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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교수 같은 전문가 더 키우지 않으면…

총상 환자 다룰 수 있는 전문가 없어…유사시 미군 없으면 사망자 급증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l승인2017.12.07l수정2017.12.07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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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webmaster@futurekorea.co.kr

지난 11월 13일 오후 3시 15분을 전후로 북한군 병사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으로 귀순해 왔다. 귀순 과정에서 북한군 추격조의 총격을 받은 병사는 5군데의 총상을 입고 의식을 잃었다. 북한군 귀순 병사는 즉시 주한미군의 응급헬기로 수원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로 옮겨졌고, 여기서 이국종 교수의 손에 목숨을 건졌다.
그로부터 1주일 동안 국내에서 일어난 일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김종대 정의당 의원의 ‘인격 테러’나 군 당국이 귀순 당시의 CCTV 영상을 공개하지 않은 것에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가 드러났다. 2011년 1월 21일 해군 특수부대가 펼친 ‘아덴만의 여명’ 작전 이후 국내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중증외상센터’가 지난 6년 동안 나아진 점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 11월 22일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병원에서 귀순병사의 회복상태 등 을 설명하는 이국종 교수 / 연합

전국 14개 중증외상센터, 속 빈 강정

2011년 1월 ‘아덴만의 여명’ 작전 과정에서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은 총상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없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에는 2011년 초까지도 중증외상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할 시설이 없었고 전문의도 극히 부족했다. 미국에 중증외상센터가 203개, 독일 90, 영국은 런던에만 4개나 있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이때 대통령부터 정치인, 언론, 학자, 의료인 등은 물론 일반 국민들까지도 총상을 비롯한 중증외상을 치료할 수 있는 전문센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정부는 각 지역의 대형 의료기관에 중증외상센터를 지정하고 전문 인력 육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2012년 8월에는 보건복지부가 “2016년까지 전국에 17개의 중증외상센터를 설립 또는 지정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2010년 말을 기준으로 국내 외상 사망자 가운데 적절히 대응하면 숨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측정하는 예방가능사망률이 35.2%에 달하는데, 중증외상센터 설립과 설치를 적극 지원해 전국적으로 중증외상환자가 1시간 이내에 치료받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예방가능사망률을 20% 미만으로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위해 권역별 중증외상센터로 지정되는 병원에는 전용 시설장비 설치비로 80억~147억 원을, 운영비로 7~28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환자를 긴급후송 하는 체계와 전문 인력들이 24시간 365일 연중무휴로 근무하며 중증외상환자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관련 부처의 발표나 언론 보도만 보면 계획대로 잘 되어 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니었다. 일단 현재 전국에 있는 중증외상센터는 14개다.

경기 북부의 의정부성모병원, 경기 남부의 아주대병원, 인천의 가천길병원, 강원의 원주세브란스병원, 충북의 충북대병원, 충남의 단국대병원, 대전의 을지대병원, 경북의 안동대병원, 대구의 경북대병원, 전북의 원광대병원, 전남의 목포한국병원, 광주의 전남대병원, 울산의 울산대병원, 부산의 부산대병원 등이 그렇다.

문제는 이들 중증외상센터가 ‘돈 버는 기구’가 아닌 탓에 해당 병원들로부터 경원시 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증외상을 치료하는 전문의는 다른 진료과목에 비해 근무 시간은 길고 스트레스는 심한 반면 급여는 훨씬 적으니 지원하는 사람이 없다.

지원자가 없고 정부에서 보장하는 비용이 적은데다 중증외상센터로 오는 환자 대부분이 위험한 일을 하는 단순 노동직 등이 많아 진료비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이런 요소들이 서로 악순환을 일으키면서 전국의 중증외상센터는 대부분 제대로 운영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사회적 이슈가 될 때에만 ‘반짝’ 하듯 관심을 갖는 정치권과 관료, 언론의 문제도 있다. 지난 11월 24일 서울신문은 ‘전국의 각 권역별 외상센터의 정원도 채우지 못했는데 2018년 정부지원예산이 대폭 삭감됐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머니투데이는 ‘정부가 전문의 1명당 연간 1억 2000만 원을 지원해도 지원자가 없다’는 내용을 전했다.

이런 현실에서 전국 14개 중증외상센터 가운데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이국종 교수팀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주대병원과 강원 지역의 원주세브란스병원 등 몇 개 센터에 불과하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미개함 자랑하는 ‘자칭 소시민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의 이국종 교수는 지난 8월 7일 CBS TV의 ‘세상을 바꾸는 시간’에 출연해 “중증외상센터를 운영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면서 꾸준히 일어나고 있는 ‘민원’을 설명했다.

