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노조·反기업, 무너지는 한국경제
親노조·反기업, 무너지는 한국경제
  •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 승인 2017.12.20 17: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7년 우리 경제는 순항했다. 3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1.4%로 기업으로 치면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 수준이다. 3분기 성장에 힘입어 연간 경제성장률은 3%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코스피 지수도 2500을 넘어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우리 경제는 부진에서 벗어나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 경제 상황을 천착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3분기 높은 성장률은 수출 급증과 정부지출 증가에 기인한다. 세계적인 반도체 초호황과 2012년 이래 정부소비 증가율을 최고치로 만든 이례적인 추가경정예산이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주식시장의 고공행진도 반도체 관련 주가 급등에 기인한다. 하지만 ‘반도체 호황’을 제외하면 한국 경제의 허약한 민낯이 드러난다. 기업들의 투자가 만성적으로 정체 상태에 있다.

투자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대기업의 투자가 지난 수년간 정체 상태에 있다. 한국은행에 의하면 지난 5년간 연평균 설비투자 증가율은 2%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그리고 IMF 외환위기 이후 사실상 구조조정의 손을 놓아 ‘옥석’이 뒤섞여 있다. 한계기업(좀비기업)이 많은 생산자원을 움켜줘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투자를 유도하고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 전반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친노(親勞) 편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의 첫 번째 공식 방문지는 인천공항공사였다. 그 자리에서 그는 임기 내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공언했다.

대통령의 첫 공식 방문지에서의 발언은 정치적 상징성을 갖는다. 비정규직 문제를 거론함으로써 사회적 약자의 처지를 개선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2017년 5월 당시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질곡이 비정규직 문제인지 확신하기 어렵다. 그가 언급한 청소근로자는 ‘무기직’(無期職)이다. 비정규직이지만 고용이 안정된 일자리로 급여 등에서도 처우가 열악하다고 볼 수 없다.

▲ 12월 7일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지사에서 열린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송영길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물리적으로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다.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은 낮은 처우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해도 급여가 오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인천공항공사 청소요원을 ‘자회사’를 신설해 자회사 소속 정규직으로 신분을 바꿔준다 해도 처우가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급여가 생산성에 기초한다면 말이다. 비정규직의 급여가 낮은 생산성에 기인한 것이라면 이는 정상이다.

하지만 정규직에 대한 보상이 과다하기 때문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현재 한국의 노동시장 구조를 보면 상당 부분 그렇다고 봐야 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정규직과 비정규직과의 차이를 축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친노정책의 ‘나비의 날개 짓’은 폭풍우를 불러왔다. 박근혜 정부에서 노사정(勞使政) 대화를 통해 어렵게 얻어낸 사회적 합의인 ‘양대 지침’(저성과자 해고 허용과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이 여지없이 폐기됐다.

양대 지침에 합의하기까지 들인 시간과 노력은 매몰비용이 되고 말았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근로자의 능력 부족’ 등 해고 사유가 폭넓게 인정되지만 한국에서 정규직 해고는 불가능하다. 양대 지침 폐기로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와 구조개혁은 더 어려워졌다.

문재인 정부의 친노정책은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어졌다.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 대비 16.4%, 금액으론 1060원 오른 7530원으로 정해졌다. 그동안 최저임금제도는 취약계층을 지원해 ‘빈곤을 완화하는 수단’으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시간제 일자리와 여성고용, 맞벌이 가구가 증가하면서 ‘저임금근로자가 곧 저소득층’이라는 등식은 깨어졌다. 시간제로 일하는 주부와 대학생이 반드시 빈곤층에 속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생산성 이상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이들의 일자리를 파괴한다. 무리수는 무리수를 부른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 완화를 위한 ‘소상공인·영세 중소기업 지원대책’이 그것이다. 정부가 최근 5년 동안 최저임금 인상률 7.4%를 상회하는 초과인상분(9.0%)을 직접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2018년 예산안에 ‘3조 원’이 반영됐다. 하지만 ‘지원 대책’은 독과(毒果)다. 급여는 고용주가 지급하는 것이 정상이다. 이 같은 당연칙(當然則)을 위배해 급여의 일부를 국민에게 의존하게 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임금은 생산성을 넘어설 수 없다. 2015년 현재 한국 취업자의 시간당 노동생산성(31.8달러)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46.6달러) 보다 14.8달러 낮다. 최저임금을 높일 것이 아니라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통상임금 확대도 기업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실적(實績)급에 해당하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됨으로써 기업의 부담은 한층 더 커졌다.

