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선전에 동원되는 문화와 예술
정치선전에 동원되는 문화와 예술
  • 조희문 미래한국 편집장
  • 승인 2017.12.19 14: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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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장악을 향한 집단테러 횡행
 

문화·예술이 정치와 만나면 무기로 둔갑한다. 특히 혁명적 권력을 꿈꾸는 집단이나 사회일수록 문화와 예술을 혁명의 수단, 선전의 도구로 삼고자 한다.

5월의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대한민국은 좌파 정부가 차지했다. 레닌은 공산주의 혁명을 일으킨 이후 소비에트러시아 영화를 국유화했고 영화인들을 동원해 혁명의 당위를 알리는 선전영화들을 제작하도록 했다.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 프세볼로트 푸도프킨, 알렉산더 도브젠코, 지가 베르토프, 레프 쿨레쇼프 같은 무성영화시대 영화감독들은 공산당 이념에 충실한 영화들을 만든 감독으로 유명했다.

영화의 예술적 진보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는 에이젠슈타인의 몽타주 편집 개념도 대중 선전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한 것이다. 레닌을 비롯해 혁명 지도부가 판단하기에는, 영화야말로 혁명을 위해 태어난 매체라는 인식이 강했다.

러시아 혁명은 마르크스 이론에도 맞지 않는 돌연변이적 형태로 진행되었고, 겉으로 노동자, 농민이 중심을 이루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으로 포장했지만 실제로는 독재자가 권력을 장악하는 폭군적 지배구조였다. 무지한 민중을 혁명 이념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과제를 해결해야 했다.

그들이 보기에 영화는 다른 어느 매체보다도 효율적이어서 선전효과가 뛰어났고, 자본가나 지배계급을 위해 복무한 역사적 과오나 흠이 없었다.(영화가 대중화한 것은 1895년 이후부터다). 이념적으로 순결한 데다 편리성까지 더했으니 선전수단으로 삼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영화를 중심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대중미디어의 영향력은 널리 퍼졌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나 이탈리아는 영화를 통한 선전에 열을 올렸다. 전장에서 종군기자들이 촬영한 뉴스 영화들은 후방의 국민들에게 전황을 알리는 메신저였다.

적의 전선을 궤멸시키고 아군들이 승리하는 모습을 강조했다. 영화만 보고 있으면 승리는 언제나 우리 것이고 적은 패배해서 도망가기에 바쁜 것처럼 보였다.

▲ 최승호PD가 MBC 사장 취임 전‘뉴스타파’에서 제작해 지난10월에 개봉한 다큐‘자백’은 국내 북한간첩 혐의자들을 피해자로, 간첩 잡는 국정원을 가해자로 몰아가고 있다./ 다큐‘자백’홍보포스터

라디오, 영화, TV, 인터넷으로 이어지는 미디어의 확장

나치 정권에서 선전부 장관을 지낸 괴벨스는 군중 선동을 치밀하게 이용한 선구자로 악명을 남겼다. 1922년 나치스에 들어간 그는 히틀러에 충성을 맹세하고 베를린 지방의 당 지도자가 되었다.

1928년 국회의원, 1929년 당 선전부장으로서, 새로운 선전수단을 구사하고 교묘한 선동정치를 하여, 1930년대 당세 확장에 크게 기여했다. 1933년 나치스가 정권을 잡자, 국민계발선전장관·문화회의소 총재로서 문화 분야를 철저히 통제하며 국민을 전쟁에 동원했다.

그는 재임 중 라디오 보급 운동에 몰두했는데, 라디오를 이용한 선전 전략을 구상한 것이다. ‘선동은 한 문장으로도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자료와 증거가 필요하다’는 말은 선전의 위력을 대변하는 교시처럼 남아 있다.

이 점은 미국을 비롯한 연합군 쪽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미국 쪽 영화 역시 이어지는 승리를 담았다. 전황을 알리는 뉴스영화들은 미군의 용감한 승전보를 전했다. 전쟁이 한창일 때는 클라크 게이블이나 게리 쿠퍼 같은 스타들이 입대하거나 후방에서 전시 채권 판매를 지원하는 등의 협력 활동에 나섰다. 스타들의 활동은 미국의 승리를 기원하는 응원으로 비쳤고, 많은 미국인이 참전을 자원했다.