중증외상을 입은 환자들은 심각한 수준의 출혈과 내장 손상 등으로 차량 등으로 후송할 경우에는 사망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중증외상 환자는 헬기로 후송하는 것이 거의 원칙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한국에서의 문제는 바로 주민들의 민원이다.

아주대병원 주변에는 아파트와 일반 주택들이 들어서 있다.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중증외상센터에서 이착륙하는 헬기 소음 때문에 피해를 입는다고 관할 구청과 시청에 끊임없이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그의 설명 이후 이국종 교수의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조난을 당한 등산객 등을 긴급 후송할 때도 다른 등산객들이 “헬기 때문에 김밥에 모래가 들어갔다”고 민원을 넣고, 응급환자를 후송하기 위해 고속도로 휴게소의 주차장을 통제하자 한 화물차 운전자가 쌍욕을 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지난 10월 29일 SBS 스페셜 방송에는 한 화물차 운전자가 응급헬기가 휴게소에 이착륙하는 것에 항의하면서 소방대원 등을 향해 응급환자가 죽건 말건 알 바 아니라는 식의 모습을 보였다.

이국종 교수는 이 같은 국내 현실과 함께 영국과 일본, 미국 등의 사례를 보며주며 “해외에서는 일반 주택가 주차장이나 심지어는 도로, 학교 등에서도 응급헬기가 이착륙한다”면서 “이런 식이면 한국에서는 중증외상센터를 운영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이국종 교수는 또한 국내 ‘대형 언론사’ 기자로부터 비난을 받은 사실도 밝혔다. 병원 주변 주민들이 응급후송 헬기 이착륙을 두고 민원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답답함을 호소하자 문제의 기자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당연하다. 왜 당신이 이용하는 헬기 일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냐”며 오히려 화를 냈다고 한다.

이런 모습은 다른 곳에서도 보인다. 2015년 1월 의정부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4명이 숨지고 120여 명이 부상을 입은 사건이 있었다. 당시 경기소방청은 헬기를 급파해 옥상으로 대피한 주민들을 구조했다.

문제는 그 후에 생겼다. 아파트 주민 일부가 “구조 헬기가 일으킨 바람 때문에 불이 더 번져 피해가 커졌다”면서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이런 주장과 중증외상센터 헬기보고 “시끄럽다”며 민원을 제기하는 것이 뭐가 다를까.

북한군 병사의 귀순과 관련해 국방부에 취재 차 갔을 때 국내 언론 대부분은 지금 당장의 이슈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어느 언론도 ‘중증외상센터가 왜 중요한가’라는 질문은 내놓지 않았다.

북한군 병사가 귀순할 당시 후송은 주한미군 의무대의 ‘더스트 오프(Dust Off)’ 팀이 맡았다. 이들은 미군의 응급후송헬기 ‘MEDVAC’에 타고, 환자가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생명을 유지하고 응급처치를 맡는 위생병들이다.

미군은 1983년 10월 그라나다 침공을 시작으로 30년 가까이 여러 전쟁을 치렀다. 많은 전쟁을 치르면서 미군이 얻은 교훈 가운데 하나는 부상 발생 시 응급처치의 중요성이었다. 특히 총상 및 폭발물 파편에 맞아 내장이 훼손된 부상자의 경우에는 부상 직후와 후송 과정에서의 처치가 생사를 가를 정도로 중요하다는 점을 알게 됐다.

이후 미군은 위생병과 군의관의 역량을 민간의 대형병원 의료진 수준까지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2001년 11월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2003년 3월 이라크 침공 이후 10년 가까운 전쟁을 겪으면서 미군 군의관은 뇌와 심장만 손상되지 않았으면 살려낼 수 있을 정도의 기량을 갖추게 됐고, 미군 위생병 또한 웬만한 일반의 수준의 수술 역량을 갖게 됐다. 특히 전투 중에 부상을 입은 사람을 살려내는 데는 미군보다 나은 사람들이 없을 정도가 됐다.

이런 미군에서 위생병과 군의관 생활을 한 사람들이 복무를 마치고 민간 병원과 ‘파라메딕(응급처치 요원)’ 서비스에 투입되어 더 좋은 장비로 치료를 하니 미국에서 중증외상으로 사망하는 사람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선순환 구조는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독일, 캐나다 등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 전쟁에 참전한 적이 없는 일본의 경우에는 미국처럼 ‘실전을 통한 케이스 스터디’는 없지만, 응급후송 차량은 운행 제한을 받지 않다시피 하고, 응급후송 헬기 또한 비행에 제약이 없다보니 웬만한 중증외상 환자는 모두 살려내고 있다.

