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랭전선과 온난전선
한랭전선과 온난전선
  • 미래한국
  • 승인 2005.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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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린의 이런생각 저런생각]
   
 
  ▲ 문용린(서울대 교수·전 교육부 장관)  
 

기상(氣象)현상을 설명하는 중요한 개념으로 전선(前線)이라는 용어가 있다. 한랭(寒冷)전선, 온난(溫暖)전선이라는 말을 흔히 듣는데 그 뜻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하늘 상공에서 찬 공기와 더운 공기가 길게 면을 이루어 대치하고 있으면서 그 한 쪽 끝이 지표면과 접하고 있을 때 그 이어지는 선을 전선이라고 부른다.

이런 전선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한랭전선이란 찬 공기가 이 더운 공기 쪽으로 이동하여 그 하층부로 파고들어서 더운 공기와 매우 가파른 경사면을 이루고 있는 형상을 보일 때를 말한다.

그러나 온난전선은 다르다. 더운 공기가 찬 공기 쪽으로 이동하여 찬 공기를 위쪽에서 감싸듯 내리누르고 있는 상황을 가리키는데 두 공기층의 경사면은 상당히 평평하다.

두 전선 모두 더운 공기와 찬 공기가 마주쳐서 생기는 경계선이라는 점은 동일한데 두 공기 중 어느 공기가 먼저 움직여 전선을 형성하는가에 따라서 천차만별의 기상현상을 연출한다. 찬 공기가 먼저 움직이기 시작하여 한랭전선이 이루어지게 되면 우선 구름부터 심상치 않아진다.

멋있는 뭉게구름(적운)이 생겨나는가 싶더니 이는 곧 소나기, 우박, 뇌성을 동반하기 마련인 적란운으로 변한다. 수분내로 기온이 7~8℃ 이상 하강하고 기압은 2~3mb 상승한다. 한마디로 기상이 요동치듯 한다.

그러나 온난전선에서는 다르다. 이 상황에서는 권층운이나 고층운이 생겨나는데 우선 얇고 부드럽고 색깔도 곱다. 이른바 털구름, 비단구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아침이나 저녁의 노을 구름처럼 아름답기도 하다. 고층운에서는 세찬 비는 오지 않는다. 부드럽고 잔잔한 비나 눈을 내리게 하는 구름이다.

기상요소가 변화하기는 하나 한랭전선에 비해서 훨씬 부드럽고 덜 급격하다. 어느 공기가 먼저 움직이기 시작하는가에 따라 이렇듯 기상 모습이 완연히 다르게 전개되는 것, 오묘하게 느껴진다. 한랭전선과 온난전선의 기상상황의 차이는 알겠는데 이 두 전선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는 아직 누구도 잘 모른다.

어느 전선이 생길지에 대한 예측은 아직 인간의 능력 속에 있지 않은 것 같다. 이제 3월 새 학기가 되면 학생들 사이에도 전선이 생긴다. 특히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 신입생들 사이에 편 가르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같은 편 내에서도 완력의 세기를 가름하려는 갈등이 시작된다.

이른바 동물세계에서 벌어지는 영역다툼이 시작된다. 이 다툼이 한랭전선의 모양일 수도 있고 온난전선의 모습일 수도 있다. 신체적 위세와 완력 그리고 일탈성 과시(誇示)로 학급을 휘두르려는 시도가 먼저 시작되면 그 학급 내에는 한랭전선이 펼쳐지게 되어 학급 내 기상도가 사납고 거칠다.

폭력과 따돌림 그리고 패싸움이 예고된다. 그러나 이해와 협동 그리고 도움이 학생들 사이에 펼쳐지게 되면 그 학급 내에는 온난전선이 펼쳐지게 된다. 학급 내 기상도가 온화하고 평안하다. 격려와 희생 그리고 동조와 공감의 동료문화(peer culture)가 형성되기에 이른다.

물론 누구도 잘 모른다. 학급 내에서 어떤 경우에는 한랭전선이 펼쳐지고 어떤 경우에는 온난전선이 펼쳐지는지를… 기상학자들이 한랭과 온난전선의 발생 메커니즘을 잘 모르듯이 교육학자 심리학자들도 이를 잘 모른다.

다만, 그들이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은 새 학기 즉 3, 4, 5, 6월은 학급 내에 한랭전선이 엄청나게 많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특히 중학교 교실에서 이 한랭전선이 많이 발생한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의 발표에 의하면 이 기간 중에 일어나는 폭력상담의 건수가 여름, 가을, 겨울에 비해서 거의 두 배 가까이나 된다고 한다. 이 기간 중에 한 학급이나 한 학교의 폭력성향과 양태가 결정되고 있는 것이다.

온난전선이 형성된 학급이나 학교는 큰 복이 아닐 수 없다. 이제 3월이 멀지 않다. 개학과 더불어 초, 중, 고등학교의 학급이나 학교마다에서 벌어질 한랭전선과 온난전선에 관심을 갖고 대비를 시작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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