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訪中의 대 미국 의미
문재인 대통령 訪中의 대 미국 의미
  •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
  • 승인 2017.12.15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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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

訪中의 득실

한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전후해 미국 정부의 직접적인 평가는 드물었다.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이나 견해는 밝혀지지 않았다. 대신 과거와 마찬가지로 전문가들의 방문 목적을 분석하고 결과와 영향을 전망하는 시도가 있었다. 실제로 이런 시도 또한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중국에 대한 미 전문가의 관심이 많지만 한중관계가 미중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 대한 미 전문가도 있지만 이들은 미중관계의 맥락에서 한중관계를 이해하는데 한계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배경에서 미국이 우리나라 수장의 중국 방문을 사전에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역으로 방문의 결과가 한중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한미관계에 어떤 전략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을지를 분석하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다. 게다가 우리 정상이 중국에 편파적이지 않거나 노골적으로 경사하지 않는 경향만 보이지 않으면 대부분 미국의 무난한 평가를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다른 나라의 원수가 자신의 국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다른 나라를 예방한다고 해서 이에 노골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할 수밖에 없는 위치다. 타국의 외교에 대해 미국이 간섭할 입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타국의 원수가 응당한 권리와 권한으로 외교 주권을 행사하는 것에 간섭할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이익에 근본적으로 위해를 가하지 않거나 미국과의 관계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지 않으면 미국의 전반적인 평가도 대부분 우호적이다.

미국이나 미국 전문가들이 우리의 대중 정상 외교에서 우려를 표명했던 시기는 아마도 노무현 전 대통령 시기인 것으로 다들 기억할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미국과 중국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이 매우 상충적이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는 중국에 노골적으로 호의적인 반면 미국에 대해서는 자주국방을 강조하면서 많은 갈등을 유발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우려의 시각으로 관찰하고 우려를 표명한 미 전문가집단 내에서 적지 않게 표출되었다.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방문에 대한 미 전문가나 정부의 사전 평론은 거의 없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아직 한미동맹관계에 불안을 제공할 만한 언행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사드 관련 중국과 ‘3불’에 합의했지만 맥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발언은 미 정부 내부에서 중국과의 합의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는 점을 암시해줬다. 그는 한국 정부가 주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한국이 안보주권을 중국과 거래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음을 방증한다.

12월 14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밝힌 ‘4대 원칙’ 등의 내용을 보면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 사이에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언론보도에서 나타난 내용은 한국이 기존의 중국 입장과 요구에 모두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이 자신의 국익이나 동맹 이익을 위해 중국으로부터 새로이 얻어낸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 미국의 포석은 한국을 더 곤경에 빠뜨리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미국의 한국 압박 전략이 통상이나 경협 또는 가장 우려했던 ‘코리아 패싱’으로 나타날 것이다.

사드 ‘3不’ 합의

지난 10월 31일 문재인 정부는 사드와 관련해 중국과 이른바 ‘3불’ 입장에 합의했다. 즉, 사드의 추가 배치에 반대하고, 한국의 미국 미사일방어시스템(MD)체제의 참여 반대, 한미일 군사협력이 강화되는 것에 반대하는 것으로 실질적으로 중국의 ‘3 반대’ 입장에 우리가 합의해준 것이다. 세계 언론에서는 우리의 제언으로 합의가 이뤄졌다고 모두 인식하고 있다. 중국어 보도 자료에 의하면 중국이 반대하는 것에 우리가 모두 합의한 것이다.

12월 14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우리 측의 언론보도는 시진핑이 회담 동안 사드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 보도에 따르면 시진핑은 다시 한 번 ‘사드의 철저한 해결’을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철저한’을 ‘적절한’으로 해석해 발표했다. 그러나 중국어에서 ‘타선’(妥善)은 ‘온타완선’(稳妥完善)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 함의는 이견이 없을 정도로, 나무랄 데 없는 완벽한, 철저한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타선해결’(妥善解決)의 정확한 의미와 해석은 ‘철저한 해결’이다.

