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 기획가’ 탁현민의 기술 평창에도 통할까
‘쇼 기획가’ 탁현민의 기술 평창에도 통할까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1.0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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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얼굴 같은 탁현민, 그는 누구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월 예정된 평창 동계올림픽 띄우기에 올인하면서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여성 비하 발언을 적나라하게 쓴 책이 논란이 돼 여성계는 물론 여야 정치권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았던 탁 행정관이 평창올림픽 관련 각종 의전 및 행사에서도 활약할 것으로 보여서다.

한동안 관심에서 비켜 서 있던 탁 행정관이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은 건 지난 12월 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시 발생한 기자 폭행 사건 때였다. 취재를 위해 현지 동행한 한국 사진기자가 중국 보안업체 소속 경호 관계자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탁 행정관이 당시 현장 곁을 지나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면서다.

이 영상을 두고 탁 행정관이 폭행 현장을 수수방관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당시 방중했던 작곡가 김형석 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상황을 제일 먼저 알라고 대통령 동선을 바꾼 게 탁 행정관”이라고 두둔하면서 탁 행정관의 넓은 인맥이 새삼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 방중 일정마다 중국에서 인기 있는 문화체육계 한류스타들이 참석한 것도 관심을 끌었다. 시진핑 국가주석 주최로 열린 12월 14일 한·중 정상 국빈 만찬에는 배우 송혜교 씨와 ‘한·중 배우 커플’인 추자현·위샤오광(于曉光·우효광) 씨 부부, 상하이에서 뛰고 있는 배구 선수 김연경 씨가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참석한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에는 송혜교 씨와 함께 아이돌 그룹 엑소(EXO)의 멤버 백현·시우민·첸도 참석했다. 대통령의 외국 방문 행사에 우리나라 연예인들이 이렇게 많이 배석하는 것은 이례적이었다. 이번 방중 행사도 탁 행정관이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탁 행정관이 본격적으로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문 대통령의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이 출판된 후 시작된 2011년 7월 북콘서트 때부터인 것으로 전해졌다.

▲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책이 출판되기 전 문 대통령의 최측근 양정철 씨가 탁 씨에게 문재인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아느냐고 물어봤고, 잘 모른다고 답한 탁 씨에게 ‘문재인의 운명’ 원고를 건네며 “이 분 좀 한번 도와줘 볼래요?”라고 제안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탁 행정관이 문 대통령과의 인연을 스스로 밝힌 대목도 있다. 지난 5월 17일 탁 행정관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밝힌 내용에 따르면, 그가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게 된 첫 계기는 2009년 서울 성공회대에서 열린 ‘노무현 추모 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였다. 탁 행정관은 당시 공연에 대해 “생애 처음으로 돈 안 받고 만든 공연”이라며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그 콘서트 이후 봉하마을에서의 노 대통령 추도식, 노무현재단 창립기념공연 등을 부탁받기도 했다. 탁 행정관은 ‘문재인의 운명’ 북콘서트를 하면서 문 대통령과 전국을 돌았다. 이 기획은 정치 신인이었던 문 대통령이 대중적 지지도를 얻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후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후보가 됐고, 이후에도 문 대통령과 여러 행사를 함께 했다. 문 대통령 취임 후에도 100일 기자회견과, ‘5·18 추도 행사’나 ‘현충일 기념식’과 같은 청와대 행사 기획을 주도하면서 문 대통령 국정 운영의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탁현민 행정관은 1973년생으로 성공회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문화대학원에서 문화콘텐츠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공연기획자 출신이다. 1999년부터 3년간 참여연대 문화사업국 간사를 맡아 일했다. 이후 공익문화기획센터·성공회대 등을 거치면서 각종 문화·예술 행사를 기획해왔다. 2008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탁현민프로덕션을 설립하기도 했다.

탁 행정관이 연출한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김어준·주진우·정봉주)’ 콘서트는 특히 잘 알려져 있다. 김제동 토크콘서트 서울 공연 연출 및 주요 공연기획을 담당한 것도 탁현민 행정관이다.

다음기획 뮤직콘텐츠 사업본부 본부장(2002~2007) 시절엔 윤도현밴드의 ‘오! 통일코리아 2004’ 공연을 연출했다. 당시 공연은 조총련계 재일동포로 구성된 금강산 가극단과의 합동 공연이었다.

탁현민 행정관은 자신의 책에서 ‘연출론’에 대해 밝힌 적이 있다. “기획을 할 때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리고 가장 끝까지 고려한 것은 ‘의도와 목적’이었다. 몇 십 명이 모이든, 몇 백 명이 모이든 수천, 수만이 모이든 어쨌든 모든 기획에는 분명한 의도와 그 의도가 담긴 내용이 있어야 마땅하고, 행사가 끝나면 참석했던 관객들이 의미 정도는 분명히 알고 돌아가야 성공적인 이벤트이며 축제라고 가르쳐오기도 했다. 그래서 내용이 아무리 재미있고 그럴듯해도 목적과 의도가 분명하지 않은 기획들은 영혼이 없는 예술가와 같다고도 이야기해왔었다.”

문 대통령이 남북 대화합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홍보에 열정을 쏟고 있는 평창 올림픽과 관련 탁현민 행정관의 행보를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낭만적 국가관이 담긴 그의 저서에도 힌트는 있다. 조지 오웰과 존 레논의 글과 음악을 좋아한다는 탁 행정관은 <흔들리며 흔들거리며>의 ‘애국가와 Imagine’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세계선수권대회 같은 것을 보다가 한국 선수들이 이기면 뭉클해질 때가 있다. (…) 그러나 환호를 하면서도 마음은 그리 편하지 않다. 애국주의나 전체주의의 서늘한 칼날을 붙잡고 칼춤을 추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랄까. 뭔가 내세울 것 없는 궁벽한 살림을 사는 권위 잃은 가장이 허세를 부리는 기분이랄까. 그냥 찌질한 루저의 대리만족 같은 것이랄까. (…) 언제고 한 번쯤은 시상식 세리머니를 국가 대신 그 선수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연주하는 것으로 한다면 뭔가 더 축제답지 않을까? 그래서 생각해본 건데, 만약 내가 금메달을 받게 된다면 나는 존 레논의 ‘Imagine’을 선곡하겠다. 수천 수만의 환호 가운데 내 오랜 노력의 결실을 목에 걸며 듣는 ‘Imagine’ 이라니 진짜 상상만으로도 짜릿하다.”

탁현민 행정관의 이 같은 취향으로 볼 때, 평창 올림픽이 애국주의나 전체주의의 냄새를 풍기는 그림으로 그려질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국가의 주요 행사를 기획한 그가 문 대통령을 ‘쇼통의 달인’ 경지에 올려놓은 만큼 파격을 선보일 것만큼은 틀림없어 보인다. 다만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라 평가받는 그의 기획력이 전 세계를 향해서도 먹힐지는 미지수다.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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