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講 演> 우리문화 15년은 버틸까
<講 演> 우리문화 15년은 버틸까
  • 미래한국
  • 승인 2002.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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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복 宋 復 전 연세대 교수
▲ 송 복 宋 復 전 연세대 교수
이공계 학생에게는 ‘수학·물리·화학·생물’(數·物·化·生)의 기초학문 위에 의학·공학 등의 직업공부가 꽃피고, 인문계 학생에겐 ‘문학·사학·철학’(文·史·哲)의 기초학문 위에 법학, 경영학 등의 직업학문이 열매를 맺는다.사람에 두 가지 두뇌 유형이 있다. 하나는 ‘관념, 추상, 논리’ 등 ‘사색’하는데 재질이 있는 사람이고, 하나는 ‘대인관계·경제활동·행정·사무’등 ‘실생활’방면에 능한 사람이다.전자는 이공계면 ‘數·物·化·生’, 인문계면 ‘文·史·哲’ 중심으로 대학에서 기초학문에 종사하고, 후자는 직업교육을 이수하고 실 사회에 나가 활동해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활동영역이 뒤 바뀌면 성공하기 어렵고 일도 재미없다. 자기 소질에 대한 판단을 잘 하여야 한다.우리 문화어 급속히 소멸중여기서 인문계의 기초로서의 ‘文·史·哲’의 핵심이 무엇인가 짚어 보기로 하자.‘文·史·哲’의 기본은 ‘자기 나라 말’이다. 식자 중에 앞으로 우리나라가 15년을 견딜 수 있을까 의구하는 사람이 있다. 그것은 지금 우리나라 말이 급속도로 없어져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어느 나라 말에나 두 가지 부류가 있다. 국민의 상위 10%가 쓰는 고급어 - ‘문화어’가 있고, 나머지 90%가 쓰는 일상 생활어 - ‘서민어’가 있다. 세계에는 언어가 3,000개도 넘지만 거개가 생활어이고 그 중에서 철학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말은 20개에도 못 미친다. 그 20개 언어들도 그 중 단 10%만의 고급문화어가 그 나라의 문화 발전에 공헌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말은 다행히 철학적 사유어에 속하는데 그중 핵심인 문화어가 근간에 급속히 소멸돼 가고 있다는 것이다.선진국 일류대 1천권 독파 기본대학생이라면 최소한 문학책 300권, 역사책 200권, 철학책 100권은 읽어야 대학 졸업 자격이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관료가 국제 무대에서 서구 지식인에게 눌리는 것은 언어상의 핸디캡도 있지만 주 원인은 독서량의 절대 부족에 기인한다.구미 일류대 출신이라면 ‘문·사·철’ 1,000권 독서는 기본이다.시와 소설이 말의 공장이다. 풍부한 어휘력 없이 새로운 발상이나 창의력이 생길 수 없다. 가까운 일본만 봐도 시인이 10만에 대중가요 작사자가 100만을 헤아린다. 지금 우리는 시인이 2천도 안되고 그나마 시로 밥 먹는 사람은 거의 없다.세계화시대에 영어가 중요한 것은 두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제 나라 말이 불완전하면서 외국어에 능통하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또 아무리 능통해도 미국대학에서 지냈으면서도 말의 ‘호흡’이 자유롭지 못하다고 한탄하는 친구를 보았다. 평상시 혼자서 생각할 때 머리 속에서 굴리는 언어가 모국어다. 또는 꿈속에서 무심결에 쓰는 말이 모국어라고 할 수 있다. 외국어를 완벽히 구사하려면 외국인과 결혼하거나 부모중 한사람이 외국인이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외국어는 언제까지나 외국어인 것이다.우리 말을 갈고 닦아야우리가 우리말을 시나 소설로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해방 후다. 이제 겨우 50년 남짓하다. 우리가 우리말을 스스로 사랑하고 더 갈고 닦아야 한다.우리 2세, 3세를 모조리 法·經 등 직업 교육에만 내몰지 말고 각자의 재질을 가려 기초학문과 직업과목의 두 갈래 진로 선택을 올바로 지도하여야 한다.어느 방향으로 나가든 대학시절에는 문학, 사학, 철학-‘문·사·철’ 서적을 많이 읽도록 하고 그리하여 모든 사고의 기초가 되는 어휘훈련, 사고훈련에 힘쓰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7/13 서울클럽 ‘대화모임’이성원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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