정상회담에서 밝힌 중국의 사드에 대한 기본 입장은 기존의 것에서 변한게 없었다. 우리는 ‘3불’ 합의로 봉인되었다고 주장하나 봉인된 기색은 없었다. 오히려 사드 문제와 중국 경호원의 우리나라 기자 폭행 사건으로 인해 회담이 예정된 시간을 초과한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 회담이 본래 확대회담과 소규모 회담 각 45분씩 총 90분이 예정되었는데 하나의 회담 총 90분으로 묶었는데 초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세계의 3불 원칙에 대한 인식은 두 가지다. 한국의 기본 입장이며 한국이 그렇기 때문에 중국에 이 같이 전한 것이다. 이런 한국의 기본 입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방중 전 가진 중국 공영방송 CCTV와의 12일 인터뷰에서도 역력하게 드러났다. 그는 한국이 사드가 중국의 안보이익에 ‘침해 없도록 유의’하겠다고 밝히면서 사드 운영에 한국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문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터뷰 진행자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드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을 한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이 사드 문제와 3불 합의 과정에서 중국에게 보여준 태도는 미국에게 ‘코리아 패싱’을 할 빌미만 제공할 것이다. 미국이 사드에 대한 모든 권한을 다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독자적으로 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미군기지에 이를 추가 배치해도 우리의 관할권이 아니다. 우리 몰래 반입해도 우리는 속수무책이다. 우리의 환경평가보고가 전자파 무해 판결로 나왔기 때문에 미국은 이제 원하던 평택기지에 사드를 배치할 수 있다. 이 경우 미국은 우리에게 부지를 요구할 필요가 없어 ‘코리아 패싱’이 가능하다.

미국의 MD 체제 가입 문제 역시 미국이 한국 내 미군기지에서 자체 시스템을 운영하면 자연히 미국의 MD 체제가 한반도에서 운영되는 것이다. 한반도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한반도는 미국의 MD 체제에 가입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의사와는 별개로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커질 것이다.

한미일 군사협력관계의 강화 문제도 3불 합의 데로 따라가면 ‘코리아 패싱’은 자명한 결과가 될 것이다. 미일동맹이 더 강화되고 이 과정에서 우리가 배제되면 ‘코리아 패싱’으로 귀결된다. 이 합의 항목만큼은 우리의 의지와 의사로 결정될 수 있는 부분인데 우리가 이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코리아 패싱’이 현실화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합의 조항이다.

이것이 실제 연출될 경우 중국이 원하는 바가 이뤄질 것이다. 중국은 한미일 군사관계 강화가 동맹의 기반으로 승화되는 것을 반대해왔다. 그리고 이런 입장이 사드 반대 이유 세 가지 중 하나로 나타났다. 즉, 동북아의 권력균형을 훼손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었다. 이는 한미일 3국의 군사동맹관계로의 발전 가능성을 저지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다. 이번 회담에서 드러난 주요 이슈에 대하여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북핵 문제

북핵 문제에 있어 한중 양국은 이른바 ‘한반도 4대 원칙’을 발표했다.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과 중국이 인식을 때로는 같이 때로는 따로 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그 중 의아스러운 것이 두 가지 있다.

첫째, 핫라인을 정상 간에 구축한다는 것이었다. 이미 구축되어 있었다. 세간의 이야기로 북한의 5차 핵실험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핫라인으로 시진핑에게 통화를 3번 이상 시도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은 이유로 분노한 결과 사드 배치의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외교에서 핫라인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중국은 일단 핫라인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정치체제가 아니다. 유사 시 중국의 대응 입장을 파악하고 협조를 강구하기 위해 외국의 많은 정상들이 핫라인을 가동했었다. 중국의 의사결정체계를 알면 중국 지도자가 핫라인에 응하지 못하는 이유를 잘 알 수 있다. 집단지도체제에서 의사 결정을 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중국 최고 지도자인 시진핑도 그의 동료들과 의사 결정에 합의를 이르기 전까지 대외적으로 입장 표명을 하지 못하는 제약이 있다.

그래서 중국의 핫라인 사용 사례를 보면 대부분이 중국이 자발적으로 작동한 것이다. 이 대부분의 경우도 외국 국가가 자연재해나 재난으로 대량의 인명피해가 일어났을 경우 위안의 전화다. 이는 중국의 핫라인 가동이 사태를 입은 국가에게 위로하기 위할 때 작동된다는 것이다. 역으로 중국의 국내외 위기사태 때 중국 지도자에게 핫라인으로 통화하기는 하늘에 별 따기다. 가령, 천안문사태 때 미국, 2010년 조어도 사태 때의 일본, 2016년 북한 6차 핵실험 때의 한국 모두 중국에 핫라인을 가동했으나 무응답이었다.

또 하나 의아스러운 것은 ‘한반도 전쟁 불용’이라는 대목이다. 미국은 모든 옵션 전략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중국을 압박하고 북한을 위협하고 있다. 일본 역시 미국의 선제공격에 노골적 지지는 하지 않지만 유사시에 대한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어 미국과 같은 대북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무난하다.

그러나 미국의 동맹국이라는 한국은 한반도의 전쟁을 불용한다고 공개적으로 미국의 전략 옵션을 반대하고 나섰다. 이는 동맹 간의 신의와 신뢰를 무너뜨리는 도화선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대북 선제타격을 공개적으로 운운한 적도 있다. 대화를 촉구한 적도 있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무조건 대화를 13일 전했다. 14일 백악관에서는 이 같은 용의를 부인했다.

