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부채 트릴레마...빚더미 공화국 대한민국
[신간] 부채 트릴레마...빚더미 공화국 대한민국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7.11.24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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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0일 한국은행이 조사한 ‘시스템 리스크 서베이’ 결과, 국내 61개 금융기관에 소속된 68명의 전문가가 국내 최대 금융리스크 현안으로 ‘가계부채’ 문제를 꼽았다. 14년 전과 비교하면 가계부채는 464조원에서 약 1,400조 원으로 연평균 증가율이 8%다. GDP 대비해서는 100%에 가깝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리도 연내 인상될 예정이다. 안 그래도 가계를 압박하고 있는 부채가 몸집을 더 불리게 되는 셈이다. 금리가 올라가는 순간, 채무불이행자도 폭증할 것이기 때문에, 가계부채는 다음 경제 위기를 가져올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청년층의 부채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차주 연령별 가계대출 증감 현황’ 자료를 보면 대출 증가분의 30대 이하 젊은 층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28.6조 원, 2017년 상반기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 중 61.1%). 같은 기간 40대(15.8조 원), 50대(6.5조 원)보다 월등히 높다. 대한민국의 미래인 청년들이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는 것이다. 부채에 쪼들리는 청년들은 어떻게 될까? 사소하게는 큰돈이 들어갈 병원 치료를 연기하게 되고, 더 나아가 결혼을 미루거나 집 구매를 포기하고, 고정적으로 갚아야 할 이자에 매여 위험 부담이 있는 창업은 포기하고 안정적인 직장만 찾게 된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스타트업이 경제를 이끌어나가야 할 시기에, 빚 때문에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청년부채 문제는 단순히 경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전반적인 시스템 문제다. 
 

 

이 책, 『부채 트릴레마』의 저자이자 글로벌금융혁신연구원장인 김형태 원장은 “미래 국가를 이끌어갈 젊은이들을 빚 지워 사회에 내보는 데 대해 기성세대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며, 청년부채 악순환의 시작인 학자금부채부터 가계부채, 국가부채에 이르기까지, 부채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시각으로 ‘트릴레마’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트릴레마(trillemma, 하나의 목표를 이루려다 보면 다른 두 가지 목표를 이룰 수 없는 상태) 구조로 보면 대한민국 특성상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고등교육을 확대하면서도 가계부채와 정부부채를 축소할 방법이 보인다는 것이다. ‘부채’라는 좁은 관점에서 벗어나, ‘부채 패러다임’을 ‘지분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 ‘보완화폐’를 도입하는 것이 그것이다. 

폭증하는 가계부채가 대한민국 경제위기의 뇌관이 된 지금, 김형태 원장이 제시하는 혁명적이고도 현실 가능한 부채 개혁안은 부채를 둘러싼 복잡한 경제 생태계 속에서 한국경제의 미래를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소중한 통찰을 안겨줄 것이다. 정책가, 금융인, 기업인 그리고 학자금부채와 가계부채의 당사자인 청년들과 부모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저자 김형태 원장은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생각의 덫을 온 사방에 놓아두고 거기에 걸린 아이디어를 잡아내는 작업을 즐기는’, ‘눈으로 볼 뿐 아니라 귀로, 코로, 손으로도 보는 능력을 갖고 싶은’ ‘30년 차 아마추어 아트 컬렉터’. 그가 혁신적인 부채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었던 데에는 이처럼 그림, 조각을 비롯한 예술 작품부터 건축, 물리, 뇌과학, 생태계 등 전방위적으로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서 영감을 얻은 덕분이 크다. 부채 문제의 본질을 해석하기 위해 1차 세계대전을 종결시킨 ‘마크4 탱크’가, 부채 개혁안을 설명하기 위해 틴토레토의 그림 〈최후의 만찬〉이 등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그것만으로 저자의 심도 깊은 연구를 설명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그는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3년간 객원교수로 지내면서, 미국의 부채 해결 정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별다를 것 없이 미국 역시, 젊은이의 희망을 담보로 한 학자금 부채 문제에 골머리를 앓는 것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학자금 부채 문제 해결방안에 대해 모색하기 시작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도하고 있는 정책 정도로는, 너무나 커지고 복잡해진 부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전통적 부채는 정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입을 ‘먹고산다’. 미래가 어느 정도 예견되고 불확실성이 크지 않은 사회에 적합한 형태다. 경제적 여건에 변화가 있어도, 채무자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이 생겨도 이자와 원금상환은 고정된 상태 그대로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졌다. 부채와 소득 간의 균형이 깨지고, 소득불평등이 심각해진 현재의 한국경제에서는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 가능한, 전통적 부채를 뛰어넘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저자가 부채 문제의 본질을 분석하여 새롭게 제안하는 것은 ‘융통성을 가진 민감한 부채’, 즉 개인 수준에서는 학자금부채의 경우 미래소득의 일정 비율을 일정 기간 나누는 대가로 등록금을 받는 ‘소득나눔 학자금(학자금지분)’, 국가 수준에서는 정부부채의 경우 ‘소득나눔 재정조달(국가주식)’이다. 

왜 부채를 지분과 주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걸까? 여기서 경제의 틀을 깨는 파격적인 질문이 등장한다. 

“기업은 부채와 지분을 모두 사용해 자본을 조달하는데, 국가와 개인은 왜 부채로만 자본을 조달하는가? 왜 국가와 개인이 발행하는 지분은 없는가?” 

먼저 교육열과 교육의 상대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조만간 한국은 청년부채의 시발점이 되는 학자금부채 문제가 매우 심각해질 것이다. 본래 교육투자는 자원의 생산성을 높여 경제성장에 공헌하고, 동시에 가난의 대물림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분배방법이다. 김형태 원장은 교육비 지출이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며, 이에 대한 정부지원도 늘어날 것이라 단언한다. 그러나 대출한도를 늘리고, 대출을 보다 쉽게 받게 하는 전통적인 부채중심의 정책은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완전히 다른 차원의 부채 해결법이 필요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대학생 미래소득의 3%를 일정 기간 동안 지불한다는 조건하에 상환의무 없이 학자금을 제공하는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현재 미국 30개 주에서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미 퍼듀대학에서 성공적으로 시행 중이다.

정부부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부담할 수 있는 부채수준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스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 부채수용력을 초과해 국채를 발행하면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하고, 국채가 위험자산으로 전락한다. 그러나 기업이 부채-주식교환 또는 출자전환을 활용하듯, 국가도 상황과 성과에 따라 상환액이 조정되는 융통성 있는 ‘국가주식’을 발행한다면 부채수용력이 늘어난다. 15세기 제노바, 18세기 영국와 프랑스에서 이미 시행됐던 방법이니 역사 연구를 통해 현재에 걸맞게 활용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자연생태계에서는 환경에 적응하는 생물이 살아남고 번창하듯, 경제도 경제환경에 적합한 자금조달수단을 선택해야 경제가 건강하게 돌아간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답을 찾고 파격적인 질문을 던지며 혁신적인 부채 대책을 제안하고 있는 이 책은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서 살아남게 할 무기다. 닫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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