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과 서양, 그 접점은 없는가?
동양과 서양, 그 접점은 없는가?
  • 미래한국
  • 승인 2005.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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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린의 이런생각 저런생각]

지구촌 시대로 접어들면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지식인 사회에서의 화두는 서양과 동양의 조화 가능성에 대한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표현한다면, 서양식 삶의 논리가 세계화라는 이름아래 지구의 모든 국가로 확산되고 있는데 동양식의 삶의 방식에 젖어 있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인 셈이다.

몇 년 전에 김대중 대통령과 말레이시아의 마히티르 총리 간에 있었던 심각한 논쟁도 그 한 예이다. 세계화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서 서구적 가치와 삶의 방식에 대한 수용의 불가피성을 김 대통령이 강조했다면 마하티르는 동양적 가치와 삶의 방식의 고수를 통한 대응을 고집했던 것이다.

그 결과로 두 나라는 상이한 방식으로 세계화 물결에 대응했고 결과도 다르게 나타난 것으로 우리는 알고 있다. 이런 예도 있었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강경노선 때문에 곤혹스러워 하던 김대중 대통령이 북쪽의 체면을 살리는 쪽으로 미북대화를 추진해달라고 미국에 정중히 요청을 했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주한 미국대사 허바드의 답변은 이랬다고 한다.. “체면유지와 같은 방식은 미국의 전통적인 외교업무 추진 방식이 아니다 (Saving-face way is not the U.S way of doing business.)” 동양과 서양의 사고방식의 차이가 한미간의 대 북한 외교에서도 나타나고 있었던 것이다.

기실 밀려 오는 서양의 힘에 대하여 동양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하는 질문은 500여 년도 넘게 제기 되어온 역사 깊은 질문이다. 16세기 초 포르투갈의 선교사 마테오 리치는 중국의 유교적인 동양문명에 기독교적인 서양문화를 조화시키려는 적응적 선교방식을 채택했다.

그러나 200여 년이 지난 후 18세기에 접어들면서 스페인 계통의 프란치스칸과 도미니칸 선교사들은 마테오 리치를 비판하고, 기독교적 서양문명에 중국의 문명을 적응시키려는 공격적 선교를 펼친다.

이러한 서양인들의 선교태도의 변화는 중국(동양)의 유교, 불교, 도교 지식인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목숨을 건 투쟁도 불사하게 만들었다. 19세기에 접어들면서 서양문명의 실질적인 파워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자 서양과 동양의 조화를 어떤 방식으로든 이루어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극동의 세 나라의 지식인들은 나름대로의 적응방식을 구안해낸다.

중국이 中體西用을 기치로 내세우고 일본이 和魂?才를 제시했다면 우리 나라의 선비들은 東道西器를 외쳤다. 서로 다른 문자를 썼지만, 의미하는 내용은 사뭇 같았다. 서양의 과학과 기술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되 정신과 가치와 도덕은 조상 대대로 물려온 것을 고수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주장으로 19세기 이래 200년 이상을 버티어 왔지만 韓中日 어느 나라도 서양과 동양을 조화롭게 구현하고 있지 못하다. 서양식의 개인적 합리주의와 민주주의는 어느 나라에도 제대로 정착하고 있지 못하며 전통적(동양적) 삶의 가치와 방식이 그런 가치를 짓누르고 있어서 세 나라에서 보이는 사회적 갈등현상은 거의 공통적이다.

고령의 원로에 의한 보스정치, 연고와 안면 그리고 학력과 지역에 따른 붕당화의 만연, 뇌물과 부패의 관행화 등이 그것이다. 일본이 비교적 동양과 서양의 조화에 성공한 듯이 보이지만 정도의 차이일 뿐 근본적인 성격은 별 차이가 없다.

7~8 개의 선진국 그룹 중에서는 가장 뇌물 부패가 많은 나라이며, 고령의 원로 보스 정치가 판치고 있으며, 학력과 연고가 능력을 압도하는 사회이다. 이 세 가지 화두가 동서양의 조화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기술과 정신의 분리가 사실상 불가능 것인데도 그것이 가능한 것처럼 오해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과학과 기술은 그것을 떠받치는 하부구조로서 정신과 사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둘의 분리는 어렵다.

그 둘을 분리하지 않으면서 동양과 서양이 조화를 이룰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찾는 일이 이 문제의 핵심 과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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