파 정당에게는 어떻게 성찰하고 실천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이 부족했다. 집권 시기에 권력을 누리고 향유하는 데만 너무 빠져 있었다는 이야기다.

보수우파 정당의 안전지대라고 할 수 있는 영남권을 중심으로, 공천을 어떻게 행사하느냐, 공천을 어떻게 받아내느냐 이런 정치게임에만 매몰돼 정치의 본질인 국가와 국민의 이익이라는 근원적인 정치 목표를 보수는 잃어버렸다. 정치권력의 연속성만 찾았고, 권력 주변에서 호가호위 파벌을 만들었으며, 공천을 계속 받아 선수를 높이는 게 정치인양 생각해왔던 것이다.

둘째, 보수우파 정당은 부패에 대한 책임의식이 박약했다.
한때 차떼기 정당이라는 오명도 있었지만, 그 이후에 다시는 부패하지 않겠다고 국민에 약속했다. 하지만 보수우파 정당이 국민으로부터 청렴하고 깨끗한 세력이라고 인정받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국민에게 보수 정당은 끊임없이 부패에 연루돼 있는 세력으로 인상지어져 왔다. 진보좌파 정치세력들에 대해 도덕적 우위를 확보하지 못한 점은 보수우파 정당이 궤멸에 이르게 된 주요 원인이다.

셋째, 현재의 북핵사태와 안보 위기에 있어서도 보수우파 정당이 제대로 대처해왔는지 의문이다. 이념을 달리하는 잔혹한 북한 세력과 대치하고 있는데도 우파정당으로서 나이브했고, 북한의 적화통일 전략과 대한민국내 좌파 진지 구축을 간과했다.

안보와 관련해 북한과 친북, 종북좌파 세력에 대해 반대 의견을 피력해왔지만 그러한 반공 안보 의식을 국가 비전과 연관해 창조하는 데 부족했다. 그런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북한은 핵보유국이 되었고,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파기 위기에 봉착했다.

시대적 안목 부재가 보수 몰락의 원인

대한민국 5천만 국민이 핵 인질로 잡히는 현실이 진행 중임에도 보수우파 정당은 북핵 위기를 근본적으로 돌파하려 하기 보다는 단지 북에 대한 퍼주기 비난과 친북,종북세력에 이로운 정치 행태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성 발언만 해왔다. 또 이러한 관리정책들을 유지하는 데 급급했다. 보수우파는 근원적으로 이를 막을 방책들을 고민하지 못했다.

보수 정당에게는 이명박 5년, 박근혜 4년 정권을 운영할 기회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와 안보 등에서 근본적으로 체질을 개선하거나 제2의 도약 기반을 닦는 국가 운영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그저 현상유지 관리형 정부로서 시간을 허비했을 뿐이다. 자랑스러운 우파의 가치를 기반으로 대한민국 제2의 대도약과 통일대한민국의 기반을 닦아야 했음에도 말이다.

시대정신과 국가가 처한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못 내리고 그저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흘러와서 수십 년 동안 목표의식을 상실한 채 현실에 안주하며 권력을 즐기고 부패하고 웰빙 하는 데만 골몰했다. 그런 것들이 쌓이면서 최순실 게이트라는 암초를 만나 보수정권과 보수 세력이 동시에 궤멸적인 상황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시대적 안목을 키우는 것뿐이다. 올바른 성찰과 반성을 통해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정확한 진단을 하고 그 진단에 맞는 처방을 갖춰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보수 정당을 이끌어 가는 이들이 먼저 자신들이 했던 일들을 돌이켜 보고 과오에 대해 국민 앞에 진솔하게 사과하고 반성과 혁신을 통해 새로운 정치생명을 간구(懇求)해야 한다.

시간은 허비한 자들에게 현재의 불행으로 복수하지만, 동시에 시간은 모든 것을 풍화시킨다. 시간의 풍상 역시 탄핵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권에게도 해당한다. 그들의 위세 또한 지나갈 것이고 그렇기에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라고 했다. 문제는 현재의 보수정당이 환골탈태하지 못하고 반사이익만을 기대하고 있다면 주권자의 선택은 보수정당을 빗겨갈 것임이 엄중한 역사적 법칙이다. 보수정당은 지금 성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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