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진의 리더십 명상편지 - 어리석은 리더와 조직
이용진의 리더십 명상편지 - 어리석은 리더와 조직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7.12.26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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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맞이한지 241년이 되는 해다. 당시 영국의 왕 조지3세는 미국이 독립선언을 한날 밤에 잠자리에 들면서 “오늘도 별일 없었지(Nothing of importance happened today!)”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대영 제국의 왕으로써 자신들의 식민지 중에서 가장 넓은 땅덩어리가 독립을 선언하고 떨어져 나가는데도 불구하고 왕이라는 사람은 그것도 모르고 안일하게 “오늘도 별일 없었지”하고  잠자리에 들었던 것이다. 

▲ 한국경영인력연구원 원장 이용진

북한의 남침을 예견하고 625발발 몇 달 전에 북한의 남침 위험을 보고하자 “확증 있어?”라고 다그치면서 전혀 대비하지 않고 오히려 그러한 보고를 한 부하들을 면박 준 당시의 채병덕 총참모장 등 고위 군 수뇌들은 625 전쟁을 초반에 실패하도록 한 주역이 아닐까 생각한다. 거기다가 625가 발발하기 하루 전인 6월24일 토요일 저녁에는 육군 고급 장교 클럽 준공 기념파티를 열고 국방부와 육국 본부의 고급장교들이 밤 늦도록 질펀하게 술판을 벌이고 술을 마셨다고 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지금도 625 한국 전쟁 발발  당시와 비슷하게 나라의 안위를 책임진 리더들에게서 그 당시와 비슷한 안일함과 무지, 그리고 어리석음의 징후들을 찾을 수 있고 또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어 안타깝다.

‘혼군(昏君)’이란 말은 어리석은 군주를 말한다. 역사적으로 혼군의 으뜸은 아마 선조일 것이다. 1592년 4월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백성과 도성을 버리고 도망갔던 군주다. 그렇게 전쟁 준비를 해야 되느냐 마느냐를 두고 결단을 못 내리고 주저주저하다 결국은 도망친 것이다. 또 그로부터 꼭 44년이 지나 다시 참혹한 전쟁인 병자호란을 당하게 된다. 그 전쟁도 또 다른 한 사람의 혼군인 인조의 어리석음에 기인했다 해도 과히 틀린 말이 아니다. 임진왜란의 7년 전쟁을 경험하고도 전혀 준비하지 못한 어리석음이 그에게 있는 것이다. 혼군은 오늘 날 지금도 있다.

이러한 어리석은 리더에 대한 것은 기업 경영에도 여전히 유효한 일들이다. 이동통신 시장을 25년 가까이 지배한 ‘노키아’는 세계 최초로 스마트 폰을 개발하고도 타이밍을 놓치고 경쟁사 등의 시장 변화에 겨우 2년을 대응하지 못하다 쇠락하는 비운을 맞이한 것이다. 지금은 대만의 중소기업에 팔려갔으며 흔적도 없다. 87년 역사의 ‘모토로라’도 2011년 휴대폰 매각에 이어 마지막 보루인 통신장비 솔루션마저 사모 펀드에 매각되어 결국 역사로부터 사라질 비운을 맞는 것 같다. 특히 133년 역사의 ‘코닥’은 “필름 시장이 끝난 줄을 코닥만 몰랐다”는 조롱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이와 같이 리더가 안일이나 자만에 빠져 자기 조직이 처한 정확한 현실적 상황을 잘 모르거나  무관심하거나 또는 그런 능력이 없다면 그 조직은 조만 간에 위기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조직이 안일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리더는 우선 첫째 자기 조직이 시장에서 처한 현실적 상황을 정학하게 인식해야 한다. 시장에서의 위치, 경쟁자들의 동향, 고객들의 요구 사항, 그리고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두 번째는 자기 조직 환경에서 발생하는 변화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 변화의 조짐들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를 판단하고 준비를 해야 한다. 적어도 5~10년의 트렌드를 미리미리 이해야 하는 것이다. 본인이 할 수 없다면 전문가들을 활용해서라도 이해해야 한다.

세 번째는 조직이 나아야 할 방향 즉, 비전을 설정하는 일이다. 비전은 휘몰아치는 급변의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조직이 가야 할 방향을 알려 주는 등대다. 

네 번째는 그 비전을 조직원들에게 공감시키는 역할이다. 바다를 동경해야 좋은 배를 만들 듯, 직원들이 공감하는 비전 설정이 경영의 핵심이다.

다섯 번째는 그러한 비전과 전략을 실천하는 것이다. 백 마디의 탁상 공론은 한번의 실행에 미치지 못한다. 지금은 몰라서 못하는 것이 없다. 실천을 안 하기 때문에 못하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기업 성장의 ‘S’곡선이 있다. 이 곡선에서 기업의 일생은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의 4단계로 기업의 라이프 싸이클이 정리된다. 이 4단계의 마지막 단계인 쇠퇴기에서 기업이 쇠퇴하지 않으려면 또 다른 도입기를 시작해야 한다. 그 단계는 바로 쇠퇴기 직전단계인 성숙기다. 바로 이 성숙기가 바로  기업 혁신 단계이며 이 단계에서 ‘새로운 S곡선’을 시작해야 한다. 따라서 이 지점을 전략적 변곡점(SIP: Strategic Inflection Point)라 한다. 이 SIP를 찾아내고 읽어 내고 변신을 준비하는 역량은 CEO에게 가장 중요하고 중요한 역량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미리 성숙기 초기부터 혁신을 선행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인텔의 창업자이면서 전 CEO였던 ‘앤디 그로브’는 “21c는 위기의식을 가진 자만이 살아 남는다(Only the paranoid can survive in 21c)”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조직을 망치지 않기 위해서 조직 리더들은 자신의 조직이 시장과 기술적인 면에서 어느 위치에 와 있는 가를 심각하게 평가하고 대안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그런 지혜의 눈을 가진 리더가 필요한 복잡하고 급변하는 시기다. 어리석은 리더는 결국 조직을 망치게 된다. 이는 나라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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