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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살아 있는 권력 감시자 돼야”

조정진 세계일보 논설위원 [인터뷰]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l승인2017.12.05l수정2017.12.0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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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phjmy9757@gmail.com

대한민국은 기자공화국이란 말이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2015신문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자직 종사자만 2만 5951명으로, 지상파와 종편 등 방송, 뉴미디어와 1인 매체까지 포함하면 정확한 통계조차 헤아리기 어렵다.

기자가 길가의 돌멩이만큼 흔하다지만 역설적으로 기자정신이 살아 있는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가짜뉴스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만큼 질적으로도 타락했다. 그늘이 짙은 시대일수록 빛도 강한 법이다.

두 차례에 이른 해직과 수 십 차례의 징계에도 공정보도를 위한 투쟁을 이어가는 살아 있는 기자정신의 모범이 있다. 조정진 세계일보 논설위원이 바로 그 주인공. 그에게 언론의 역할에 대해 들었다.

▲ ‘인터넷에코어워드 2017’에서 개인부문 언론인 분야 대상을 수상한 조정진 세계일보 논설위원.

- 지난 7월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KIPFA) 주관으로 열린 ‘인터넷에코어워드 2017’에서 개인부문 언론인 분야 대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언론인 분야를 올해 신설했는데, 첫 수상을 하셨군요.

인터넷에코어워드는 풍요롭고 건강한 인터넷 생태계 발전에 기여한 개인·단체를 발굴해 시상하는 프로젝트로 8회째인 올해 언론인 분야를 신설했는데 과분하게도 제가 첫 번째로 영예를 안았습니다. 특별공로상에 선정된 심재철 국회부의장과 심재권 국회외교통일위원장, 강효상·김병관·민경욱·박홍근·신상진·신용현 국회의원과 나란히 수상식장에 서게 돼 얼떨떨했습니다.

기자 생활을 시작한 지 올해로 꼭 30년째입니다. 그동안 공정보도와 사내민주화운동 관련해서 이례적으로 두 번의 해직과 수 십 차례의 징계를 당하면서도 좌고우면 하지 않고 올곧은 언론인으로서 외길을 걸어온 게 평가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기자 생활하며 딴 길로 나오라는 유혹이 많았는데 모두 물리친 보람이 있습니다. 늘 역사를 의식하며 살고 있습니다. 역사는 기록하는 자가 승리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오늘도 기록하고 있습니다.

- 세계일보 논설위원과 부설 평화연구소 연구위원을 겸직하고 계신데 어떤 연구 활동을 하시는지요?

세계일보는 ‘조국통일 정론’을 표방하고 출범했습니다. 수백 개에 달하는 우리나라 종합 일간지 가운데 통일을 사지(社旨)로 내건 유일한 매체입니다. 통일문제를 세계사적 과업으로 파악하고 남북한이 평화적으로 민족공동체를 재구축하는 일에 기여하겠다고 창간사에서 밝혔습니다.

제가 입사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평화연구소는 통일지도자아카데미·세계평화포럼 기획 및 운영, 남북통일·동북아평화·극동러시아 개발, 통일·평화 관련 교재 편찬 등 사지와 창간사에 부합하는 목적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공산주의와 북한의 주체사상, 그리고 자본주의의 병폐를 함께 극복할 대안이념도 통일대비 차원에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두루뭉술한 양비양시론 지양·권력 감시가 의무

- 최근 칼럼 <황장엽의 ‘인간중심’>을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에 대한 평가도 보수우파 진영 일각과 차이가 있는 듯 느껴졌고요. 반응은 어땠나요?

용산사태의 불편한 진실을 밝힌 ‘김석기를 위한 변명’(2013.11.28.)을 비롯해 ‘그 많던 주사파 다 어디로 갔나’(2013.9.12.), ‘종북 인사들은 뭘 망설이나’(2013.12.26.), ‘그러면, 김일성도 친일파다’(2014.1.23.), ‘통일을 두려워하는 사람들’(2014.3.20.), ‘북한의 치명적 딜레마’(2017.5.19.), ‘북한해방 통일론’(2017.8.31.), ‘국가는 왜 소멸하는가’(2017.10.12.)처럼 분명한 논지를 밝히는 게 제 칼럼의 특징입니다.

