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洪의 승부, 通할까?

2018년 지방자치 선거는 남북연방의 분수령. 보수의 구심점 확보로 저지 동력 되찾아야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l승인2017.12.05l수정2017.12.05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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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정치인에 관해서 드골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치인은 자신이 한 말을 믿지 않는다. 그렇기에 정치인은 사람들이 자신이 한 말을 믿어주면 놀라게 된다.’ 드골의 이 성찰은 지난 대선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말 없는 숨은 민심은 여론조사 결과와 다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는 여론조사를 꺼리는 숨은 표심, ‘샤이(shy) 홍준표’가 막판 판세를 흔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비율이 40%에 이른다는 소위 ‘홍준표 샤이 보수 40% 필승론’은 탄핵심판으로 파탄을 맞았던 보수 진영의 유권자들을 일부 응집시켰다.

물론 결과는 24%에 그쳤다. 샤이보수는 없었고, 있었다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실망과 분노에 찼던 ‘집나간 보수’ 30%였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마지막 보수세의 집결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3%차로 제치고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초기 지지율 9%를 생각해 본다면 홍준표 후보의 마지막 스퍼트는 ‘분열된 보수를 구했다’는 평가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는 잘못된 것이었다. 홍준표 후보는 대선 운동기간 내내, 박근혜와 친박에 대해 적대와 포용의 양극을 오락가락해야만 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춘향이인 줄 알았더니 향단이’라던 홍준표 후보는 선거운동 막판에 비빔밥 보수 화합론으로 돌아섰다.

홍준표 후보에게는 세력이 없었다. 드골의 말처럼 홍준표 후보도 지난 대선 기간에 자신이 주장했던 ‘샤이 보수 홍준표 40%론’은 믿지 않았을 것이다. 각종 여론은 이미 홍준표의 패배를 예고하고 있었고, 이 수치는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도 동일했으며, 득표율과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홍 후보는 ‘여론이 잘못됐다’는 단호한 거부로 이를 돌파하면서 탄핵된 집권여당의 위상을 그나마 민주당과 치열하게 경쟁하던 안철수 후보의 국민의당보다 높여 놓는 데는 성공했다. 그리고 당권에 도전해 원외 신분임에도 당대표를 거머쥐었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1월 17일 부산 동구 부산일보에서 열린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2주기 토크콘서트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

홍준표의 친박청산 결단, ‘판의 변화’ 이끌어 내

문제는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골수 친박성향의 한국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의 ‘홍준표 비토’였다. 그들은 공개적으로 홍준표 대표의 박근혜 대통령 출당과 친박청산에 대해 ‘배은망덕’이라고 비난했다.

도대체 누구 때문에 대선 후보가 되었으며 누구 때문에 당대표가 되었는지 홍준표가 착각하고 있다는 비난이 친박 핵심의원들로부터 터져 나왔다. 전형적인 권력투쟁의 양상이었다.

하지만 홍준표 대표는 물러서지 않았다. 박근혜 출당을 밀어붙여 결국 김무성 의원을 포함해 바른정당 의원들이 한국당으로 넘어오면서 바른당은 원내교섭단체가 와해됐다.

이 상황은 다시 국민의당에 영향을 미쳐서 국민의당과 바른당간에 통합이 정치적 이슈가 되었고, 국민의당 내부가 갈등과 분열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홍준표의 보수통합 전략이 현실정치에서 ‘판의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이다.

이러한 상황들을 표면적으로 보면 전형적인 이합집산의 양상이지만, 사실 이 문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 지형에 ‘천하삼분지계’가 완성되는 중요한 모멘텀이 된다. 막막하기만했던 자유한국당의 앞날에 실낱같은 기회의 가능성이 생겨나면서 한국당에 대한 지지율도 한 자릿수 정체에서 최근 18~20%대에 이르고 있다는 여론조사들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정치지형에서 천하삼분지계는 왜 중요한가.
천하삼분지계란 춘추전국시대 이래, 중원을 놓고 벌어진 제국들의 쟁탈전에서 항상 등장하는 중요한 ‘3자간 세력판도’를 의미한다. 이는 마치 물리학에서 힘의 작용과 같은 원리라 할 수 있는데, 하나의 세력만이 존재하면 운동력이 존재하지 않게 되며 운동은 둘 이상의 세력이 상호작용하는 힘에 의해 발생하게 된다.