미국 자체가 대북 전략에 있어 오리무중이고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활용하지 못하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지금은 미국의 혼란 속에 우리가 선점을 쟁취할 수 있는 기회인데 이를 우리 스스로가 포기한 것이다. 그것도 한반도의 당사국의 수장이 미국 대통령을 세 번이나 만나봤는데 아직도 그의 의중을 파악 못하고 너무 쉽게 미국 카드를 중국에게 팔아넘겼다. 중국과 일치된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우리의 외교적, 전략적 협상의 입지는 그만큼 더 축소되었다.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도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불가능하고 허용할 수 없다. 우리는 이런 명제를 가지고 미국, 중국, 일본과 전략적 협상을 벌여야한다. 이들 국가가 이런 명제를 가지고 협상에 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특히 중국의 명제에 우리의 패를 팔아넘긴 것이다. 이제 미국과 일본에 대해 우리는 중국의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는 ‘졸(卒)’이 되어버렸다.

미국이 설상 이런 전략을 실제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이제 중국이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중국의 이익 대변을 우리 스스로가 자청하겠다는 것이다. 더 서글픈 것은 중국이 우리의 노고를 치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한중관계는 앞으로 정상회담 전의 기대에 현저히 미치지 못할 것이다. 왜냐면 미국의 ‘코리아 패싱’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대중 접근이 이를 자초한 것이다. 주변국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사고와 입장에서 우리는 중국에 구애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합의한 모든 사안들에 그 어느 누구도 우리를 칭찬하는 이들이 없다. 러시아까지 이에 포함된다.

미국은 한국이 중국에 끌려 다닐 것을 이번 정상회담에서 확인하고 확신했을 것이다. 미국이 ‘코리아 패싱’을 할 수 있는 명분을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줬기 때문이다. ‘3불’ 합의에서 시진핑의 사드 반대 재천명, 그리고 사드 부지 환경평가문제 등까지 우리가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미국은 이 기회를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활용할 것이다.

미국의 눈에 한중관계는 한국이 중국에 종속되는 구도가 확실해졌다. 이 구도를 허점으로 이용해 우리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더 곤경에 빠뜨릴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다. 그리고 이를 중국과 공조하면서 우리를 더 큰 곤경에 빠뜨릴 수 있게 악용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할 것이다.

미중 공조(?)는 이미 사드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우리가 사드 배치 결정으로 중국으로부터 경제제재를 받을 때 미국은 한 마디 말로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다. 중국의 제재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미국은 북한의 위협을 이용해 우리로부터 더 많은 이득을 취하는데 혈안이 되었다. 사드 배치 성공에서부터 통상 압박과 더 많은 무기 판매까지 이에 모두 포함된다. 그야말로 중국이 북치고 미국이 장구 치는 셈이다. 미국은 어떠한 경우에도 중국에 우리의 이익을 대변한 적이 거의 없었다. (이번 사드 제재를 겪으면서 지난 3월 틸러슨의 방중 때 중국에게 자제할 것을 당부한 것 외에는 없었음.)

미국은 이제 우리가 한반도 전반에 대해 어떠한 입장인지를 이번 정상회담으로 간파했다. 중국 일변도이나 중국에 종속되기 때문에 중국에 의해 좌지우지는 구도 속에서 한국이 곤경을 당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미국에게 호기로 작용할 것이다. ‘코리아 패싱’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동시에 미국과 중국이 한국을 더 큰 곤경을 조장할 수 있는 여건이 제공된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설전을 벌이는 동안 우리로부터 두 나라가 이득을 취하는 것이다. 이것이 사드 문제 과정에서 역력히 드러났었고 이와 유사한 과정이 재현될 수 있다.

사드 문제에서 미중 양국은 손해를 본 것이 없다. 두 나라 모두 이익을 봤다. 두 나라 모두 이 문제가 스스로의 문제임을 너무나도 잘 안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의 입장과 원칙을 정하지 못하고 헤매는 동안 우리는 중국의 제재를 받았고 미국에는 중국만큼 많은 투자 합의에 응했다. 중국 GDP의 1/10도 안 되는 나라가 중국이 미국에 약속한 투자금액(2,500억 달러)의 약 1/3(800억 달러)을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우리의 대미 투자 금액은 앞으로 있을 무기 구매액을 포함하지 않은 것이다. 동맹이라서 봐주는 것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한미자유무역협정(FTA)개정 문제도 곧 우리에게 큰 도전으로 다가올 것이다. 우리가 미중 두 강대국에게 경제적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일치된 정치적 입장을 세계에 알릴 필요가 있을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한중 정상회담은 미국에게 우리를 더 이용하거나 ‘패싱’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 워싱턴은 이제 우리를 어떻게 하면 중국이 길들이거나 무시하고 중국, 북한, 일본 등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할 방안은 마련하는데 분주해질 것이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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