두루뭉술한 양비양시론은 논설위원·칼럼니스트로서 도리에 어긋나고 제 글을 읽는 독자에 대한 예의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이데올로기 문제와 역사, 대형 사건과 관련된 현안은 논지를 적확하게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황장엽의 망명은 처음부터 의문시 됐던 문제라 이번 기회에 문제 제기한 것입니다. 어떤 현안이든 삐딱하게 해석하고 뒤집어 보면 숨겨진 진실이 보일 때가 종종 있습니다. 제목이 ‘황장엽의 후예’에서 바뀐 것 빼고는 초고 그대로 나갔습니다.

제 칼럼은 논조가 분명하기 때문에 독자들의 반응도 갈립니다. 호불호가 제각각인데 모두 포용하기 위해 검은 것을 희다 하고, 흰 것을 검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칼럼이 나갈 때마다 고정 독자들로부터 격려를 많이 받습니다.

- 주로 북한·통일 관련 주제로 많은 글을 써오셨습니다. 우문인데, 북한에 천착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문화부장을 역임하고 논설위원이 된 후 문화 관련 사설이나 칼럼은 발제를 해도 거의 채택이 되지 않기 때문에 통일·북한 분야에 집중했습니다. 기자가 되기 전 통일 관련 시민단체에서 간사 생활을 한 경험이 있고, 해직기자 시절인 1999년엔 ‘주간 시사통일신문’을 창간해 운영한 일도 있습니다.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83년 KBS가 138일간 진행한 이산가족특별생방송입니다.

늘 거인 같았던 아버지의 눈물을 보고 자식 된 도리로 아버지를 모시고 아버지 고향인 황해도를 방문하고 싶었습니다. 이북을 자유롭게 가려면 통일이 필요했기에 문학도가 졸지에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금세 통일이 될 줄 알았는데 벌써 30년이 넘었습니다. 올해 수여받은 박사논문 제목은 북한 통일담론 연구’입니다. 통일부 출입 기자로 있던 2002년 대학원 입학 직후 초안을 잡아놨던 것을 17년 만에 늦깎이로 썼습니다. 쑥스럽지만 주경야독한 학업을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용기를 냈습니다.

권력과 언론은 상극 ‘사이비’ 유혹에서 벗어나야

- JSA 탈북 병사가 화제입니다. 그런데 군과 정부의 대응에 석연찮은 점이 많습니다. 그 이전 흥진호 납북사건도 마찬가지고요.

국민이 세금을 내고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첫 번째 이유는 선거를 통해 권한을 위임 받은 정부가 국민이 안심하게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게 국가를 보위할 것이라는 믿음과 약속 때문입니다. 즉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켜주는 것이 정부의 존재 이유이고, 그 일을 하는 조직이 공무원과 군대입니다.

만일 그 임무를 방기한다면 국민이 위임했던 권한을 회수할 수밖에 없겠지요. 정치인은 재야나 야당에 있을 때와 집권 여당이 됐을 때는 일거수일투족이 달라야 합니다.

국가 운영은 이데올로기 시험장도, 개인과 조직의 한풀이장도, OK목장의 결투장도 되어서는 안 됩니다. 군사·경제·영토분쟁 등 사면이 적들로 둘러싸인 링 위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확실한 피아 식별은 물론 원교근공이라는 역사가 입증한 외교·군사학의 진리를 잊으면 안 됩니다.

새 정부의 대북·안보·외교 정책에 미혹한 점이 있다면 여야 불문하고 국회와 언론·시민단체는 집요하게 파헤쳐 감시·비판해야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변호사 시절인 1992년 5월 언론학교 특강에서 “언론과 시민단체는 비록 자기가 지지하던 사람일지라도 대통령·장관·국회의원·지자체장 등 권력자가 됐을 때는 불신하는 마음으로 감시·비판·견제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정부는 적잖은 국민이 북한의 핵개발 예방에 실패한 대북포용정책과 평화번영정책 답습을 원치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경제 제재를 통한 북핵 해결을 결의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정에 적극적으로 보조를 맞춰야 합니다.