다만 양자간 운동법칙은 작용-반작용이라는 상호법칙을 따르기에 예측이 가능하지만, 관계성을 가진 세력이 셋이 되면 세력간 질서에 카오스가 발생하게 된다. 이 상황을 ‘천하삼분’이라 일컫는데, 이로부터 양강(兩强)구축전이 벌어진다.

결국 어느 하나의 세력은 양강의 세력 중심으로 견인되기 마련이고 결국 건곤일척의 승부가 펼쳐지게 되는 것이 3자구도의 정세(政勢)가 갖는 자연법칙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원리에 따라 홍준표의 박근혜 출당과 친박청산 결단은 바른당을 와해시킴으로써 민주당-자유한국당-국민의당이라는 삼분지계를 구현하게 된 것이다.

탄핵심판 수용하고 주권자에게 복종해야

따라서 국민의당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의 양강 구축 싸움에서 힘을 잃기 쉽다. 그렇게 되면 내년 지방선거는 민주당-한국당간에 경쟁이 되고 국민의당이 어느 쪽의 표를 분산시키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라진다.

국민의당은 아무래도 호남세력이 기반이어서 민주당의 표를 잠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정의당마저 지방선거에서 후보를 낸다면 한국당은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된다.

민주당과 진보진영에서 박근혜와 친박을 ‘적폐세력’이라면서도 홍준표의 청산론을 그토록 비난하며 나섰던 이유도 이 점을 토대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자신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보수 진영 전반에 강력한 트라우마를 가져왔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이 보수 진영에서 절대적으로 추앙하는 박정희 대통령의 아우라를 간직한 영애(令愛)라는 점 때문에 일찌감치 박근혜에 대해 열렬한 추종자들을 ‘박사모’라는 이름으로 조직을 구축해 왔다.

특히 60대 이상의 보수 시니어층과 중년 여성들, 그리고 대구·경북을 바탕으로 하는 지역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추종은 이른바 건드리면 죽음이라는 ‘언터쳐블’에 가까웠다.

그러한 대통령이 위헌적 탄핵절차에 의해, 그것도 언론들의 과장, 왜곡된 보도에 영향을 받아 탄핵심판되었다는 것은 그들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건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탄핵심판을 광주 5·18처럼 국민저항의 실력으로 거부해 내지 않았던 것은 탄핵심판이 응당 법리적으로 기각될 것이라는 믿음과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법치차원에서 수용하겠다는 전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치철학자 루소는 ‘주권자의 침묵은 동의를 뜻한다’고 했다. 이때 침묵이란 행동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보수의 탄핵무효 정치투쟁은 헌재의 탄핵 만장일치 인용을 저지하지 못한 까닭에 실패했다고 인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보수는 통진당의 위헌정당해산 심판도 저들이 불복하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내로남불이라는 자기 편의적인 주장도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할 수 없는 것이 있기 마련, 탄핵심판 만장일치 인용은 보수가 대한민국의 법치를 존중하는 한, 거부해 낼 수 없는 주권적 결단이 된다.

지난7월KBS에서방영된오락프로그램<냄비받침>‘ 이경규, 홍준표를만나다’편에서앵그리버드캐릭터를
하고 있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 KBS 영상

낡은 보수에서 新보수로

홍준표 대표는 그러한 점을 날카롭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가 낡은 보수를 청산하고 신보수주의로 자유한국당을 재건하겠다는 취지로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의 결합점을 초대 문민정부를 열었던 YS의 3당합당정신에서 찾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홍준표 대표는 ‘보수도 민주화에 기여했다는 점을 국민들이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로 문재인 정부의 ‘적폐세력’ 프레임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물론 과거 대구·경북으로 상징되는 TK의 입장에서 볼 때, 부산·영남의 PK로 보수의 지역적 헤게모니가 이동하는 것은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 박정희, 전두환 시절의 권위주의 보수의 패러다임으로는 헌정사 초유의 보수 대통령 탄핵심판이라는 이 엄중한 사태를 돌파해 낼 수 없다는 지적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변화에는 운명이 따른다는 말은 탄핵이 몰고 올 후폭풍은 그 끝이 어디일지 우리로서 가늠할 수 없게 만든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지지율이 70%에 달하는 이면에는 단지 문재인 정부가 국정 수행을 잘해서라기보다는 ‘적폐세력 청산’이라는 아젠다에 국민들이 여전히 지지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올바르며, 이는 다시 자유한국당이 새로운 보수의 가치로서 얼마나 국민들의 신임을 회복하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한 차원에서 홍준표 대표가 ‘새로운 보수’의 기치를 내세웠다는 점은 국민이 원하는 전체적인 흐름과 맞아 떨어진다. 더구나 그가 과거 권위주의 보수에서 합리적 보수로 당이 먼저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시대정신과 맞는다.