지난 5.16 군사혁명 당시, 혁명세력이 가장 먼저 한 일 중의 하나가 서울중앙방송국을 접수하고 혁명공약을 방송한 일이다. 방송을 통해 새로운 정권이 등장했음을 알리는 일은 거사의 성공을 알리는 동시에 새로운 권력에 협력하라는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문재인 정권은 등장하자마자 국정원 개편, 사드 배치 중지, 탈원전 에너지 정책 등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방송장악을 위한 시도는 아예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상태다. KBS MBC 방송노조와 주변 세력들이 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벌이는 테러 수준의 협박과 위협은 현재의 정권이 왜 언론을 장악하려고 전력투구하는지 역설적으로 반증한다.

지난해 탄핵 과정에서부터 한국 언론은 심각하게 균형을 잃었다. 오로지 사실을 전해야 한다는 언론의 기본 개념은 땅바닥에 내다버린 듯 추정과 선동으로 버무린 삐라 기사를 마구 쏟아냈다. 객관적인 사실에 집중하고 균형 있는 보도를 전해야 한다는 주장은 ‘수구’ ‘꼴통’으로 내몰렸고, 부정한 권력을 비호하는 부역행위로 낙인찍혔다.

‘부역자’라는 낙인은 시대 흐름에 거역하는 반동세력과 같은 의미로 횡행했다. KBS와 MBC는 그 와중에서 그나마 균형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권력이 바뀌면 반드시 손 봐야 하는 첫 번째 대상으로 꼽혔다.

KBS 이사회 이사들과 이사장, 사장,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와 이사장, MBC 사장에 대한 퇴진 압력이 마녀사냥처럼 시작되었다. 임기 내의 퇴진을 거부하는 표적 인사들에게는 공개적인 위협이 이어졌다. 집과 직장을 찾아가 소란을 피우고 위협하며 퇴진을 강요했다.

당사자가 아닌 주변 인물들까지 찾아가 겁박하는 일이 잇따랐다. 결국 MBC는 일부 인사의 퇴진으로 주도권이 뒤집혔다. 이사회를 장악한 세력은 이사장과 방송 사장을 해임했다. 사유와 절차는 ‘적폐세력’의 청산이었다.

새로 MBC 사장이 된 인물은 MBC에서 불법 노조활동을 하다가 해고당한 이력을 가졌다. 해고 이후에는 인터넷언론을 만들어 방송 문제를 집중 취재하는 행태를 보였다.

그가 연출했다는 ‘자백’(2016)은 국정원의 간첩수사를 부당한 인권 탄압인 것처럼,  ‘공범자’(2017)는 이명박 정부 시절에 MBC 경영진이 바뀌는 과정을 중심으로 그 이후의 정부에서 방송이 얼마나 왜곡되었는지, 방송 구조를 바꾸는 데 권력이 얼마나 깊이 관여했는지를 고발하듯 담고 있다.

문제는 그런 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영화가 담고 있는 편향된 시각과 주장, ‘나’와 뜻을 같이하는 ‘우리’는 무조건 절대 선이고, 반대편에 있는 어떤 누구든 처단해야할 적으로 간주하고 있는 살벌한 적개심으로 가득하다는 데 있다.

괴벨스가 대중선동 수단으로 동원했던 라디오는 영화와 TV, 인터넷 같은 매체로 확산되면서 더 강력한 영향력을 휘두르고 있다. 누가  주도권을 장악하는가가 중요한 문제로 존재할 뿐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진 일체의 정상화 노력은 ‘블랙리스트’ ‘화이트리스트’로 분류되어 적폐적 행동으로 포장하고, 현재 정권과 동조하는 반 대한민국, 반 미국적, 반 일본적 선전에 대해서는 정의 실현이라는 식의 선동이 가득하다. 2017년은 앞으로 펼쳐질 극한의 선동을 준비하는 진지구축의 해였다고 기록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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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나 2018-03-02 08:06:25
뭐야 이 쓰레기 일베 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