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정치에 묶인 북한 인권, 인권담론 과잉 시대, 해법은?
이념·정치에 묶인 북한 인권, 인권담론 과잉 시대, 해법은?
  • 김신정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7.12.2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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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법학교수회·국가인권위원회 공동주최 ‘인권-패러다임의 변화와 대응’ 세미나 14일 개최

한국법학교수회(회장 정용상)와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성호)는 14일 서울 을지로 국가인권위원회 11층 인권교육센터 별관에서 ‘인권-패러다임의 변화와 대응’을 주제로 공동세미나를 개최했다.

정용상 회장의 개회사,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의 환영사,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의 축사에 이어 1세션에선 정재황 법학교수회 수석부회장의 사회로 김형성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주제 발표를 했다. 이어 열린 2세션에선 정영환 법학교수회 사무총장의 사회로 김경제 동국대 법대 교수, 송수현 대한변호사협회 제2기획이사(변호사), 윤남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발래 국가인권위원회 인권팀장(법학박사), 이창수 법인권사회연구소 대표, 조정진 세계일보 논설위원(북한학박사)이 차례로 토론에 나섰다.

한국헌법학회 회장과 국회입법조사처 초대 처장을 역임한 김형성 교수는 발제문에서 인권의 개념 정의와 국가권력‧자본주의와의 관계, 수평적 인간관계 속에서의 인권, 북한주민 인권 등 특수영역을 거론한 뒤 인권 관련 패러다임 변화의 원인과 해법을 제시했다.

▲ ‘인권-패러다임의 변화와 대응’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14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김경제 동국대 교수, 송수현 변호사, 윤남근 고려대 교수, 정영환 법학교수회 사무총장, 김형성 성균관대 교수, 이발래 인권위 인권팀장, 이창수 법인권사회연구소 대표, 조정진 세계일보 논설위원. 한국법학교수회 제공

김 교수는 “인권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권리이자 인간이 사회생활을 영위해 가면서 마땅히 누려야 할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라고 규정하고, 수직적 관계에서의 인권침해 못지않게 수평적 관계 속에서의 인권문제와 익명성과 비대면성에 기댄 인터넷과 SNS(사회관계방서비스) 상의 상호 비방, 그리고 구성원과 단체 사이에도 인권침해가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국가권력에 이어 요즘엔 자본권력의 인권침해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면서 프랑스가 올해 도입한 기업인권모니터링의무법을 소개했다. 기업인권모니터링의무법은 일정 규모 이상 대기업에게 해외 자회사 등 공급사슬 내 인권상황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여 보고할 의무를 부과하는 법이다. 위반과 손해가 발생한 경우 법원이 민사적 성격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되어 있다.

김 교수는 또한 북한인권 개선 활동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객관적‧전문적 조사‧연구가 필요하며 북한인권 관련 자료의 체계적인 수집과 관리, 북한인권 관련 국제기구 및 전문가와의 협력 활성화, 국내외 관련 단체‧기구 활동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북한인권 개선‧증진 방안 모색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북한 주민의 인권시장과 인도적 지원, 탈북자 보호, 예산지원 등을 규정한 미국의 북한인권법(2004년)과 납치문제를 중심으로 한 인권침해 문제 대처 등을 담은 일본의 북한인권법(2006년)을 소개했다.

이어 김 교수는 통일부가 북한인권 전반을 통할하는 것은 통일 정책의 수립과 집행, 남북 대화와 교류‧협력, 대북 인도적 지원 등 통일부 본연의 기능 및 역할과 조화되기 어려워 북한인권 정책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기구는 독립기관으로 설립할 것을 권고한 파리원칙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 교수는 북한의 인권개선 요구는 인권위가 보편적 인권 기준과 국제 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추진하고, 북한과의 교류협력은 통일부가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인권문제가 부각되는 원인으로 민주적 통치시스템의 고장과 자본권력의 비대화, 사인 사이의 긴장관계가 전반적으로 높아진 것, 그리고 민주사회와 인권에 대한 다양한 교육의 결과 구성원들의 인권 기대치가 과거에 비해 현저히 상승 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구성원에 대한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 김 교수는 내년 경찰청부터 도입되는 인권영향평가를 거론했다. 인권영향평가는 잠재적으로 혹은 실질적으로 인권침해를 야기하는 주체가 주요 정책이나 제도를 실행하기 전에 인권침해 등이 없는지를 확인하여 사전에 인권침해를 방지하고자 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를테면 건물을 지을 때 장애인 통로를 확보했는지를 미리 확인하는 것 등을 뜻한다.

토론에 나선 김경제 동국대 법대 교수는 “인간을 국가사회라는 조직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에 기속된 인간으로 보고, 그리고 무엇이 보호받아야 할 인권인지는 사회관계 속에서 구체적으로 판단되어져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면서 “사회에서 혹은 국가와의 관계 속에서 인권이라는 것이 침해되었다는 주장이 있을 때 그 주장이 맞는지 그른지 판단할 때 무엇을 기준으로 하여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김 교수는 또한 “우리나라 헌법상 외국인은 기본권 보장 대상자가 아닌데, 1999년 헌법재판소는 외국인에 대해 국민으로서의 기본권이 아닌 인간으로서 보장되는 기본권은 보장된다는 취지의 결정을 했다”면서 “국내에 이미 다수가 살고 있는 외국인의 인권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인지”를 물었다.

