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원이 보내는 편지] 남성갱년기
[이성원이 보내는 편지] 남성갱년기
  • 미래한국
  • 승인 2003.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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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는 선조들이 겪지 못한 희한한 일을 세 가지 겪었다. 17세에 소위로 임관되어 3년간 전쟁한 일, 5천년 역사 끝에 1945년 40달러였던 GNP를 한 세대 동안에 1만 달러까지 끌어올린 일, 그리고 예전에 드물었던 고희세대에 우르르 다같이 진입한 일.무너지는 사람들50, 60대를 거치면서 사람들은 건강을 걱정한다. 그러나 그 못지않게 마음을 써야 할 것이 정신위생이다. 6년 선배의 동아리가 있다. 대학 동기생 15명이 모여 만든 모임인데 70대 초반까지만 해도 그렇게 보기 좋은 신사모임이 없었다.그러던 것이 요 몇 년 사이에 와르르 뭉그러져 내렸다. 우울증에 빠져 허수아비처럼 된 사람, 별 것 아닌 것 가지고 툭하면 화를 내고 싸우는 사람, 그것을 받아 일파만파로 시비를 벌이는 사람. 매년 가지던 외국 나들이도 번번이 싸움판이 벌어진다고 아예 중단해버렸다. 멀쩡한 사람들이 이렇게 무너지는 것이 75세까지 50%, 80세까지 3분의 2에 이른다고 했는데, 막상 그것이 눈앞에서 현실로 나타나니 가슴이 서늘하다.행복감의 상실나이 들면 여성은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이 급격히 줄면서 일시에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지만, 남성은 매년 1%씩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이 줄어 갱년기 증상도 서서히 진행된다. 그중에서도 성기능 저하나 복부지방 같은 신체적 증상은 바로 주의를 끄는데, 우울증이나 신경증 같은 정신적 증상은 자칫 간과되기 쉽다.신체적 증상은 저 혼자만의 일이어서 그래도 참을만하지만, 정신적 증상은 바로 행복감의 상실로 이어져 툭하면 남을 탓하고 화를 내게 마련이어서 자신은 말할 것도 없고 가족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을 몹시 괴롭히게 된다.나만 못한 사람 기쁘게우울증을 극복하고 화를 억제하는 길은 하나 밖에 없다. 스스로 ‘나’를 잊게 만드는 것이다. 먼저 내 처지만 못한 딱하고 가여운 사람을 찾는다. 고아, 소년소녀 가장, 그늘에 가려 아무도 돌보는 이 없는 사람들….“어떻게 하면 이 사람들을 기쁘게 해 줄 수 있을까?” 그 일을 ‘매일’ ‘골똘히’ 생각하는 것이다. 진심으로 거기 푹 빠졌을 때 우울증이나 자기연민 같은 자기중심의 감정은 어느새 사라지고 ‘나’도 잊게 된다.그런 사람을 아직 못 찾았다고? 내 주위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친절한 말, 칭찬의 말 한 마디를 건네어, 그들의 스트레스를 Distress에서 Eustress로 바꿔준다면 그것이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청소년도서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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