새 정부가 그동안 보여준 것처럼 이에 반할 때에는 우리나라가 북한과 함께 국제 사회의 천덕꾸러기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 문재인 정부의 방송장악 논란이 커지면서 언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정부의 인사나 안보정책 등 국정난맥에 대해 언론이 제대로 비판을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언론인들은 역대 어떤 정권도 언론을 장악하려 시도하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을 망각하면 안 됩니다. 국민의정부, 참여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1997년 노동조합을 만들어 공정보도위원장을 하다 해직까지 됐었습니다. 하지만, 기대했던 국민의정부조차 언론사 세무조사를 통해 인사 개입 등 언론 통제를 했습니다.

참여정부 때의 중앙부처 기자실 전격 폐쇄와 기자들의 반발은 아직도 한국언론사에 큰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탄핵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한 언론은 새 정부 출범에 지분을 가진 것으로 착각하고 있습니다. 앞서 밝혔듯이 언론과 권력은 상극이어야 합니다. 언론은 무슨 일이 있어도 ‘불신하는 마음으로 권력을 감시·비판·견제’해야 합니다. 이를 망각한 언론은 기관지·어용언론입니다.

한국기자협회나 전국언론노동조합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편, 같은 편이 집권했다고 권력 감시를 소홀히 하는 순간 권력은 타락하고 부패하고 장기집권 등 과거 권위주의 정권이 저질렀던 유혹에 빠져 들 것입니다. 정권이 좋아하고, 권력자가 앉히고 싶어 하는 언론사 간부는, 그곳이 신문사든 방송국이든 어용입니다. 단호히 거부해야 합니다. 언론은 더 이상 죽은 권력이 아닌 살아 있는 권력을 견제하는 감시자가 돼야 합니다.

- 기자 생활하면서 개인적으로 기억에 오래 남는 특종보도가 있으신가요?

1997년 5월 당시까지만 해도 금시초문이던 ‘김수환 추기경 서울대교구장 은퇴’ 기사와, 성사 직전 무산된 2004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극비 방북 추진, 그리고 2006년 6월 ‘새로 만드는 국새 또 부실 제작하려나’가 있습니다.

특히 한·중·일 3국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전하는 전통제조법에 따라 국새전각장 민홍규 씨가 4대 국새를 제대로 만들었으나 2010년 청와대와 검찰 등 권력이 주도한 모함과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로 폐기 처분 돼 ‘누가 국새를 삼켰는가’(글로세움)라는 책을 펴내는 등 지금도 진실 규명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 번 잘못 쓴 기사를 바로잡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과 사회적 비용을 들여야 하는지 절실히 느낍니다. 내가 쓴 기사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끝까지 물고 늘어질 각오입니다.

- 위원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기자정신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가 다시 떠오릅니다. 언론계 후배들에게 한 말씀 들려주시죠.

기억력 좋은 노예에게 정보를 듣고 오라고 시킨 것이 시초라는 유럽의 기자와 정당의 당파지로 성장한 미국의 신문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개화기 민족 지사들이 국민을 계몽하기 위해 신문을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독자들의 신문·방송 등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높습니다.

우리나라 기자에게는 지사 정신이 있어야 합니다. 많은 월급과 이른바 물 좋다는 출입처를 선호하거나 정권 입맛에 맞는 기사 발굴에만 관심 갖는다면 기자로서 결격자라 할 수 있습니다. 고달프지만 최일선에서 역사를 만들어가는 데 일조한다는 각오와 보람으로 기자 생활을 이어가길 바랍니다.

- 기자가 흔한 시대에 역설적인 말씀 같습니다.

언론은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언론 주변엔 늘 그 영향력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서성입니다. 기자는 절대로 국민이 위임했다고 착각하는 취재권을 갖고 취재원을 포함한 약자에 군림하거나 권력을 지향하면 안 됩니다. 그 순간 기자 앞에 ‘사이비’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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