다만 구체적 현실의 문제에서 홍준표 대표가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던 국정철학과 비전을 고수할 수 있느냐가 문제가 된다. 그 방향은 자유를 토대로 기업의 가치와 시장경제를 재확신하며 박근혜 정부가 시대착오적으로 주장해 온 ‘경제민주화’와 같은 아젠다들을 포기하는 것이다.

만일 홍준표 대표가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다시 포퓰리즘 유혹에 빠져든다면 신보수주의든, 합리적 보수든 그 어떤 정체성도 양두구육이 될 수 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는 새로운 것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가 포퓰리즘으로 추구해온 ‘증세 없는 복지’를 부자·대기업 증세로, ‘경제민주화’를 사회주의 방식의 경제로 심화,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심화체이며 다만 안보문제에서 박근혜 정부보다 좌편향되었을 뿐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정치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이미 잉태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박근혜 정부는 재벌 총수들을 임기 첫해에 구속하기 시작했고 이들이 살아남고자 했던 로비성 정권 협조는 다시 문재인 정부에서 단죄되는 사유가 되고 있다. 그 어떤 변명도 필요 없이 박근혜 정부 집권 내내 경제성장률은 세계 경제성장률을 밑돌았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기간에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정책은 지방분권과 개헌으로 압축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섣부른 반미나 친북성향의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 대신 문재인 정부는 체제 내부적으로 변혁을 추구해 이를 계급투쟁의 동력으로 삼고, 이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체제를 보다 사회주의에 가깝게 이동시킨다는 체제 변혁의 전략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이러한 변혁은 불가피하게 개헌을 통해 추진될 수 밖에 없고, 개헌의 방향은 지방자치 단체를 지방정부의 수준으로 자치분권화한다는 전략인 것으로 파악된다.

2018년 지방자치 선거는 남북연방 분수령

이러한 문재인 정부의 아젠다는 자유민주주의를 참여민주주의, 그리고 심의민주주의로 견인해서 의회중심체제를 보다 풀뿌리적인 주민자치위원회로 권력을 이동시키고자 함이다.

그렇게 해서 2020년 총선 전까지, 의회권력을 약화시킨 후 선거구제 개편을 통해 권역별 정당비례를 강화해서 낮은 지지율의 보수 정당을 고사시키고 남북경제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 남북연방제의 실현이 집권의 목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 과정에서 한미동맹은 미북간의 대화로 약화되며, 장거리 핵미사일을 레버리지로 북한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을 선언하며 남한을 미·중 동의하에 접수하는 구도도 예상된다.

이 모든 시나리오의 기초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으로서는 2018년 6월 지방자치선거에서 압승하는 길이다. 따라서 보수 진영은 내년 지방자치 선거에서 최소, 민주당과 비기기라도 해야만 문재인 정부의 남북연방제 기도를 저지할 수 있게 된다.

그러한 점에서 홍준표 대표가 당의 사활과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내년 지방자치선거에 올인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적절하다. 여기에 국민으로부터 배척된 친박 세력이 당의 주도권을 놓고 권토중래하겠다는 기도는 자신들만 살고 보수 정치세력은 어떻게 되어도 내 알 바가 아니며, 심지어 대한민국의 미래조차 안중에 두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히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거는 기대는 자못 크다 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출당과 친박청산 의지로 정치지형을 3당 구도와 보수통합으로 방향 지은 것은 올바른 선택이다.

설령 홍준표의 한국당이 패배하더라도 박근혜와 친박의 정치적 실패를 벗어 던지고 패배하는 것이 그 다음 총선에서 국민들로부터 기회를 얻는 방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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