▲ 지난 11월 2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환경재단 15주년 후원의 밤‘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시상식에 이국종 아주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 센터장이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연합

위생병이 응급처치 못하게 만든, 신기한 한국군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지난 3월 국내에서는 ‘위생병에게 주사를 놓으라고 지시한 군의관에게 면허정치 처분을 한 것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즉 간호조무사나 간호사 자격증이 없는 위생병은 군의관의 지시가 있다고 해도 환자에 대한 응급처치를 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전쟁이 일어났을 때 대한민국 군대의 위생병은 총상 환자의 손상된 혈관을 기구로 집어 출혈을 막고, 진통제 주사를 놓고, 총알이 관통한 폐에서 나온 피 때문 질식하는 것을 막고자 메스로 기도를 절개하거나 기구를 삽관하는 것도 모두 불법이 된다.

한국군은 위생병이 부상병에게 응급처치를 못하는 ‘신기한 군대’인 것이다. 한국군 의무대의 편제를 고려해 볼 때 위생병에게 응급처치를 못하게 막는 것은 전쟁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위생병이 중증외상의 환자에게 손을 댈 수 있을 리가 없다.

만약 남북 간에 전쟁이 발생하고, 하루에 수천여 명의 총상 환자, 파편 환자가 발생하게 된다면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 이국종 교수와 그의 팀에게 모두 맡길 것인가. 만일을 대비해 군의관과 위생병들에게 임무의 전문성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을 해야 하지 않을까. 정 안 되면 부사관들 만이라도 중증외상 환자에 대한 응급처치를 할 수 있게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군대에 중증외상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인력이 없다는 점은 한반도가 통일된 이후에는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김정은 체제가 무너질 경우 가장 먼저 들어가는 것은 한국군, 그 중에서도 민사 심리전 부대와 의무부대다. 특히 의무부대는 북한의 열악한 위생 상황 등을 생각할 때 반드시 각 거점 도시마다 파견되어야 한다.

김정은 체제가 무너진 뒤에는 북한 내에서 권력 투쟁 또는 舊북한군과 보위사령부, 국가보위성의 잔당 세력이 무장 게릴라 활동을 벌일 가능성이 있는데, 이들 때문에 발생한 총상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다면, 북한 주민들은 물론 유엔의 이름으로 치안 유지를 맡는 다른 나라 군인들은 한국군 의무부대를 어떻게 바라볼까. 일본 자위대가 중증외상 환자를 제대로 치료한다면 서로 비교가 되지 않겠는가. 이때도 모든 문제를 주한미군에게 넘기고 ‘예의주시’만 하고 있을 건가.

북한군 귀순으로 드러난 문제, 또 덮나?

북한군 병사 귀순으로 드러난 중증외상센터 문제의 본질은 ‘소 잃은 뒤에도 외양간 고치지 않다가 계속 소를 잃는’ 한국 사회의 모습이다. 심각한 사건이나 사고가 일어나면 그제야 정치권과 언론이 난리를 피우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 다른 이슈가 나타나면 모두 잊어버린다. 근본적인 원인 해결도, 예방책도 세우지 않는다. 그저 정부 예산만 넉넉히 책정한 뒤 끼리끼리 나눠먹고 잊어버린다.

이번에는 좀 달라질까. 북한군 병사의 JSA 귀순과 이후 이국종 교수와 중증외상센터의 현실을 깨달은 일부 국민들이 청와대 청원 사이트에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정부 지원을 확대·강화해 달라’는 청원을 올렸고, 서명한 사람이 20만 명을 넘어서자 지난 11월 26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보건복지부가 “청원 내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여당과 정부의 약속을 무조건 믿기 보다는 제대로 시행이 되는지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한국은 현재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 때문에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남북 간에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고, 그나마 나은 시나리오를 생각해 봐도 김정은 체제의 붕괴 이후 북한에서의 무질서한 상황을 한국의 부담으로 정리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미래에 대비해 중증외상 환자를 치료하고,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 아닐까. 만약에 가족이나 친한 동료, 또는 본인이 불의의 사고나 천재지변, 전쟁 등으로 중증외상을 입고 치료를 받게 된다면, 그때 가서 후회를 해봤자 소용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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