문재인 정부는 세계적 감세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 미국은 15~35%의 법인세율을 20% 단일세율로 통합해 인하하고, 소득세도 과표 구간을 7단계에서 3단계로 단순화하고 최고세율을 39.6%에서 35%로 낮추겠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정반대다. 세법개정으로 법인세의 과표 구간이 3단계에서 4단계로 확대되었으며, 3000억 초과 구간의 최고세율이 20%에서 25%로 인상됐다. 소득세도 과표 구간이 6단계에서 7단계로 확대되었고 최고세율도 40%에서 42%로 인상됐다.

‘나 홀로 증세’와 근로시간 단축

이번 증세로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분은 각각 연 2조3000억 원, 1조1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20조 원에 달하는 2017년 세수초과분을 감안하면 그리 큰 세수 증가라고도 볼 수 없다. 무리하게 ‘표적 증세’를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더욱이 법인세 인상은 소득재분배에 기여할 여지가 크지 않다.

법인은 개인과 달리 부자 법인과 가난한 법인이 있는 게 아니다. 큰 법인과 작은 법인이 있을 뿐이다. 법인세 인상은 주주, 근로자, 소비자 및 협력업체에 전가될 가능성이 높아 “법인세가 인상되지 않았으면 더 걷을 수 있었을 세수”를 줄이게 된다.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것이 법인세 인상이다.

법인세를 올리면서 일자리 창출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말하는 것은 모순이다. ‘20% 법인세’를 시행하는 나라와 ‘25%의 법인세’를 시행하는 나라를 제3자가 ‘발로 투표’(voting by foot) 한다면 어느 나라에 둥지를 틀겠는가를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근로시간을 주당 최대 52시간으로 단축하려고 한다. ‘저녁이 있는 삶, 일과 가정의 균형 그리고 일자리 나누기’가 명분이다. 목표로 정한다고 해서 ‘삶의 질’이 개선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개선되는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이 ‘프로테스크 침대’가 돼서는 안 된다. 연장근로 덕분에 겨우 먹고사는 사람도 있다. 그들의 밥그릇을 뺏어서는 안 된다. 또 연장근로에 기대어 사람을 더 뽑지 않고 있는 사람으로 목표 생산량 채우는 중소기업 사장들이 많다.  그들을 옥조여서는 안 된다.

근로시간 단축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일자리 나누기’(work sharing)는 경기가 침체되었을 때, 기존 인력을 유지하기 위해 근로자당 근로시간을 한시적으로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근로시간을 줄인다고 없는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성장 페달을 밟지 않고서야

기업인들은 최악의 제도 환경에서 2018년을 맞이하게 됐다. 임금인상,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범위 확대, 법인세 인상 등 어디를 보더라도 희망적인 구석이 없다. 더욱이 2018년은 ‘고금리, 원화강세’가 예측된다.

고금리는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후 금리인상 추세를 우리도 쫓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원고(高)는 반도체 실적호조로 달러가 많이 유입(무역흑자)됐기 때문이다. 원화 강세가 지속되면 수출경쟁력이 그만큼 저하된다. 그리고 우리 주력산업이 중국 등 후발국으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친노편향의 경제정책은 우리 경제의 숨통을 끊을 수도 있다.

경제는 순환이다. 부가가치가 만들어져야 분배할 수 있다. 사업 기회를 포착하고 투자를 늘려야 경제가 선순환된다. 성장 페달을 밟지 않으면 그 경제는 질식된다. 규제완화 등을 통해 기업에게 운신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 그리고 반(反)기업정서를 불식시켜 기업을 응원해야 한다.

범지구적으로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새로운 산업과 다양한 고용 형태가 등장할 것이다.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나 홀로 20세기의 낡은 사고방식에 젖어 산업과 노동규제를 강화하면 우리 경제의 위상은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류의 경험이 검증한 경제성장의 정도(正道)는 ‘투자주도·혁신견인 성장’이다. 이론적으로 실증적으로 족보도 갖추지 못한 ’소득주도성장‘의 미몽(迷夢)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

▲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