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TV의 아리랑 사태를 보며
아리랑TV의 아리랑 사태를 보며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7.12.18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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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정석 편집위원
前KBS PD

아리랑국제방송(아리랑TV) 2018년 예산이 올해에 비해 50억 원 가량 줄었다. 국회가 지난 5일 내년도 정부예산안을 확정한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가 일반 회계 예산으로 신청한 108억 원은 한 푼도 반영되지 않는 상황이 왔다. 

아리랑TV노조는 즉각 반발하며 ‘문체부는 아리랑TV에서 손을 떼라’라고 주장하지만, 자업자득이라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노조가 경영과 인사, 제작, 편성 전반에 과도하게 개입한 결과, 사측의 책임경영이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은 설득력있다.

전 세계인들에게 국내 소식을 영어로 전달하는 아리랑TV는 그 자체로 대한민국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

2017년 9월28일, 북한 김정은이 처음으로 직접 성명을 내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미치광이'라고 표현하며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 단행을 심중히 고려할 것"이라고 발언했을 때 아리랑TV는 이를 영어판 속보로 내보냈고, 이 뉴스는 아리랑TV의 유투브 동영상을 통해 무려 179만 뷰를 기록했다.

아리랑TV에 따르면 주요 시청 국가 순위로는 ▶미국(61만) ▶영국(9만) ▶캐나다(8만) ▶인도(7만) ▶호주(6만) 순으로 모두 영어권 국가들이었다. 전체 조회 수의 50% 이상이 미국이었다. 댓글도 5200여개가 달렸다.

아리랑TV가 제작해 전세계로 송출하는 한류와 K-POP 프로그램도 해외에서 인기가 매우 높아 문화외교에 기여하는 그 역할도 자못 크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에도 불구하고 아리랑TV는 그 내부에 도저히 정상적인 언론 조직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비정상적 행태들과 비리들을 고발하는 보도들이 아리랑TV의 이름에 딸려 나온다.

▲ 아리랑TV는 해외에 대한민국을 알리는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직원들이 거액의 제작비를 횡령해 주식투자를 한 혐의로 기소되고, 간부들은 외주제작 비리로 사법처리 대상이 되는가 하면, 언론노조에 국제방송 지부로 참여하고 있는 아리랑TV노조는 회사의 인사,편성,경영 전반에 불법에 가까울 정도로 무소불휘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이는 KBS에서 PD로 재직했던 필자의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고 여겨진다. 주인 없는 공영방송이라면 그 주인은 노조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는 까닭에는 아리랑TV가 재단법인으로서 주인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사유이지만, 아리랑TV라는 언론 미디어에 재직하는 임직원들의 소명의식이나 사회적 책임, 내부 규율 준수 등이 아직 미성숙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는 KBS나 MBC처럼 아무리 언론노조라도 기본적으로 노사 간에 싸울 것은 싸우고 타협할 것은 타협하는 그런 전통이 없고 사장은 어김없이 소명감없는 낙하산에, 그리고 제작 직원들은 규율과 마인드로 훈련된 경험이 전통으로 존재하지 않기에 벌어진다. 아리랑TV 내의 비리와 분규를 보노라면 아직 이들 종사자들과 간부들에게 프로페셔널로서 미디어 직업 소명의식이 조직문화로 자리 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조직문화에서는 직원이 노조 간부가 되면 사측으로부터 ‘언터처블’이 된다. 그리고 간부가 되더라도 노조의 파업에 대해 사측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고 심정적으로 동조 파업하는 모럴 해저드마저 발생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노사협력이 아니라, 노사결탁을 통해 경영 전반이 부실해지고 조직 문화가 저잣거리 말로 ‘아사리’판이 된다. 조직 내에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벌어지고 예산은 그저 분파적으로 갈라져 내부 권력투쟁을 일삼는 자신들을 위한 사냥감에 불과하게 된다.

▲ 아리랑TV 노조의 사장선임에 대한 선별투쟁은 노조가 경영에 책임을 진다는 약속하에서만 의미있다.

아리랑TV 노조는 인사철만 되면 사장 선임에 노조의 반대로 자신들이 마치 인사권을 행사하려는 듯이 보인다. 그러면 아리랑TV노조는 경영에 책임을 지는가? 아리랑TV 노조는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한, 사장 임명권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아리랑TV가 아무리 자유를 가진 언론이라 하더라도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다면 공공의 조직이고, 국민의 주권에 복속해 존재해야 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는 아리랑TV의 최근 아리랑 사태를 주시하게 된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방송에 직원들의 제작비 횡령이, 그것도 거액의 횡령이 버젓이 일어나는 조직이 아리랑TV라면 국민은 아리랑TV로부터 ‘아리랑치기’를 당했다는 이야기다.

아리랑TV 방송 사장의 경우 아리랑TV에 대한 투철한 소명감을 가진 이가 임명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아리랑TV내의 조직과 규율을 다 잡고, 노사관계가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직원들을 훈련시킬 수 있는 지도력을 갖춘 방송계 베테랑이 사장으로 임명되어야 한다.

국민들은 대한민국의 얼굴인 아리랑TV에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이제 그 애정에 아리랑TV 노조와 경영자들이 ‘정상화’로 화답할 차례다. 그렇지 않으면 애정은 분노가 되고 주권자의 간섭과 심판을 받게 된다.

한정석 편집위원/ 前KBS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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