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바지 입는 탈북민 중학생… 권투챔피언이 꿈
힙합바지 입는 탈북민 중학생… 권투챔피언이 꿈
  • 미래한국
  • 승인 2005.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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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인터뷰] 최현미·권투선수
▲ 사진/나이안 스탄키아
현미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중 2 학생이다. 힙합 바지에 조금은 튀는 티셔츠를 파카 잠바 속에 입었다. 다른 아이들 못지 않게 예쁜 귀걸이도 찼다. 하얀 얼굴에 반짝이는 웃음에는 10대 특유의 자신에 차 있다. 늘씬한 키에 어른 같은 모습이지만 옆에 있던 아버지는 “아직 어린애예요”하며 웃는다. 현미는 지난 2004년 7월, 그 시끄러웠던 ‘동남아 탈북민 468명 수송작전’을 통해 한국에 입국한 탈북 소녀이다. 중학교에 편입한 지 겨우 2개월 밖에 안 된다. 아버지와 함께 북한을 탈출해 중국을 통해 동남아로 건너갔던 그에게는 남한의 모든 게 생소할 것이다. 하지만 보통 어른들보다 사회적응속도는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다. 리메이크 된 팝송인 ‘비너스(VENUS)’를 가장 좋아한다. 최고의 여성에 대한 노래이다. 북한에서 그는 촉망받는 권투 인재로 대학생들과 함께 훈련받았다. 친구 언니들과 함께 10시간 이상 ‘지옥’의 스파르타식 훈련을 받던 때가 바로 몇 달 전이다.
▲ 사진/나이안 스탄키아
“북한에서 인정받던 실력을 남한에서 키워나가고 싶어요.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목에 걸 겁니다. 북한에서의 훈련수준에 비하면 남한의 훈련 강도는 아무것도 아니거든요.”권투도장의 관장은 오래 하는 것보다 짧은 시간에 최대한의 효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도 방과후 겨우 2시간 정도 하는 훈련은 좀 짧은 듯하다. 얼마 전엔 중앙일보 기자 눈에 띄어 신문에 나왔다. 신문을 본 방송사들도 찾아와서 예상치 못하게 유명세까지 탔다. 언론에서는 당돌하게 “한국의 선수들은 거의 내가 이길 수 있다”고 장담 까지 했다. 현미는 최고가 되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자신감과 유명세 하고는 거리가 있는가보다. 서울에 와서 처음으로 가진 스파링에서 패배했던 것이다. 지난 12월 21일에 있었던 5라운드 매치에서였다. 상대는 남자 한국 페더급 챔피언. 챔피언 오빠가 많이 봐주었지만 현저하게 늘어난 몸무게와 줄어든 유연성 때문에 3라운드 이후에는 움직이기 조차 힘들었다.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고 강타는 아니지만 엄청 맞았다.학교생활도 쉽지 않다. 학교에서 특유의 ‘쿨’한 성격과 좋은 체격 때문에 친구는 많이 생겼지만 벌써 ‘학교 짱’으로부터 견제를 받고 있다고 한다. “학교에서 싸움을 제일 잘한다는 학생 짱을 싸움을 걸어 왔어요. 북한 학교에서는 여학생들끼리 이런 일은 없거든요. 처음에는 피했지만 언제가는 피할 수 없는 때가 올지도 모르겠어요.”그는 한국생활이 낯설게 느껴질 때마다 지독히도 힘들었지만 북한에서 함께 훈련 받았던 언니들과 친구들이 그리워진다고 했다. 언젠가는 그들과 만날 날이 있을 것이다. 그곳은 아마 올림픽 금메달을 놓고 싸울 북경에서 일 것이다. 그때는 정정당당한 승부를 겨룰 선수로서 서로 져 줄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을 것이다. “새해에는 그 날을 위해 이를 악물고 연습할 거예요.”강인구 기자 ikktr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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