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국토 문화답사기> 새재(鳥嶺)를 걸어 넘자
<우리국토 문화답사기> 새재(鳥嶺)를 걸어 넘자
  • 미래한국
  • 승인 2002.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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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우익의 국토기행] 자연과 역사 만나는 절경
   
 
  ▲ 왕건촬영장  
 

이번 호부터 격주로 류 교수의 ‘국토문화 답사기 Beautiful Korea’를 싣는다. 필자 류우익 교수는 서울대 지리학과에서 23년째 가르치면서 우리나라와 세계 여러 곳을 두루 답사한 지리학자이다.

이 난을 통해 필자는 우리 삶터 한반도의 아름다움과 그 의미를 다시 찾아내고자 한다. 자연의 아름다움, 삶의 모습의 아름다움, 그리고 삶의 공간의 아름다움을 찾아 꾸밈없이 그려낼 것이다. 농촌에서 도시로, 산골에서 벌판으로, 해안에서 섬으로, 바다로, 전통에서 현대를 넘어 미래로, 국토의 구석구석을 찾아 나름의 특색과 의미와 비전을 찾을 것이다.

곳곳이 어떻게 다른지, 그것들이 시간과 사람과 그리고 정신과 어떻게 조화하는지, 어떻게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재창출 될 수 있을지를 살필 것이다. 길을 따라 가다보면 때로는 이런 저런 생각을 따라가고 세상사를 반추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지키고자 하는 스스로 정한 원칙은 아름다운 국토, 건강한 삶,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할 이치를 생각하는 것이다. 국토문화의 재창출을 위한 이 기획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을 기대한다.

<편집자 주> 보고 느끼고 생각하기 위하여 군중의 환호로 뒤덮인 도시, 붉은 물결이 넘치는 거리를 짐짓 떠나보자. ‘대∼한민국’이 이룩한 월드컵 4강의 위업과 세계 만방에 과시한 응원잔치의 진수로 얻은 국민적 자긍심을 외면하려함이 아니오, 온갖 것을 다 쏟아낸 화려한 축제 뒤의 허탈감에 딴 전을 피우고자 함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그 소중한 감동을 가슴깊이 아로새겨 더 높고 더 깊이 승화시키고자 함이다. 우리 선수들의 기량과 투혼, 우리 국민이 하나 되어 빚어낸 불타는 열정과 장엄한 평화의 모습은 세계와 우리 스스로를 놀라게 하였다.

그리하여 우리 국민이 세계와 함께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되고 자신의 과거와 미래에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은 그야말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역사적인 사건이다.

그럼에도 돌아보면 현실은 여전히 냉엄하다. 잔치가 한창인 바로 그 순간, 영해를 침범한 적함의 선제 공격으로 우리 전함이 서해바다 속으로 침몰되고 우리병사들이 다섯이나 목숨을 잃었다.

어부는 일터로 나갈 수 없고, 섬 주민들은 발이 묶였다. 대통령의 아들들이 부패비리 혐의로 구속되었는데도 막상 부정부패가 척결된다고 믿는 이가 없다. 그런데도 정치는 여전히 공염불 만하고 있다.

사실 세상 돌아가는 꼴에 실망이 크지만, 그렇다고 하고 한 날 축구 만하고 거리에서 소리치며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이제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생각을 좀 해 봐야겠다.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내다보고, 그리고 다시 현실을 들여다보아야 할 때이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어떻게 서 있는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무엇을 털어 버리고 무엇을 간직하며 또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

나는, 그리고 우리는? 들끓는 도시를 뒤로하고 심심 산골로 향하는 소이는 이처럼 평상심으로 돌아가 여유를 가져 보기 위해서이다. 쓸데없는 간섭이나 방해를 받지 않고 생각 좀 해보기 위해서이다. 고비를 넘기자 재는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높디높은 고개를 넘어가는 길이다.

가파른 오르막을 굽이굽이 오르면, 거기 정상이 있다. 고개를 내려가면 또 다른 세상이 있다. 같고도 다른 세상, 그래서 고개 양쪽 사람들끼리는 서로가 더 흥미롭고 정겨운 것이다. 우리는 지금 한 고개를 넘고 있다. 한 시대를 마감하고 그에 이어지는, 그러나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상을 향해 크고 높은 시대의 고개를 넘고 있다.

그 재는 어쩌면 고비일지도 모른다. 세계화, 선진화를 향한 고비, 통일을 향한 고비, 이 고비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우리 민족의 미래가 달려있다. 새재를 찾아가는 두 번째의 이유이다.

서울-영남 잇는 험준한 고개 낙동강·한강 양대 하천의 분수령 새재는 영동의 추풍령, 단양의 죽령과 더불어 반도의 남북을 잇는 3대 고개의 하나이다. 새재는 ‘새도 날아 넘기 힘든 고개’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동국여지승람에 조령(鳥嶺)이라 한 것은 우리말 새재를 한자로 표기하면서 뜻을 따라 그리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설은 ‘억새풀이 우거진 재’라 하여 새재 또는 초점(草岾)라 하였다고도 하고, 문경과 충주를 잇던 신라시대의 하늘재 또는 이우릿재(伊火峴)를 대치하도록 개척된 ‘새로 난 고갯길’이라는 뜻으로 그렇게 불렸다고도 한다.

하나의 고개 이름이 여러 가지 연원을 갖는다는 것은 탓할 일이라기보다 높이 살 일이다. 일상에서 대상을 바라보는 상상력의 풍부함이 다양한 이름으로 표출된 것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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