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 Reich의 警告
R. Reich의 警告
  • 미래한국
  • 승인 2005.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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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린의 이런생각 저런생각]
▲ 문용린(서울대 교수·전 교육부 장관)

로버트 라이시(R. Reich)는 현대인은 경제적으로 풍요해질수록 점점 더 바빠져서 부유는 해졌지만, 삶의 형태는 노예의 모습으로 전락해 가고 있다고 현대문명의 흐름을 진단한 바 있다.

즉, 1980년대와 90년대 사이에 이루어진 통신 운송 정보처리 관련 신기술이 모든 부문에서 상품개발과 판매경쟁을 격화시켰다.

그래서 현대의 모든 조직은 살아남기 위해서 비용을 절감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신상품을 개발하는 등 여러 면에서 대폭적인 개선책을 끊임없이 마련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게 되었다.

그는 이런 현상을 가리켜 미국식 신경제라고 이름 붙이면서 이는 이미 미국을 휩쓸었고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고 말한다. 라이시는 누구인가? 그는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 아래에서 초기에 노동부 장관을 지낸 사람이다.

신문 토픽 난에 이런 기사가 난 적이 있다. 그가 장관에 재임 중이던 어느 날 기자들을 모아놓고 노동부 장관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선언을 했다. 기자들이 이 폭탄선언에 놀라서 왜 사표를 내느냐고 물었다. 그 때 라이시가 이런 대답을 했다. “나는 내 삶을 찾고 싶다. 내 가정으로 돌아가서 두 아들과 사랑하는 부인하고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장관을 그만두려는 것이다.”

이런 기사가 토픽뉴스로 나갔을 때 웃기는 사람이라고 흉본 사람도 꽤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간단히 볼 일이 아니다. 라이시는 현대문명의 왜곡된 진행에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그의 속 깊은 생각은 철학적 성찰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는 왜 사는가?

돈을 더 벌기 위해서 사는 것인가? 우리 나름대로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 사는 것인가? 인간은 필요 이상으로 돈에 매료되어 있고 필요 이상의 돈을 번다. 돈을 버는 것은 좋다. 그런데 그 돈을 버는 동안에 자기 삶이 파괴되는 줄 모르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그는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 오늘날 이런 왜곡된 문명 속에서 가장 바람직하게 보이는 인간상이 있는데 기크(Geek)와 쉬링크(Shrink)다. 기크라는 인간상은 특수 분야 매니아로서 컴퓨터 전문가, 전문 게이머(gamer), 발명가, 해킹 전문가 등등이 그 대표 격인데, 외로운 작업실에서 혼자서 집중적으로 일을 해 돈을 버는 사람들을 말한다.

혼자서 외롭게 노력해서 발명품 하나 내어 떼돈 벌려고 벼르는 사람들, 이들이 바로 기크 스타일의 사람이다. 쉬링크 스타일의 사람의 전형은 이벤트 기획자, 마케팅 전문가, 대중 동원 전문가, 선거 전문가 등이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대중을 움직이게 하는 전문가들이다.

광고, 라디오, TV 쇼 프로그램 또는 드라마, 연속극을 만들어서 대중을 감동시키게 하고 그 대가로 경제적 성공을 거두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이런 기크와 쉬링크는 현대인 특히 젊은이들의 우상이다. 경제적인 부를 획득하기에 가장 효율적이고 적응적인 인간상이다. 그러나 이 인간상은 부자가 되는 데는 유용한 인간 특성이지만, 삶의 질을 보장하는 인간상은 아니다.

경제적 성공은 거두지만 삶의 여유를 잃고 있어서 자기 자신은 물론 가정과 지역사회와의 의미 있는 유대를 바르게 형성하지 못한다. 우리 나라에도 이런 기크와 쉬링크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많다.

평생을 돈만 열심히 벌어 큰 부자가 된 사람도 많다. 그러나 이들은 세상을 의미 있게 즐길 줄을 모른다.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 가끔씩 음악회에 가보기 하는데 10분도 안 되어서 쿨쿨 잠이 든다. 좋다는 문화-예술 모임에 가보기도 하는데 좋은 줄을 전혀 못 느낀다. 그러나 이런 사람도 있다.

클래식 음악에 푹 빠져서 거기서 감동과 희열을 얻고 인생의 기쁨을 맛보는 사람들 말이다. 이런 사람들은 중, 고등학교 때부터 연습과 훈련을 통해서 음악에 심취할 줄 알게 되었고 음악의 기쁨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 된 것이다.

그래서 로버트 라이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아주 분명하다. 돈을 버는 것과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을 동시에 병행시키는 지혜를 젊어서부터 기르고 익숙해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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