대한변협 제2기획이사를 맡고 있는 송수현 변호사는 “6월 26일 국가인권위가 주최한 헌법개정안 연구포럼 때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국민’으로 되어 있는 기본권의 주체 내지 각 기본권 조항의 주어를 ‘인간’으로 바꾼 것을 확인했다”면서 “‘인권’과 ‘국가’내지 ‘국가사회’의 관계를 어떻게 보는지 의견을 듣고 싶다”고 주문했다.

송 변호사는 이어 “북한 인권문제는 별도의 주제로 다뤄야 할 정도로 상황의 시급성과 심각성이 매우 크다”면서 “그런데 우리나라에서의 그에 대한 검토와 접근에는 지정학적 문제, 이념적 문제, 정치적 관점 등이 혼합되어 상당히 심각한 대립과 시각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즉, 북한인권 문제는 정치적, 이념적 유‧불리를 떠나 인류 보편, 인권 보편의 관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접근과 해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인권 문제를 중심으로 토론문을 작성한 세 번째 토론자 윤남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북한에서 발생한 광범위한 인권 침해는 국가 정책에 따라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로 국제 사회는 북한 주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할 책임을 필요로 한다”며 “북한 최고지도자(김정은)를 포함한 개인의 형사책임을 추궁할 필요성이 있다”고 소개했다.

윤 교수는 나아가 2005년 국회에 상정(김문수 의원 상정) 돼 11년만인 2016년 국회에서 통과된 우리나라 북한인권법은 구조적으로 기능을 못하게 만들어진 누더기법안이라고 말했다. 즉, 보수우파와 진보좌파 사이에 북한 인권을 평가하는 시각이 너무 다르고, 북한인권 문제가 국내적으로 정치화 되어 있음을 안타까워하며 정부 부처 사이의 기관이기주의까지 가세해 입법이 지연되고 법안 내용도 왜곡됐을 뿐만 아니라 특정 당의 이사 추천 지연으로 북한인권재단조차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북한인권 업무를 통일부가 주관하는 것은 부적절하기 때문에 이른 시일 내 법 개정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발래 국가인권위원회 인권팀장은 “생활자(소비자) 및 지역사회를 고려한 인권 패러다임이 변화되어야 하고, 향후 미래의 인권문제는 빈곤문제이고, 빈곤을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를 예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위 활동 경험이 많은 이발래 인권팀장은 “우리 사회는 인권을 ‘국가 중심의 인권’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지역별 상담 시스템을 구축해 인권 침해 발생 즉시 가까운 상담소로 달려오게 하고, 상담 및 진정에 대한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여러모로 힘들겠지만 인권 피해를 당한 당사자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회활동가인 법인권사회연구소 이창수 대표는 “인권을 단순히 국가 사회 구성원의 권리라고 하기보다는, 생존하고 생활하는 인간다운 생활을 하는 존재 그 자체에서 기원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인권의 전제는 이론적으로는 민주적인 질서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 즉 인간 존재들에 대한 존엄이 전제된 민주적인(국가, 교육, 경제, 문화, 취미 등) 사회형성 과정을 중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가 사회를 지탱하는 가제(국회, 행정부, 법원, 경찰, 검찰)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보면, 이들 기관들을 더 분권화 하고 민주화 하는 것과 인권의 보호와 증진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어 “국가 중심의 인권영향평가제도 도입과 인권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국가인권위원회와 법원과 경찰 등 국가기관이 더 인권적인 감수성과 인권친화적인 정책 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조정진 세계일보 논설위원은 “외부의 적으로부터 국민 기본권인 ‘인권’을 지켜주는 최후의 모루인 ‘국가’를 전복하기 위해 남파되는 간첩이나 체제파괴범, 다수의 생명권을 유린한 연쇄살인범 등 흉악범조차 극형에 처할 수 없는 현실을 비웃는 사건들이 줄을 잇고 있는데 우리는 이 자리에서 사형제 폐지는 물론 입대 회피자의 피난처인 양심적 병역 거부자 인정 등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인접한 북한의 핵‧생화학무기‧미사일 위협에 직면해 있는 엄중한 현실에서 인권담론 과잉은 아닌지 신중하게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하고 지적했다.

조정진 논설위원은 이어 “외국 법무컨설팅 기업 MH그룹이 유엔사무국에서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인권 침해를 국제사회에 알리며 한국의 사법 시스템과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는) 국가인권위원회를 비판한 기사를 봤다”면서 “전직 대통령 중에는 외환난을 불러 국민을 도탄에 빠지게 한 대통령은 물론, 군사적 적국에 천문학적인 현금을 보내고도 탄핵이나 처벌은커녕 기념관‧기념홀이 즐비한데, 첫 여성 대통령을 형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치소에 장기 수감하는 것은 인권국가를 표방한 나라로서 적절한지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하고 물었다.

조 논설위원은 아울러 “유엔이 북한인권사무소를 서울에 개소하려 할 때 가장 앞장서서 반대한 게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평소 인권을 내세우며 시민운동을 해온 자칭 진보, 좌파 단체들 아닌가”하고 꼬집으면서 “‘국가인권위원회’라는 명칭도 너무 권위적이고 인권침해의 주체가 국가일 때도 많고 하니 ‘국민인권위원회’로 바꾸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 (왼쪽 4번째부터) 정용상 한국법학교수회장, 윤남근 전 고대 법대 교수,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 김현 대한변협 회장 등이 세미나 시작 전 기념사진을 찍으며 인권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한국법학교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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